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일상 속에 묻혀 가지만 다시 기억해보면
모두가 나에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기획 및 집필의도 : 엄마와 자신의 과거를 여행하며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되새겨 본다
등장인물 : 주연, 동훈, 정은, 영훈, 현민
줄거리 : 2005년 8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PK인 주연은 자신의 실습하고 있는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곁에서 얼굴을 묻고 잠이 든다.
잠든 주연 곁에서 핸드폰이 윙-하면서 진동음을 내며 울리고 있다.
깨어보니 동훈의 사고 소식이 문자로 찍혀 있고, 주연은 급히 깨어 응급실로 달려간다.
동훈이 수술실로 들어가고, 주연은 다시 잠이 든다.
수술실 출입문이 열리고 문에 얼굴을 박고 깨어난 주연은 저만치 멀어져가는 car를 보
며 병실로 달려가지만 동훈은 없고, 젊은 시절의 엄마가 누워 있다.
갑자기 1976년으로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젊은 시절의 엄마와 자신은 그곳에선 친구다.
같이 고등학교에 다니다 정은은 집안이 어려워져 자퇴하고 공장에 취직했고 야
학에 다니며 공부를 계속하는데 거기서 수업을 가르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과거로 간 주연은 매일 밤 잠이 들면 다시 자신의 어린 시절의 사랑을 본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동훈이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훈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정은을 쫓아다니며 짝사랑하던 현민은 계속 정은을 도와주면서 주연에겐 아무 말하지 말라고 한다.
학생 운동을 하는 야학당 선생(영훈)을 사랑하게 된 정은은 어느 날 영훈의 사고 소식을 듣게 되는데..
※ 대략적인 chapter.
chapter 1. 2005년 여름 응급실 <엄마와 주연>
주연의 아빠는 엄마의 지병을 고칠 독일의 의사를 만나러 갔고 , 지금 엄마와 주연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제는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왔고, 주연은 자신이 실습하는 병원에서 엄마 침대 곁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어있다.
잠이 든 주연, 윙-하는 진동음을 내며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지만 주연은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다.
chpter 2. 2005년 여름 병원 앞 횡단보도 <보고싶다>
보고싶다.” 라고 쓰인 문자가 하나 와 있다. 동훈이 신호등을 바라다 본다. 여럿이 선 가운데 신호등 불빛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동훈이 급하게 달려 나간다. 저만치 차 한대가 멈출줄 모르고 계속 달려오고 있다.
동훈의 앞에서 차 멈춰서있고 동훈이 쓰러져 있다.
chapter 3. 2005년 여름 응급실 <수술실>
핸드폰 열어보니 문자가 와 있다. 최근 번호로 찍혀있어서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네요..교통사고가 나서 현재 oo병원 수술실에 있습니다. 주연은 놀라서 수술실로 향한다.
chpter 4.2005년 여름 수술실 앞 <기다림>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까지 할 지경인데 아무도 와 있지 않다. 전화를 해 보아도 받지 않 는다.주연이 수술실 문 앞에서 동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동훈이 나오지 않는다 ‘들어가볼까’ 생각하며 일어서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고 다시 잠이 든다
chater 5.2005년 여름 수술실 앞 <멀어져간다>
수술실 문 급하게 열리자 졸고 있던 주연이 머리를 세게 박는다. 정신 차린 순간 동훈을 실은 car는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고 주연도 그 뒤를 따른다
chapter 6.1976년 가을 병실 안 <1976년>
주연이 사람들 헤치며 얼굴 보려 하는 데 동훈이 아닌 정은(엄마)이다.
주연이놀라서 묻는데 정은이 힘없이 누워있다. 주연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주위를 보니 모든 것이 후지고 다 낡아 빠졌고, 병실은 모두 흰색인데다가 별로 걸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 그지 없다.
chapter 7.1976년 가을 병실 안 <첫눈에 반했다는 거짓말>
아버지(현민)을 처음 만난다. 첫 눈에 반해 결혼 한줄만 알았던 것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진다.
chapter 8. 1976년 가을 병원 밖 <다시 병실로>
병실을 빠져나온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잘 모른다. 병실로 다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chapter 9. 1976년 가을 병원 로비 <현민을 만나다>
병실로 들어가자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병원로비가 소란스럽다. 간호사들과 직원들이 모두 로비에 나와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순간 눈 밑에 긁혔는지 피를 흘리며 험상 궂은 얼굴을 한 채 들어온 남자가 경찰을 대동한 채로 로비에 들어와 있다.
현민 혼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chapter 10. 1976년 가을 병실안< 꿈속 >
정은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잠이 들어있다. 주연은 그 곁을 지키다가 잠이 들고 동훈과의 어린 시절의 일을 꿈꾼다. 양호실에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채로 얼굴이 유난히 힌 꼬마 여자애가 양호실 안으로 들어 온다 . 갑자기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앞 이빨이 빠진 어떤 꼬마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더니 들어온다.
chapter 11. 1976년 가을 병실안 <벌써 다 계산했어요>
“벌써 다 계산했는데요” 라고 직원이 말해 우리둘다 의아하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데, 누가 계산을 해 준 것일까? 궁금해하다가 정은은 짐작을 하고 영훈을 찾아간다
chapter 12. 1976년 가을 창고 <만남>
정은은 그길로 학교를 찾아간다. 도서관 건물 한 귀퉁이에 사람들이 잘 가지는 않는 허름한 창고에 들어서니 그대학생이 한참 표우를 만들고 있다. 야학당에서 수업을 가르치는 영훈이 보인다. 정은은 묵묵히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대학생 바로 곁에 까지 섰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표우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chapter 13. 1976년 가을 카페 마돈나. <말실수>
“(혼잣말로)더 밝은색으로 입고 올 걸 그랬다”
말하는 정은, “잠깐만요 정혜씨”라고 말실수를 하는 영훈
chapter 14. 1976년 가을학교 캠퍼스 <만남>
축제 기간인데도 학교는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한산한 공간, 무거운 학생들의 표정, 둘은 은행나무 아래에 앉는다.
둘이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말없이 앉아 있다. 그러고서 한 시간이 지난다. 여전히 두 사람은 아무말이 없다. 정은이 마침내 입을 연다.
chapter 15. 1976년 가을 자취방 <편지>
주연이 잠에서 깬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가자 개가 편지를 찢고 있다. 주연이 놀라서 편지를 뺏는다.
주연아...
받지도 못할 편지를 엄마는 또 니 일기장에 적고 또 적고
있네..“엄마 또 내일기 봤어,.?”
니 목소리가 들릴거 같아..학교에서고 병원에서고 집에서고 너를 찾느라고 난리란다..
어딜 가있는지.. 뭘 하는지..밥은 먹었는지.. 울진 않는지 ..
<극본>
1. S# 응급실
주연의 아빠는 엄마의 지병을 고칠 독일의 의사를 만나러 갔고 ,지금 엄마와 주연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제는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왔고, 주연은 자신이 실습하는 병원에서 엄마 침대 곁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어있다.
잠이 든 주연, 윙-하는 진동음을 내며 핸드폰은 계속 울리고 있지만 주연은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다.
2. S# 병원 앞 횡단보도
(횡단 보도 앞에서 동훈이 계속 전화를 걸고 있다.
전화 받지 않자 동훈이 음성 메시지 남긴다.)
동훈 :“뭐해...?..실습 중이야? 지금 병원 가는 길인데...
..병원 앞에서 기다릴게..음성 듣는데로 빨리 나와..”
( 남기는 동훈의 얼굴이 밝다. 핸드폰을 열자 “보고싶다.” 라고 쓰인 문자가 하나 와 있 다. 동훈이 신호등을 바라다 본다. 여럿이 선 가운데 신호등 불빛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동훈이 급하게 달려 나간다. 저만치 차 한대가 멈출줄 모르고 계속 달려오고 있다.
동훈의 앞에서 차 멈춰서있고 동훈이 쓰러져 있다.)
3. S# 응급실
(누군가가 흔드는 손길에 잠이 깬다, )
친구 : “어머니 내가 보고 있을게.. 자고 와..”
주연 : “(부스스 일어나며)아니, 괜찮아”
(말한다. 일어나 핸드폰을 보니 불이 계속 깜빡 거리고 있다.
핸드폰 열어보니 문자가 와 있다.
최근 번호로 찍혀있어서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네요..교통사고가 나서 현재 oo병원 수술실 에 있습니다. 주연은 놀라서 수술실로 향한다.)
4. S# 수술실 앞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까지 할 지경인데 아무도 와 있지 않다. 전화를 해 보아도 받지 않 는다. 주연이 수술실 문 앞에서 동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 데도 동훈이 나오지 않는다
‘들어가볼까’ 생각하며 일어서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고 다시 잠이 든다.)
