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 ||
전 국정원 2차장 김은성씨는 지난해 진승현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즈음 대검 고위간부를 만나 수사진행상황을 물어본 적이 있다. 이를 두고 로비의혹이 제기되자 김씨는 “진씨와 내 딸간에 혼담이 오가 사윗감으로 삼아도 되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을 뿐 로비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권력과 재력의 결합으로 볼 만한 두 집안 사이의 혼담은 이른바 상류사회의 결혼 풍속도를 보여주는 한 예다. 예로부터 결혼은 인륜대사라 이를 만큼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겨졌다. 결혼의 사전적 정의는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이다. 하지만 결혼에는 또다른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모들은 자식을 결혼시킬 때 상대방의 가문을 매우 중시했다. 이런 풍토는 특히 권력과 재력과 교양을 갖춘 상류사회에서 더 두드러졌다. 신분 차별이 없어지고 가치기준이 다원화된 오늘날 결혼 양태도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배우자 선택기준이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가문을 중시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배우자에 덧붙여 가문까지 좋다면 누구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상류층은 있으며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공공연히 인정되고 있다. 일찍이 민주주의가 꽃핀 서구사회에서도 상류층은 여론 주도층으로서, 또 권력과 부와 교양의 상징으로서 ‘그들만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물망과도 같은 상류사회의 인맥 형성에 결혼이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국 최고의 ‘파워 엘리트 계층’인 검찰. 요즘은 비록 순위가 뒤로 밀려났지만 검사는 판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신랑후보 1순위로 꼽혀온 직업이다. 그런 점에서 검사들의 혼맥은 곧 우리 사회 상류층의 한 단면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신동아’는 각종 인명록에 수록된 기초 신상자료 비교·분석과 법조계 인사들의 증언,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증빙자료를 토대로 당사자들에게 직·간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찰 혼맥의 중심부를 파악했다. 취재 결과 검사들의 혼맥이 가장 두터운 곳은 법조계로 드러났다. | ||
1부 법조계 | ||
검사들의 법조계 혼맥은 얽히고 설켜 있다. 장인 사위간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서지간, 처남 매부지간이 많으며 한 집안에 3명 이상의 법조 인사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 특이한 것은 관련 변호사 중에 보수적인 변호사단체로 알려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원이 눈에 띄게 많다는 점. | ||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 ||
염웅철 법무부 인권과장은 전남 보성에서 태어났으며 광주제일고, 사시 24회 출신이다. 염검사의 장인은 이성렬(전남 담양 출생, 고시 5회) 변호사. 광주지법원장, 대법관을 거쳐 변호사 개업을 했다. 5공 시절 12대 국회의원(민정당·전국구)을 지내기도 했다. 6공에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문민정부에서는 헌법재판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공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
심재륜, 김규헌 검사는 동서지간 | ||
문상익 변호사의 외사촌 동생도 법조인이다. 부산지검장, 헌법재판관을 지낸신창언 변호사(율경종합법률사무소)다.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서울지검 형사2부장이던 신변호사는 진상규명에 애쓰다가 정권에 밉보여 좌천됐다. 신변호사의 숙부 고 신기진씨는 군법무관 출신으로 동국대 법정대 교수를 거쳐 변호사(새서울합동법률사무소)로 활동했다. | ||
부인·동서는 검사, 장인·처남은 변호사 | ||
조성욱 서울지검 부부장검사는 부인이 검사인데다 장인도 검사 출신 변호사다. 또 처남은 판사 출신 변호사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소속으로 현재 여성부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노정연 검사가 부인. 조검사는 부산 출생에 경성고, 사시 27회 출신이고, 서울 출생의 노검사는 중앙여고, 사시 35회 출신이다. | ||
부부검사 1호 오정돈·최윤희 | ||
