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용돈 줘》
“엄마! 진호네 아빠 엄마는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대요. 근데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부자면서 왜 진호 차는 안 사주나 몰라. 이제 개학해서 대전까지 버스 타고 다니려면 힘들 텐데.”
“그 집 부모님이 잘하시는 거야. 본인이 능력 있을 때 차를 사서 타는 것이 당연한 거야. 우리가 너희들을 잘못 키운 것 같아.”
아침 밥상에서 대학교 다니는 아들과의 대화다. 부모와 똑같이 누려야 된다는 생각을 내 아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도 아닌 집에서 남편은 나에게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작은 차 하나를 선물했었다. 덕택에 고맙게 잘 타고 다녔고, 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기회만 있으면 틈틈이 엄마 차를 몰고 다녔다. 그러다 대전까지 학원을 다녀야 될 일이 생겼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시간이 안 맞아 어쩔 수 없이 내 차를 타고 다녔다. 그 작은 차로 매일 밤에 통학을 하니 늘 불안했다.
버스비도 만만치 않았고 시간도 아끼려면 차는 가지고 다녀야 되겠기에 허락을 안 할 수도 없어 차를 내어주고 고민을 하다가 유지비가 덜 드는 경유 지프차를 하나 사주기로 상의를 했다. 그래서 아들은 대학생 주제에 제 차가 생긴 것이다. 이제는 졸업을 했고 계약직이나마 취업을 하였으니 차를 갖고 다니는 명분은 선다. 하지만 어른들 돈으로 쉽게 차를 얻은 아들은 편리함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고 결과적으로 우린 교육을 잘못 시킨 셈이 되었다. 그래서 제 친구가 버스 갈아타고 학교 다니는 것이 안타깝고 부자인 것 같은데 친구에게 차를 안 사주는 그 부모가 야속하다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어렵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 전 몇몇 친구들을 만났다. 딸을 둔 친구들이라 벌써 직장 생활하는 이야기며 월급 받아서 엄마에게 용돈 주는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한 친구는 그간 키워준 대가로 딸에게 십일조를 내라 했더니 꼬박꼬박 엄마 통장에 넣곤 한다며 웃었다. 저축했다가 저 결혼할 때 다시 주더라도 씀씀이를 줄이고 부모에게 보답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참 현명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다.
아직은 월급을 한 번도 못 타온 아들에게
“완아! 너도 월급 타면 엄마에게 십일조 줘, 엄마 친구 딸들은 그간 키워준 보답이라고 꼭꼭 엄마 통장에 넣는대.”
“어휴, 할 일도 많다. 적금 들어 결혼도 해야 하고, 동생 용돈도 줘야 하고…. 자동차 세금에 보험에…. 엄마! 반으로 깎아줘요. 십일조는 너무 많아.”
어쨌든 좋다. 어느새 아들이 벌어오는 돈도 만져볼 수 있다니….
- 박정란 산문집 「월반하세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