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건너뛰기
작성자: 구름나그네
작성일: 2001-08-19 조회수: 285 추천수: 18
상대하고 싶지 않은 미운 놈을 부득이 상종해야 한다면 한 대 쥐어박기보다는 살살 달래어 떡이라도 한 개 주어 얼른 쫓아버리는 것이 상수라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이겠지.
고생은 바가지로 했지만 나 이번에 미운 놈 떡주기 작전에 성공했다우.^^
백두대간을 하시는 분들이 제일 싫어하고 다시 가고싶지 않은 구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추풍령에서 화령재에 이르는 중화지구라고 할 것 같애.
며칠 전에 그 구간을 다녀오신 지리산 선배님께서도 혀를 내두르셨고 이한성 선배님과 김태웅 선배님같이 너그러우신 선배님들도 그쪽에는 에이~~~ 하실 정도이니 알만하잖아?
하물며 나같은 천둥벌거숭이 막 산행꾼이야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개타령만 했지, 뭐!!!
8월14일.
내일 큰재에서 화령재까지 32.4km에 이르는 거리를 당일 주파해야 하는데 날씨가 잔뜩 흐리고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약간의 비만 내리지만 내일은 억수로 많이 온다는거야.
분명히 며칠 전의 주간 일기예보만 해도 8월15일에 비온다는 야그는 없었는데 밑도 끝도 없이 비가 온다니 이건 웬 낮도깨비 깡깽이 두드리는 소리냐구.
망연자실하여 수시로 기상청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일기예보를 예의 주시했지만 여전히 속리산을 비롯한 경북 서북부 지역은 강수확율이 60%라는 거야.
다른 곳은 다 2,30%인데 왜 그곳만 60%냐 이거지?
아무리 비와 구름이 친구라지만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녀!!!
비가 오고 태풍주의보가 내린 들 이미 계획된 사항을 포기하는 현명함이 내게는 없어.
가다가 백두대간의 귀신이 될지언정 내 다리가 성한 한 기어이 가야만 할 역사적 의무(?)가 있다구.
비가 온다고 등산을 못할 것은 없지만 비가 오면 안해도 될 고생을 바가지로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날씨가 맑은 것이 좋겠지. 나도 편한 것을 좋아하거든.
밤10시가 넘어서 승용차로 대전을 출발하여 1시가 조금 못된 시각에 경북 상주시 공성면 옥산에 도착했어.
산행을 끝마치고 화령재에서 내려 상주로 둘러서 차를 회수할려면 옥산에다 차를 두고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아.
오후 6시가 넘으면 큰재에 가는 대중교통편이 두절되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산행 전 준비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풀려면 좀 걷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걸어가기로 한거지.
그런데 옥산에서 큰재까지의 거리가 한 6km 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좀 인지는 모르겠네.
옥산 시외버스정류장 옆 공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잠을 좀 자고 나서 갈려고 차안에서 자세를 잡아봤지만 자세도 불편한데다 당일로 백리길을 주파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설레임 때문에 도저히 잠이 안오더라구.
한시간 정도 뒤척이다가 이럴 바에야 조금이라도 더 걷는 게 낫겠다싶어 2시10분에 옥산을 출발하여 큰재까지 걸어가기로 했어.
옥산에서 큰재까지는 쉬지않고 부지런히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리더구만.
그런데 이런 한적한 시골길에서는 혼자 밤길을 걸을려면 목숨을 걸어놓아야 할 정도로 위험하더라구.
새벽2시에 이 깊고 깊은 산골짜기 도로에 어떤 사람이 다니겠어.
그래서 운전자들이 그 좁은 2차선 도로에서 시속 100km로 마구 달리는거야.
다니는 사람도 없지만 음주단속도 하지 않으니까 술을 마신 음주운전자가 있을 수도 있거든.
내가 그 길을 걷는 한시간 동안 다섯 대의 차가 지나갔는데 한밤중에 혼자가는 놈이 강도인지 화적인지 알지 못하니까 세워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나 그 점에 대해서는 불만없어) 고속도로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총알같이 지나가는 차가 두 대나 있었는데 까딱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뻔 했다구.
두 번 씩이나!!!
아무리 사람이 다니지 않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니 애꿎은 산짐승들이 가끔씩 차에 치어 죽는 것 같아.
나는 그래도 산짐승보다는 머리가 좋아서 멀리서 불빛이 비치면 벌써 길가로 바짝 붙는데 순진한 짐승들이야 어디 그럴 생각이나 하겠어?
정말 인간들 못됐어!!!
3시10분에 큰재에 도착하여 폐교된 인성분교 앞에서 20분 정도 쉬었다가 3시30분에 학교옆을 지나 들머리를 찾는데 아무리 보아도 올라가는 곳이 없는거야.
학교주변에 숲이 꽉 우거지고 길이 여러 갈래여서 도대체 어디로 올라가는 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학교 교정과 화장실, 낡은 관사 건물을 보니 영락없는 여고괴담이더라구.
