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철학
(Neurophilosophy)
마음-뇌 통합 과학을 향하여
신경철학(Neurophilosophy)를 한국에 2006년 번역 출판하면서, 당시 신경철학에 대한 용어 자체가 대중적으로는 물론, 전문 철학계에서도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서, 번역서 이름을 <뇌과학과 철학>이라 붙였다.
저자 서문을 소개한다.
서 문
나는 70년대 중반 당시에 주류를 이루던 철학을 그대로 놔두고 봐줄 수 없었다. 대신 유망해 보이는 철학 방법의 새로운 물결이 눈에 들어왔다. 그 물결은 내가 보기에 ‘일상 언어’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언어 분석(linguistic analysis)”이란 전형적인 반-과학적 편견을 본격적으로 뒤집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도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그 새로운 물결에 흔들리던 여러 과학들은 ‘신경과학(neuroscience)’이 ‘마음의 본성’을 이해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진실로 당시 최고의 과학조차 이상하고 기괴한 형태의 이원론(dualism)인 ‘이론 이원론(theory dualism)’을 추켜세우고 있었으며, 그 입장은 ‘신경과학’을 ‘심리학’과 ‘철학’ 모두에 상당히 부적절한 이론이라 여기고 거부했다. 나는 유물론자(materialist)였고, 따라서 ‘마음’을 ‘뇌’라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만약 ‘우리들이 어떻게 볼 수 있으며’, ‘어떻게 생각하고’, ‘추론하며’, ‘결정하는지’ 알고 싶다면, 신경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신경과학에서 이미 밝혀진 것들이 인지 기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신경과학에 대해 이해 가능한 해변 언저리에서 조심스럽게 노를 저어보며, 조금씩 과감하게 멀리 나아가 보기도 하다가, 마침내 돛을 활짝 펼치고 말았다.
‘신경계(nervous system)에 관해 무엇이 밝혀졌으며’, ‘신경생물학자들이 그 지식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알게 되어 몹시 기뻐하던 와중에도, 명백히 다음과 같은 철학적 의문들이 계속해서 귓전을 맴돌았다. 우리가 마음-뇌에 관한 하나의 거대한 통합 이론을 갖는 일이 가능할까? 그런 이론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환원주의자 전략이 합당한 것일까 아닐까? 철학자로서 내 자신이 신경과학에 떠 밀려가는 것을 알면서도 철학을 그냥 놔두고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신경과학 연구에 관해서 묻게 되는 ‘멀리 넓게 바라보는’ 의문들을 나는 기꺼이 철학적 질문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의문들은 과학철학자들과 과학사 학자들이 지금까지 유익하게 다뤄왔던 것들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한 학문의 연구 영역이 어디까지이며 그래서 다른 학문 연구가 어디에서 시작되어야하는지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문들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잘못 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경철학적 탐구(neurophilosophical inquiries)’, 즉 신경과학으로 철학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내가 알아야 할 화제들의 범위가 정해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신경과학자들의 도움에 기꺼이 의존해서 그 기획을 철두철미하게 추진했으며, 신경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설명하면서 그중 무엇이 왜 중요한지 내게 말해주었고, 그밖에 누구와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또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도 충고해주었다. 철학자로서 순전히 시간낭비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장 큰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신경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으며, 내가 그들의 실험을 관찰하거나 참여하는 것도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그 연구방법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은 물론, 아예 커튼을 걷어내고 자신들의 연구 동기를 제공한 보다 넓은 시야까지 보여주었다.
나는 이따금 신경과학자들이 근본적 논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이 상당히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은연중에 ‘신경과학자가 틀림없이 어떤 것이 무엇인지 정말 안다’는 생각에서 ‘그 과학자가 나에게 무엇이 진실인지 확인시켜줄 것으로’ 짐작했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나는 ‘무엇이 진실인지 내 스스로 판단해야 하며’, ‘모든 신경과학자가 하는 방식, 즉 그 논제에 관해서 합당한 것일 수 있는 것들을 가능한 많이 추려내서, 그 중에 가장 적당해 보이는 것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방식으로는 분명히 모호한 결정을 내리겠지만,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식이다.