5. S# 수술실 앞
(수술실 문 급하게 열리자 졸고 있던 주연이 머리를 세게 박는다.
정신 차린 순간 동훈을 실은 car는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고 주연도 그 뒤를 따른다.)
6. S# 병실 안
(주연이 사람들 헤치며 얼굴 보려 하는 데 동훈이 아닌 정은(엄마)이다.)
주연 : “뭐야? 왜 여기있어?”
(놀라서 묻는데 정은이 힘없이 누워있다.
주연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주위를 보니 모든 것이 후지고 다 낡아 빠졌고,
병실은 모두 흰색인데다가 별로 걸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 그지 없다.
중간에 1976년 7월이라고 쓰인 달력이 걸려있고 그 위에 아이를 하나 낳은
엄마는 행복한 표정인데 옆에 있는 엄마는 누더기 옷을 입고 아이 7명을 데리고
거의 반은 퍼져버린 표정이었다.
엄마 (정은)의 얼굴 보니 사진에서만 보았던 엄마의 처녀시절 얼굴이다. 주연이
정은에게로 가서)
주연 :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정신이 없어, 오늘은 도대체 몇일이야?”
7 S# 병실 안
(정은은 아직 잠이 들어있고 주연이 신기하다는 듯 계속 그 얼굴을 바라다 보고 있다.
그리고선 혼잣말 한다.)
주연 : “초절정 미인이었다더니 다 거짓말이네..암튼 아빠 말 믿으면 안돼”
( 하고 계속 바라다보는데 뒤에서 누군가 오는 신발 소리 들리고 정은이 뒤를 돌아본 다.)
현민 : 저...
(하는데 주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주연 : “아빠”
(하고 부르자 현민은 어이 없다는 얼굴이다.)
현민 : 저...
(하고 말하려는데 주연이 말하려는 것을 가로막고)
주연 : “(밝게 웃으며) 생각했던거 보다 진짜 꽃미남이네.. ”
현민 : 네? 꽃미남이 뭐예요?
(하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말한다. )
주연 : 아뇨...아, 1976년이지... 담배 피우세요?
(하고 뜸금없이 묻는다)
현민 : (당혹해하며) 그런데요?
주연 : 담배 그만 피우세요, 젊을 때 이렇게 잘 생겼고만... 지금 완전 삯았어..완전 삯았어..
현민 : (황당해하며) 끊도록 노력해보죠, 첨보는거 같은데 낯이 익네요..
주연 : 예, 그럴꺼예요
(하고 웃으며 말한다.)
현민 : “저... 피곤하실텐데.. (망설이며)정은이는 제가 보고 있어도 될까요?”
주연 : “물론이죠.. 부분데..”
현민 : (당황하며)
“부부?”
(하고 말하자 주연이 팔을 휘젓고 뒤로 물러선다.)
“근데 내일 아침에는 일찍 와 주셨으면 해요..”
주연 : “왜요?”
현민 : “저랑 있는거 별로 안 좋아해요..전 조금만 보다가 정은이 깨어나면 갈려구요.”
(하고 약간 쓸쓸한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주연 : (알수 없다는 얼굴로)
“예, 그럴께요”
(하면서 병실을 나온다)
8. S# 병원 밖
주연 : “(혼잣말로) 첫눈에 반해서 결혼한 줄 알았는데”
(라고 말하며 병원을 빠져 나온다.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집을 모른다.)
9. S# 병원 로비
(병실로 들어가자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다
병원로비가 소란스럽다.
간호사들과 직원들이 모두 로비에 나와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순간 눈 밑에 긁혔는지 피를 흘리며 험상 궂은 얼굴을 한 채 들어온 남자가
경찰을 대동한 채로 로비에 들어와 있다.
현민 혼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반장 : “이년,, 이 미친년 두고 보자 이 미친년”
(하며 상스러운 말들을 마구 내 뱉고는 성난 얼굴로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순간 의사가 반장 뒤에 오더니)
의사 : "안된다니까....아저씨 누구세요? "
반장 : "그거야 머....뭐 그런거 까지 알라고 그래?"
(하면서 우물쭈물하자)
의사 : "요즘 아저씨 같은 분 많아요....세상이 혼탁하고...사는게 우울하고 고달프니까
이런데 와서 화풀이 하고 ....그러면 안돼죠...
세상이 고달픈게 이여자 탓은 아니잖습니까? 빨리 나가세요"
반장 : “내 얼굴 이거 어쩔거야..?”
(손가락 입 안에 넣고 벌리며)
“이거봐, 이거 안에 이빨 부서졌어..니 까짓게 날쳐 아~무 이상 없는거 내가
다 알고 있어, 나랑 경찰서가서 얘기하자 이년아..”
(하면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 반장 앞으로 가자 )
“넌 뭐야?”
주연 : (기죽은 목소리로)
“엄마, 아니 정은이랑 좀 아는데요..원래 좀 힘이세요..저두 많이 맞아 봤는데..
살짝 쳤는데 그냥 어쩌다보니 이빨까지..”
반장 : “(더욱 노발대발하며) 뭐야?...”
현민 : “(조용히 나지막하게) 보상금을 드릴까요”
반장 :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목소리 낮아지며)얼마 줄건데?”
현민 : “(반장 밀면서)그건 나가서.”
(그렇게 해서 로비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조금 있다가 현민이 돌아와)
주연 : “얼마 줬어요?”
현민 : “ 그냥 얼마 안 줬어요, 정은이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오늘 곁에서 볼려구 했는데 좀 피곤하네..미안해요..오늘은 부탁할께요”
(하고는 저만치 멀어져 갔다. 주연은 “아빠 멋져”라고 혼자 말해본다.)
10. S# 병실안< 꿈속 >
(정은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잠이 들어있다. 주연은 그 곁을 지키다가
잠이 들고 동훈과의 어린 시절의 일을 꿈꾼다.
양호실에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채로 얼굴이 유난히 힌 꼬마 여자애가 양호실 안로
들어온다 . 갑자기 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앞 이빨이 빠진 어떤 꼬마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더니 들어온다.)
주연 : “너 왜왔어? 하여튼 다니는 데마다 졸졸 쫓아다니구”
(얘기하며 동훈 바라보자)
동훈 : “치...나도 머리아파서 왔어 내가 뭐 너 졸졸 쫓아다니는 사람인줄 알아?”
(하고 얘기하더니 서둘러 침대에 눕는다.
둘다 잠들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하다 옆을 바라본다.
생각하는게 있다는 듯 둘다 씨-익 웃고는 갑자기 베개를 들고 달려든다..
주연이 먼저 한방을 맞고 다시 힘껏 달려들어 내리친다.
동훈이 갑자기 얼굴을 숙인다. 주연이 미안해져 얼굴을 보는데 코피가 주루룩 흐른 다.
동훈이 양호실이 다 떠나가도록 엉엉 울고 있다. 순간 양호 선생 들어오며)
양호선생 : “또 싸웠어..? 암튼 하루도 안 싸우는 날이 없어..”
(하고는 동훈의 코를 닦아주고 휴지로 막아두고는 재워두고 주연은
머리가 아파 다시 잠든다)
주연 : (자다가 깨어)
“미안해”
동훈 : “나도 미안해”
11. S# 병실안
(정은이 깨어나고 간호사가 병실에 와 있다. 깨어난 정은에게 간호사가 말한다)
간호사 : “어제 병원 난리였던거 알아요?”
정은 : “왜요?, 반장이 병원까지 왔나보죠?”
간호사 : “암튼 그 청년이 안 말렸으면 더 시끄러워졌을 꺼예요”
정은 : “그 청년이요? 주연아 누군지 알아?”
주연 : “아, 그게 난 말 못하는데.. 엄마..아니 너 제일 좋아하는 사람..”
(정은이 옷을 갈아입고 원무과에 계산을 하러 간다)
직원 : “벌써 다 계산했는데요”
(라고 직원이 말해 우리둘다 의아하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
정은 : “시골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
(하고 말하자)
직원 : “여기 병원 의사분이 내셨는데요...”
(둘이서 그 의사 이름을 알아 내고는 학생의사 휴게실이라고 적힌 방에 문을 열어
이름을 부르니 한 사람이 나온다.)
의사 : “무슨 일로?”
정은 : “제 병원비를 왜 댁이 계산하세요?”
(라고 따지듯 묻자)
의사 : “(난처해하며) 그게 좀 부탁받은 일이라서요..”
정은 : “누구?”
의사 : “그게..말해주면 안되는데..”
정은 : “누군데요?...
의사 : “말하면 안돼요.. 말하면 저 맞아 죽어요”
정은 : “아...알거 같다..”
12. S# 창고
(정은은 그길로 학교를 찾아간다.
