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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중 나온 제비꽃. 샛노란 생강나무꽃도 산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도덕산에서 | 가파른 오르막에 암석능선이 반복되는 광명4 산 종주길. | 서어나무 군락지. 짙은 회색빛 숲 사이로 강인한 에너지를 품어내고 있다. -가학산에서 |
어찌할꼬. 초입부터 그리 만만치가 않다. 동네어귀부터 오르막에 가파른 계단 길의 연속이다. 온통 돌길로 어수선한데다 훌쩍 큰 바위들이 가파른 오르막에 버티고 선 암석능선길이라니.
흙먼지 뽀얀 길을 따라 음울한 표정의 바윗돌이 있는 급오름에 쇠 난간로프구간을 지나니 드디어 호젓한 황톳길이다. 아! 구름 위의 꽃길 같다. 저마다 고개를 넘고 산을 타는 종주 산행은 희비를 넘나드는 아찔함, 그 자체였다.
길동무(리딩 수명산님)는 25일, 광명의 도구가서 4개산 종주에 도전했다. 철산역에서 출발, 도덕~구름~가학~서독산 4개산을 잇는 제법 길고 험한 여정이었다. 특히 구름산 정상까지의 급경사 오름 구간은 뒤 돌아볼 엄두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
생강, 샛노란 별꽃 피다
명주이불처럼 낭창낭창한 3월의 햇살 사이로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빛난다. 산 속의 나무 가운데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생강나무 꽃빛이 참 곱다. 연분홍 산 진달래꽃과 불쑥 얼굴을 내미는 양증 맞은 야생화도 무시로 만난다.
“반갑소” 고개를 떨 구고 몸을 낮추면 운 좋게 흰제비꽃에 고깔제비꽃까지 눈인사를 건넨다. 눈 맞춤에 호강한 날이다. 화살나무. 산수유, 개암나무 꽃 등 끝 간 데 없는 연둣빛 향연으로 눈부시다. 가지마다 움 튼 새싹이 마치 이슬과도 같다. 길섶의 이미 빈 집 된 지 오래인 새둥지도 봄볕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4산종주, 내게 첫입맞춤하다
첫 4산 종주에 도전한다. 4산, 해발고도는 비교적 낮아 200m 안팎의 야산이라 쉽게 생각했다면, 그건 모독이다. 표범 같고, 야생마 같다. 아니, 마초의 이미지를 가진 사내 같이 험하고 거칠다.
이 특별한 날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오르막을 따라 널린 큰 바위 형상들에 압도당한 탓이다. 출발부터 예사롭지는 않다. 암석에,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 도덕산(183m) : 중턱의 길을 돌아서니 연둣빛 향연이 펼쳐진다. 수양버들이다. 숲길을 끼고 저 멀리 여린 잎을 틔운 수양버들이 주변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였다. 바스러져 가는 지난 가을의 쇠락한 낙엽위로 연둣빛은 유난히 도드라졌다. 도덕산과 구름산은 신갈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철책 너머 찬란한 홍매화 길
홍매화길이 장관이다. 유난히 짙은 진홍색의 꽃망울이 팝콘처럼 터지고 있다. 쉽게 만나보기 힘든 색감이다. 길을 따라 춤을 추듯 줄지어 있는 홍매화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홀로 절정을 맞고 있다. 빨리 좆아 가지 않으면 찬란한 꽃길이 달아나 버리기라도 하는 양 종종 걸음을 했다. 산객의 환호에도 홍매화는 도도하게 고개만 까딱한다.
아름다움이 크면 아쉬움도 큰 법. 광명 노온정수장 경비초소에서 시작한 철조망이 홍매화 길을 을씨년스럽게 가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작은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오른편에 가설된 광명시 맑은 물 사업소의 철책은 한참이나 길게 이어진다. 맑은 물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사업의 순기능을 결코 폄훼할 수는 없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원천 봉쇄해야 하는 지…. 그 들의 둔감함에 탄식이 절로 난다.
철책 방어선에 빠짝 붙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홍매화를 향해 눈을 치켜뜬다. 코를 벌름거리며 은은한 향을 탐하지만, 다가갈 수 없어 그 아름다움이 더 애잔하다. 철책 너머에 핀 홍매화가 유독 애처롭다. 사람도 꽃도 혼자는 외로운 법이다.
△ 구름산(240m) : 雲山, 구름 속까지 산이 솟아 있을까? 온통 돌과 바윗길이라 구름 위의 산책은 무슨 허망한 소리던가. 그래도 돌산 전망대에서 삼성산과 관악산을 바라보는 멋진 전망으로 위안을 삼는다.
응달진 곳, 나무 이끼 덮여
서편의 응달진 곳은 음습하기 까지 해서 나무에 이끼가 제법 덮여 있다. 그리 높진 않지만 많은 암릉 구간을 통과하느라 꽤나 긴장해야 했다. 특히 뒤편 오름길은 바위가 많아 자칫 실족할 위험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하자.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
바위가 있는 급오름과 쇠난간로프가 있는 구간은 구름산에서 가장 힘든 구간으로 기억된다. 구름산 가는 길, 산불감시초소 정자 밑 거대 바위 아래에서 호방한 산객들의 대화가 유쾌하다.
