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처럼 작은 글쓰기를 해봅니다. 카페에 좋은 글을 많이 올려주신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가입을 시켜주셔서 글쓰기는 가능하고 좋은 취지의 공간이라서 올립니다. 푸나무 소개글에 안옥선 학자를 소개하셔서 ‘불교의 선악론’을 읽었는데 그 분에 대한 글이 올라왔군요. 여기보다 더 실재다운 진짜 세계에서 행복한 시간을 그분이 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후생>이나 <실버 버치>등의 책에서 그리 말하더군요. 그분이 존경한다는 한나 아렌트에 대해 해설한 책 몇 권을 읽다가 관심사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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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모든 발전 단계에서- 예전에는 가정과 가계가 그랬던 것처럼- 행위(action)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 대신 사회는 각 구성원에게 일정의 행동(behavior)을 기대하며, 다양하고 수많은 규칙을 부과한다. 이 모두는 구성원을 ‘표준화’시키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며, 자발적 행위난 탁월한 업적을 갖지 못하게 한다’ 98. <한나 아렌트의 정치강의> 이진우
책속에서 ‘인간의 자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제거될때 인간의 잉여화가 발생하고 전체주의로 이어진다’는 아렌트의 지적을 저자가 소개한다. ‘자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사회적 ‘행위action’가 사라진 시대에 카사베티스의 영화가 떠오른다. 인간(결국 연기acting)의 자발성, ‘가면’이면의 진실을 탐구한 그의 영화들. 그 사람은 ‘난 절대 투표하지 않는다. 그런 새빨간 거짓말쟁이들한테 투표하는 일은 없다’ 말하더라. 정치적 올바름을 뒤집어쓴 예의바름도 넌더리 치고 자신이 흑인이었으면 했다는(더 도전적인 인생을 살 수 있기에) 사람. 수천년 역사속의 숨막히는 의례와 순응주의와 인습을 ‘저버린’ 유럽인들이 정착한 곳이 미국이었으니 참 미국인스럽기도 하다.
’한나 아렌트는 ‘행위’를 위해서 ‘위선’이나 ‘가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양식 있는 휴머니스트’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위선’과 ‘가면’에 대한 어원학적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인격’을 의미하는 영어 person 의 어원인 라틴어 persona 의 원뜻은 고대 연극의 배우actor가 착용하는 ‘가면’을 말한다. ‘가면’은 당연히 연극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역할part’을 표시하는데, 앞에서 기술했듯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정치’의 ‘행위action’를 연극의 ‘연기action’와 관련지어 기술하고 있는 만큼, ‘가면=인격’은 ‘행위’와도 의미가 통한다. 162 <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 > 나카마사 마사키
예전에 ‘거리’(살아있는 사람들이 교류하는)라는 것이 사라져서 ‘건달’(살아있는 거리에 존재하는)이라는 단어도 국어사전에서 사라져도 되겠다고 했다. 사회적 ‘행위’가 사라진 시대의 현대인은 오만가지 규칙에 얽매인 올바른 ‘행동’’에 전전긍긍하며 반쯤 죽은 생활에 치여 산다.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며 규격화된 사람들에게 극우파의 공격적인 선동이 균형을 맞추는 것일까? 파란색 깃발이나 빨간색 깃발이나 ‘대중’들에게 명령하는 것은 그저 그 지도자들 만큼이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행동behavior’ (91,이진우 책) 에 함몰된 외침인가. 메가시티와 사드배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선동하는 선거는 왜 해야 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천명중에 한명정도는 공중부양한다는 허씨에게 장난스런 표를 던지나? 코로나 시대에 백신 규칙에 따라 살아가는 고분고분한 우리(세살배기까지 포함시켜)의 모습은 어떤 이성과 사유에 근거한 것일까? 코로나 이전에 이미 대중은 무력한 상태였기에 코로나를 핑계로 더욱 포기하고 살아갈지도. 무력함이 단지 내 얘기이면 좋겠는데 인파가 한산한 경기도 변두리 산책길에서도 지난 2년 동안 내내 너무나 열심히 무력하게도 마스크를 쓴다. 할머니들은 화장 안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나저나 한나 아렌트와 시몬 베이유의 흑백 사진들을 보면 그들의 책을 읽고 싶다. 근데 내용이 어렵더라.
나처럼 현대인의 평균 우울증을 가지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드레이어 감독의 ‘오뎃트’라는 영화를 권한다. 알라딘에서 2900원에 판다. 작품의 가치와 가격이 반비례하는 것이 놀랍다.
첫댓글 <친정사랑방>으로 글을 옮겨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종종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