도서관 건물 한 귀퉁이에 사람들이 잘 가지는 않는 허름한 창고에
들어서니 그대학생이 한참 표우를 만들고 있다.
야학당에서 수업을 가르치는 영훈이 보인다.
정은은 묵묵히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대학생 바로 곁에
까지 섰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표우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정은 :(장난끼 어리게)"저기요.....영훈씨"
(하지만 못 알아듣고 계속 표우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저기요...영훈씨"
다시 말했는 데도 계속 못알아 들은채 표우를 만들고 있다.
"영훈씨"
(그래도 여전히 알아 듣지 못하는 기색이다. 정은은 한숨을 쉰다.
순간 갑자기 누군가 허벅지를 콕 찔러 얼굴을 보니 바로 그 대학생이다.
둘이 싱긋이 웃고 나서
영훈 : "몸은 괜찮아요.?, 학교는 무슨일에요?
"지금은 제가 좀 바쁘거든요.......뭐 할말 있어요?“
(얘기한다. 정은이 얼굴을 들어 안쪽을 보니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정은 : “그게..”
영훈 : “학교 앞에 마돈나라는 카페 있는데 그 앞에서 좀이따 보죠”
정은 : “네, 기다리고 있을께요”
13. S# 카페 마돈나.
(정은이 카페 안에 들어서자 카페 안은 책을 보고 있는 교수, 괴변을 늘어 놓는
출판사 직원,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는 둥 이러쿵 저러쿵 하며 큰소리로 토론하는
대학생들이 눈 앞에 들어온다. 정은은 눈치를 보다가 밖이 보이는 자리에 자리를
잡는다. 저만치에 영훈의 모습이 보이자 정은이 웃는다. 영훈이 카페 안에 들어선다.
손에는 마스크와 반창고를 들고 있다. 영훈이 들어오자 저만치에 모여있던 대학생
들이 손을 흔든다. 영훈 잠시 그 쪽을 바라보다가 정은에게로 간다.)
영훈 : “또 보네요.
정은 : “(의아해하며)그렇네요”
영훈 : “잘 가르치지도 못하는데 안 빠지고 와줘서 고마워요”
정은 : “아니에요, 잘만 가르치시는데요”
(그 순간 저만치에 앉아있던 어떤 학생이 영훈의 등을 친다. 영훈이 뒤를 바라보다가
헛기침을 하곤 )
영훈 : “잠깐만요 정혜씨”
정은 : “(놀라며 영훈 바라보고)제 이름은 정은인데요”
영훈 : “농담이에요”
(영훈이 친구와 뒤로 사라졌다가 무슨 말을 속삭이더니 앞으로 다시 나온다.
영훈의 친구들이 정은 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정은이 시선을 돌리며 카페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마치 책 속의 풍경을 보는듯, 소란 스러운 듯 하면서도
정체돼 있다. 카페 마담과 눈이 마주치자 마담이 웃는다. 정은은 머쓱해져서
시선을 돌린다. 맞은편에 걸린 거울을 본다. 저만치에 앉은 여자가 보이고
다시 자신을 본다. )
정은 : “(혼잣말로)더 밝은색으로 입고 올 걸 그랬다”
영훈 : “(더듬거리며)저... 정은씨 배고프죠..우...우리 뭐 먹으러 갈래요?”
정은 : “네, 그래요”
(하고선 둘이서 거리로 나온다. 짧은 옷을 입은 학생들이 서로 오가고 있다.
영훈과 정은은 아무 표정없이 거리를 걷고 있다)
영훈 : “뭐 먹을래요?”
정은 : “아무거나요”
영훈 : “배고프죠?, 뭐 먹지?”
정은 : “아무거나 먹어요..”
영훈 : “아 배고파..어디로 가지?”
정은 : “글쎄요, 아무데나 가요”
영훈 : “아.. 어디가지?”
정은 : “(갑자기 멈춰서며)그냥 아무데도 가지마요”
영훈 : “(놀라며)왜요?”
정은 : “그냥 아무데도 가기 싫어요”
영훈 : “학교 축제 하는데 가볼래요”
정은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14. S# 학교 캠퍼스
(축제 기간인데도 학교는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한산한 공간, 무거운 학생들의
표정, 둘은 은행나무 아래에 앉는다.)
정은 : “축제 기간인데 별루 하는게 없네요”
영훈 : “좀 있으면 시작할 거예요”
(둘이 은행나무 아래에 앉아 말없이 앉아 있다. 그러고서 한 시간이 지난다. 여전히
두 사람은 아무말이 없다. 정은이 마침내 입을 연다.)
정은 : “고마운 일이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잊어버렸어요.”
영훈 : “뭐가 고마운데요.?”
정은 : “생각이 안나요”
영훈 : “그래요..”
정은 : “네,, 생각이 안나요”
영훈 : “뭐가 고마울까..나한테...”
정은 : “생각이 안나요”
영훈 : “그래요..”
정은 : “왜 자꾸 똑같은 말만 해요..”
영훈 : “그냥 아무생각이 없어지는거 같아요..”
“아깐 계속 무슨 생각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생각도 안나요..”
정은 : “그건 왜 쥐고 있는 거예요”
영훈 : “이거요, 아프지 말라고 ..”
정은 : “저한테 주는 거에요?”
(쑥쓰러워하며 마스크와 반창고를 정은에게 준다. 정은이 웃는다.)
정은 : “저...근데 여기 학교 뒤편 아닌가요?”
영훈 : “아..그렇네..”
(둘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축제를 하고 있다. 저만치에 현민의 모습이 보인다.
노트 50장과 과자10봉이 상금으로 걸린 게임을 하고 있다. 10잔이나 되는 우유를 순식간에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현민. 정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정은 : “짜장면 먹으러가요”
15. S# 자취방
(주연이 잠에서 깬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가자 개가 편지를 찢고 있다. 주연이 놀라서 편지를 뺏는다.
주연이에게
주연아...
받지도 못할 편지를 엄마는 또 니 일기장에 적고 또 적고
있네..“엄마 또 내일기 봤어,.?”
니 목소리가 들릴거 같아..학교에서고 병원에서고 집에서고 너를 찾느라고 난리란다..
어딜 가있는지.. 뭘 하는지..밥은 먹었는지.. 울진 않는지 ..
궁금하고 또 궁금해.. 널 믿어.. 돌아올 거라고..너무 늦으면 안돼..
엄마)
(주연이 편지를 부여잡고 울어 버린다. 순간 주연의 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친다. 정은이다.)
정은 : “왜 울고 있어..?”
주연 : “엄마가 보고 싶어서..”
정은 : “(웃으며)가까이 있는데 왜 그리워하는지 몰라..”
(주연이 놀라 정은을 바라본다)
정은 : “난 엄마가 강원도에 있어서 보지두 못하는데.”
(주연 실망하며 편지 안고 들어가 버린다. )
(정은이 갑자기 놀라 소리 지른다. 대문 앞에 놓인 공책과 과자를 모조리 찢어
버리고 있다. 정은이 개를 쥐어박는다.
갑자기 덤벼드는 개. 정은이 깜짝 놀라 도망간다.)
16. S# 병원 탈의실
(교수님을 만날 시간을 몇 분 앞둔 시간에 모두 쭈그리고 앉아 책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누군가가 책을 펼쳐보자 무엇인가가 적혀 있다)
엄마에게
나는 왜 가까이서 엄마가 아닌 엄마를 만나야만 하는지
왜 자꾸 꿈을 꾸는지.. 매일 울고 .. 밥도 못먹고 .. 아무데도 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곁에 있던 엄마가 그리워.. 곁에 있어도 그리워..
주연)
17. S# 학교 캠퍼스
(현민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누군가가 빤히 바라다보고 있다.
주연이다. 현민이 슬그머니 강의실을 빠져 나간다. )
현민 : “무슨 일이에요?”
주연 : “그냥 마음이 쓸쓸해서요”
현민 : “요즘 학교 안다녀요?”
주연 : “학교요?”
현민 : “내일이 공연인데 연습 안하고 뭐해요?”
주연 : “공연이요?.. 피아노는 칠 줄 아는데..”
(얘기가 끝나자 누군가가 주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주연의 친구 : “너 뭐했어,,,? 아무리 연습이 하기 싫어도 잠적은 너무 심한 거 아냐?”
주연 : “그래..넌 누구니?”
주연의 친구 : “어이구, 너 어디라도 갔다 왔어. 빨리 가자”
(주연이 얼떨결에 피아노 앞에 앉아 있고 남은 학생들이 모두 주연을
바라보고 있다. 주연의 얼굴에 땀이 흐르고 있다.)
주연 : “칠 줄 아는건 ‘yesterday’ 밖에 없어 ..그것도 반밖에 몰라.”
(모두 대답이 없고 주연이 yesterday를 연주한다. 반쯤 되자 연주가 끝난다.
