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희은씨가이 7일부터 손숙 환경부 장관의 바통을 이어 MBC 라디오여성시대」진행을 맡고 있다. 서글서글한 목소리와 꾸밈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소탈함이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얼떨떨합니다. 손숙 장관의 입각소식을 듣고 축하인사하러 스튜디오에 들른 것이 인연이 됐어요. 「대타」로 하루만 진행하기로 했는데 뜻밖입니다. 막상 진행을 해보니까 편안하고 재미있어요"
양희은은 매끄러운 진행솜씨와 순발력을 발휘, 번갈아 가며 하루씩 진행을 맡았던 정은아·김연주·조일수·김미화 등을 비롯해 오디션 받은 20여명의 후보를 제치고 적임자로 뽑혔다. 사실 그녀는 가수보다 라디오 방송진행자로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길다. 데뷔이후 미국에서 살았던 7년을 제외하고 지난 21년 동안 단 하루도 방송진행을 중단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98년 3월 기독교방송 「양희은의 정보시대」를 끝으로 지금까지 방송진행을 쉰 것이 유일하다.
"노래를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그만큼 방송진행자로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노래는 항상 힘들고 어려웠는데 방송은 쉽고 재미있었죠"
「양희은의 정보시대」는 정치·경제·시사·문화 등 중요한 사회현안을 다룬 아침방송으로 진행이 쉽지 않았다. 일반 청취자는 물론 방송사 PD들도 애청했던 프로그램이다. 이에 비해 「여성시대」는 이웃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소개하는 것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줄곧 혼자서만 진행해왔는데 공동 MC 김승현이 있어 듬직하고 편안하다.
그녀는 라디오 첫 진행을 맡았던 71년 방송실수가 아직도 생생하다. 첫날 방송시작을 알리는 「ON AIR」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말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던 적이 있었다. 방송 첫날이었지만 곧바로 초대손님이 진행을 맡게 됐고 양희은은 하루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녀는 진행 스타일에 대해 『내 몫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 맞추겠다. 「여성시대」 자체가 워낙 역사와 전통이 있는 프로그램이고 전 진행자의 사회적 역할 또한 작지 않아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6년째 봄·겨울 두차례씩 콘서트를 열고 있는 그녀는 요즘 일고 있는 포크송 붐이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의 필요성이 무르익은 결과』라며 흐뭇해했다.
양희은의 대표곡으로는 <아침 이슬> <세노야> <백구> <새벽길> <하얀 목련> <한계령> <갈 수 없는 나라> <잠들기 전에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나무와 아이> <내나이 마흔살에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