△ 가학산(220m) : 왼편 군부대 철책 능선을 올려다보면서 우회능선을 걷다보면 구름산과는 능고개를, 서독산과는 도고내 고개를 사이에 두고 산이 있다.
반딧불의 서식지로도 알려진 생태계의 보고로 유명한 산이다. 한 때 가학터널 공사가 반딧불 서식지를 관통하면서 시민환경단체들의 극심한 반발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도 세간에 알려져 있다.
바짝 긴장한 채 로프구간의 오르막을 벗어나면 완만한 하산 능선길이 이어진다. 구불구불 S자형으로 산을 휘감아 도는 아기자기한 흙길이다. 옳거니! 이게 진정한 숲길의 쉼이 아니던가. 오르막의 고단함과 로프구간의 두려움을 떨쳐 내고, 이내 호젓한 숲길의 정취에 빠져든다.
서어나무 군락지, 힐링의 길로
뒤편으로 돌아서자 서어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발아래로는 제2경인고속터널이 관통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높이 들고 천천히 걸으며 서어나무숲길의 운치를 만끽해 본다. 들어갈수록 신비롭기만 해 숲길을 밟고 가기가 송구할 정도다. 검은 회색의, 울퉁불퉁한 수피가 건장한 남성의 불거진 근육 같다.
미세먼지에 뿌연 하늘을 가르고 .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굴뚝이 보인다. 자원회수시설 폐기물 처리장이다.
정상에서 내려오자 또 다시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로 오른다. 여기서 산길은 급하게 좌측 남동으로 휘어지며 고된 걸음을 예고한다.
△ 서독산(180m):
우회도로를 지나 드디어 정상에 서니 레저항공스포츠의 장이 펼쳐진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오르막의 고단함을 말끔히 씻어 준다.
주말이면, 패러 동호인들에게 산의 정상을 내어줘야 할 판이겠다. 바람 때 맞춰 이륙하는 패러 동호인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겠다
정상에서 석수동 방향으로 눈을 돌린다. 앞쪽으로 보이는 긴 건물이 광명 KTX 역사다. 인천 방향으로는 문학산이, 반대편으로 안양시내와 관악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굴, 천 년의 신비를 품다
산의 고요와 적막이 깨지는 순간이다. 동굴이다. 활공장 바로 아래 깊은 동굴이 그늘처럼 드리워져 있다. 가학동굴로 내려가는 폐쇄된 동굴 통로인 듯하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칠흑과 같이 어두운 동굴이 내뿜는 찬 기운이 목덜미를 스쳐갈 때는 제법 오싹하다.
가학동굴 광산은 지난 1972년까지 60년간 금, 은, 동, 아연을 채굴하던 곳이라고 한다. 회사의 부도로 방치되다가 소래포구젓갈을 보관해 오던 중 2011년 광명시가 매입,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폐광의 기적이 산업유산으로서, 또한 문화적 가치를 이끌어 내 관광자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아쉽지만 광명동굴 탐방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군부대 철책을 따라 능선길로 나선다. 정수장 철책에 이어 군부대의 철책 역시 멋진 풍광을 가로막고 있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산은 돌길 비탈길이다. 정상 남쪽 계단 아래 쉼터를 지나 둥근 쇠 난간 로프 계단구간을 지그재그로 타고 내려간다.
로프를 부여잡고 간신히 하산 길에 들어서니 몇 기의 돌탑이 보인다. 종주 과정에서 진달래 약수터, 천연 약수터 등 샘터 5 군데를 만났다. 거의 물이 말랐거나, 음용부적합 등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큰 묘지 옆을 지나 넓은 공터를 가로지른다. 이어 왼쪽으로 굽은 길을 내려가면 안양역 방면 버스를 탈 수 있는 도로에 와 닿는다. 드디어 완주! 생애 첫 4산 종주 성공의 성취감을 맘껏 누린다. 평지에서^^
길에서 찾는 행복, 그리고 사유
길 위에서 찾는 행복에 대해 사유한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듯, 낭만과 여유 넘치는 본질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여백과 자유가 그립다.
생애 첫 종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사유의 늪에 빠져 본다. 인과관계 속에서 마모되고 찢긴 부조리, 절대적으로 선할 수 없는 내면의 비루함을 들여다 본다. 봄바람, 꽃소식과 함께 신바람 나는 길의 원형을, 동행의 본질을 되찾는 소망의 풍선 하나 띄워본다.
<글 산들바람, 사진 수명산>
-끝-
첫댓글 '길의 장인' 수명산 선생님, 리딩에 감사합니다.
더불어 애 쓰시는 정회문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첫 종주산행이라 초반 탈진, 엄청 힘들었지만
멋진 코스, 임팩트 있는 종주 였답니다.
'도구가서' 종주는 수도권의 산꾼들이 즐겨찾는 곳이랍니다. 조금은 무리하게 진행했지만 그래도 보람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함께라면 행복한 동행이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이제 기다리던 '도구가서' 종주기가 올라 왔으니 다음장으로 넘어가야 겠군요. 산들바람님의 후기가 없으면 앙고 없는 진빵입니다. 넘 아름다운 글 감사하고요. 앞으로는 시작할 때 30분은 천천히 진행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한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