모가지가 없는 어떤 여학생이 피아노 치는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머리가 헝클어진 귀신이 교실 구석에 거꾸로 매달려 혀를 빼물고 있고, 화장실에서는 달걀귀신이 솟아 나오는 것 같아 식은 땀이 나더라구.
어메! 무서븐 거!!!!!
한 20분을 헤메다 간신히 숲속으로 난 표지기를 발견했어.
역시 이럴 때는 표지기가 등대라니까!
이런 소중한 등대같은 표지기를 어떤 인간들이 떼어 내느냐구?
낮이라면 그래도 빨리 찾았을텐데 밤이라서 헤멘 것 같아. 아님 내가 둔하던가......
빽빽한 소나무숲과 작은 나무들 사이를 힘들게 헤쳐가며 가다보니 낡은 묘지가 보이고 푹 패였는데 무슨 관짝 같은 게 조금 삐져 나온 것 같아.
그곳에 귀신이 누워서 "어이! 좀 쉬었다가게" 하는 것 같아 꽁지에 불이 붙은 것처럼 내뺐어.
나 왜 이렇게 약한거니?
진짜 귀신이 나와서 쉬었다 가라면 쉬었다 가야지 내빼봤자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밖에 더 되겠어?
그래! 귀신께서 쉬었다 가라면 쉬었다 가면 되는거야.
겁내지 말자구!!!
큰재에서 20여분쯤 가니 시멘트도로 하나가 나오더구만.
지도에 보니 이영도 목장으로 가는 길이래.
오른쪽으로 시멘트 길을 따라서 조금 가다가 목장이 보이는 지점에서 우측 산길로 접어들면 제대로 가는거고 직진하면 목장에 가서 개하고 부딪쳐야겠지?
어! 그러고보니 개짖는 소리가 안들리네.
오늘이 말복날이라고 개들이 눈치챘나?
하여튼 개란 놈은 영리하고 동물들도 제 살길은 다 찾는다니까!!!^^
잡목과 거미줄에 시달리다보니 이제는 귀신아니라 호랭이가 나온다해도 겁 안나더라.
비온 뒤여서 옷과 신발이 이미 젖을대로 젖었고 어떻게나 거미줄이 많은 지 온몸이 거미줄에 결박되다시피 하여 거미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것 같아 찝찝했어..
한참을 정신없이 가다보니 날이 밝아오고 왼쪽에 과수원이 하나 있는 조그만 농로가 나오는데 이것이 회룡재인 것 같아.
등산로라는 것이 마치 동네 뒷동산 같은데다가 특징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나처럼 독도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 유명한(?) 개터재도 어딘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잖아!
아까 지나오다가 개 목을 매달기 좋은 나무가 한 그루 서있던 데 혹시 그곳이 개터재???^^
한참 가다보니 힘이 딸리더라구.
무지하게 높은 봉우리(505m 봉)를 오르고 나니 엔진과열에다 지름이 앵꼬상태인기야.
그대로 퍼져 버렸당게.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순대(?) 채우고 나니 맛이 간 충전용 건전지가 다시 살아난 듯 쌩쌩 해지더라구.
역시 지름을 묵어야 해.
그 엄청 높은 봉우리에서 한 40분쯤 시간을 쥑이고 7시10분에 다시 휙휙 날아갔어.
한 40분쯤 날아가니까 윗왕실마을 임도라는 꽤 넓은 임도가 나왔어.
산을 팍 짤라서 임도를 내었는데 절개지를 내려올 때 꼬라박힐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혀!
임도를 지나서 봉우리를 두어개 정도 지나면 마을이 보이고 좀 잘생긴 묘지가 여러 기 나오는 곳이 있는데 과외공부하기 딱 좋은 곳이야.
정신 바짝 차리지 않고 졸다가는 기냥 삼천포로 가기 딱 좋은 곳이 있단 말이여.
길이 넓고 좋아서 당연히 그 길인 줄 알고 갔는데 100m 이상을 가도 표지기가 안보이네.
그래서 다시 갈림길이 있는 묘지로 왔더니 묘지에서 우측으로 조그만 숲길이 있는데 그게 바로 대간길이야.
오늘의 정상은 해발 615m 백학산이야.
숲에 가려서 주변의 산들이 거의 안보이는데 제일 높아 보이는 산이 나오면 저것이 백학산 일 것이라는 짐작으로 부지런히 쫓아가 보면 또 더 높은 산이 저만큼 버티고 있더라구.
615m면 어디가서 백두대간에 있다고 명함도 못내밀 높이인데 이곳에서는 지가 짱이라고 좀처럼 모습을 안보여주네.
괘씸한 것이 아주 꼴값을 떨어요!^^
그 빌어먹을 백학산! 쪼마난 놈은 가도가도 안보이는 거야.
나, 참 더러워서!!!
아니! 615m 밖에 안되는 것이 왜 그리 유세를 떨어?
