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남긴다.
올해는 문사철 읽기라는 주제로 시즌 독서를 진행한다. 그런데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그때 그때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읽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긴 그래도 문사철이라는 인문학적 주제를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니 취지를 아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지금까지 읽은 책을 기록으로 남긴다.
1. 4월 <사람입니다. 고객님>
2. 5월 <날씨와 얼굴>, <슬픔의 방문> <아버지의 해방일지>
3. 6월 <말하는 눈>
4. 7월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5. 8월<문과남자의 과학공부>
6. 9월 <오웰의 장미> 리베카 솔닛
"1936년 봄, 한 남자가 장미를 심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책이었다.
7. 10월 <제주도우다 1,2,3> 현기영
소설은 무엇보다 장소에 대한 감각이다. 제주 4.3의 고통은 장소와 시간에 대한 고통의 감각이다. 그 감각이 언어로 절절하게 표현될 때 그것은 물질성을 획득한다.
8. 11월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은 자아 발견, 민주주의의 발전-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이해와 욕구를 조율해 나가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안과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을 위해 필요한데, 현대 사회의 감시 자본주의 체제의 도구들(스마트폰, SNS 등)은 무한 스크롤과 빠른 화면 전환의 기술 등을 이용하여 대중들을 더 오래 더 자주 디지털 도구에 붙잡아 두어서, 대중이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에 집중하지 않도록 한다고 주장.
9. 12월 < 우리 안의 친일>/조형근/역사비평사
친일/반일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제국주의가 배태한 욕망의 구조를 잃어내고 탈식민의 전망을 구현하기
10. 12월 20일 <흠결없는 파편들의 사회/김현미/봄알람>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20~60대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일터 경험을 다루는 책. 책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흠결없는 파편이 묘하게 충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는 여성들에게 전통적인 가부장적 위계 질서, 남성 중심의 성별 구조에서 벗어난 오직 능력만으로 일터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여성들은 더 나은 일터로 진출하기 위해 보다 더 많은 스펙(일터과 요구하는 능력 뿐 아니라 개인의 신체와 몸을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하여)을 쌓았으나, 일자리는 부족하고 더 많은 경쟁이 요구되었으며, 막상 진출한 일터마저도 끝없는 유동성에 노출되어 지속적인 관계와 안정감을 찾기 어려운 구조와 여전히 일터의 디폴트인 성별 분업구조속에서 고군분투(때로는 액팅으로 때로는 쇼잉으로)하고 있음을 다양한 직종과 연령대의 여성을 인터뷰하면서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은 어쩌면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선언하는 책이라기 보다, 여성이 처해 있는 일터의 현실을 드러내는 책이다. 우리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더 나은 사회, 남여가 평등한 사회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 보다 우리가 무지했던 것에 대한 앍을 통해 세계를 조금 더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앎의 확장을 통해 무지와 오해, 편견과 선입견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가담하거나 침묵하거나 행동하지 않았던 해악에서 벗어나 자신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하고 해방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 페미니즘에 대해 안다는 것은 여성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한다는 차원을 넘어 자신이 모르고 있음으로 해서 저지르는 폭력과 해악을 인식하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일 것이다.
이렇게 2023 계묘년 교사 독서 모임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24년이면 이 모임도 10년이 된다. 그 10년을 지속적으로 모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면서 우리는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으며, 어쩌면 그 앎의 깊이와 넓이만큼 해방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