사기 번역도 유분수지
김성태
국제볼펜클럽 대한본부 남부지역위원회의 2018년도 연간집 책에는 전체 문학 작품들 중에서 약 3분의 1 정도만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원래는 전부 다 번역해야지. 단체의 목적에서 국제 교류를 한다면서?... 그런데 좀 미안하지만 그 번역들마저 실망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도대체 기본이 안되어도 너무 안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번역인의 이름조차 없다. 번역에 대한 책임감부터 완전 빵점이라는 것이다. 쓴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나마 이 추악하게 번역된 책 전체를 외국인들에게는 통 소개를 안했으니 오히려 다행이다. 개망신을 당할 지경이었지 않은가?
몇 편의 순 엉터리 번역의 예를 살펴보자. 우선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의 제목부터.
이장호 시인의 시 <북향으로 가는 기적 소리>
이순자 시인의 시 <가을이 오는 소리>
손동주 시인의 시 <반추>
이상직 시인의 시조 <사모곡 思母曲> 등이다.
먼저 동일한 단체에서 작가들의 이름 번역에 대한 무슨 원칙을 찾아볼 수가 없다. 뭐가 있는가?
Lee, Jang Ho 이름 두 글자가 각 대문자. 두 글자 사이에 하이펀 없슴
Lee, Soon-Ja 이름 두 글자가 각 대눈자. 두 글자 사이에 하이펀
Son, Dong-ju 이름 두 글자 중 하나는 대문자 하나는 소문자
Lee Sang jik 이름 두 글자 중 하나는 대문자 하나는 소문자, 두 글자 사이에 하이펀 없슴
이렇게 네 명 작가의 이름 번역이 모두 제각각이다. 이게 무슨 하나의 문학단체에서 행한 번역이 맞나? 더군다나 이 단체는 자신의 사업목적 제1호를 “작품 번역” 이라고 해놓았다. 이게 무슨 장난질이란 말인가?
그럼 네 작품의 각 제목들은 번역이 제대로 되었을까?
1. 북향으로 가는 소리 The Whistle on the North
2. 가을이 오는 소리 The Sound of Autumn
3. 반추 Reflection
4. 사모곡 思母曲 Samogok
먼저 첫 번째 작품 <북향으로 가는 소리>에서 “소리” 라고 하면 “Sound” 이지 난데없는 “휘파람”의 “Whistle” 이 왜 나오냐? 그냥 “소리”가 아니고 “기적 소리”라고 했으면 또 몰라도. 그리고 “북향”이면 “toward North” 이지 왠 “on the North” 이냐?
두 번째 작품 <가을이 오는 소리>에서 가을이 “오는” 이라는 말은 어디로 갔느냐? 그래서 번역은 The Sound of “Autumn come” 정도가 되면 좋을 것이다.
세 번째 작품은 “반추” 라는 제목이다. “반추”란 “되새김질”이다. 그럼 영어로는 “Rumination” 이다. 그러므로 한글 제목을 “반성”이라고 하지 않은 이상 “반성”에 가까스로 해당하는 “Reflection” 이라는 단어보다는 “되새김”이라는 뜻의 “Rumination”을 그대로 둠이 옳다. 그나마 “Reflection”이란 영어는 “빛을 반사한다” 라는 뜻이 강하므로 더욱 어색하다.
네 번째 작품은 “사모곡 思母曲” 이다. 어머니를 그리워한다는 말씀 아닌가? 그런데 영어로 그냥 소리나는 대로 “Samogok” 이라고 해놓았네. “Samogok” 이라고 알파벳만 열거해 놓으면 그 알파펫의 열거를 외국인이 어떻게 알아 먹을 수가 있나? 게으르고 무책임한 번역이다. 사모곡은 “어머니를 그리워함” 이라는 뜻의 “Longing for Mother” 이라는 번역이 바람직하다. 이건 의역도 아니고 직역이다.
작품 번역도 엉망이지만 작가 프로필에 대한 번역도 형편없다. 너무나도 엉망이다. 우선 이상직씨의 프로필에 대한 번역부터 살펴보자.
이상직
경복대 대학원졸업 (경영학박사), 1990년 시조문학 으로 등단, 육사백일장 장원,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대구기독문인회 회장, 대구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회원. 시집 南道 가는 길 (2000). 경복대학교 겸임교수
이 정도면 훌륭하신 이력이시다.
그런데 이 훌륭한 프로필의 번역을 개판으로 해놓았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해놓는가? 그리고 작가 자신은 자신의 프로필 번역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Lee, Sang-jik
Graduated from Kyungpok National University (A business doctor).
The book of 『Sijo Literature』 in 1990.
Narrashijo award. A manor of six-year-old.
The present, Daegu christian society president.
Vice Chairman of the Association of ShiJo in Daegu.
A member of the korean sijo poets association.
A member of the Korean literary society.
Member of the Daegu literary society. National quality judges, The Way to Marriage (Namdo)(2000), Adjunct professor at Kyeongbuk University
그럼 이 훌륭한 프로필을 번역해놓은 내용을 좀 뜯어보자.