윗왕실에서 한시간 정도 헥헥거리며 올라왔더니 히쭈구리한 산봉우리 하나가 자기가 백학산이라고 명찰을 달고 있더구만.
나는 그 봉우리도 개털봉우리 인 줄 알고 휘딱 넘어갈려고 했는데 98년5월 상주시청산악회에서 대리석 명찰을 달아주었더라구.
그 옆에는 대리석보다 훨씬 고참인 듯한 하얀 나무표지판이 있는데 어떤 나뿐 사람들이 산악회 명칭인 세 글자를 지우고 "산악회"만 남겨놓았어.
그래도 그런 것을 세울려면 여간 정성이 들어간 것이 아닐텐데 그런 못된 짓을 하다니.....
아무튼 백학산은 두 개씩이나 되는 명찰을 달고 있었어.
백학산! 너 참 대접받는다.
615m 짜리 꼬마가 근사한 명찰을 두 개씩이나 얻어달구!
난장이만 사는 동네에서는 숏다리가 왕이라구? 허! 고것 참!!! ^^
백학산 정상에서 10분쯤 쉬었다가 9시20분에 출발.
급경사길을 10여분쯤 내려오니 엄청 넓은 임도가 있는데 이 임도도 몇 년전에 새로 낸 것이라는데 이런 식으로 산을 깎아대다가는 10년쯤 지나면 백두대간이 왕창 망가질 것 같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구나! 흑흑흑!!!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보니 왼쪽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들려 얼른 다가갔더니 조그만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비온 뒤여서 물이 흐르지 보통 때는 물이 없을 수도 있겠더라구.
빗물이 섞이고 약간 구정물이라도 대간상에서 물을 본다는 것은 동지섣달에 꽃 본 것만큼이나 반가운 일이어서 얼른 주워담았지.
아, 이 든든함!!! - 빗물에다 구정물이 믹서된 더러운 물에 감격하는 구름나그네!!!
임도를 조금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지점에 능선으로 연결되는 표지기가 있더라.
잡목과 거미줄과의 전쟁을 치르며 짜증나고 지루한 길을 가다가 마을이 거의 다 와가는 지점에서는 지독한 칡넝쿨숲을 통과하게 되었어.
무지막지한 칡넝쿨숲인데 신기하게도 길은 열려있더라구.
하기야 이건 신기한 게 아니지!
이 길을 앞서 가셨던 선배님들이 후답자를 위하여 피와 땀을 흘려가며 만들어놓은 길이야.
나는 그 선배님들의 덕분으로 고속도로를 가는거나 마찬가지야.
그런 의미에서 백두대간 선배님들께 감사의 묵념!!!
어이! 묵념할 시간이 어딨어? 빨리 지나가! 뱀 나와!!!!!^^
오~~잉!!!!! 뱀이라구 @@@ 후다닥!
그래서 기냥 지나왔시유.
나도 뱀을 싫어하고 또 무서워 하거든.
지금에 이르러 선배님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요. 꾸~벅!
칡넝쿨 지역을 통과하니 과수원과 채소밭이 보이고 근처에 마을이 있더구만.
항상 마을이 있는 곳을 통과할려면 길이 여러 갈래이고 표지기를 제거하여 아주 곤란을 겪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어.
그래서 이쪽저쪽 밭떼기를 헤메다가 채소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길을 물으니 잘 알려 주시더라구.
그러고나서 시원한 물이나 마시고 가라고 권유하기에 두 잔이나 물을 마셨는데 정말 그 물맛 죽여주더라!!!
아지메요! 고맙심데이!!!^^
그 동네는 소정리라는 곳이며 앞에 보이는 도로가 그 유명한 개머리재 라는기야.
아니! 개머리재라구!!!
그런데 왜 개들이 그림자도 안비치고 짖지도 않냐?
오늘이 말복임을 알아차리고 생명의 위협을 느껴 몸조심하느라 근신하는 건가 아니면 지난 번 중복 때 전멸한 것인가?
길가 사과과수원의 탐스런 열매가 유혹을 하는데 차마 따지는 못하고 혹시라도 내 염력으로 저절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여 눈에 힘을 주어 쳐다봤지만 안떨어지더라구.
오호통재라! 아직도 내 공력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구나!
10시55분 개머리재 도로를 건너 다시 능선으로 접어들어 지루하게 가는데 거미줄이 어떻게나 많은지 나의 뛰어난 검도실력도 그 많은 거미줄을 섬멸하기란 역부족이야.
아무리 능란한 솜씨로 거미줄을 걷으며 지나가도 워낙 많아서 도저히 못 당해내겠어.
지금까지 무려 여덟시간을 걸어왔는데도 반대 방향이나 같은 방향으로 사람이 한 명도 안다녀서 거미줄이 하나도 걷히지 않았어.
아무리 중화지구가 미운 오리새끼지만 그래도 백두대간 줄기인데 오늘같이 노는 날 사람이 이렇게도 안다니다니......