모두 박수를 친다. )
18. S# 학교 소강당
(“ Soft whispers of love” 라는 제목으로 연주회가 열리고 저마다 연습한 악기로
연주를 시작하다. 다들 여유로운 표정인데 주연만이 긴장하여 어쩔줄을 모른다)
사회자 : 다음은 음대 ‘윤주연’ 양의 피아노 연주로 yesterday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주연이 무대앞에 들어선다. 어지러운 것인지 인사를 하는 것인지 이상하게 몸을
숙여 사람들이 박수를 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주연이 그냥 의자에 앉아 버리자
사람들은 모두 아연하게 주연을 바라본다.
yesterday가 반만 연주된다. 주연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노래를 부른다.)
주연 : “ I said something wrong now i long for yesterday
Yesterday love was such an easy game to play
Now I need a place to hide away
Oh i believe in yesterday“
(사람들이 일어나 박수친다. 주연은 눈 앞이 흐려진다. 어지러워 견딜 수가 없다는 듯
눈을 감았다 떴다한다. 주연은 앞으로 쓰러지고 피아노 소리가 작은 강당 앞에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
19. 학교
(주연이 눈을 뜬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이다. 어느새 자신이 어린 시절에 다니던
초등학교 아래 와 있다.)
20. 복도, 교실
(복도로 들어서니 반들반들 윤이 나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
한 그림에 눈이 간다. 동훈이 그린 그림이다. 하트 하나가 크게 그려져 있다.
3-1반 교실 안을 바라본다. 예전에 수업 받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선생 : 주연아 수수깡 열개가 열 묶음이 있으면 몇 개야?
주연 : “(한참 머뭇거리다가 ) 열개요”
(얘기 끝나자 마자 선생이 꿀밤을 때린다. 주연이 울면서 자리로 들어가고 다음으로
동훈이 지목된다.)
동훈 : “100개요”
선생 : “그럼 5개 짜리가 5묶음 있으면..?”
동훈 : “25개요”
선생 : “그래.. 잘했다.. 주연이는 울지만 말고 남아서 동훈이한테 좀 배워..”
(수업이 끝나고 주연은 아직도 울고 있다. 잦아들지 모르고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동훈 : “그만 울어”
주연 : “(울먹울먹하며) 맞은거보다 너한테 진게 더 분해”
(창문틈으로 보던 주연이 웃는다. 맞다. 그일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동훈을
싫어했었다. 동훈에게 지기 싫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동훈의 예전 여자친구의
병을 자신이 고쳐 놓겠노라며 의대에 왔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그곳에 없다. 주연이 눈물을 흘린다. )
21. S# 복도, 교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복도를 뛰어 가느라 정신이 없다.
주연도 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동훈이 머뭇머뭇 가만히 있다)
주연 : “너 안가?”
동훈 : “이따가 우리 아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 너 먼저가”
주연 : “너 혼자 양호실에서 놀려구 그러지?”
동훈 : “아냐.. 빨리가”
주연 : “알았어. 내일봐”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에서 동훈이 혼자 남아 있다. 동훈이 수수깡을 모두 자 신의 가방에 넣고 있다. 그리고서는 혼자서 흐뭇하게 웃는다. 동훈이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본다. 주연이 저만치에 가고 있다)
동훈 : “주연아”, “주연아”
(크게 소리 부르지만 주연을 멀리서 듣지 못하고 계속 가고 있다. )
동훈 : “주연아 울지마.. 울지마”
(하고 크게 말한다. 여전히 주연은 듣지 못한다. 갑자기 드르륵 문이 열린다. )
선생 : “이녀석 거기서 뭐해?”
동훈 : “아 똥마려워서..”
선생 : “집에가서 똥싸.. 빨리가 집에”
동훈 : (꾸벅 인사하고 달려 나오는데 선생이 부른다)
선생 : “동훈아 수수깡 다 어디갔니?”
동훈 : “몰라요”
선생 : “알았다. 그래 가봐..이따 사 놔야겠네.”
(주연이 벽에 기대어 더 크게 운다. 선생이 교실로 돌아간다.
주연이 울음을 그치고 교실에 들어가서 흰 분필을 집는다. 그리고서는 칠판에
크게 ‘동훈아 사랑해’ 라고 적는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조그만 책상에 앉아 본다.
발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자신은 너무나 커버렸다.
책상에 팔 기대고 우는데 누군가가 등을 툭 친다. 주연이 뒤를 바라보자
아빠가 서있다. 주연이 울다말고)
주연 : “아빠”
아빠 : “내가 이러고 있을 줄 알았어. 우리 주연이 울지 않게 해달라고 아빠가 그렇게
하느님한테 기도했는데”
(주연이 아빠 품에 기대어 울다 갑자기 졸려한다. 다시 깨어난다.)
22. S# 음대 연습실
(피아노 룸에 주연이 혼자 앉아 있다. yesterday를 다시 치려고 하는데 자꾸만 중간서
소리가 멈춘다. 주연이 피아노 뒤쪽을 열어본다. 악보가 하나 끼어 있어 주연이 그것을
빼본다. 낡은 악보. 쓰여진 가사를 주연이 유심히 본다.)
missing you
너를 잃어버리고
너를 그리워하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떠난 그녀
나 그녀를 그리워하네
떠난 그녀가
조금만 힘들기를
조금만 슬퍼하기를
어제, 오늘 내일 글피가 지나고 또 다음날이 오면
그녀는 돌아올까
그리워 그리워
(주연이 악보를 보다가 얼굴을 들고는 갑자기 문을 열고 학교 밖으로 뛰어나간다.
그 자리에 주저앉는 주연,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 학교 본관으로 달려간다.)
23. S# 자취방 앞
(정은이 문을 열자 자전거 한대가 기다리고 있다. 영훈이 자전거 앞에 화분 하나를 은
채로 서 있다. )
정은 : “(놀라며)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영훈 : “여기가 정은씨 집이에요? 근처에 잠깐 친구놈 만나러 왔어요.”
정은 : “그래요. 전에 짜장면은 잘 먹었어요, 그리고 병원비는 제가.. ”
영훈 : “병원비요?”
(하는데 저만치에 영훈의 친구가 손을 흔든다. 영훈 갑자기 표정 일그러진다)
“어.. 정은씨 회사가 여기에서 얼마나 걸려요?”
(하면서 멋쩍은지 손으로 이마를 긁는다)
정은 : “얼마 안 걸려요..버..”
영훈 : “그럼 제가 거기까지 태워줄께요”
정은 : “괜찮아요”
영훈 : “어서 타요”
(하자 정은이 하는 수 없이 영훈의 옷자락을 잡고 자전거에 오른다.
자전거가 멀어져간다.
영훈의 친구가 저만치서 손을 흔들고 있다.)
정은 : “친구분이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영훈 : “아니에요”
(하면서 정은이 길을 가르쳐 주며 자전거는 계속 달린다.)
24. S# 시내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영훈이 묻는다)
영훈 : “(혼잣말로) 길을 잘못 들어섰나? 되게 머네..”
정은 : “버스로 가면 얼마 안 걸린다구요, 그말 할려구 했었는데”
(영훈, 난처해하나 계속 달린다. 마침내 공장 앞에 멈춰선다.)
영훈 : “정은씨, 혹시 뭐 힘든 일 있어요?”
정은 : “아뇨”
영훈 : “힘든 일 있으면 저한테 말해요 ”
정은 : (정은 웃으며 돌아선다. 정은이 무슨 생각이 난듯 돌아서자 영훈은 자전거를 돌리고 있다.)
“잠깐만 기다려요”
(하더니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영훈의 이마를 닦아준다.
영훈이 정은을 빤히 바라다본다.)
“잘가요”
(하며 정은이 돌아선다.)
25. S# 버스, 정류장
( 정은이 일을 마치고 나와 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에서 잠깐 잠이 들자 꿈에서 공장에서 반과
있었던 일이 눈 앞에 그려진다. 반장의 눈 밑에 있던 흉터가 여전히 남아있다.
골목길을 벗어나 도망치는데 반장의 모습이 계속 보인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은이 깬다.
정은이 깨서 가는데 누군가가 “어이, 양보좀 하지”
하는 소리 들려 정은이 뒤를 돌아보자 반장이 서 있다. 정은이 놀란다. 사람들 헤치며 정은이 빠져나오고 문이 열리자마자 정은이 내린다.
버스 멀어져간다. 반장은 없고 반장과 닮은 아저씨가 서 있다.
정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는데 누군가가 또 정은의 등을 치자 정은이 ‘악’ 하고 지른 뒤 뒤 를 본다. 영훈이다. 정은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더 놀란 눈치이다.)
정은 : “(일어나서 영훈 쪽으로 돌아서) 왜 여기 있어요?”
