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북으로는 러시아, 남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반도 면적의 7배, 세계 면적 19번째인 나라 몽골! 17개 씨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로 자존심이 강하고 유목문화와 불교, 샤머니즘이 공존하는 파란 하늘의 나라 몽골을 가게 되었다.
▲ 몽골의 지정학적 위치 ▲ 텡그리(하늘)
몽골인들은 어려서부터 알콜에 길들여진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아이락(마유주-馬乳酒)은 알콜이 7도 정도 된다. 말젖으로 만들어 막걸리처럼 뿌연 아이락에는 알콜이 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몽골인들은 술이 아니라 음식으로 간주한다. 여름이면 세 끼를 아이락으로 해결할 정도고 손님이 와도 아이락을 대접하는데 우리 입맛에 길들이기에는 약간 힘들다. 몽골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으로 식탁을 차려왔다. 살찐 양고기를 즐겨 먹는데 잔치상엔 양몸통 전체를 삶은 ‘오츠’가 대표적이다. 보츠는 우리나라 찐만두와 모양, 크기가 비슷한데 속은 양고기를 주로 다져 넣고 야채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수테차(우유차)는 우유와 고형 차를 넣어서 끓여 마시는 것으로 유목민들의 아침식사이면서 우리 입맛에도 먹을 만하다. 의복은 한국의 두루마기와 비슷한 ‘델’과 모자(말가이), 구두(고탈)인데 소매가 긴 겉옷인 델은 남녀노소가 모두 입고 있으며 여름철에도 긴 옷을 입는 것은 건조한 기후에 햇빛이 강해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삶의 지혜이다.
▲ ‘나담(Naadam-놀이)’ 축제 ▲ ‘나담’ 축제 의상
나담(Naadam-놀이)축제는 매년 7월 11일 부터 3일 간 남성 3대 경기 즉 씨름, 활쏘기, 말경주로 몽골 최대의 축제가 벌어진다. 몽골인들은 자력(自力)으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종족이 전멸(全滅)한다고 믿었다. 강대국에게 국방을 의존하면 수적으로 열세인 종족이 소멸된다고 조상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왔기에 힘이 평화, 안정의 상징이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그래서 몽골에는 씨름이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씨름의 인기는 캐나다의 하키, 미국의 야구, 독일의 축구, 스페인의 투우의 인기보다 훨씬 높다.
여행지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배경으로 하늘(텡그리)의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우리들의 꿈과 사랑도 어우러지는 광경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랄까? 머릿속이 차츰차츰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차창가로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스친다.
▲ 전통 주거지인 ‘게르’
▲ 초원의 목가적 풍경 ▲ 자연과 어우러진 목동
아르부르드 사막! 사막이라 부르기엔 아담 사이즈, 사막을 보기엔 더 먼 지역으로 가야 하지만 아쉬운 대로 이곳도 괜찮았다. 낙타를 타고 잠시 동안이나마 운치에 젖는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삼삼오오 낙타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마음은 체험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랄까?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 여행의 묘미를 맛본다. 낙타에서 타고 내릴 때 앞으로 쏠림에 놀라지 마시고 주의하면 될 것 같다. 아르부르드 사막은 지평선까지 펼쳐진 모래사막, 하늘과 지평선 사이의 색다른 노을과 모래 언덕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끽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명상하기엔 아주 좋은 시간들이다. 사막에서의 ‘게르’ 체험도 독특하다. 전통 주거 양식인 게르 안도 깔끔하고 뚫어진 천장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도 기분을 업 시키기엔 충분하다. 아르부르드 사막에서의 밤도 잊을 수 없다. 기온이 밤에는 떨어져 날씨가 쌀쌀하기에 불 피워놓고 저마다 부르는 노래 소리에 우리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 한 마음 되어 부르는 노래! 마음이 완전히 열리는 순간이다.
아스팔트 포장길 양편으로 아담한 산들이 이어지고 산과 산 사이에 완만한 경사의 드넓은 초원이 계속된다.
▲ ‘테렐지’ 국립공원 ▲ 만물상
세계 자연 유산인 테렐지 국립공원, 기암괴석(奇岩怪石)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의 명소로 몽골인들의 신혼여행지이자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가는 도중 곳곳에 보이는 샤머니즘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어워’는 우리의 성황당과 같다.
테렐지는 맑은 공기와 밤하늘의 별이 자랑거리이며 특히 몽골 전통 음식인 허르헉(뜨겁게 달군 돌을 이용하여 감자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밖에서 불을 가열하여 조리하는 양고기로 하는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양고기 냄새도 나지 않으며 우리 입맛에도 맞는 맛있는 음식이다. 행운이라면 우리 TV에도 소개되었던 신화라는 그룹의 가수들이 나와 마두금(말머리 형상이 달린 전통 악기)이란 악기로 연주하고 목청으로 고음과 저음을 연주하는 흐미(사람의 목의 소리로 내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들은 적 없는 몽골서만 들을 수 있는 악기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복이라니… 악기 소리를 듣다보면 어느 새 마음은 넓은 초원을 하염없이 달리는 모습이 들어온다. 끝임 없이 자유롭게 뛰노는 형상이 밟힌다. 다들 어우러진 ‘세계는 하나’, ‘우리는 하나!’.