잡목숲과 거미줄 외에는 별다른 특색도 없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길을 지나 지기재로 내리는 길은 급경사지역으로 비에 쓸린 자갈길이 마치 계곡과도 같아 혹시 계곡으로 잘못 내려섰나 의심할 정도로 깊이 패였어.
고추밭과 과수원이 있는 농로를 지나니 왕복 2차선 포장도로가 있고 버스정류장까지 있는 지기재라는 곳이 나오더구만. 12시 도착.
이곳은 옛날에 도적들이 들끓어 적기재라고도 했다는데 글쎄? 아무리 둘러봐도 도적들이 숨을만한 곳이 없는데 웬 도적일까? 좀도적인가?
도로를 건너 제법 커보이는 마을이 하나 보이는데 그곳이 금은골이라지?
금은골로 들어서는 시멘트도로에서 100m쯤인가 가면 오른쪽으로 농로가 하나 나있는데 대간길은 그곳으로 이어지지.
그다지 경사진 곳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쯤 워낙 힘이 빠질 때가 되어서 그 완만한 경사조차도 감당하기 어렵더라구.
잡목숲만 나오다가 이 지역에 이르니 제법 넓은 바위지대가 눈에 띄는데 화산재 비슷한 흙이 덮힌 그다지 좋지 않은 바위여서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방향도 여러 번 바뀌어 약간씩 과외공부를 시키기에 또 개타령을 널어놓았어.
그렇잖아도 배고프고 힘딸려 죽겠는데 하기싫은 과외공부를 왜 시키는기야 개라도 확 삶아먹고 기운을 차릴까보다. 아, 먹고싶은 개!!!^^
개대신 뱀이라도 있으면 보신을 해볼랬더니 그 흔한 뱀도 없네.
오늘이 보신하는 말복인줄 알고 지들도 잡아멕힐까봐 다 피난갔나벼!
역시 동물도 위기에 대처하는 본능은 살아 있나보다.
바위지대 오르막을 다 오르고나니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 너무나 피로하여 일단 주저앉아서 민생고를 해결했어.
그동안 내동 괜찮다가 밥을 한참 먹고있는데 소나기가 막 쏟아지는거야.
이런 제기랄!!! 밥먹을 때는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갑자기 웬 비야?
피할 때도 없고 피할 힘도 없어 그냥 빗물과 밥을 섞어서 먹을 수밖에.....
비는 다행히 금방 지나가서 내가 식사를 마치고나니 거짓말같이 그치더구만.
2×9=18!!! 왜 하필이면 밥먹을 때 비가 오냐?
雨神 왈 "니는 왜 하필이면 내가 오줌눌 때 밥을 묵냐?" ^^
어? 정말 그렇네! 할말 없심다!!!
밥묵고 나서 잠깐 드러누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지 뭐니!
한 20분이 번개불에 콩구어 먹듯 지나갔어.
고것도 잠이라도 머리가 맑고 힘이 나는 것 같더라구.
여기서 한시간 이상을 까먹어 허겁지겁 서둘러 신의터재로 가는데 방향도 자주 바뀌고 어떻게나 무덤이 많든지 옛날에 이곳의 지관들은 한밑천 잡았겠더라구.
백두대간 줄기 어디를 가더라도 무덤이 흔히 보이는데 그런걸 보면 백두대간 줄기가 명당은 명당인 모양이지?
옛날에는 행세깨나 했을 양반들이 명당을 찾아서 그 무거운 관을 이곳까지 운구할려면 그 집 하인들이 얼마나 원망을 하고 저주를 퍼부었을까?
하인들의 지독한 저주로 인하여 오히려 잘못된 경우도 있는 모양이야.
무덤 관리상태를 보면 잘 손질된 곳보다는 묵묘가 된 곳이 훨씬 많은 걸 보면 그런 추측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풍수지리설은 실종되었나?
14시20분 신의터재 도착.
2차선 포장도로가 있고 버스정류장도 있으며 시멘트 벤치가 놓여있는 소공원에는 신의터재 표지석과 임진왜란때 상주전투에서 왜적을 물리친 절곡 김준신 선생의 유적비도 있어.
여기서 화령재까지는 아직도 10.3km가 남았으니 이제 3분의 2쯤 온거야.
이제 나도 지칠대로 지쳐서 지금부터는 오로지 깡다구와 오기에 의해서만 가는거야.
체력은 이미 한계점에 달했을 정도로 지치고 망가졌어.
하루종일 젖은 신발을 신어 발이 퉁퉁 불어서 발가락, 심지어는 발바닥까지 다 까지고 아랫도리는 빗물과 땀에 절어서 양쪽 허벅지와 쌍방울(?)까지도 모두 헐었어. ㅋㅋㅋ ^^
상이용사처럼 절뚝거리고 고래잡은 머시마처럼 어기적 어기적 하면서도 10km가 넘는 길을 가야겠다고 미련을 피웠으니 나 장한거요? 미련한거요?
나도 고집 때문에 망할 사람이야.
미련한 짓일 줄 알면서도 기어이 움직였으니........