(하자 영훈이 대답 없이 한쪽을 가리킨다. 문화대학교라고 쓰인 대학 문구가 보인다)
영훈 : “(웃으며) 왜 그렇게 놀라요?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
정은 : “아뇨... ”
영훈 : “밥은 먹었어요?”
정은 : (정은이 고개를 가로젖는다.)
영훈 : “그럼 밥 먹으러 가요”
정은 : (급하게 밥먹고 주위 돌아보며 초조해한다.)
영훈 : “요즘은 왜 야학당에 안나와요?”
정은 : “그냥요”
영훈 : “이제 자주 나와요..”
정은 : “네”
영훈 : “정은씨가 없으니까 야학당에 가기 싫어졌어요”
정은 : “왜요?”
영훈 : “그냥 정은씨가 있어야 더 좋을 거 같아요, ”
26. S# 학교 본관
(주연이 달려간다. 교수실을 열자 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교수 : “주연학생”
주연 : “저,, (말을 해야 하는데 숨이 차서 헉헉 거리고 있다)”
교수 : “무슨 말을 할려고, 여기에 잠깐만 앉아요”
주연 : “(숨 고르고는) 교수님 혹시 이거 누가 쓴 줄 알아요?”
교수 : “(악보 받아들며)잠깐만”
(악보보며 웃는다)
주연 : “혹시 누가 쓴건지 알아요?”
교수 : “이거 내가 옛날에 여자친구한테 써준건데, 참 지금 보니깐 감회가 새롭구만.”
어디서 찾았나? “
주연 : “(실망하며) 피아노 룸이요”
교수 : “그래.. 내가 이런걸 썼었어, 같이 유학중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진거야..
근데 결국 돌아왔지, 그러고선 말하더구만.. 진짜 사랑이 누군지 알았다고..
그리고선 헤어졌지..”
27. S# 교실 (꿈속 )
(아이들이 다 돌아간 교실 안에서 꼬마 둘이 남아서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푼 문제도 별로 없이 지우개 가루만 쌓여가고 있다. )
동훈 : 야, 너 어디까지 풀었어?
주연 : 알아서 뭐하게..(하고 손으로 책을 가리며 대답한다)
동훈 : 우리, 도망갈래?
주연 : (동그랗게 눈을 뜨곤)어디?
동훈 : 양호실
28. S# 복도, 양호실
(둘이서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기어간다. 양호실에 당도하자 역시나
예상한 대로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주연 : 뭐하고 놀래?
(하는데 주연의 얼굴에 물이 떨어진다, 동훈이 그새 주사위 안에 물을
넣어서 쏜 것이다. 둘이 서로 물을 쏘아 대면서 까르륵 거린다.
순간 양호실문 드르륵- 하면서 열리고 선생이 둘을 향해 쏘아본다. )
선생 : (화난 목소리로)야, 너네 여기서 뭐해?
주연 : (동훈이가 머리 아프다고 해서 양호실 왔어요.
선생 : ( 동훈의 이마 만져보며)
열은 없는데.. 아프면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양호실에서 조용히 쉬어야지..
아픈 놈이 같이 놀기나 하구..
(둘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말이 없다.)
29. S# 운동장
(운동장에 비가 오고 있다. 둘은 우산을 어깨에 걸친채 있다.
둘이서 선생님이 사준 막대 사탕을 입에서 녹여 먹고 있다. 다리가 아파 쭈그리고
앉아서 먹고 있다. 흰색차가 둘앞에 멈춰선다.
동훈의 아빠 : “동훈아, 머리 아프다며 괜찮아? ”
동훈 : “괜찮아”
(주연은 아직도 엄마가 오지 않아 뻘쭘히 서 있는데 동훈이 웃으며 차를 탄다.
동훈의 아빠가 운전하는 차가 저만치에 멀어져가고 있다. 동훈이 백미러를 보는데
주연이 울고 있다.
동훈이 하얀 김이 서린 차 유리에 "잠깐만"
이라고 쓰자 차 멈추고 동훈이 차문을 열어 비를 맞으며 주연에게로 달려간다)
동훈 : “왜 울어?”
주연 : “몰라..”
동훈 : “(울고 있는 주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며)왜 우는데?”
주연 : “(눈물 닦던 손 내리며)같이 놀다가”
동훈 : “응”
(동훈의 아빠가 저만치서 다가온다. 동훈의 앞에 멈춰서며 동훈에게 우산을 씌워준 다.)
동훈 : “아빠?”
동훈의 아빠 : “왜?”
동훈 : “나 더 놀다 갈래..”
(동훈의 아빠가 동훈의 얼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웃으며)
동훈의 아빠 : “그래, 그럼”
(말한뒤 셋이서 하늘 보는데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지고 빗줄기는 그칠 줄을 모른다)
“현관에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을래?”
(라고 말하자 주연이 동훈에게 우산 씌워주고 함께 현관으로 향한다.
쪼그려 앉은채로 불쌍하게 앉아 있다. )
(동훈의 아빠가 학교 여기저길 헤매고 있다. 꽃밭 근처로 향하자 무언가를 본듯 표정
밝아진다.)
동훈의 아빠 : “찾았다”
(하고 가려는데 누군가의 시선 느껴져 앞을 본다. 동훈의 담임 선생이 그 앞에 서 있다. 어색한 표정으로 둘이 시선 마주하다가)
담임 : “그건 제 자전건데요”
동훈의 아빠 : 사정이 생겨서..
담임 : (동훈의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동훈의 아빠 : 애들 데리러 왔는데 , 뭘 만들어야 하는데 .. 자전거가 꼭 필요해서요..
담임 : 혹시 동훈이 아버님이세요? 뭘 만드는데요?
동훈의 아빠 : (한손으로 머리 긁적이며) 그게.... 추억이라고..
(화면 바뀌자 운동장 가득 하트가 그려져 있고 그곳을 자전거 한대가 하트를 따
라가며 달리고 있다 . 동훈이 아빠가 앉는 곳을 반 나눠 앉고 뒤에 주연이 앉 아있다. 동훈이 우산을 들고 있지만 셋 모두 비를 맞고 있다.
한켠에서 담임 혼자 우산을 들고서 자전거가 부서질까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 르고 있다. 행복한 표정의 동훈의 아빠, 갑자기 대학생의 모습으로
되돌아 간다. 뒤엔 정은이 앉아 있다. )
30. S# 영훈의 학교 캠퍼스 (노천강당)
(영훈과 정은이 탄 자전거가 유유히 달리고 있다.
정은이 웃고 있다. 정은이 한손에 막대를 쥐고 있다. 자전거가 다니는 길을 막 대로 그리고 있다. 둘이서 벤치위로 올라와서 운동장 바라보자 어느새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
교내 방송으로 John lennon의 love가 흐르고 있다. 영훈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앉아 음악 듣고 있는데 정은은 갑자기 배를 움켜쥔다.)
영훈 : (음악 듣다가 정은 쳐다보는데 정은의 표정이 좋지 않다)
“어디 아파요?”
정은 : “아뇨, 아픈데 없어요.. 잠깐 속이 안 좋아서”
영훈 : “요즘 어때요? 회사는 다닐만 한가? 힘들지 않아요?”
정은 : “전에 일 땜에 걱정하는 모양이네.. 괜찮아요”
31. S# 슈퍼 앞
( 현민이 슈퍼 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현민 : “올때가 됐는데”
(하면서 시계를 본다. 갑자기 누군가가 문앞에서 현민을 떠민다)
슈퍼 아줌마 : “안 살꺼면 나가”
(하면서 현민이 튕겨져 나오고 모퉁이를 돌아서 오던 정은과 만난다)
정은 : “오랜만이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현민 : “어, ”
정은 : “여긴 왠일이야?”
현민 : “보고 싶어서, ”
(정은이 눈 동그랗게 뜨며 현민을 바라본다)
“슈퍼 아줌마랑 워낙 정이 들어서 , 한번 보러 왔지”
(웃으며 슈퍼 아줌마를 바라보는데 아줌마는 별 관심이 없다)
정은 : “그래, 근데 손에 든건 뭐야?”
현민 : “아, 이거 (하고 이마 긁적이며) 우리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는데
아, 내가 쓸데 없는 거만 잔득 샀더라고, 이거 돈으로 다 바꿔 달라 할 수도 없고
너 할래?”
(하면서 노트 50장과 과자10봉을 내민다.)
정은 : “배고프다.”
현민 : “(반가워하며)그래? 나도 지금 무지 배고픈데 같이 밥먹을까?”
정은 : “아님 집에 가서 먹을래”
현민 : “(아쉬운 표정 감추며)그래?, 그래 그럼 지금 밤이라서 여는 식당도 없겠다.
