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등 밝힌 만학도
김 배 숙
이십 년
엄마 밥 먹고
사십 년
밥하는 여자
육십 년 뿌리내린 나무
옹이마다 깊이 박힌 사연
말간 이슬 삼키고 토해낸 한숨
진물 되어 쌓아 올린 탑
내 울타리
지킴에 여념 없던 나날
여리던 두 나무 굳건히 뿌리내려
버팀목으로 섰다
나는 왜 쉽게 꿈을 접었을까
다시 오지 않는 살빛 푸른 계절
왜, 왜 그래야 했을까
가장 낮은 곳에 묻어두었던
접힌 시간 펼치며 등에 멘
책가방
용봉산 기슭
방송통신부설 홍성고등학교 입학식
고목이 된 목련나무에 하얀 꽃 등불 켰다
주중, 반지르르한 아이들 웃음 유리창에 성에꽃으로 피고
주말, 늙수레한 웃음 교실 천장에 매달려 대롱대롱
행간마다 글 꽃 줍고
갈피마다 꿈 키우며
희망 꽃 피우는 그 길 향해
오늘도 책가방 싸는 만학도
- 김배숙 시집 「그 밤 그 달빛」 中에서 -
첫댓글 첫째 둘째연~ 명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