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
김호복
뒤집으면 허공인 내 바지 주머니 속엔
구름을 불러오는 엄지 손톱만한 주사위가 하나 있다
일과 육사이의 공간 허공을 잊게 한다
바지를 탈탈 털고 주름을 살펴보고 옷을 입고 외출을 하면,
든든한 안과 밖, 주머니엔 어제의 일처럼 열리지 않는 수감(收監)이 손에 닿는다
부드러운 지문의 숨결들 육각의 점자를 하나 둘 새기며 묵언의 함성들이 만져진다
그 틈 사이로 주사위를 흔들어 보고 던져본다
모든 사리(舍利)에 신선하게 부는 바람 작은 공간이 한 마당 열람된다
좌와 우,
문명의 권태로움,
사랑은 끝없이 되풀이 되어야할 이유이다
열리지 않는 수미산의 정상을 위하여
잠시 멈추는 폭식의 시간들
이 그릇을 흔들어 미망을 담아 그림을 그려 본다
쉬 사라지지 않는 역사들
그러나 붉은 칠을 한 일과 육사이의 묘수(妙手) 속엔
구름 천국은 이따금 사랑을 멈추게 하거나 윤회(輪廻)를 잡아끈다
뜨악한 이 형극을 위하여 잠시 주사위를 툭툭 던지고
나는 세계 속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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