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께 인사드리고 길을 나서는데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다.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이라 그런가? 아니면 오늘 장날인가?
장날이 맞나보다 길가에 쭉~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나물이며 뭐며 팔고계신다.
내가 게을러서 이런 생각을 한건진 모르겠지만 시골분들은 정말 부지런하시다.
이런걸 배워야할텐데...
어제 일기예보를 보니까 비온다고 그러더만 이놈의 일기예보는 믿을게 못된다.
비온다그럴땐 안오고 안온다그럼 온다.
근데 지금 이 상황에선 비가 오든말든 상광없다.
길따라 걷는데 괜히 흥이난다.
문득 이승환의 "멋있게 사는거야"란 노래가 생각난다.
"꼭! 뭔가 이뤄야 한단건 없어~
중요한건 어떻게 사느냐지~"
대충 이런...
가다가 8시쯤 피곤하다. 벌써...
아침 안먹어서 그런가? 잠도 좀 부족했나?
비는 온다드만 구름사이로 해가 보인다.
앉아서 사진 몇장 찍다가 사진기를 봤는데 또 한통 날린듯하다.
전에 한통은 사진관 가서 뽑아봐야 알겠지만 이건 정말 날린것같다.
24방 다 찍었는데 계속 찍힌다. 25..26..27......30..
그냥 열었는데 필름 잘못끼워져있다. 으아~!!
강진 - 보성... 사진 없다.
기억만 남았다. T.T
괜찮은 사진 몇개 있었는데... 우쒸~
기분 갑자기 팍팍팍X100 상한다.
다시 필름 한롤 끼운다.
확인하고.. 아사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됐다. 잘 됐지?!
아침이니까 맘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은 하는제 그래도 아쉽다.
혼자 걸으며 투덜투덜..
한시간이나 갔을까? 한 4Km정도?(확실히는 모르겠다)
어떤할머니 국도변에 리어카 세워놓고 콩메고 계신다.
나랑 상관없어보이길래 그냥 지나가려다가 5발자국 걷고 뒤돌아왔다.
뭐 도와드릴거 없냐고 물어보니까 "좀 도와 줄랑가?"이러신다.
콩메논거 끈으로 묶어서 리어카에 싣고 할머니 집까지 옮겨드렸다.
가는길이 경사가 장난 아니다.
마을 올라가는 길도 경사고, 할머니 집은 마을에서 젤~ 위에 있는집..
속으로 '헉! 잘못걸렸다.'
'그래도 할머니 혼자 하실라면...' 이런생각하니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올라가서 다 내려드리고 가려는데 밥먹고 가라신다.
아침도 못먹고해서 그냥 집으로 따라감.
할머니 이런저런 얘기하시다가 할아버지께서 그저께(토요일에) 산천가셨다고 하신다.
뭔소린가 했더니 토욜에 돌아가시고 혼자 되셨단다.
자식들 와서 장례 치르고 ...
치매로 7개월 지내시다가 깨끗하게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꽤 적적하고 외로워보이시는게, 이런말 함부로하는건 아니지만 정말 이해된다. 가슴으로 느껴진다..
집으로 들어갔는데 전화가 온다.
할머니 갑자기 눈물이 주~륵. 애써 훔치신다.
전화 끊고 얘기해 주시는데 막내 딸이란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얘기 하신다.
큰아들은 8년전엔가 교통사고로 먼저 가고, 둘째아들은 여수에서 기사한다시면서 여수바닥은 거의 둘째아들 세상이랜다.
글구 막내사위는 미군부대에 있다고....
사과, 배, 귤 내오시면서 깍아먹으라고 하신다.
할머니 이빨보여주시더니 이 없으니까 당신은 못드신다고...
빨리 깍아서 다 먹으랜다..
할아버지께서 비록 치매로 똥,오줌 다 할머니께서 받아내고 하셨지만 그래도 있을때가 좋았다고 하신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는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힘이 빠지신다그런다.
외로우시겠지...
이런저런얘기 하시다가 밥먹자고 국끓이시고는 나가신다.
염소 풀어놓구 풀맥이다가, 개밥주고... 상추 씻어오시더니 하시는 말이 '사람보다 짐승 먼저 챙겨야지. 에휴~'
사실 그랬다. 개가 밥달라고 미친듯이 짖어대는게 거 참..
그래서 한시간쯤있다가 겨울 밥을 먹게됐다.
반찬은 몇가지 없었지만 고기반찬!!
배추김치 물김치 홍어회! 돼지갈비! 바지락국!
최고다.
할머니는 내가 있어서 좋으신가보다. 나보다 밥을 더 많이 드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젊은이 있으니까 많이 먹지. 혼자있으면 입맛이 없어..."
밥먹으면서 할머니는 이일 저일 때문에 밥에 잠이 안오신단다.
할아버지 장례치르시고 나온 쓰레기 세봉지때문에도...
마치 도와달라는듯이 들리기에...밥 다먹고 도와드렸다.
밥 다 먹고 설겆이 해드리고...
근데 할머니.
나보루 결혼 했냐구... 몇살로보시고 그런...
그 쓰레기를 리어카에 싣고는 위로 올라가서 불로 태우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이노무 쓰레기가 안그래도 젖은쓰레긴데 비까지 맞아서그런지 좀처럼 타질 않는다.