집에 잘 들어가고 깡패랑 도둑 조심해 ”
정은 : “알았어, 꼭 그러더라 옛날부터”
32. S# 자취방
주연 : “밥도 안먹고 나가서 하루종일 뭐했어?”
(정은이 방에 들어가자 한상 가득 차린 밥상을 정은 앞에 놓는다. 정은은 걸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 헤치우고 있다.
주연이 밥을 먹고 있는 정은을 보다가 눈 앞에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민다)
정은 : “(숟가락 내리며)뭐야?”
주연 : “HM 봉제인형공장에서 여공 모집한데..”
정은 : "그래,,근데 별걸 다 알아보고 다니네"
주연 : “(웃으며)엄마.. 아니 너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준 정보야”
“빨리 끝나구 돈도 많이 준다는데.”
정은 : “알았어”
33. S# HM 봉제공장
(정은이 한숨을 쉬며 버스 창밖으로 비치는 로고를 바라본다.)
정은 : “(혼잣말로) 안갈거야”
(어느새 정은이 회사 바로 앞에 와 있다)
(영훈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정은을 향해 뛰어온다.)
영훈 : “여긴 무슨 일이에요?”
정은 : “영훈씨 학교 안다녀요?”
영훈 : “(영훈이 손가락으로 입 가리며)대학생인거 말하면 안돼요. 위장 취업했거든요”
정은 : “위장취업이요?”
영훈 : “네”
정은 : “그럼 이제 매일 보겠네요”
영훈 : “그렇네요”
(멀리서 보니 모두가 공장에서 일한 티가 나는데 영훈 혼자 서툴다. 위장이 되지 않는
다.)
동료 : “저 친구는 이 회사 사장 아들인가 봐요, 저렇게 일을 못하는데 여길 들어온 걸 보니..”
34. S# HM 봉제공장
(현민이 정은을 바래러 앞으로 가는데 정은이 현민 쪽으로 가지 않는다.
저만치에 영훈이 있다. 영훈이 자전거에 정은을 태운다. 정은이 영훈의
옷자락을 잡는다. 둘의 표정이 밝다. 현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은이 돌아가고 누군가가 그 자리를 서성대고 있다. 반장이다. )
반장 : “혹시 김영훈이 알아?”
여공 : “왜 반말이야, 재수없어”
반장 : “니가 더 재수없어,”
(같이 모여있던 여공들이 반장을 혐오하듯 바라본다)
35. S# 정은의 집앞 골목길
(정은이 영훈과 이야기 나누며 골목을 걸어온다. 영훈의 얼굴 보고 웃다가 영훈 이 얼굴 돌리면 배를 감싸쥔다)
정은 : “이제 돌아가요, 많이 늦었어”
영훈 : “집 앞까지 바래다 줄께. ”
정은 : "아니에요, 이만가요.. "
영훈 : “잠깐만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려고 가방 안을 뒤지다가 펜을 꺼낸다. 그리고는 정은의 왼 쪽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 그림을 그려준다.)
“선물이에요”
정은 : “예쁘다.”
(하며 영훈의 펜을 빼앗아 영훈의 손가락에도 그려준다. 서로 바라보면서 행복해 한 다.서로 손 흔들고 나서 뒤돌아 서는 영훈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정은이 걷다가 슈퍼에서 나오는 현민의 모습을 발견한다.)
36. S# 슈퍼 앞
(정은이 반가워하며 현민을 본다)
정은 : “너 만날땐 꼭 슈퍼 앞에 있더라”
현민 : “그랬나? 아줌마가 날 좀 좋아해야지”
정은 : “아줌마랑 정들겠어”
(하면서 둘이 웃는다. 현민이 정은의 손가락에 그려진 반지를 본다)
현민 : “그거 뭐야?”
정은 : “아, 아까 영훈씨가 손가락에 그려 보더라구”
현민 : “영훈씨?”
(말 끝나는데 갑자기 정은이 배를 움켜쥔다. 현민이 걱정 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정은은 자리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잠시 후 병원에 누워있는 정은)
37. S# 병원
(정은이 깨어나자 현민이 물수건으로 정은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다. 정은이
깨어나서 현민을 바라본다.)
현민 : “니 몸에 돌 있데”
정은 : “돌?”
현민 : “그래, 물도 많이 마시고 맥주도 많이 마시란다.”
(하는데 저만치에 영훈의 얼굴이 보인다. 영훈의 모습 보고 정은의 얼굴이 밝아진다)
영훈 : "정은씨 괜찮아요, 걱정 많이 했어요"
정은 : “괜찮아요, 현민이가 병원에 데려다 줬어요”
(영훈이 현민에게 눈 돌리면서 )
영훈 : “고맙습니다”
(현민이 인사 받아주지 않고)
현민 : “가볼게, 물도 많이 마시고 맥주도 많이 마시래”
정은 : “고마워”
영훈 : “(정은 보며)누구예요?”
정은 : “친구예요”
(영훈이 곁에서 보다가 잠이 들고 정은도 중간에 잠에서 깨는데 손가락에 그려져 있
있었던 반지 그림이 깨끗이 지워져 있다)
38. S# 버스 안
현민 : “저, 잠시만 펜 좀 빌릴 수 있어요?”
(펜으로 자신의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 그림 그려본다.)
39. S# 탈의실
(정은이 옷 갈아입다가 저쪽에 익숙한 얼굴이 있다.)
계장 : “뭘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까? 빨리 출근하고 열심히 일해서 나라 경제에
이바지 합시다.”
(탈의실 안에 있던 여직원들이 빨리 옷 갈아입고 출근한다)
계장 : “우리 회사에 오늘 새로온 여직원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봉제 일은 해본적이
없다고 하니까 여러분들이 서로 가르쳐 주면서 잘해보도록”
(이야기 끝나고 정은이 앞을 바라보는데 전에 일하던 공장의 동료다.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만난다)
동료 : “(반가워하며) 오랜만이에요 언니”
정은 : “그래 어떻게 지냈어?”
동료 : “언니 전에 그 회사 망한거 알아요? 그렇게 사람을 부려먹더니 잘 됐지 머..”
정은 : “그래”
동료 : “(속삭이며)언니 반장 말이에요..어떻게 됐는지 알아요?”
정은 : “어떻게.. 됐는데?”
동료 : “죽을병 걸렸단 얘기도 있고,, 사고 났다는 얘기도 있고..”
정은 : “그래”
(하면서 씁쓸한 표정 짓는다.)
40. S# 자취방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주연이 멍하게 앉아 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주연이 일어서서 문을 연다.)
주인 아줌마 : “젊은 처자가 친구도 안 만나고 맨날 그렇게 방구석에 앉아 있어”
주연 : ...
주인 아줌마 : “우리집 개가 또 뭘 물어뜯고 있어서 내가 봤는데 이게 있더라구”
(하면서 핸드폰을 내민다)
주연 : (놀라며 주인 아줌마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는다. 전화를 걸어보지만 걸리지 않는다.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주인 아줌마 : “쇳덩어리 같은데 뭐 그렇게 만지작 거려?”
(주연 문 닫아 버리고 핸드폰 본다. 보냈던 문자들과 전화들은 다 찍혀있는데 전화가
걸리지 않는다. 몇 시간을 붙잡고 있다가 내려 놓는다. 그리고서는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버린다)
41. S# 야학당
( 영훈이 몇일째 공장에 나오지 않았다. 연락도 끊어졌다.
정은이 야학당 앞에 와 있는데 컴컴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불이 켜지고 누군가가 청소를 하고 있다. 안에 있는 책상은
다 부숴져 있다. 그 사이를 어떤 청년이 뒤적거리고 있다.)
정은 : “무슨일이에요?”
청년 : “야학당 문 닫았어”
정은 : “왜요?”
청년 : “야학당 선생이 자기 학교에서 정권 타도 하자는 내용으로 연극을 만들어서
했데요, 그래서 그 학생이 수업하는 야학당까지 다 박살 난거죠”
정은 : “혹시 그 학생 무슨 학교 다니는지 알아요?”
청년 : “여기 야학당 선생은 다 문화대 출신인거 몰라요”
정은 : “근데 넌 왜 여기 있어”
청년 : “버린 책이나 있으면 나가서 팔아먹을려고”
정은 : “문화대 .. 연극반”
(하고 혼자 되뇌이다가 놀라서 나간다)
42. S# 학교 캠퍼스
(정은이 놀라서 학교에 있는 창고로 달려간다. 창고 안은 억망이다. 정은의 눈이 동그래 지며 걱정한다. 누군가가 정은의 등을 친다. 정은이 뒤를 돌아보자 영훈이 서 있다)
영훈 : “무슨 일이에요”
정은 : “괜찮아요?”
영훈 : “괜찮지 그럼(하며 웃는다)”
정은 : “혹시 누가 들이닥친 거예요?”