Graduated from Kyungpok National University (A business doctor).
대학원을 졸업한 “경영학 박사”이신데 “대학원” 이라는 말은 어디로 갔나? “Graduate School” 이라는 학력이 빠졌다. “A business doctor?” “사업 박사?” 별 희한한 번역이 다 있네.
“Ph.D. in Business Administration” 이라고 해야 한다.
The book of 『Sijo Literature』 in 1990.
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셨는데, 등단이라는 말은 없고 왠 book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나? 참 한심하다. “New Comer” 또는 “Rookie Award” 같은 단어가 등장해야 “등단”이라는 말의 영어 번역이 되는 것이다.
Narrashijo award. A manor of six-year-old.
Narrashijo? 한글이 두 단어인데 번역이 두 단어가 아니고 왜 한 단어인가? 그리고 앞에서는 “Sijo” 라고 하더니 여기서는 왜 “h” 가 들어가서 “Shijo” 인가? “나라시조” 문학상? 대통령이 주는 상인가? 참말로 엉망이다. “나래” 시조 문학상이라고 해야지. “Narae Sijo Literature Award” 라고 말이지.
A manor of six-year-old?
으악! “육사문학상 장원”을 “6살 먹은 장원 영지 莊園 領地 라고 번역해 놓았다. 정말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는가? 1등 상賞 이라는 장원 壯元 과 영주의 영토라는 장원 莊園 땅도 구분 못하는가? 정말이지 이런 쓰레기 중의 쓰레기 번역을 구경해야 하는 필자가 더 부끄럽고 한심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여섯 살이라는 나이가 왜 나오나? 도대체. 도대체. 도대체 왜 나오나? 어이구~~
The present, Daegu christian society president.
이건 또 뭐야? ”The present“. ”선물“?. ”대구 기독교인 사회의 회장“?
여기에서 갑자기 ”선물“ 이야기가 왜 나오나? 그리고 ”문학회“는 어디 갔는가? 참 답답하다.
”현재“ 는 굳이 번역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그냥
“President, Daegu Christian Writers’ Society”
라고 영역하면 되는 것이다.
Vice Chairman of the Association of ShiJo in Daegu.
대구시조시인협회 부회장 역임의 “역임”은 어디 갔나?
“Former” 라는 단어부터 빠졌다. 그리고 ShiJo 에서 “J” 자는 왜 대문자인가? 또 단체의 “회장”을 “President”라고 했다가 “Chairman”이라고 하고 단체를 “Society” 라고 했다가 “Association” 이라고 하는 등 도대체 원칙도 없이 제멋대로이다.
그래서 정확한 번역은
Former Vice president of Daegu Sijo Poets’ Society
가 낫겠다.
한편
A member of the korean sijo poets association.
A member of the korean literary society.
korean 이 대체 뭐냐? Korean 이라야지 되지.
국가 이름의 첫 글자는 대문자라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을 왜 틀리고 있는가?
A Member of the Daegu literary society.
“A” 자 누락.
“The Way to Marriage (Namdo)(2000)?”
시모음집의 “시집”을 결혼이라는 시집 “Marriage” 로 영역해놓았다.
시모음이라는 "시집" 詩集 과 결혼한다는 "시집" 媤집 이 같다는 말인가?
으헉! 참으로 보는 이가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번역이다. 괄호는 또 왜 나오며 괄호 안에 들어가는 “Namdo” 는 또 무언가? 물리적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도로를 “Way” 로 번역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Road” 가 무방하다.
그래서 다 때려치우고 그냥
“The Road to Namdo” (2000) 정도가 좋았을 것이다.
Adjunct professor at Kyeongbuk University
Adjunct professor 란 “부교수”이다. 그러므로 겸임교수를 “Adjunct professor” 라고 함은 너무 과하다. 차라리 “겸임”을 빼고 그냥 “Professor” 라고 하지.
경북대학교의 영문 스펠링을 앞에서는 “Kyungpook University” 라고 하더니 여기에서는 “Kyeongbuk University”라고 하네. 이랬다 저랬다 틀린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고유명사는 그 학교 또는 그 사람 본인이 사용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앞뒤 모든 곳에서 “Kyungpook Univeristy” 라고 쓰는 것이 맞다.
자신의 프로필의 번역을 이토록 어마무시 엉터리가 되도록 놓아두신 작가님. 문학하시는 분 맞으신가? 박사님 맞으신가? 작가분은 평소 원만하신 인품의 소유자이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작가분께서는 사람이 너무 좋으셔서 징징거리는 번역사기꾼에게 돈이나 보태준 뒤, 번역을 제멋대로 하게 놓아두고도 모른 척 하신 듯 하다.
각 작품별 상세 오번역 이야기는 다음에 해야지. 기대하시라.
첫댓글 좋아요
정말 사기번역도 유분수이지 어떻게 시모음집의 시집과 시집간다는 시집이 같다는 말입니까? 어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