신경과학자뿐 아니라, 철학자, 심리학자, 컴퓨터과학자 등등 많은 분들의 친절과 배려가 없었다면, 이 책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특별히 래리 조단(Larry Jordan)에게 큰 빚을 졌으며 그분은 내게 신경생리학과 실험연구방법에 대한 기초를 가르쳐주었고, 유기체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임을 확신시켜주었다. 또한 나는 루돌포 리나스(Rodolfo Llins)에게 상당한 신세를 졌는데, 그분은 ‘실험적 이해’와 ‘이론에 대한 동기’를 독특하게 혼합하여,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을 크게 통합한 체계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알려진 실험 자료들이 그 체계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같은 이유로 나는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에게도 감사한다. 그분은 시각 영역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신경생물학의 이론적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고 있어서, 나에게 기능적 문제들을 파악하도록 해주었다. 내가 보기에 리나스와 크릭은 그 누구보다도 신경과학을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게 만들어주었으며, 결국 내 철학적 선입견에 불을 지피고, 그 선입견을 수정해주기도 했다.
철학자들 중에서 첫 번째로 가장 큰 도움을 준 학자는 폴 처칠랜드(Paul M. Churchland)이며, 그는 처음부터 이 모험의 동반자였다. 특별히 그는 나에게 ‘과학’과 ‘과학철학’을 끌어들여 심리철학의 문제들을 다룰 필요성을 확신시켜 주었으며, 이것은 ‘의식’, ‘인지’, ‘주관적 경험’ 등에 관하여, 그리고 마음-뇌의 통합 과학을 위해 필요한 일반적 체계에 관하여 아주 다른 생각을 갖도록 했다. 그는 시종 일관 철학적 문제들에 대해 자연주의적(naturalistic)으로 접근하려 했었고, 통속심리학(folk psychology)에 대해 아주 회의적이었는데, 그의 태도가 나를 신경과학으로 향하도록 안내했다. 데넷(Dan Dennett)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우선 내가 이 책을 쓰도록 확신시켜준 점이다. 더구나 원고를 여러 번 수정해주어 실수를 바로잡아주었다. 아마도 그 무엇보다도 그는 철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형을 보여주었다. 또한 스티치(Stephen Stich)는 끝없는 용기와 충고를 주었으며, 그의 무자비할 정도의 냉철함은 대충 얼버무리지 못하게 해주었다. 휄드만(Jerry Feldman)은 원고를 주의 깊게 읽어주었고, 상당히 도움 되는 비평과 충고를 주었다. 후커(Cliff Hooker) 역시 원고의 상당 부분에 대해서 나와 토론해 주었으며, 세기 말 이래의 철학 발달에 대한 그의 개론적 설명은 논점을 구성하도록 해주었다.
그 밖의 많은 다른 분들이 나에게 생각과 충고를 주었으며, 소중한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원고의 중요한 부분을 읽고 교정을 해주었다. 특별히 그런 분들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테드 불록(Ted Bullock), 제프 훠스(Jeff Foss), 돈 그리휜(Don Griffin), 알래스테어 한네이(Alastair Hannay), 스티반 하나드(Stevan Harnad), 켄 하일만(Ken Heilman), 돈 헤조그(Don Herzog), 조프레이 힌톤(Geoffrey Hinton), 마슬 킨스번(Marcel Kinsbourne), 마르타 쿠타스(Marta Kutas), 마이클 가잔니가(Michael Gazzaniga), 론 기어(Ron Giere), 리사 로이드(Lisa Lloyd), 버논 마운트캐슬(Vernon Mountcastle), 데비드 올톤(David Olton), 안드라스 펠리오니즈(Andras Pellionisz), 수산 체프스키(Susan Schefchyk), 마틴 세레노(Martin Sereno), 테리 세흐노프스키(Terry Sejnowski), 앨리슨 샬린스키(Allison Shalinsky), 애론 스미스(Aaron Smith), 마이클 스택(Michael Stack), 래리 바이스카란츠(Larry Weiskrantz), 크리스 우드(Chris Wood), 데비드 집서(David Zipser) 그리고 스티브 주커(Steve Zucker). 또한 품위 있는 격려와 함께 출판의 기쁨을 제공해준 앰아이티 출판사(MIT Press)/브래드포드 북(Bradford Book)의 해리(Harry)와 배티 스탠튼(Betty Stanton)에게도 감사한다. 구스타브 자보(Gustav Szabo)는 표지를 도안해 주었는데, 주제에 맞춰 정확히 도안한 점에 감사한다. 끝으로 달린 스타크(Darlene Stack)가 보급을 서둘러주고, 매니토바(Manitoba)가 심한 눈보라 속에서 우리를 환대해준 점에 대해서 감사한다.