동부지청 이명순 검사는 강원 춘천 출생이다. 춘천고, 사시 32회 출신.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수 변호사가 장인이다. 경남고, 사시 2회 출신인 김변호사는 문민정부 때 법무연수원장, 서울고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올라 2년 임기를 채웠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원이다. 부인이 약사. | ||
여검사 이노공·강수진 남편은 변호사 | ||
이석수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상문고, 사시 28회 출신이다. 장인이 박일흠 변호사. 경남 마산 출생인 박변호사는 대검 감찰부장, 대전지검장 등을 지냈다. 법무법인 동호합동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서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회원. | ||
부인은 판사, 형은 변호사 | ||
부산고검 장인종(서울 출생, 숭실고, 사시 28회) 검사는 전재기 변호사(여의도합동법률사무소)의 사위다. 대구 출생인 전변호사는 서울지검장, 대구고검장, 법무연수원장을 역임했다. 1980년대 후반 전변호사가 대구지검장을 지낼 때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장검사가 대구지검으로 초임발령난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전변호사가 장검사를 사위 삼을 생각에 주말이면 일부러 장검사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에 심부름을 보내 딸과 만나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 ||
2부 정·관계 | ||
먼저 신승남 검찰총장.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신총장은 목포고, 사시 9회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졸업했고 사시도 수석합격했다. 장인은 조상호 전체육부장관. 전남 담양 출생인 조 전장관은 박정희 정권에서 청와대비서관을 지냈으며 대한체육회장,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상임고문이다. | ||
이진삼 전장관과 나웅배 전부총리 | ||
법무부 국제법무과 한찬식(서울 출생, 성남고, 사시 31회) 검사의 장인은 한나라당 부총재인 최병렬 의원이다. 처남 최희준씨는 서울방송 기자. 경남 산청 출생으로 4선인 최의원은 5공 때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6공 때는 문공부·공보처·노동부장관을 역임했다. | ||
이회창 총재 사위는 변호사 개업 | ||
한검사의 장인 박정기씨는 대구 출생으로 군 출신(육사 14기)이다. 하나회 회원이었던 박씨는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군복을 벗었다. 정우개발 대표이사, 한국전력 사장을 거쳐 현재 한미친선군민협의회장, 대한육상경기연맹 명예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 ||
3부 재계 | ||
서울 출생인 정진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경기고, 사시 15회 출신. 정부장의 처가 사람들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장인은 가산토건(전북 목포 소재) 대표이사 조경구씨. 삼부토건 전무, 부사장을 지냈다. 현 삼부토건 회장 조남욱씨의 삼촌이다. 남우관광 대표이사이기도 한 조남욱 회장은 13대 국회의원(민자당)을 지냈다. | ||
오양수산·보해양조·동원그룹 사위들 | ||
서울지검 김윤성(충남 논산 출생, 경기고, 사시 23회) 형사7부장검사의 처가는 천경해운을 운영하고 있다. 천경해운 김윤석 회장의 딸 지윤씨가 부인이다. 1999년 대검 중수3과장 시절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의 탈세혐의를 수사했다. | ||
4부 기타 | ||
김상봉 서울지검 형사3부장검사의 장인은 문병욱 진주고려병원장. 문씨는 1986년에도 이 병원 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김검사가 마산지검 진주지청에 근무한 것이 인연이 됐다. 서울 출생인 김검사는 동성고, 사시 22회 출신이다. | ||
5부 친가 인맥 | ||
임래현(광주 출생, 경기고, 사시 16회)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의 형은 임래규 특허청장이다. 서울고 출신인 임청장은 공업진흥청, 통상산업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현정부 들어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 특허청 차장을 지냈다. | ||
한광옥 대표의 사촌동생 | ||
법무부 공보관 서우정 검사는 경남 충무에서 태어났으며 중앙고, 사시23회 출신이다. 5공 때 내무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서정화 의원이 5촌 당숙이다. 5선인 서의원은 경남 통영 출생으로 5공 초 중앙정보부 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서의원의 동생 서정신 변호사는 법무법인 충정 대표. 6공 때 법무차관, 대검차장, 서울고검장을 차례로 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