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학번 고규만
대학교 입학해서 93학번 틈에 92학번이 두 명이 끼어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었던 규만 선배
둘 다 뛰어난 수재라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학기가 끝났을 때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는 것이 학점으로 나타났고
학고른 받은 나랑은 상관없었지만 그 사실이 우리 93에게 중요했던 이유는
그 선배들 때문에 우리 93에서 A급 장학금을 못 받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것이었다.
여튼 나야 1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를 갔기에
규만 선배랑 같은 학년으로 다녔고 마지막 대화를 했던 건 18년 전이 아니었나 싶다.
2011년 5월 12일 12시, 그를 만나러 갔다.
우리 회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가락시장역!
KISA건물 1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화를 넣었더니 잠시 후 어디서 기다리고 있냐고 전화가 왔다.
순간 서초 KISA 사옥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해 왔는데 다행히 가락시장 역에 건물 2개로 나뉘어져 있단다.
건물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니 저 앞에 18년 전 모습 그대로 그가 서있다.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니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보보호본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ISMS, PIMS 심사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단다. 보안 쪽이란다! 점심식사로 조기 백반을 먹으면서 요즘 보안 쪽 공부를 하고 있는 나로써 귀가 솔깃한 몇몇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기밥 한 그릇을 뚝딱!
1년 선배라서 점심을 사주신단다.
93 신입 때 점심 때마다 걸어다니는 식권이라 불리는 선배를 찾아다녔던 기억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진다.
커피숍에 가서 내가 준비해간 본격적인 인터뷰 진행!
“고향이 어디에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걍 대구라고 해! 설명하자면 좀 길고 복잡해”
음… 뭐지? 더 궁금해지는데? 하지만 걍 패스
“대학 때 기억나는 수업은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 나는 게 없는데” 쩝..
“대학 때 주로 이용했던 도서관의 열람실은?”
“몰라! 걍 4층이었는데” 이런 불성실한 인터뷰자세.. 그래도 선배라서 참고 계속 진행한다.
“대학 때 미팅 건수는?”
“조금” “에이 정확히 몇 건이에요?”
“10건 정도”
공부할 것 다하면서 뒤로 할 것 다한 것 같다.
“선후배 중에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싶다기보단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 창현이형!”
“93 소창현 형이요? 왜요?”
“대학 때 나랑 제일 친한 형이었잖어..
근데 졸업하고 차린 사업이 잘 안되어서 그때부터 연락이 두절이야! 살아있는 건 맞은지..”
이룬…
“혹시라도 제가 소식 들으면 알려드릴께요?”
“졸업 후 어떻게 살아왔어요?”
“충대 졸업하고 연대 석사 마치고 여기 취업했지!”
“결혼은요?”
“소개로 만나 3년 사귀다가 작년에 결혼했어! 이재진 이놈 결혼식에 오지도 않고?”
“애는요?
“내일 검사 받으러 가는데 가면 임신했는지 안했는지 답 나와!”
“웅~! 먼저 축하드려요“
“어디 사세요”
“방배동, 7호선 대방역 근처에 산다.”
“먼 훗날이지만 은퇴하면 뭐하실꺼에요?”
“글쎄.. 걍 낚시하러 다니고 싶당..ㅋㅋ”
“끝으로 컴공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할말 있나? 걍 열심히 살어!”
“불성실한 인터뷰 감사해요! 다음에 올일 있음 연락드릴께요 차나 한잔 해요! ^^*”
사람을 많이 만나는 나로서 규만 선배에게선 여유와 행복이 엿보인다.
대화 내내 끊이지 않던 미소가 기억되는 그...
카페에 올릴 사진 찍자고 하니까 본인은 옆모습이 멋있다고 고개를 돌리는 그
약 1시간에 걸쳐 18년을 미뤄왔던 만남을 뒤로하고 역으로 향했다.
다음엔 누구를 만날까?
첫댓글 고규만!!! 난 박종일~~~와 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