화령재로 가는 길에는 윤지미산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산이 짱이래.
높이가 겨우 538m 라는데 여기서는 얘가 호랭이 노릇을 한 대요.
참! 너무 기막히다.
어디가서 백두대간에 있다고 하면 챙피죄로 걸릴 높이인데 사방 수십리 근방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라니!!!
심한 숲에 가려서 주변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어디가 어딘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트럭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마이크소리가 들리며 가끔씩 개가 깨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개를 잡는 것 같기도 한데 도무지 어디쯤인지 알 수가 없더라구.
날씨는 더워서 미치것는데 바람 한 점 안불고 모기는 왜 그렇게도 극성을 부리는지 지쳐서 퍼질려고 해도 드라큐라처럼 우루루 뎀벼들어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겠더라.
그래도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고 졸렸던지 숲속 풀더미에 두 번인가 퍼졌는데 모기가 피를 빼가던 말던 세상모르게 10분씩이나 잤다는 거 아니우.
잠이 오니까 숲속에서 나온 모기가 피를 빨거나 뱀이 나오거나 알 바 아니더라구. 젠장!!!
그 빌어먹을 윤지미산은 가도 가도 나오지 않았어.
하나도 안높은 것이 사람 진을 있는대로 빼놓고 명색 대간을 종주한다는 나를 묵사발을 만들어 숲속에서 모기의 먹이가 되게 하다니 정말 자존심 상한다.
일찍이 지리산에서도 덕유산에서도 이런 불상사(?)는 없었는데 너 따위에게 당하다니!
김지미라면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인데 그 빌어먹을 윤지미는 정말 징그럽다.
그 싸가지 없는 산에다가 왜 그렇게 이쁜 여배우의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윤지미! 나는 네가 싫어!
투덜투덜 흐느적흐느적 하면서 어떤 못생긴 봉우리를 하나 올라섰더니 표지기가 잔뜩 있고 그 근방에 더 이상 높은 산이 없는 것으로 보아 얘가 윤지미인 것이 분명한 것 같았어.
윤지미산에는 17시50분에 도착.
신의터재에서 무려 3시간 30분이나 걸렸어.
백두대간 전도사격인 길춘일씨가 배암에게 물렸다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 같아.
바위와 돌이 섞여있고 주변에 나무들이 있어 내가 봐도 뱀이 좀 있을 것 같더라구.
나는 이제 뱀이 와서 물려고 덤비면 그냥 물려주어야지 도망갈 힘도 없어.
그런데 길씨가 뱀한테 당하고 나서 복수혈전을 하느라고 매년 한번씩 뱀을 소탕했는지 이 근방에 뱀은 씨도 없더라구.^^
징그럽고 얄미운 윤지미산이지만 워낙 힘이 빠지고 더워서 20분이나 쉬었어.
아랫도리가 너무 쓰라려서 바람이라도 통하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반바지를 갈아입었지.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끝나는구나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야.
어떻게 생겨먹은 산이 내리막으로 바로 연결이 안되고 엄청 높은(?) 봉우리를 너댓개나 더 넘어가야 하더라구.
물도 다 떨어지고 먹을 것도 모두 떨어져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게다가 길은 왜 그렇게도 갈림길이 많은 지 과외공부 한번 잘못하면 산속의 미아가 될 것 같아 몽롱한 가운데서도 정신 바짝 차리고 표지기를 쫓아갔어.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꼭 필요한 곳에서는 표지기가 없어요.
기진맥진하여 화령재가 거의 다 와가는 임도에 이르니 산토끼 한 마리가 뛰어오다가 내 앞에서 멈추고 가만히 쳐다보는거야.
다른 때 같으면 본능적(?)으로 스틱을 한방 날렸거나 짱돌을 집었을텐데(이러면 안되는디유.^^) 지금은 너무나 지쳐 내가 토깽이의 눈치를 봐야할 정도야.
지금 상태에서는 토깽이 하고 맞짱뜨면 내가 뒤로 자빠질 것 같애. 진짜랑게! ^^
토선생은 어이가 없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오늘은 너 한번 봐준다"하는 표정으로 유유히 숲속으로 사라졌어.
누가 안봤기에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나 개망신(또 개냐?) 당해도 싸!
토깽이의 눈치를 본 그 치욕(?)의 임도에서 10여분 정도 가니까 드디어 화령재가 나왔어.
윤지미산에서 1시간 걸려 19시10분에 도착.
와!!! 드디어 해냈다.
만세! 만세! 대한독립만세!
내가 등산을 마쳐서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이 광복절이라서 나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만세를 부른거야. 오해하시마쇼잉~~~^^
지나가는 차가 수두룩 하고 화령재 공원에 잠깐 들러서 놀다가는 사람도 많아 쉽게 차를 얻어타고 화령면소재지가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19시30분발 상주행 버스를 탔지요.
