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난 네가 유독 지쳐보이는 날, 힘들지, 말하기보다는 먼저 와락 안아버릴거야. 아무 말 없이 몇 분간 꽉 껴안고는 내 숨소리로 내 체온으로 내 살결로 말할 거야. 고생 많았다고.
그날 답답함을 느껴서 새벽에 영화를 보러 간 건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서 보면 그동안 내가 일상의 아주 작은 변화라도 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매번 작업실에서 퇴근하고 서재로 출근하는 삶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은 사실 마음속에서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지만 갑자기 혹은 어떠한 계기에 의해서 발현될 수 있다. 그러니 갑자기 무언가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덜컥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그건 다만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내가 오랫동안 원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니까. 충동적인 건 생각보다 옳다.
"아마 그 친구는 당연하게 하나도 없어서 자신이 가진 걸 지키려고 할 거야. 소유욕이 강한 게 아니라 상처가 많은 거니까 잘 보듬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