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산 청룡사

[신삿갓]

청룡사(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서운산 기슭에 아늑하게 파묻힌 고려 고찰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과 금광면, 충청북도 진천군 백곡면의 경계에 솟은 서운산은 해발 547미터로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산세가 제법 의연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명산이다. 그래서 석남사, 낙천사, 약사암, 옥련암, 서광사, 청룡사 등의 고찰을 품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찰은 경기도 쪽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운산이 거느리고 있는 고찰 중에서도 첫손 꼽히는 명찰은 청룡사다. 서운산 남서쪽 기슭에 아늑하게 파묻혀 있는 청룡사는 1265년(고려 원종 6년) 서운산 기슭에 명본국사(明本國師)가 대장암(大藏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그 후 1364년(고려 공민왕 13년) 나옹화상이 크게 중창하면서 청룡사(靑龍寺)로 이름을 고쳤다. 당시 나옹화상이 마땅한 절터를 찾아다니던 중에 이곳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청룡을 보고 대장암을 중창하면서 청룡사로 개칭했다는 전설이 이어져 내려온다.

인평대군(麟平大君)의 원찰(願刹)이기도 했던 청룡사는 1900년대부터 활동해온 남사당패의 근거지로도 유명하다. 그들은 겨울에는 청룡사에서 쉬면서 체력을 비축했다가 봄부터 가을까지는 청룡사에서 준 신표를 들고 안성장터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기예를 팔며 생활했다. 지금도 청룡사 건너편에는 남사당 마을이 남아 있다.

대웅전과 동종 등 보물급 문화재도 품어

청룡사는 보물 824호인 대웅전을 비롯하여 관음전, 관음청향각, 명부전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웅전 앞에는 명본국사가 세웠다는 삼층석탑 등이 남아 있다.

청룡사 대웅전은 다포계의 팔작집으로 고려시대 건축의 원형을 보여 주는 소중한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청룡사는 4개의 부속 암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은선암과 청련암은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나옹화상이 세운 은적암과 내원암만이 남아 있다.

법당 안에는 1674년(조선 현종 15년)에 주조한 5톤짜리 청동종이 있어 눈길을 끈다. 2000년 2월 15일 보물 제11-4호로 지정된 이 종은 경기도와 경상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승려인 사인비구가 만들었다고 한다. 승려이면서 뛰어난 장인이기도 했던 사인비구는 신라 종의 전통적인 기법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제조 기술을 합쳐 훌륭한 동종을 탄생시킨 것이다.

청룡사 동종의 맨 위에는 소리의 울림을 좌우하는 대나무 모양의 음통이 있다. 그 옆에는  종을 매다는 고리인 용뉴가 있으며 그 아래로는 배가 불룩한 포탄 모양의 종신이 있다. 역동적인 자태로 새겨진 용, 연꽃과 덩굴을 새긴 넓은 띠, 사각형 모양의 대 사이사이에 있는 보살상 등도 이 종의 가치를 높여준다. 지금도 날마다 열리는 예불의식 때 이 종을 치고 있으며 보존 상태도 좋은 편이다.

설국을 연상시키는 겨울 풍경이 매혹적

청룡사 일원은 숲이 울창하여 봄부터 가을까지 탐방객들이 제법 찾아오는 편이다. 그러나 겨울로 접어들면 인적이 끊기면서 호젓한 산사의 분위기가 고적하게 풍긴다. 절 자체보다는 하얀 눈으로 치장한 주변 경관이 매혹적이다.

청룡사를 품은 서운산은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그으면서 백두대간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인 금북정맥에 솟아 있다. 이 때문에 지형적인 영향을 크게 받아 경기도의 남부 지방치고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앙상한 활엽수의 나뭇가지마다 소복하게 내려앉은 하얀 눈의 향연은 설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입구의 얼어붙은 청룡 저수지(청룡호)도 눈벌판으로 변신하여 색다른 자태를 연출한다.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서운산에 오르는 것도 좋다. 청룡사-좌성사-서운산 정상-은적암-청룡사를 잇는 왕복 산행에는 2시간 30분쯤 걸리지만 눈이 많이 쌓여 있다면 상당히 지체된다.

# 드라이브 메모

경부(1번)고속도로 안성 분기점이나 중부(35번)고속도로 대소 분기점에서 평택충주(40번)고속도로로 접어든 다음, 남안성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서운(신촌리 및 산평리) 방면 57번 국지도(국가지원 지방도)를 타고 남하하면 산평교를 건너 충청남도(천안시 입장면)로 넘어온다. 34번 국도와 만나는 이곳 삼거리에서 진천 방면으로 좌회전, 2.2km쯤 달리면 청룡사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 34번 국도와 헤어져 왼쪽 길로 접어들면 다시 경기도 안성 땅이다. 청룡 저수지를 끼고 1.2km쯤 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다시 300m 남짓 더 가면 청룡사 앞에 이른다.

# 대중교통

안성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고속버스나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안성에서 청룡사 입구로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 13회 운행하며 30분쯤 걸린다.

# 맛있는 집

청룡사 입구의 풍물기행(031-677-5282)은 옛날보리밥과 민속묵밥으로 이름난 운치 있는 맛집이다. 청룡사 입구 34번 국도변의 청룡원조매운탕(041-585-5599)은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민물매운탕 전문점이다. 또한 산평-청룡사 입구 사이 도로변에 있는 팽나무골(041-583-8385)에서는 송어회를 값싸게 맛볼 수 있다.

# 숙박

수도권 및 중부권에서는 하루 코스로 넉넉하지만 숙박하려면 인근 민박집을 이용한다. 청룡사 입구의 호반가든(031-672-9090)은 민물새우매운탕과 토종닭 등을 내는 식당으로 민박도 겸한다.

[청주촌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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