큰재에서 화령재까지 32.4km, 옥산에서 큰재까지의 서비스산행 6km를 포함하면 38.4km로 무려 100리에 가까운 길인데 당일로 주파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일명 중화지구라고 불리우는 이 구간은 능선의 해발고도는 대체로 낮고 완만한 편이지만 지독한 잡목숲에다 거미줄, 모기, 파리, 벌 등의 해충은 반갑지 않은 복병이었다.
또한 민가가 인접하여 길을 잃고 헤메기 쉬운 구간이 의외로 많아 독도에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더구나 삼복더위 한여름에 17시간이나 걸려서 100리나 되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백두대간 중에서는 가장 재미없고 지루하고 짜증나는 구간이지만 그렇다고 건너 뛸 수도 없으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헤쳐나가야만 하는 구간으로 이른 바 백두대간의 미운 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미운 놈을 건너뛰기 위하여 큰재에서 화령재까지 당일치기라는 극약처방을 썼더니 너무나 힘들다.
산행기를 작성하면서도 지형적으로 특기할만한 것이 없어 소재가 빈약하나 이 구간을 운행하면서 지루하지 않은 산행기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을 필요이상으로 묘사하여 발 달린 뱀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염려스럽다.
깊이 생각하지말고 잠깐 머리를 비운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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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놈 건너뛰기
드디어 윤지미품에 안기셨군요
너무나 이뻤던 백학산의 표지목
감사합니다
개타령을 듣고 있자니 흥이 절로납니다^^ 얼~쑤
큭큭, 하하, 훗훗, 푸하하하~~~~
과대포장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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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웅
작성일: 2001-08-19 조회수: 79 추천수: 4
드디어 윤지미품에 안기셨군요
부드러운 어머님의 품 같았던 윤지미산이 님에게는 왜 그리 힘들게 했을까?
하긴 이 지긋지긋한 복중에 남들은 두 구간에 나누어 종주하는 것을 하루만에 달렸으니...
저는 휴가(남들이 보면 웃기는 이야기)를 보내며 님들의 산행기를 보며 부러워만 하고 있답니다.
회룡재에서 우린 종주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대간상에서 종주자를 만났을 때 그 반가움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백학산을 오르면서 몇개의 봉우리를 연이어 넘어 정상에서면서 잔디밭산악회 1차 종주대에서 세운 표지목이 참으로 반가웠는데 산악회 이름이 지어진채 남아 있군요.
그리고 지기재를 통과하면서 종주대원이 반으로 줄어 백두대간 종주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지요.
대개 대간 종주자들이 추풍령을 통과하고 화령재까지가 고비인 것 같습니다.
죽령에서 소백산을 넘으면서 종주자들은 다리 힘도 붙어 후반기 대간길이 길 고 멀어도 무난히 완주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한고비가 기다리지만...
피재에서 댓재까지 40여 개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는 정말 지겹고,
댓재에서 백봉령구간은 정말 가도가도 산뿐이었습니다. 다시는 쳐다보고 오줌도 누기 싫었는데 작년 무슨 바람이 들어 댓재 백봉령구간을 다시 도전해 보았지요...
그리고 응복산을 지나 약수산을 오르면서 정말 힘들었답니다. 약수산은 어디메 숨어있단 말인가!
마지막 구간인 설악산은 오직 완주하겠다는 일념으로 걸었고,
마산에 올라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은 아마 너무나 힘겹게 완주했기에...
가끔 전구간을 담은 비디오(잔디밭 김종국대장이 수고하여 만든 비디오 테이프 2시간 분)를 보며 마음속으로 대간길을 걸어봅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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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한성 작성일: 2001-08-20 조회수: 69 추천수: 5
너무나 이뻤던 백학산의 표지목
언젠가 잔디밭산악회의 빨간표지기를 벗삼아 백학산을 올랐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군요.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같은 산속에 하얀표지목하나, 사각형의 나무말목에 '잔디밭산악회'라는 쓰여있는 그 표지목하나가 너무나 반갑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마 상주시청산악회의 열성적인 배려에 그 임무를 다하고 뒤로 물러 앉은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김종국대장님과 김태웅님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름나그네님, 기어이 해 내셨군요.
아무나 할수 있는 결코 만만한구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서 해 내셨네요.
그 고생을 하고도 무사히 살아 남으셨으니...., (하하, 하기사 살아계셔야 속리산에서 뵈올테니까 그쵸?)
암튼, 대단한 투혼 이십니다.
고생은 되었지만 아주 시원 하시리라 생각하면서, 무사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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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웅 작성일: 2001-08-20 조회수: 42 추천수: 3
감사합니다
이한성님!
님의 산행기 항상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님의 산행을 보며 항상 부러운 마음뿐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저의 글도 계속 읽어주시고 많은 조언 부탁들입니다.
저는 정맥산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채 허덕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니 빠져나오기가 힘이 드는군요
자유산행이 하고 싶은데...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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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의녀
작성일: 2001-08-19 조회수: 102 추천수: 3
개타령을 듣고 있자니 흥이 절로납니다^^ 얼~쑤
구름나그네님!