현지인과 우리들은 한마음이 되어 춤사위가 벌어지고, 모든 스트레스도 바람 따라 날아가고~. 이 맛이야! 열린 마음, 너그러운 마음…
공기 좋고 야생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테렐지 국립공원! 경치 좋은 곳을 도는 1시간짜리 승마 체험이지만 나름대로 괜찮다. 여유가 있다면 며칠씩 머물며 제대로 말을 타보고 싶다. 말고삐를 잡은 앙다문 꼬마의 입술에서 다부진 자부심을 엿본다. 자존심이 강한 나라라 들었지만 구걸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몽골제국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테렐지에서 즐기는 또 다른 레포츠는 송어 낚시, 툴루강은 무공해의 송어를 얼마든지 낚을 수 있는 곳이다. 몽골인들이 물고기를 먹지 않아서 강에 낚시만 드리우면 바로바로 잡히는 것이 송어이다. 몽골의 모든 강은 낚시꾼들에겐 환상적인 낚시터, 한 마디로 ‘물 반, 고기 반이다’
몽골인들은 물을 신성시한다. 아무 물에다 발을 담그지 않고 호수에서의 목욕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이 귀하기도 하고 겨울에 혹독한 추위로 물을 무서워한다. 대다수 몽골인들은 물고기를 잡지 않고 물고기 요리도 안 먹는다. 라마교에서 물고기를 먹지 않고, 바다가 없고 물고기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 징기스칸 기념관 ▲ 광활한 초원
2007년에 완공된 칭기스칸(하늘의 아들) 기념관을 들렸다.
역사상 40개의 나라를 멸망시켰다고 기록된 칭기스칸은 1211년 금나라를 정복하고 이어 탕구트, 호라즘, 서요를 정복하고 나아가 러시아, 페르시아, 아라비아를 정벌했다.
“배운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알았다.
나를 극복하는 순간 칭기스칸이 되었다.”
기념관을 둘러 보면서 칭기스칸의 리더쉽, 몽골 제국이 인류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인 ‘유라시아’라는 하나의 통합된 세계를 생각해 본다.
▲ ‘자이승’ 전망대 ▲ 이태준 선생 기념공원
자이승 전망대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면 울란바토르 시내가 잘 보인다.
이태준 열사 기념비는 이태준 열사가 몽골의 마지막 황제 복드(Bogd) 8세의 주치의로서 울란바토르에 동의의국(同義醫局)이란 병원을 개업하고 당시 몽골 전체 국민의 70~80%가 감염되어 있던 성병을 현대적인 의술로 치료하면서 헌신적인 봉사를 했던 한국인이다. 이태준 열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자그마한 공원에서 열심히 살다간 그를 기리며 생각에 잠긴다.
▲ ‘벅드(Bogd)’ 왕궁박물관 ▲ 간덴사
벅드(Bogd) 왕궁 박물관은 겨울 별궁으로 가볼만한 곳이다. 17세기부터 혁명까지 몽골을 다스렸던 1대부터 8대까지 있는 겨울궁전이다. 전시실에는 왕과 왕비가 사용했던 유품들, 8대 벅드 왕의 즉위를 축하하여 군주들과 이웃나라 왕이 선물한 몽골에서 서식하지 않고 있는 희귀한 동물 박제들이 전시돼 있다. 관심을 끄는 것은 몽골 중앙지역의 영주가 벅드왕에게 선사한 150여 마리 눈 표범 가죽으로 만든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가 있고, 왕과 왕비가 입었던 진주로 수를 놓은 의복이 볼 만하다.
간덴사(간등사-완벽한 즐거움의 장소)는 몽골내 현존하는 최대의 라마교(티벳에서 시작된 활불신앙으로 불교의 변형, 밀교로 불린다) 사원으로 관광 목적 차원에서 유일하게 파괴의 손길을 벗어난 사원이다.
▲ 하라호름 ▲ 바얀 고비 모래 언덕
▲ 홉스굴 호수
이외에도 몽골의 수도, 교통의 중심지였던 하라호름, 바얀 고비의 모래 언덕,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홉스굴 호수를 권하고 싶다.
바람의 나라 몽골, 사막을 달리는 낙타, 초원을 누비는 말, 드넓은 초원에 누워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파란 하늘과 그 위에 몽글몽글한 구름을 올려다보며 눕고 싶은 깨끗하고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관광지, 몽골의 초원과 사막, 자연 환경을 두루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