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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수반을 비롯한 국가의 주요인사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국격을 표현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외국의 국빈이 방문할 때 역시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러한 VIP들은 어떤 차를 타고 다닐까? 그들은 일반적인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 뿐만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상징적인 기능도 할 수 있는 자동차를 타게 된다.
글_김경수
국가를 대표하는 VIP들에게 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탄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인지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더 비스트’(The Beast)라는 애칭의 캐딜락을 탄다. 세계의 경찰국가로 불리는 미국의 국군 통수권자이므로 외부 테러 위협으로 보호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이 캐딜락의 방탄 장비와 화생방 보호기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량 바로 아래에서 대전차 지뢰가 터져도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켓포와 기관총 공격에도 끄덕없다. 특수 런플랫 타이어로 네바퀴가 다 터져도 시속 100km 이상으로 수십킬로미터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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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문의 두꺼운 두께 만으로도 방호 성능을 짐작하게 한다
최근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 사건도 있었다. 세계 기독교의 수장인 교황이 신도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타는 일명 포프모빌(popemobile)을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무개차(open wagon, gondola car, 無蓋車)로 사용한 일이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SUV를 타고 신도들과 소통하는 자리에 등장한 것이다. 평소 검소하기로 소문난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포프모빌의 번호판은 늘 ‘SCV’로 시작하는데 'Status Civitatis Vaticanae'의 약자로 1번부터 9번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8월 14일 방한 당시에는 기아자동차 쏘울을 탑승해 화제를 모았다.
포프모빌은 역사가 매우 깊다. 초창기 가마로부터 시작한 문화가 요한 바오로 2세에 이르러 단어가 정착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가 가장 많이 눈에 띄지만 그 외에도 포프모빌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많다. 토요타 랜드크루저, 메르세데스 벤츠 ML, 레인지로버, 이스즈 픽업트럭이 사용된 바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VIP들처럼 특별한 방호기능이 탑재된 자동차를 그다지 자주 활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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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오픈카를 탄 교황. 합성사진으로 오해하지 마시길
영국 여왕도 자국의 럭셔리 세단 브랜드 벤틀리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타는 벤틀리는 스테이트 리무진(State Limousine)으로 지붕 부분을 더 높게 개조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민 것이 포인트다. 지붕 부분을 높게 만든 이유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쓰는 모자가 지붕에 걸리적 거리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벤틀리는 뮬리너(Muliner)라는 소비자 맞춤형 튜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왕의 벤틀리도 이들의 손을 거쳤다. 영국 여왕은 레인지로버도 애용하는데 단종된 디펜더를 손수 운전하며 드라이빙을 즐기는 모습이 기자들의 렌즈에 잡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의 역대 총리들이 애용한 자동차는 재규어 XJ가 가장 많았다.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역시 자국의 메이커인 시트로엥의 DS5를 취임식에서 의전용차로 등장시켰다. VIP 의전용으로는 이례적으로 세단형 타입이 아닌 크로스오버 타입을 썼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 역시 푸조와 시트로엥 등 자국 브랜드를 애용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자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홍치(紅旗)를 VIP 의전용 차로 자주 활용한다.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외교활동시 중국 정부측이 제공한 이 차에 몸을 실었다. 홍치는 중국에서 주로 관용차로 활용된다. 세단형인 H와 SUV는 L로 나뉜다. 차량 무게만 3,150kg에 이를 정도로 육중한데, W형 12기통 엔진을 장착해 4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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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의전차가 갖춰야 할 조건
역사적으로 살펴 볼 때 국가원수가 퍼레이드 도중 암살을 당하거나 테러의 위협을 받게 되면 행정공백과 국민의 심리적 공황 등 다양한 형태의 피해가 발생한다. 일례로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한 이후 미국인들의 심리적 충격으로 각종 사회불안 현상이 벌어졌고, 일부에서는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로 모방자살 시도가 급증했다. 따라서 단순히 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이 아닌 사회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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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대통령 방탄장비를 1960년대부터 갖추기 시작했다. 현 박근혜 대통령이 활용하는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가 등장하기 전엔 캐딜락이나 링컨 타운카 리무진, 벤츠 S클래스 리무진 등이 주로 활용됐다. 이차들은 한결같이 총이나 폭탄등의 무기를 비롯해 화생방 화학 무기공격까지 견딜 수 있도록 방탄유리와 특수합금처리된 차체 강판과 보호장치가 추가되었다. 무게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 VIP 의전차는 3톤이 훌쩍 넘어가는 무게가 될 수 밖에 없다. 특별한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필요한 것은 당연지사.
이렇듯 VIP 의전차는 만드는데도 오래걸리고 엄청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위험 요소들이 많아지면서 매년 방탄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 제조 기술이 발전할수록 VIP 의전차의 세계도 더욱 더 특별한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