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육사 1차, 2차 시험에 모두 합격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3차 시험은 수능 성적으로 선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남은 문제는 수능입니다. 평소 성적대로라면 무난하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이에게 최대의 관건은 수학이었습니다. 다른 과목은 1등급이 무난한데 수학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선발고사에 전국에서 몰려든 5000여 명의 인재들 중에서 육사가 요구하는 4배수를 뽑아 2차 응시 자격을 주는데 1차 시험은 그야말로 눈이 돌 지경으로 어렵더랍니다. 특히 수학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집 아이에게는 그야말로 눈알이 핑핑 돌 지경이더랍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실망한 빛이 역력했습니다. 국,영,수 세 과목이 1차 시험 과목이었는데 다른 과목은 그런 대로 잘 봤는데 유독 수학만은 반정도만 풀고 나머지는 그냥 눈감고 찍었는지 눈뜨고 찍었는지 비슷하면 그냥 찍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1차 합격자 발표는 10일 후에 있었는데 우리 세 식구는 생애 가장 긴 10일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발표가 나고 아이의 이름 석자가 합격자들 틈에 끼어 있을 때 우리 세 식구는 무슨 과거에라도 급제한 양 부둥켜 안고 펄쩍 펄쩍 뛰었습니다. 기쁨도 잠시 2차를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2차는 신체검사 체력검정 논술 심리검사 면접 등 복잡한 과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는 2학년 겨울 방학 시작하면서부터 육사 시험에 대비해서 운동장을 매일 달렸습니다. 고3 수험생이 매일 운동장을 달릴 때 아이들은 무슨 기운이 남아 돌아서 저러나싶어 신기한 듯 창밖을 내다보곤 하더랍니다. 체력검정은 기본적으로 1500m 달리기 100m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팔 굽혀 펴기 제자리 멀리 뛰기 등이었습니다.
1차를 합격하고 온 이후로 아이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2차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2차 시험에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지만 워낙 까다로운 육사 신체검사인지라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2차 시험 날이 되어 아이를 육사에 보내고 우리 내외는 달리 아이를 도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아이도 불안한지 육사에 들어가면서 전화, 교문을 들어가서 전화, 시험 중간중간 집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아마도 엄마 아빠에게 전화를 하면서 심리적인 위안을 받는 듯했습니다. 신체검사 도중 수많은 아이들이 탈락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아이의 전화를 받으면서 우리는 더 더욱 마음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1박 2일 동안 2차 시험을 치르고 학교를 나오던 날 우리 내외는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습니다. 정각 5시가 되니까 칼같이 정확하게 아이들을 태운 육사 버스가 후문 쪽으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2차에서 살아남은 말하자면 합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도중에 탈락한 아이들은 중간에 집으로 모두 돌려보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남은 아이들은 살아남은 아이들이었던 것입니다.
그 아이들 속에 섞여 나오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맙던지 우리 내외는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아이는 지난 이틀 동안 육사에서 시험 보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었습니다.
5000명 응시자 중 30등 안에 드는 어떤 아이는 신체검사에 걸려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어떤 방에 들어가니까 군의관이 팬티까지 모두 벗으라고 하더니만 엉덩이를 하늘로 향해 들라 하면서 치질 검사하던 이야기, 1500m 달리기에서 규정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한 아이들이 탈락을 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등을 아이는 역전의 용사가 무용담을 들려주듯이 부모에게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내외는 그 이야기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마냥 듣고만 있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수능입니다. 1차 2차 모두 통과했으니 3차 수능 성적이 당락을 판가름해줄 것입니다. 작년 합격자 수능 평균 성적이 384점이었다고 하는데 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부모님 돕겠다고 육사를 지망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선택하는데 부모의 경제 능력을 고려하게 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내외는 아이가 엄마 아빠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아이는 오늘도 학교 가면서 엄마에게 말하기를 "엄마 나중에 내가 월급 받으면 엄마 용돈 많이 줄게. 그럼 옷 사입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고 그래 알았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엄마 걱정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유난스러웠는데 어지간히 성장한 지금도 엄마 걱정은 여전합니다. 아무쪼록 아이가 수능시험 잘 봐서 원하는 학교에 무난히 합격하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