너무 고생 많이 하신 것 같아 맘이 아픕니다(사실인가 몰러^^) 제 배꼽이 실종됐습니다.
말복에 광복까지 겹친 날에 맛도 못보시고 개타령만 하시느라 얼마나 허기지셨을지...
아무나 못하는 산행하시면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구름나그네님! 존경합니다.
제가 사람보는 눈은 확실히 쓸만한가 봅니다. 이런 멋진 분의 팬이 되다니
정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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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철들자
작성일: 2001-08-20 조회수: 72 추천수: 3
큭큭, 하하, 훗훗, 푸하하하~~~~
배꼽이 너무 아픕니다.
언제나 구름나그네님의 재미난 산행기를 잘 보고 있는데,
이번 산행기는 정말로 배꼽이 빠집니다.
하여간, 제일 재미없는 중화지구를 끝냈다니 글이나마 추카 추카를 보내드립니다. 글리고 박수도 함께 짝, 짝, 짝
표시기를 자연보호를 위해 무참히 없애신 넘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진짜루 자연보호가 뭔지 아시는 넘들인지~~~~~
이번에도 님은 철저한 자연보호자(?)들 땜시 고생하셨군요.
그러나 저는 님의 표시기를 찾으며 열심히 뒤따라 갈까 합니다.
저, 덜 고생한다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구름나그네님과 언제나 대간에서 조우할 수 있을지? 하여간 뒤를 열심히 좇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기는 넘, 재미있습니다. 큭큭큭, 푸하하하~~~~
힘든 산행을 하셨는데, 재미도 못본 놈이 웃어 제겼서 죄송,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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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나그네
작성일: 2001-08-20 조회수: 85 추천수: 4
과대포장 했습니다. ^^
김태웅 선배님!
소의녀님!
철들자님!
보잘 것 없는 졸작에 과찬을 해주셔서 송구스럽습니다.
사실 중화지구라는 곳이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나며 특색없는 구간입니까?
말하자면 알맹이가 없는 곳인 셈인데 산행기를 그냥 건너 뛸까하다가 그래도 그 부분만 빠진다면 이어진 산행기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 같아 비록 재미없는 사항이라도 살을 붙여 과대포장을 좀 했습니다.
알맹이가 없어도 포장을 그럴 듯하게 하면 조금 이뻐 보이잖아요?^^
웬만하면 8월 하순쯤 갈려고 했는데 극성스러운 제 주위의 미식가들이 말복날 된장바르자고 할 것 같아 산행을 핑계삼아 도망 친 것입니다.
나 한몸 잘되자고 선량한 동물에 된장을 바르는 짓은 못하거든요.
그렇다고 보신주의자들의 성화를 이겨낼 배짱도 없고.....
그래서 만만한 백두대간으로 도피를 한 것입니다.
개를 보호하기 위하여!
앗! 그러고보니 이것도 개타령이 되어부럿네요잉~~~~~^_^
지루한 산행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행직후 경과보고)
작성자: 구름나그네
작성일: 2001-08-17 조회수: 193 추천수: 0
애들 주먹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그저께 8월15일 중화지구 산행(큰재-화령재)을 다녀왔는데요.
본산행 32.4km, 서비스산행 6km를 포함하여 무려 38.4km를 당일주파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산길 백리를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중화지구의 고도가 대체로 얕아서 동네야산 같다지만 지독한 잡목숲과 숱한 거미줄, 파리, 모기때문에 그 고통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애들 주먹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고 무려 백리나 되는 거리에다 산행시간이 17시간에 이르다보니 거의 반죽음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마주친 산토끼가 나를 떠다밀면 뒤로 자빠질 정도로 지친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닙니다.
어이가 없고 무모한 산행기는 내일쯤 올리겠습니다.
무리한 일정을 잡는 분들에게는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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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주먹도 많이 맞으면 아프다?
고생하셨습니다.
서비스산행의 의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나의 열렬한 팬(?)이신 소의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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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리산 작성일: 2001-08-17 조회수: 95 추천수: 0
고생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신의터재에서 끊었으면 고생은 조금 덜 하셨을 턴데...
다음 구간은 천상 화령재에서 밤티재까지 다녀오셔야 될것 같습니다.
중도에서 하산하여 다음에 다시 접근하려면 더 힘들고 한번 더 고생을 하실 것 같군요
길옆 과수원 사과는 슬쩍 맛을 보셨는지요?
그리고 왠 써비스구간(?) ....뺑뺑이 돌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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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나그네
작성일: 2001-08-17 조회수: 84 추천수: 0
서비스산행의 의미?
지리산 선배님!
제가 가고자 하는 바로 앞길을 가셔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중화지구 짜증나는 구간 지나시느라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지요?
그리고 속리산 구간부터는 멋진 산행이라고 하지만 매우 힘든 구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이랑님과 두분 모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개머리재 부근이던가요?
