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오션 크루즈호 취항식하기 전 모습>
여수에 당도하니 망망(茫茫)한 한려수도(閑麗水道)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 사이로 아련히 그리움이 밀려오는 듯하다. 봄바람에 밀린 파도가 부두와 뱃전을 치면서 물보라를 일으킨다. 말없는 부두는 온몸으로 물보라를 뒤집어쓰면서도 그간의 사연(事緣)은 한마디도 없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이 광활(廣闊)한 공간의 오랜 침묵을 너만이 깰 수 있단 말이냐? 아름다운 바다 여수, 이곳에 그리움을 쫓아서 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만남을 바라고 온 것은 더욱 아닌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쉼 없이 밀려와 산산(散散)이 부서지며 하얀 물보라와 물거품만 남기고 스러지는 네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오션 크루즈호의 당당한 모습>
이리저리 요동(搖動)치는 저 넓은 바다를 향해 긴 고동을 울리면서 금방이라도 출발하려는 늠름(凜凜)한 자태의 오션 크루즈호의 위용(偉容)은 새삼 모든 이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오늘 이 <여수 오션 크루즈호>의 취항식이 끝나면 이 배를 타고 아름다운 바다를 유람할 생각에 가슴이 들뜬다. 오션 크루즈의 취항식은 정해진 식순에 따라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다. 식후(式後)의 식사와 여흥(餘興)도 또한 다채로운 식음료와 현란한 악사들의 선상(船上) 공연으로 밤의 정취를 한껏 끌어올린다. 밤하늘과 밤바다에 한 줄기 긴 눈길을 주면서 서 있는 여수항의 등대는 마치 내 사연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해풍을 타고 솟구치는 갈매기는 별로 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듯 빼달라는 몸짓이다. <장보고의 정신을 기리며>
선상 파티를 뒤로 하고 갑판(甲板)에 기대어 마시는 한 잔의 위스키가 온몸을 나른하게 한다. 스치는 바람과 몽롱한 정신이 오히려 천상을 걷는 기분이다. 이따금 흔들리는 배의 롤링과 피칭이 도리어 율동이 되어 춤춘다. 얇은 사(紗) 하얀 고깔은 쓴 무희(舞姬)가 눈앞을 왔다 갔다 하는 환상에 몸을 떨어본다. 그렇다고 위스키 한 잔에 정신을 팔면 곤란하다. 여수의 밤바다는 그렇게 신파조(新派調)가 아니다. 그래, 여수 관광의 새로운 획을 그을 오션 크루즈호의 출항을 맞아 관광 여수의 진면목을 알리고, 한국의 나폴리로서 세계적인 크루즈 관광여객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시를 한 수 지어 부쳐 본다. 할 말이 많은 관계로 절구(絶句)도 아니고 율시(律詩)도 아닌 오언배율(五言排律)로 지어서 축원(祝願)을 해볼까? <여수의 아름다운 밤>
<麗水遊覽船(여수유람선)> - 운사(芸史) 금동수(琴東秀) 麗水遊船出(여수유선출) / 여수에 유람선이 출항하니 觀光萬客來(관광만객래) / 수많은 관광객이 오네. 東風山野滿(동풍산야만) / 봄바람은 산들에 가득하고 好雨百花催(호우백화최) / 때마침 비가 온갖 꽃을 재촉하네. 逸興海神嗜(일흥해신기) / 남다른 흥취로 해신되어 즐기니 詩情似夢來(시정사몽래) / 시의 정취가 꿈결처럼 오네. 龜橋褒聖武(귀교포성무) / 거북선교가 성웅 충무공을 기리니 勇將大名倍(용장대명배) / 용감한 장수의 큰 이름 곱절로 되네. 豪傑稱譽景(호걸칭예경) / 호걸들은 경치를 칭찬하는데 西虹靈鷲猜(서홍영취시) / 서쪽 무지개 영취산을 시샘하네. 非人仙界玩(비인선계완) / 인간 세상 아닌 선계에서 즐기니 孰不擧香杯(숙불거향배) / 누가 향기로운 잔을 들지 않을까? <여수의 야경>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한시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