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첫째 간다는 속담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먼 충북 옥천군 청산면 대성리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라 재를 3~4개 넘어 등교를 했던 원후희 친구가 지난달엔 동남아를 누비더니, 이번엔 유럽대서양 끝자락 포루투갈, 스페인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친구가 보내준 성지사진들을 보며 30년 전 희망에 벅찼던 추억들이 간절했다, 나 역시 해외여행이 자율화된 1990년 초 다니던 평화방송에서 사장신부님이 무슨일이신지 기자들 중 가장먼저 유럽성지순례를 보내주셨는데 이스라엘, 로마, 포르투갈, 러시아 프랑스 등을 다녀온 직후 신앙의 문이 활짝 열려 그 이후론 제아무리 월급을 많이 준다해도 스카웃 제의를 거절. 영원한 평화맨이 된 것이다,
보는만큼 마음도 열린다, 오늘날 로마가톨릭의 기틀을 세운 동로마 콘스탄스누스 대제의 모친 헬레나 황후도 그토록 원하던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 후 비로소 전세계 가톨릭의 포교가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성지순례는 한사람의 영혼을 움직이는 기적의 역사를 만든다.
더욱이 이번 방문한 포르투갈 파티마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시대 러시아 회개를 이끌어 세계평화 기적을 이뤄냈다는 성모발현지로도 전세계인들의 발길이 끝이지 않는곳이다,
두 번째 방문지인 스페인은 가톨릭3대 성지로 예수그리스도 12제자 중 가장맏형인 야고버 사도의 유해가 있는 곳으로 특히 산티아고(야고버) 데 콤포스텔라는 우리나라 국민들도 많이가는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후희친구가 성당을 다니는 것 같진 않지만 예전 법무행정국 근무할 때 가톨릭교리를 받았다고 했다, 친구가 세계적인 성지순례를 하며 무엇을 느꼈을까..
원후희 친구를 생각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각대장’ 이다, 누가 붙인 별명인진 몰라도 이른 새벽 별보고 일어나 등교를 서둘렀지만 워낙 멀어 등교시간을 놓치기는 다반사이다,
어머니가 해주신 꽁당보리밥에 반찬이라곤 까만무짱아치 단하나, 도시락과 책+공책을 하나로 보자기로 어깨 둘러메고 수 십리를 줄달음쳐 그렇게 어린시절 단련된 몸들이 성년이 되어서는 가장 건강한 육신과 정신을 주셨다,
6학년2반 담임이신 이상성 선생님은 멀리 오느라 고생한 친구들을 위해 등교는 늦었지만 가장 따뜻한 난로 안쪽에 도시락을 넣어주시도록 배려하셨고 오후엔 특별 방과후 수업도 해주셨다.
먼길 함께 등하교하며 형제처럼 지내던 대성리 네명의 친구가 최근 서울역에서 모여 촬영한 사진을 보았다, 원후희, 이찬희, 곽재순, 고일룡 친구 당시엔 키도 대부분 작고 까맣었지만 지금 건강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것 같았다.
그런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오로지 한곳에서 40년을 근무하고 정년퇴임한 후희친구에게 유럽성지순례 기적의 체험이 이뤄지길 기원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