재정적 지원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은 캐나다의 사회과학과 인문 연구회(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이며, 수업에서 해방시켜준 그 관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이 출판 기획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보조 410-81-0182, 451-83-3049) 또한 원고의 최종 단계에서 샌디에고 주립대학(UCSD)의 지원에 감사한다. (보조 RJ111-G, RK91G) 그리고 프린스톤(Princeton)의 고등연구재단(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도 감사한다. 이 재단은 나에게 1982-1983 동안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그 기간 동안 이 책의 대부분을 구성할 수 있었다. 나는 매니토바 대학(University of Manitoba)으로부터 특별한 도움을 받았는데, 모든 점에서 전례 없는 기획에 대해 많은 면에서 지원해 주었다.
PSC
1985년 La Jolla에서
차 례
제 1 부.
기초 신경과학
1 장. 신경계 과학의 역사적 개요
1.1. 서론
1.2. 역사적 개요
2 장. 현대 뉴런이론
2.1. 서론
2.1. 신경계의 세포 구성요소
2.3. 뉴런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2.4. 신경전달물질과 그 밖의 신경화학물질
3 장. 기능 신경해부학
3.1. 서론
3.2. 중요 해부학적 구분
3.3. 경로(pathways)와 신경로(tracts)
3.4. 피질(cortex)의 층판구조(laminar structure)
3.5. 신경계의 국소 대응도(topographic maps)
3.6. 수직 피질원주(vertical columns)
3.7. 뉴런 발달
3.8. 무척추동물에 관련해서 한 마디
3.9. 결론
참고 도서
4 장. 상위 기능: 초기 연구
4.1. 서론
4.2. 대뇌 전문화와 자연발생적 손상
4.3. 전기 자극에 의한 뇌의 대응도 확인
5 장. 상위 기능: 신경심리학과 신경학
5.1. 서론
5.2. 기능의 반구 측성화(hemisphere laterization)에 대한
분리-뇌(split-brain) 연구
5.3. 반구 측성화에 대한 신경심리학적 연구방법
5.4. 반구내 기능 국소화 연구방법
5.5. 영상 연구방법
5.6. 신경학적 연구 사례
5.7. 결론
제 2 부.
과학철학의 최근 발전
6 장. 서론과 역사적 개요
6.1. 서론
6.2. 초기 인식론
6.3. 논리적 경험주의
6.4. 논리적 경험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6.5. 마음 이론에 대한 함축
7 장. 환원(Reduction)과 심신(Mind-Body) 문제
7.1. 서론
7.2. 이론간 환원
7.3. 심리상태와 통속 심리학
7.4. 결론
8장. 심리상태는 신경생물학적 상태로 환원될 수 없는가?
8.1. 서론
8.2. 실체 이원론
8.3. 속성 이원론과 주관적 경험
8.4. 지향성과 이론간 환원
8.5. 맺는 말
9장. 기능주의자 심리학
9.1. 서론
9.2. 기능주의 마음 이론에서의 반환원주의
9.3. 환원주의 항변
9.4. 공-진화론적 연구 이데올로기
9.5. 표상과 환원
9.6. 정보처리와 문장 패러다임
9.7. 결론
3부.
신경철학(Neurophilosophy)의 전망
10장. 뇌 기능 이론
10.1. 서론
10.2. 이론을 찾아서
10.3. 텐서그물망 이론
10.4. 감각운동 조절에서 텐서의 역할에 관한 만화 이야기
10.5. 텐서그물망 이론과 전정시각반사
10.6. 위상공간 샌드위치
10.7. 텐서그물망 이론의 다른 문제들
10.8. 운동조절이 심리상태에 대해 무엇을 설명해줄까?
10.9. 뉴런계산 병렬모델
10.10. 주의집중 작용에 대한 신경생물학
10.11. 결론으로 한마디
11장. 맺는 말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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