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제 13차 정기총회가 1월 25일 (목), 서울여성플라자 시청각실에서 개최됐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이번 총회는 정관개정과 임원선출에 이어 임원 이취임식과 김숙임 이사장님의 퇴임식이 진행되는 조각보 대전환의 현장이었습니다.
새롭게 이사장으로 취임하신 최선희 이사장님께서 치아바타와 단팥빵을 직접 구워오셨고, 엄경혜 회원도 떡을 만들어오셨습니다. 그 외에도 장올가 대표께서 잔기지떡과 음료를 준비해오셔서 풍성한 총회가 됐습니다.
김영임·장올가 두 공동대표분들의 사회로 시작된 총회에서 김숙임 이사장님은 격려사를 통해 “세상이 혼란스럽고 우리 마음도 어지럽지만 희망의 대전환이 있길 바라며, 대전환기를 맞는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역사, 희망이 일어나길 소망한다”는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2023년 사업 및 회계 감사보고서를 김광미 국장과 박은진 회계간사가 대독하고 2023년 사업보고 동영상을 함께 보여 2023년, 조각보의 한 해를 돌아봤습니다. 2023년 결산 보고 후 조각보 정관 개정 안건을 논의하고, 5기 임원선출안을 승인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후 2024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을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남북 간의 긴장 고조와 더불어 정치권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고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는 등 전쟁 같은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각보는 흔들림 없이 코리안디아스포라 여성들과 국가와 인종, 성, 민족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 가는 일에 힘쓸 것을 다짐했습니다. 또한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며 더욱 조각보의 기반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다짐했습니다.
올해의 모범 회원상은 경기북부지부장으로 열심히 일해주신 임현주 회원과, 조각보의 행사마다 열심히 참석해주시며 사무국 직원처럼 열심히 일해주신 황금숙 회원께 돌아갔습니다.
임원 이취임식으로 진행된 2부에는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시는 김영임 대표님께 감사패를 전달하고 퇴임사를 들어보았습니다. 이어 새롭게 공동대표로 취임하시는 최선희(이사장), 노귀남, 장올가 공동대표 분들의 인사와 취임사를 듣고 5기 임원진들을 모시고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롭게 5기 임원진으로 취임하신 분들은 공동대표 3분을 포함한 12명의 이사진, 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상희(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이재석(노을공원시민모임 공동대표), 임영신(더불어 숲 페어라이프센터 대표), 전춘화(홍익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정상덕(원불교 교무), 최정임(사회적협동조합 꽃마당 대표), 한성봉(원불교 문화사업회 부회장), 김영란(사단법인 한국모바일결제산업협회 사무국장) 이사님과 2명의 감사이신 김엘리(성공회대 외래교수), 김진영(부천도시공사 인권위원장) 감사님입니다.
총회 마지막 순서는 조각보를 창립하시고 13년간 공동대표로, 이사장으로 헌신하신 김숙임 이사장님의 퇴임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보고 김숙임 이사장님의 퇴임사를 듣고 회원들은 돌아가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특히 김숙임 이사장님의 아들이자 조각보 회원이신 이지운 회원의 소감에 많은 회원들이 함께 감동하며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긴 시간 쉼 없이 조각보를 위해 몸과 마음을 쓰며 많이 지 이사장님께서 퇴임을 통해 가벼워진 마음으로 쉼을 얻고, 새로운 시선으로 여성평화활동을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김숙임 이사장 퇴임사
드디어 이 시간이 왔네요. 제 인생의 마지막 활동시기에 모든 것을 올인한 시간 13년, 마음을 다하고 몸을 다한 존재, 조각보. 디아스포라. 너무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귀한 가치로 지낸 세월, 여한이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황당하고 고집스럽게도 보였던 ‘마이 웨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존재와 의미도, 대륙횡단의 꿈도 이해받지 못하던 시절, 조각보의 디아스포라들과 진달래무궁화모임을 기반으로 ‘다시 만난 코리안여성들의 삶이야기’, ‘상호이해평화교육’, ‘피스테이블’, ‘평화의 사람책 도서관’, ‘평화의 부뚜막’ 등 다양한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리더십을 확장하고, 남과 북에서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조각보의 시공간과 저 개인의 시공간을 넓히며 나아갔던 지난 시간은 그 누구보다도 많은 축복을 받은 시간이고 삶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동포선생님들이 아니었으면 꿈꿀 수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살아온 역사를 알려주며 자신의 정체성을 향해 가는 그 길을 함께 갈 수 있어 우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더 크게 사유할 수 있었음을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 평화를 위해 많은 것을 함께 공부하고, 많은 곳을 다니며 함께 구상했던 보편적 가치,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고 담으려 했던 노력들이 더 섬세하고 깊게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간의 닦아온 기반을 발판으로 더 크게 발전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이 바로 조각보의 더 큰 전기를 마련하며 새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그런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각보 활동을 하며 내가 만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과 만나는 나는 누구인가, 만났던 인연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한 시간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많은 면에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이루지 못한 일도 미치지 못한 인간관계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을 보고 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그림은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다. 어쩌면 그는 시대의 비명을 들은 것일지도 모른다. 고통과 불안으로 가득 찬 인간의 삶을 담은 그림, 그러나 어떤 절망 속에서도 우리를 일으킬 신세계는 우리 안에 있다.” 너무도 힘든 시절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 바라는 신세계는 시대정신과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립에서 4기에 이르도록 저와 함께 일하신 임원들, 팀장들, 사랑하는 회원들, 동포선생님들, 후원자님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로 맡으신 대표단, 임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너무나 힘든 일을 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저는 대표는 아니지만 조용히 한쪽에서 조각보의 코리안디아스포라 여성운동을 위해 기운을 싣겠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일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한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시민단체, 특히 엔지오에서 일하는 대표단은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며 무보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닌 지극히 소중한 일로 귀하게 예우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기꺼운 수고로 일하시는 사무국 활동가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그랬듯이 상호 존중과 인정, 특별한 공감대를 잃지 않는 조각보이기를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