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빛이 있다. 그 중 가장 화려한 빛을 가진 계절은 단연 봄이다. 늦은 봄 그리고 이른 여름 산을 붉게 수놓는 것을 대표하는 것은 철쭉. 하지만 대다수 관광명소는 북새통을 이루며 철쭉을 보는 건지 사람들에 치이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분빈다. 특히 전남 보성은 차 다음으로 철쭉으로 유명한 고장으로 제암산과 일림산은 5월이면 사람들이 줄 지어 찾아 오른다. 반면 같은 보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철쭉을 즐길 수 있는 산이 있으니 바로 겸백면에 위치한 초암산(576m)이다. 불과 얼마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들머리로 많이 이용되는 겸백면사무소나 수남리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몇 대 주차되어 있긴 하지만 주변의 제암산, 일림산에 비하면 한갓지다고 할 정도로 탐방객이 적다.
하지만 이 산은 오래 전부터 철쭉 산이었다. 조금만 경치가 괜찮다 싶으면 인터넷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순식간에 알려지기 마련인데 여태껏 무명이었던 것은 사실은 조금은 의외다. 아마도 산의 크기나 철쭉밭의 규모로 보아서는 제암산, 일림산에 조금 못미치는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그것보다는 그간 사람들이 철쭉제가 열리는 제암산, 일림산에만 관심을 가지고 초암산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리라.
제암산, 일림산이 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철쭉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암산은 철쭉 하나로 승부한다. 단출하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색이 분산되지 않는 단정한 미학이 살아 있는 산이다. 또한 초암산은 철쭉이라는 핵심만을 똑 따서 즐기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간편함이 두드러진다. 최근 너무 힘든 산행보다는 간편하게 즐기면서 오를 수 았는 산을 찾는 사람이 증가한 만큼 초암산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매력적이다. 북쪽 임도를 이용해 철쭉밭 바로 아래까지 차량으로 올라간 다음 정상의 철쭉밭을 구경 후 되내려오는 거의 관광에 가까운 탑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간단하다고 느껴진다면 호남정맥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광대코재~주월산~방장산~오도재 능선을 포함한 원점회귀형의 사뭇 긴 당일산행을 할 수도 있다. 겸백면은 이 원점회귀형 등산로의 출발지인 수암리에다 널찍한 주차장도 새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