그곳에 사과과수원이 길가에 꽤 있었는데 군침이 돌았지만 깡다구가 없어서 사과가 저절로 떨어질 정도로 쳐다만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주인이 있으면 떨어진 낙과라도 몇 개 얻을려고 했는데 사람이 없어 낙과조차 줍지 못하겠더라구요. 워낙 마음이 여려서.....^^
제가 말한 서비스산행이란 말의 의미를 선배님께서는 요새 흔히 말하는 과외공부나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이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고 처음 등산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등산 들머리까지 가기 전의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옥산에다 승용차를 두고 큰재가 있는 곳까지 도보로 걸어간 6km를 말하는데 저도 사실 서비스산행의 의미가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산행기를 보니 그런 뜻으로 쓰이는 것 같아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사용해 보았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라고도 하고 과외공부(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모르지만)라고도 하는 것.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원래의 길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저의 독도수준은 독도라고 부를 정도의 수준도 못되는 겨우 등고선 정도와 방향 정도만 아는 아주 기본적으로 지도를 볼 정도의 수준입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산행을 할 때 지도는 거의 보지않고 대간에 관한 설명서나 선배님들의 산행기, 그리고 제 나름대로의 산행감각(몸으로 때운 경력이 10년이 넘습니다)을 총동원하여 이른바 통빡으로 대간을 가고 있습니다.
한심한 얘기로 들리시겠지만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하고 준비(예습)를 철저히 하며 원칙을 그런대로 잘 지켜 큰 실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갈림길이 있었던 곳에서는 표지기를 따라 가다가 100미터 정도만 표지기가 나타나지 않으면 과감히 뒤로 돌아서서 마지막 표지기를 본 곳에서 다음표지기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길을 갑니다. 이 때문에 과외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못하지만 머리 좋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앞서간 선배님들의 흔적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선배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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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리산 작성일: 2001-08-18 조회수: 71 추천수: 0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큰재는 차량접근이 가능하여 써비스구간이 없는데 왠 써비스구간인가 했습니다.
길 찾기를 잘못하여 몇 백m면 몰라도 6km씩이나 고생할 군번은 아니신데 헷갈렸습니다.
하여튼 헛 고생은 하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저가 운행중 가장 고생했던 구간은 소백 고치령에서 태백의 들머리인 도래기재까지
좌석리에서 써비스구간 4-5km를 덤으로 올라가며 겨울철 적설운행으로 16시간 30분이
소요 되었습니다.
그런 기억이 없다면 대간 길이 끝난후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화령재이후 부터는 대간의 참맛도 두루 구경하시고 산행다운 산행을 하실것 같습니다.
저는 님께서 지나오신 구간중 3구간 반토막 정도를 더 걸어야 합니다.
재미나고 구수한 산행기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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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의녀 작성일: 2001-08-17 조회수: 96 추천수: 0
고생많으셨습니다.
비를 안맞으셨다니????
그럼에도 고생하셨군요. 저도 그곳을 지날때 대낮에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이 조용해 으스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잡목구간에 대배낭(단독종주하는 분 지원산행)을 메고 지나느라 잡목과 싸우던(정말 싸웠답니다. 얼마나 약이 오르던지) 기억이 새롭습니다.
출근을 위해 하산하던 길 과수원의 사과를 군침만 흘리며(제가 새가슴이거든요^^) 지나왔었는데 지리산님처럼 혹여 맛을 보셨는지요^^
고생 많으셨구요. 리얼한 산행기 기대하겠습니다.
-------------------------------------------------열렬한 팬 소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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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름나그네 작성일: 2001-08-17 조회수: 79 추천수: 0
나의 열렬한 팬(?)이신 소의녀님께!!!
우와! 정말 소의녀님의 말씀에 저 감격했습니다요!!!
저의 열렬한 팬이시라구요?
그럼 나는 그대의 오빠(?)
야!!! 나도 오빠부대를 거느리게 되었다! 만세!!! ^_^
지는요?
깡다구가 없어서예.... 사과 맛을 못봤시유!
누구 말마따나 \"줘야 먹지!\" 축에도 못끼고
\"줘도 못먹나!\" 요런 인간이랍니다.
입만 살고 키보드 자판만 살아서 토닥거리지
실제의 저는 물러터진 홍시같은 사람이랍니다.
아내가 저보고 \"멀거니\"라고 하는데 이기 무신 소리래요?
지리산 선배님 같이 크신 분이 사과맛을 봤다고 저같은 사람까지 그러면 어쩐대유?
원효대사가 술마신다고 이제 막 머리를 깎은 신참 스님이 같이 술마시면 안되잖아유?
그렇지만 솔직히 후회는 되는구만요. 아! 아까워라!!
설악은 잘 다녀오셨는지요?
저는 작년 7월에 설악서북능선과 공룡능선을 1박2일에 종주하였습니다.
정말 좋은 산이지만 너무 멀어서 자주 못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번에 어느 코스를 다녀오셨는지 님의 산행기가 기대됩니다.
저역시 소의녀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누나부대 맹글어 볼까유? 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