영훈 : “아뇨(하며 손가락으로 문 밖을 가리킨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 바라보는데 ‘공사중’ 이라고 적혀 있다.
정은 : “걱정했어요”
영훈 :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정은씨가 걱정하니깐 나도 마음이 안좋다”
(하며 미소 짓는다)
“같이 가볼데 있는데..”
( 하면서 정은의 손 잡아끈다. 손 이끄는 데로 오고 보니 시 전시회이다.
야외에서 학장이 테잎을 끊자 이어진 거리에 시가 전시되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종이에 쓴 시를 비닐에 넣어 동동 떠다니고 있다.
짧은 시다.
알고 있나요 -김영훈
헤어질 때 다시 뒤 돌아보며 잘 가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나요)
정은 : “멋지네요”
영훈 : “그냥 써 본건데..(하면서 웃는다)”
(하고 다시 걷는데 누군가가 큰 글씨로 쓴 시가 보인다. 글 : 김00 그림 : 윤현민
이라고 써 있는데 시의 배경으로 정은의 얼굴을 똑같이 그려 놓았다)
정은 : “내 사진도 없을텐데”
(하고 혼잣말 하는데)
영훈 : “배고프죠? 밥먹으러 가요”
(정은이 영훈을 따라간다)
43. S# 슈퍼 앞
(정은이 집으로 가는 길 모퉁이를 돈다. 현민과 슈퍼 아줌마가 수다를 떨고 있다.
현민이 슈퍼 아줌마에게 인사하고는 정은에게로 온다)
현민 : “오늘은 늦게 출근했네, 물이랑 술이랑 잘 먹고 있어”
정은 : “(웃으며)응, 잘먹고 있어”
현민 : “그래... 그 사람이랑은 잘 돼가?”
정은 : “그냥 그렇지 뭐..”
(하면서 돌아서는데 할머니와 맞딱들인다)
할머니 : “학생 의정부 가는 막차 버스 간거 같은데”
(정은이 바라보자 할머니 데리고 급히 슈퍼 안으로 들어간다.
정은이 돌아서 가는데 또 누군가가 따라오는 소리 들린다 .)
정은 : “(돌아보며) 빨리 들어가봐야 된다니까”
(하는데 그 곳에 현민은 없고 목발을 짚고 약간 술에 취한 듯한 반장이 서 있다)
반장 : “잘 지냈나?”
정은 : (놀라서 뛰어간다)
반장 : “나만 이렇게 억망 돼가도록 할거같애, 이 따위 세상 내가 다 불질러 버릴 거야,
너도 내가 가만히 안둬”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큰 소리로 말한다. 정은, 계속 달려간다.)
44. S# 자취방
(자취방에 들어서서 주연이 있는 방문을 열어 본다. 주연은 낮에 아줌마가 준 핸드폰을 가 지고 잠이 들어있다. 정은은 주연의 이불을 덮어 준다. 주연의 눈을 보니 퉁퉁 부어있다.
정은의 기척에 주연이 잠을 깬다.)
정은 : “왜 울고 있어?”
주연 : “그냥 엄마 생각나서”
정은 : “왜 곁에 있는데 찾아 가지도 않고 맨날 울기만 하니?”
주연 : “(울면서)곁에 있으면 뭐해, 나 알지도 못하는데”
정은 : “아픈 사람이 어떻게 움직여, 니가 가봐야지.. 아무리 엄마랑 싸웠어두 맨날
찾아가지도 않고..”
주연 : “(놀란채) 무슨 말이야?”
정은 : “엄마 병원에 계시는데 한번 가보라구, 맨날 울지만 말구”
(주연이 그 길로 일어서서 자취방을 나갈려고 하자 정은이 주연의 손을 잡는다)
정은 : “늦었는데 어디 갈려구”
(하자 다시 자리에 앉더니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정은이 방을 빠져 나온다)
45. S# 학교 창고
(정은이 창고에 들어서자 여느때처럼 학생들이 표우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영훈도 그 사이에 섞여 정은이 온 것조차 모르고 있다. 정은이 영훈의 곁에 선다.
영훈은 아직도 정은이 곁에 와 있는 것을 모르는 기색이다.
정은이 영훈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영훈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영훈이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든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장난을 친 정은이 더
놀란 표정이다)
정은 : “왜 그렇게 놀라요?”
영훈 : “아, 요즘 좀 예민해서요.. ”
정은 : “많이 바쁜가봐요..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만 나갈래요?..”
영훈 : “잠깐만... 미안해요.. 잠깐만 나가서 기다려줄래요?”
정은 : “네..”
(정은이 창고 앞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자 영훈이 나온다.)
영훈 :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정은 : “아뇨..”
영훈 : "(갑자기 정은의 손 잡고 걸음 서두르며) 잠깐만 갈데 있어요."
정은 : “어딘데요?”
영훈 : (아무리 말 없이 정은의 손을 잡아끄며 서둘러서 간다.)
46 .S# 만화방
영훈 : “순정씨 안에 있는 애들이랑은 눈도 마주치지 마세요..."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영훈이 말한다정은 : "아니 왜 그래요?"
영훈 : "여기 동네에서 까진 애들은 다 모여있다구요..."
(정은은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의뭉스런 표정을 짓는다)
(안으로 들어서자 고등학생인지 중학교를 늦게 들어간 학생인지 잘 분간이 안되는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혹여나 학교에서 담배 피다 걸리면 머리를 바리깡으로 박박밀던 시절이라 마치 승복을 입으면 해탈한 노승은 되지 못하더라도 동네에 잔치가 있으면 어디 나무로 깎은 밥통이나 들고 다니면서 밥이나 얻어먹는 "땡중"은 되보이는 그런학생들이 모여 있다.)
(영훈은 그런풍경이 이젠 익숙한 듯 별로 눈길을 두지 않고 화장실 맞은 편 계단을 한참을 오른다. 발을 걷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책들이 가득 쌓여 있다. 몸을 숙이고 들어가자 두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공간이 있었고 책상은 들일 자리가 없었던지 쌓인책위에 초록색 부직포를 놓고 그위에
유리를 씌운게 눈에 띈다. 그 곁에는 나름대로 얼마나 고민하고 퇴고하고 또 퇴고해서 썼는지 크지도 않은 휴지통엔 구겨지고 찢겨진 원고지들이 자리를 메워 터질듯하다.)
영훈 : "너무 좁죠, 정은씨한테 오라고는 했는데 너무 누추해서"
정은 : “(해맑게 웃고는) "아니에요...나름대로 멋있는데요.특히 이책상 마음에 드네요"
영훈 : ” (부끄러운듯)아 ....책상.... 초등학교때 시쓰는 걸 좋아하셔서 저희한테 자기가 지은 시집도 읽어주시고 그런 선생님이 계셨는데 , 그 선생님 부인이 결혼하면 잘 해주겠다더니 자기보다 시나부랭이가 더 좋냐구 하도 구박하니까요. 선생님이 그소리 듣기가 지겨워서 다락에 그 많던 쥐를 맨손으로 다 때려잡아서 책을 쌓아놓구 서재를 만들었는데 너무 좁아 터져서 책상을 들일 방법이 없더래요,그래서 그때 선생님이 거기에 책위에 유리를 놓아서 하리라 작정 했는데 밑에 놓인 책 때문에 글이 들어와야 말이죠, 해서 거기에 밑에 뭘 놓긴 해야 하는데 뭘 놓을까 생각하다가 부인 치마를 가로세로로 잘라서 그밑에 대니까 그렇게 시상도 잘 떠오르고 시집을 볼때도 몰입도 잘 되더래요. 그래서 저도 그걸 생각하고 응용해서 만든거예요.."
정은 :"그럼 그 선생님 부인은 더 단단히 화가 나질 않았을까요. 치마까지 찢어서 책상을 만들었으니 화가 단단히 날만도 한데"
영훈 :“(웃으며)아니에요, 그후 부터 선생님 부인은 체념하고 나중에 선생님이 밥안먹고 시쓰고 자신은 관절염이 있어서 그 계단을 오르기가 힘드니까... 정은씨 두레박 알죠?" (영훈은 더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듯 손짓까지 하며) "요렇게 꼭 도르레처럼 줄 감아서 올리고 그러는 거요"
정은 : " 예 ,알죠...근데 두레박은 왜요?"
영훈 : "손수 그 두레박 까지 만들어서 바구니안에 간단한 식사거리 넣어서 그걸 또 선생님이 먹곤 했데요...참재밌죠"
정은 : ”(까르르 웃으며)"네, 정말 재밌게 사네요"
영훈 : "맞다........ 정은씨 내가 쓴 글 보여준다고 해놓고서는 선생님 얘기만 하고 있었네요."
