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시 리뷰 l 밀라노 국제 가구 전시회
단순한 디자인과 자연스런 소재로 편안한 삶을 추구하다
세계적 규모의 ‘밀라노 국제 가구 전시회’가 올해로 43회를 맞으며 지난 4월 14일에서 19일까지
개최되었다. 이번에는 격년제로 열리는 부엌 가구와 오피스 가구 특별전이 마련되었고 이와 함
께 욕실 가구 및 텍스타일 등의 전시 코너도 있어 보다 종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경향을 한눈
에 파악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간결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의 부각
전 세계적으로 ‘웰빙(well-being) 라이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듯, 모던 가구는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을 위한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이 부각되었다. “장식
을 생략하고 절제하여 단순미를 살렸습니다. 가구의 연결 요소들을 외관으로 잘 드러나지 않게
디자인하여 한층 간소화 된 느낌이 듭니다. 또한 자연의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웰빙 라이프의
가치관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확실히 자연 소재의 쓰임이 두드러졌습니다. 목재의 경우 페인
팅과 코팅 처리를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무늬를 살린 점도 눈에 띕니다.” 한샘도무스 디자인
팀의 오종철 디자이너는 가구 디자인의 흐름을 현재의 웰빙 트렌드와 관련해 이와 같이 설명했
다.
간결한 디자인의 예는 수납장 디자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손잡이를 없앤 대신 문짝을 눌러서
열거나 문짝의 모서리와 끝 부분 등을 이용하여 여닫을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게 만든 제품들
이 눈길을 끌었다. 목재의 경우 고급스러운 자연미가 드러나는 내추럴 오크 우드, 중후한 색감
의 그레이 오크 우드 등의 사용이 두드러졌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보다 간편하고 편리한 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자동으로 문
이 열리는 수납장과 옷장, LED 조명을 매입한 수납장은 새로운 가구 트렌드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주를 이뤘다. 소파는 고정적인 형태보다는 등받이와 팔걸이의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헤드
레스트의 삽입, 인출식 발판, 내부 수납 기능 등이 부가되어 편안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
1. 고급 목재 프레임과 패브릭 쿠션의 조화가 편안하게 느껴지는 소파.
2. 야외용 의자와 오토만 세트. 페인팅과 코팅 처리 없이 원목 자체의 느낌을 살렸다.
3. 고전적인 디자인 모티프를 플라스틱 소재로 표현한 조명과 의자.
4, 5. 특별전으로 마련된 다이닝 전시 중 모던 스타일의 레스토랑 인테리어 전시관.
부엌과 욕실은 웰빙 라이프의 척도
격년으로 열리는 부엌 가구 전시 코너에서는 가구의 실용성과 미적인 조화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부엌 가구에 일반 생활 가구의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혁신적인 인테리어를 제시
했다. “빌트인 주방기기를 설치한 부엌 가구에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고, 웨건 같이 바퀴가 달
려 있어 이동이 가능한 ‘블록 키친’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조리대, 수납장 등의 부엌 가
구를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킬 수 있어 자유롭게 공간 활용을 할 수 있죠. 또한 원격 조정 시스템
을 도입,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였습다. 이로 인해 보다 편리한 생활이 가능해진
부엌은 이제 집안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주방 가구 넵스의
허윤수 선임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한편 부엌 가구 마감재는 오크 원목과 천연 대리석, 스테인
리스 스틸 등을 사용, 자연미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웰빙 라이프 스타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반영한 욕실 용품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나무 프레임을 도입한 월풀 욕조, 둥글고 구불구불한 유기적 디자인의 세라믹 세면대 등은 욕실
을 휴식 공간으로 최대한 편안하게 꾸밀 수 있게끔 자연미를 강조한 점이 특기할만하다.
1. 계단형 나무 받침이 독특한 반투명 유리 욕조. 간결한 디자인과 편안한 느낌은 요즘 욕실 인
테리어의 표본이다.
2. 조명과 합체된 세면대. 구불구불한 형태는 자연미를 상징.
3.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로 명료한 디자인을 강조한 부엌 가구.
4. 중후한 내추럴 오크와 스테인리스 스틸의 고급스러움이 특징인 톤첼리 부엌 가구.
컬러, 플라스틱으로 살아나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기능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색상 은 얌전하고 무난한 나무 빛깔과 흑
백 톤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빨강이나 오렌지, 연두색, 노란색 등의 원색의 소품과 패브릭 등이
포인트 색상으로 사용되면서 밝고 세련된 스타일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자와 소품, 그리고 플라스틱 가구에는 단연 원색의 활용이 돋보
였다. 특히 원색은 투명한 플라스틱 의자와 조명,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결합되면서 한
층 생기 있고 모던한 감각을 표현해주었다. 오피스 가구 전시관에는 원색의 오피스 가구가 등
장, 눈길을 끌었다. 빨강, 초록 등의 서류 보관 캐비닛과 컬러가 들어간 의자는 무채색 일색이었
던 사무 공간을 보다 밝고 경쾌하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한다.
1. 실험적인 디자인의 빨간색 의자.
2. 컬러가 강조된 플라스틱 의자들.
3. 과감한 색상과 패턴을 도입한 가구 전시관.
사진 제공ㅣ밀라노 국제 가구 전시회 사무국
월간 <행복> 2004년 06월호 글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