하도하도 안타길래 석유구해와가지고 불싸질러버렸다.
한방에 활활...
계속 하시는 말씀이 사람은 있을때 잘하라고 하신다.
당신이 당장 겪어보고 하시는 말씀...
쓰레기 다 태우고 내려왔더니 또 목축이라며 이번엔 맥주를 꺼내신다.
이런...
그래서 맥주는 안된다니가 또 사이다를... 할머닌 소주 한병 또 내오신다.
그렇게 사이다 마시고, 오전에 안말라서 봉지에 넣놨던 빨래 꺼내서 배낭에다가 빨래집게로 달아놓구 물떠서 출발할라는데
(빨래집게로 찝어논거 보시더니 요즘사람들 꾀도많아.. 이러신다)
할머닌 가면서 먹으라고 배랑 사과랑 막 주신다.
결국 배 한개랑 사과 두개(아직 안먹었음) 귤. 이렇게 챙기고 할머니 사진한방 찍어드렸다.
나중에 사진 나오면 보내드린다고 하니까 주소 모르신다며 다음에 또 오라고 하신다.
다음... 기약...
그렇겠다고 하고 출발.
내려오는데 마을 아주머니들이 할머니 외손주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길 가다가 혼자 일하고 계시길래 도와드린거라니까 요즘에도 저런 젊은이가... 이러신다.
여기선 학생소리 한번도 못들었다. 젊은이...
학생이란 소리가 아직은 더 좋다.
암튼 기분 좋다.
이때시간 벌써 12시.
벌교까지 25Km남았다는 이정표 보임
한시간쯤 걸었을때였다.
길 왼쪽에 마을이 있길래 고개를 돌려봤더니 아저씨 네분이 트럭에서 돼지한마리를 끄집어 내리신다.
잠깐 서서 구경..
갑자기 한분이 헤머(큰 망치)를 들어올리더니 돼지 머리를 두방 쿵!쿵! 내려치시곤, 칼을 들고 정말로 돼지 멱을 따신다.
신기하길래 계속 구경하다가 사진 한방 찍었다.
돼지. 찍소리도 못하고 죽어가는구나... 크~
재밌는 구경했다.
걷는데 좀 피곤해서 할머니가 주신 배를 먹는데 껍질을 어떻게 벗기지?
갈갈이..
큭! 정말 갈갈이 삼형제의 그 갈갈이를 했다.
이빨로 껍질만 갈아서 버리고 냠냠 쩝쩝 맛있게 먹고 빨래 다 말랐길래 배낭에 넣구는 다시 걷기시작.
또 좀 걷는데 잠이 쏟아진다.
일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피곤했나보다.
가다가 버스 정류장 있길래 시계 맞춰놓고 10분정도 자다 일어나서 걸을라는 찰라 전화벨이 막 울린다.
앗! 아저씨... 아니 형님이시다.(dragon)
이런... 잠자느라 전화를 몇통이나 못받았당.
광주까지 오셨다며 어디냐고 물으신다.
그때 벌교까지 14Km남았었다.
그럼 알았다고 전화 끊으심.
해지기 전에 벌교까지 도착해야겠길래 부랴부랴 좀 속도내서 걸었다.
걷는데 먹구름때가 한번 휘~익 지나가면서 빗방우 약간 떨어지고 바람 심하게 분다... 다행히 그냥 지나갔다.
한참 가다가 7Km정도 남았나?(맞나?) 저쪽에서 빵빵~
딱보니까 아저씨다.
예~!
차나 한잔 하자시면서 타라신다.
차타고 가는데 찻집이 없다... 결국 벌교까지...
오늘은 다 걸었다.
아저씨는 피자한판 시켜주시더니 바쁘셔서 먼저 가신다.
가시기 전에 놓칠세라 사진이라도 한장 찍자고 말씀드리고는 찰칵!
또 찰칵! 사진이 잘 나와야할텐데... ^^
가시기전에 돈까지 주신다. 정말 고마워 미치겠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우간다 정모때 보자시면서 아저씨 일행은 가시고, 난 피자먹으로 왔다.
피자 먹다가 남아서 싸달라고 하고는 두리번거리면서 일단 PC방으로...
아까 글 남기고 지금까지 벌써 3시간 가까이 했다..
인터넷 기웃기웃..
'단추수프(우간다)'란 분 - 지금 도보여행으로 통일전망대(맞져?)까지 가는 중 -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정보좀 얻고 이렇게 계속 글 쓰고있다.
내일은 순천 선암사까지가 목표.
우선 이번여행은 선암사까지가 될 듯 하다.
원래 계획은 더 돌아서 광주까지 가는거였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일단락 짓기로 생각중이다.
예정보다 이틀 줄어들었다. 음...
오늘도 2번국도 타고 왔는데 아무래도 2번국도는 좀 별로다.
인공적인 냄세가 많이나는듯하다. (다른곳을 잘 모르기때문에 '...듯하다'라고 표현..^^;;)
내일도 또 걷자.
이제 잘 곳 알아보러 가야겠다.. 히히~
암튼 여행은 대~만족!
재밌다. 좋다. 그 외에 어떻게 말로 표현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