정은 : "그래요 ,저도 꼭 보고 싶었어요"
(그러자 갑자기 영훈은 생각을 하다가 정색을 하며)
영훈 : "아니에요, 정은씨 오늘은 안보는게 좋겠어요"
정은 : "뭐예요, 사람 궁금하게 하고 이러기예요,뭔데 그래요...괜찮아요"
영훈 : "사실은 이번에 학교에서 연극을 하는데 그때 쓸 희곡이에요"
정은 : "소설 쓴다고 그랬잖아요"
영훈 : "있긴 있죠"
정은 : "어디요..? 보여주세요"
영훈 : "저기 저 휴지통 보이죠"
정은 : "네"
영훈 : "저안에 있는게 다 내가 쓴거예요"
정은 : "왜 다 버렸어요?"
영훈 : "너무 억망이에요 소설을 다 쓰고 보니까 꼭 노래 가사지 뭐예요."
정은 : "그래요...근데 어떤 노래 가사요"
영훈 : "음 ...노래 정말 좋은데...제가 말로 하기 보담은 지금 들어보세요" (영훈은 연기가 소복히 쌓인 회색 라디오를 내 앞에 내민다. 그리고서는 재생버튼을 눌렀는데 지지직 거리기만 하고 노래는 잘 안나오는데 영훈이 두세번을 두드리자 노래가 흘러 나온다)
영훈 : "이곡인데요... 정말 아름답죠"
정은 : "근데 곡이 너무 슬프네요, Tell her to make me a cambric shirt(On the side of a hill in the deep forest green)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Tracing of sparrow on snow crested brown)Without no seems nor needle work(Blankets and bedclothes the child of the mountain
Then she'll be a true love of mine(Sleeps unaware of the clarion call) 그 부분이요. 혹시 무슨 뜻인지 알아요?"
영훈 : “그녀에게 흰 삼베옷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와 타임 이음새도, 바늘자국도 없다면 그녀는 나의 진정한 사랑이 될 겁니다 (깊은 숲속 언덕 가에 눈덮힌 갈색 담요와 잠옷 위에서 참새를 쫓으며 산아이가 자고 있네 전장의 나팔소리도 알지 못하고)뭐 그런 뜻이예요
정은 : "영훈씨 얘기 듣고 나니까 노래가 더 슬퍼요"영훈 : "그렇죠...........나도 그런데....순정씨는 저랑 정말 맞는 게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서는 서로 말도 없이 그 테잎을 돌려서 다시 듣고 또 다시 듣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듣다가 갑자기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들린다... 정은은 귀를 틀어막는다..영훈도 낭만이고 뭐고 놀라서 라디오를 두어번 세게 친다. 드디어 노래 소리가 다시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곧 웃음을 터드린다. 마치 난장이가 노래를 부르는 듯 쫑알쫑알하는 소리만 들려온다. 영훈은 아얘 코드를 뽑아 버린다. 그리고서는 라디오는 치워버린다.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침묵이 흐른다.)
정은 : "저.,....영훈씨 우리 연극 대본 보러왔는데..." ( 영훈도 그제야 여기 온 이유를 알아챈 듯..)
영훈 : "맞다...참 여기요..." (두꺼운 노트를 정은에게 건넸다.)
(밤색 노트에는 <메시아의 뒤에>라고 쓰여 있었다. 노트를 천천히 넘긴다. 넘기다가 특히 고민을 많이 했던지 조잡하게 쓰여진 부분이 눈에 띈다.영훈은 그걸 내게 보여 주기가 부끄럽고 얼떨떨 한듯 손가락으로 이마만 긁고 있었다. 정은은 그 부분을 찬찬히 읽는다.
47. S# 골목
( 주연이 슈퍼에 들르는데 거기에 현민이 와 있다. 주연이 반가워한다.)
주연 : “안녕하세요”
현민 : “요즘은 괜찮아요? 전에 쓰러졌을 때 엄청 걱정했어요. 나중에 내 딸이
쓰러져도 그렇게 걱정은 안하겠네..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주연 : “그래요”
현민 : “정은이도 엄청 걱정했는데”
(하면서 얘기 나누고 있는데 저만치에 영훈과 정은이 얘기 나누며 오고 있다.
현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은 : “현민아,(하고 웃으며) 너 정말 슈퍼 아줌마랑 정들겠다. ”
현민 : “그런가..”
정은 : “그래, 맞다.. 전에 병원에서 봤지? 영훈씨... 얜 현민이에요”
(주연이 영훈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영훈 : “왜 그렇게 빤히 봐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주연 : “아뇨, 좀 낯이 익어서”
(얘기 나누다가 헤어진다)
영훈 : “이틀 후에 공연에 꼭 와요, 할말 있어요”
( 정은과 주연이 걸어간다.
주연이 갑자기 생각난 듯 정은의 얼굴을 빤히 바라다본다.)
48. S# 자취방
(주인 집 TV에서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다. 문화대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던
대학생 김영훈 군과 이성훈 군이 진압 중 사상으로 oo병원에 실려갔고 지금 중퇴
라고 합니다. 아직 시위는 진행중이고...하는 뉴스가 흘러 나오자
정은이 놀라서 밖으로 나간다. 정은이 oo병원에 도착하고 응급실로 향한다.
김영훈이라고 쓰인 곳에 커튼을 치고 들어서는데 하얀 천이 덮여있다.
정은이 그 앞에 쓰러지고 울부 짖는다.)
49. S# 병원
(주연이 자신이 PK 실습을 하던 병원의 전신이자 처음 정은을 만났던 병원으로
가본다. 병실 앞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가 문 앞에 메모지를 붙이고는 사라져 버린다.
‘기다리세요. 당신은 아직 몰라요’
라고 적혀있다. 주연이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는다.
주위에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다본다. 주연이 울면서 문을 잡아당겨도
결코 열리지 않는다. 또다시 주연이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잠에 든다.
깨어보니 동훈이 앉아 자신을 보고 있다. )
주연 : “이것도 꿈이야..?”
동훈 : “(웃으며)아니”
주연 : “왜 널 제일 먼저 만났을까?”
동훈 : “날 제일 먼저 찾았으니까”
주연 : “얼마나 더 헤매야해?”
동훈 : “ 조금만 더 ..”
( 주연이 잠에서 깬다. 눈을 떠보니 정은과 현민이 와 있다.)
50. S# 병원
(병실에 혼자 남아있는데 문을 열자 어떤 꼬마가 복도를 혼자 왔다갔다하고 있다.
복도의 선을 따라가고 있다. 귀여운 꼬마 . 주연이 밖으로 나가 그 모습을 본다.
꼬마 ; “누나 왜 계속 눈을 감고 있어요?”
주연 : “(눈 크게 뜨며) 아냐 이렇게 크게 뜨고 있는데”
꼬마 : “더 크게 떠야죠”
주연 : (눈을 더 크게 떠본다. 꼬마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신은 어느새
엄마가 입원한 병실에 와 있다. 밖에 비가 새차게 오고 있다.
동훈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다.
저만치에 차가 오는데 바로 건너려고 하고 있다.
주연이 창문 밖으로 얼굴 내민채 소리친다)
“기다려”
(하자 동훈이 웃으면서 그 자리에 선다. 그 앞으로 차가 쌩-하고 지나간다.
주연은 안도한다. )
51. S# 집
(집으로 오자 주연이 거실 중간에 대자로 누워본다. 인터넷으로
요리법이 적힌 곳을 찾고는 동훈에게 전화한다.)
주연 : “어디야?”
동훈 : “학교”
주연 : “바빠?”
동훈 : “아니”
주연 : “넌 맨날 안바빠?”
동훈 : (웃는다)
주연 : “맛있는거 해줄게”
동훈 : “(좋아하며) 알았어, 금방갈게.”
(인터넷으로 찾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엄마가 써 놓은 노트를 찾는다.
헤어질 때 다시 뒤 돌아보며 잘 가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현민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52. S# 병원
(주연의 엄마 (정은)이 입원한 병실에 누군가가 들어선다. 정은이 스르르 눈을 뜬다.
영훈이다)
정은 : “오랜만이에요”
영훈 : “그렇네”
(다시 화면 바뀌면서 1976년때의 병실로 되돌아 간다. 정은이 주저 앉고 우는데
간호사가 다가온다)
간호사 : “이 분 아시는 분이세요?”
(정은은 아직 울고 있다. 영훈이 정은에게 다가온다)
영훈 : “왜 여기서 울고 있어?”
(정은이 놀라서 영훈을 바라다 본다. 영훈이 말한다)
영훈 : “내 후배야,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불쌍한 놈이지..”
정은 : “영훈씨는 시위에 안 갔네요”
영훈 : “전에 봤던 주연씨 말이에요”
정은 : “네..”
영훈 : “정은씨가 아프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정은 : “반장님이 아버진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영훈 : “그럴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