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 많은 머슴
김순진
옛날에 돈 많고 구두쇠로 유명한 한 부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부자였지만 공부를 하지 못하여 어리석기가 그지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부자는 머슴을 들이려 해도 품삯을 너무 적게 쳐 주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나서 좀처럼 일하겠다고 나서는 머슴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한 소년이 그 부잣집 대문을 두드리고 머슴 살기를 청하였습니다.
그 소년은 집이 너무 가난하여 돈을 벌어 부모님을 공양하려는 효성이 지극한 어린아이였습니다. 그 부자는 소년이 어린지라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습니다.
“네 나이도 아직 어린데 어찌하여 머슴을 살겠다고 그러느냐?”
소년은 또렷또렷 대답하였습니다.
“지난해 장마에 홍수를 만나 저희 집이 몽땅 떠내려가고 의지할 곳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세 식구가 남의집살이를 삼년간만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삼년간 모은 재물로 다시 뭉쳐 살기로 하였습니다.”
“허허, 고놈 맹랑한 놈이로구나."”
부자는 그 소년을 이리 저리 살피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머슴살이 품삯은 얼마를 받으려 하느냐?”
그 소년은 대답하였습니다.
“예, 저는 아직 어리고 힘이 적으니 첫날은 품삯으로 콩 한 알만 주시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 두 배씩 쳐주십시오.”
그 부자는 속으로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말하였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하루에 콩 한 알을 주고, 매일 그 두 배씩만 쳐 주란 말이더냐? 그렇다면 오늘부터라도 당장 들어와 일을 하려무나.”
셈이 흐린 부자는 계산을 해보지도 아니하고 너무 기뻐하며 소년을 머슴으로 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주인어른! 그러면 저와의 약조를 문서로 써 주십시오.”
소년 머슴은 부자에게서 문서로 약속을 받아내었습니다.
약속문서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나 김 아무개는 박 아무개를 머슴으로 삼년간 채용하면서 그 품삯으로 첫날은 콩 한 알을 주고, 날마다 그 두 배씩 줄 것을 약속한다. 김 아무개 날인>
소년 머슴은 그 문서를 자신만 아는 곳에 깊이 감추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머슴살이를 하며 살았습니다.
삼년이 되자 소년 머슴은 그 부자에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면서 그간의 품삯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자는 찜찜한 얼굴로 호통일 쳤습니다.
“아 이 녀석아, 하루 콩 한 알을 받고 매일 두 배씩이라면서 그까짓 게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그러면서 부자는 콩 두 말을 가져다가 품삯을 주려 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조금 넘을 겁니다. 어르신!”
소년 머슴은 콩을 세며 품삯을 계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루면 한 알, 이틀이면 두 알, 사흘이면 네 알, 나흘이면 여덟 알, 닷새면 열여섯 알, 엿새면 서른두 알, 보름이면 한 되, 열엿새면 두 되, 스무하루면 한 말, 한 달이면 한 가마니, 한 달 하루면 두 가마니, 한 달 이틀이면 네 가마니, 한 달 사흘이면 여덟 가마니, 1년이면 삼천육백 가마니…….”
콩의 숫자는 금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그 부자의 재산을 다 주어도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소년 머슴은 그 부자가 품삯으로 약조한 콩을 내놓지 않으려 하자 고을 원님에게 처음에 약속하였던 문서를 보이고 심판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고을 원님은 부자가 자필로 쓰고 서명한 문서가 있는지라 약속대로 품삯을 주라 판결 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년 머슴은 그 부자의 재산을 모두 빼앗을 수는 있었지만 자신이 일 한 만큼의 품삯만 받아 부모님과 함께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부자도 소년 머슴이 다녀간 이후로 자기의 집에 들어오는 다른 머슴에게 제대로 된 품삯을 주고 일을 시켰으며, 허황된 꿈을 버리고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었답니다.
김순진
계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고려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 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감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아동문학회 회원
장편동화 『태양을 삼킨 고래』 외 저서 1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