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지구’ 폐지된다…재건축 향방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4 15:47
서울시, 아파트지구 14곳 폐지·축소 의견청취안 제출
폐지될 경우, 재건축 시 단지 내 상업시설 조성 용이
“당장 재건축 생각 없다” VS “개발 다양성 기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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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을 비롯한 서울 내 14곳의 아파트지구를 폐지·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아파트지구 폐지가 재건축 사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를 놓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서울시, 아파트지구 폐지키로…"현실 맞지 않아"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7일 서울 내 아파트지구 14곳을 단계적으로 폐지·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용도지구(아파트지구) 및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 결정(변경) 의견청취안’은 3개 아파트지구를 폐지하고 11개 아파트지구 구역계를 축소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폐지 대상 지구는 아시아선수촌(18만3195m²), 화곡(38만4517m²), 원효(2만7117m²) 등 3곳이다. 축소 대상 지구는 반포, 압구정, 여의도를 포함한 총 11곳이다.
서울시가 아파트지구 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데는 아파트지구 폐지를 통해 도심 개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아파트지구는 1970년대 아파트 집중공급을 위해 도입된 도시관리수단이다. 당시에는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곳에는 아파트만 짓도록 해 공급 확대 효과와 더불어 주거생활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아파트 공급이 충분해진 현실과 맞지 않는 평면적 토지이용 방식이라는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서울시는 아파트지구를 단계적으로 폐지·축소하고 대신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지구가 폐지되면 재건축 시 아파트 외에도 다양한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 주민들 "재건축 없어도 거주 만족도 높아요"
서울시의 의견청취안을 통해 아파트지구가 폐지되면 각 지구별로 개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지구단위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 갈등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여에 중점을 둔 계획안을 제시할 경우 주민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폐지 대상 중 한 곳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난해 서울시가 공공성 확보 위주로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안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연기됐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지난 3월 안전진단을 신청했지만 재건축준비위원회가 해산하는 등 사업을 끌고 갈 만한 주축이 없어 적극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진 않는 상황이다.
이날 아시아선수촌 단지 내에서 만난 주민들 역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50대 주민 A씨는 "한동안 단지 내에서 재건축 때문에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갈등을 빚었고 여기저기 현수막이 우후죽순 내걸리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주민들이 많아서 자제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갔다"며 "동별 간격이 넓고 가구마다 뷰도 만족스러운 편인데다 단지 주변으로 공원도 많아서 삶의 질이 높기 때문에 굳이 지금 당장 재건축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 A씨도 "젊은 세대들은 투자가치를 높이려고 재건축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나처럼 오래 거주해온 중장년층은 굳이 재건축을 해야 하나 싶다"며 "재건축으로 평형을 더 넓히지 않아도 될 만큼 넓은데 재건축하면 가구 수만 늘어나고 복잡해질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1986년 준공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18개동, 총 135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모든 가구가 전용면적 99~178㎡로 중대형 평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 출전 선수 전용 숙소로 지어져 당시 일반적인 우리나라 아파트 구조와 다른 점이 특징이다. 서울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일반 분양해 지금까지 주거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준공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최초로 지하주차장을 도입한 단지로 비슷한 시기에 준공한 다른 아파트에 비해 주차난이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노후 아파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녹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단지 전체 상수도관을 모두 교체하기도 했다.
◇ 아파트지구 폐지 후 개발 다양성 향상 기대도
서울시가 아파트지구를 폐지함에 따라 공공기여 외에도 개발 다양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재건축 사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단지 인근 C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외에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던가 하면 인근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잠실 ‘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 사업이 완료되고 인근 잠실5단지가 최고 50층까지 지어지면 유동인구가 대폭 늘어날 텐데 상업시설이 들어온다면 이 부지에 아파트만 짓는 것보다 괜찮은 개발 방식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파트지구 내에서는 주택만 지을 수 있고 근린상가나 도로를 새로 조성하려면 별도 용지를 따로 지정해야 했다"며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에 사용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었고 현대의 복합개발을 수용할 수 있게끔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