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감사 편지
이매훈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막막한 순간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은 위로와 격려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 따뜻한 선의로 제 인생의 큰 힘이 되어주신 전남대학병원 사회산업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강진에서 뇌 병변 1급 장애아를 위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근무하던 아동보호시설에서 태어난 지 7개월이 된 아이를 만났고 퇴직할 무렵 참으로 많은 고민 끝에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숙명처럼 제 삶에 찾아온 아이와 모자의 인연을 맺고 위탁양육을 시작하게 된 지 햇수로 5년, 이제 아이는 어느덧 학교 가는 것을 제일 즐거워하는 꾸러기 초등학생으로 성장했습니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늘 변함이 없지만,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은 매일이 스스로에게 도전인 삶입니다. 치료를 위해 현재 거주 중인 작은 시골 마을에서 광주 병원까지 유모차를 싣고 아이를 들쳐 업고 오가는 것은 그 자체가 중노동입니다. 그런데 몸이 피곤한 것은 일도 아닙니다. 반복되는 치료에도 눈에 띄는 호전이 없어 속이 타들어 가는 절망의 순간들은 마음마저 지치게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가장 힘들다 느끼는 때는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때입니다. 현재 아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와 필수 치료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보톡스 등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진행해야 할 고가의 치료는 후원금이나 개인 비용을 지출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굳이 그런 값비싼 치료를 받아야 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날이 몸이 굳고 근육이 손실되기에 이 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비를 들여 보톡스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전남대학병원 사회사업팀에서 아이의 딱한 사정을 알고 1년에 2번씩 보톡스 주사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습니다. 또한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통합감각 치료 등 재활치료 전반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치 가뭄의 단비 같은 도움이었습니다.
사실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휠체어, 카시트 등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물건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장애 가족들에겐 비용을 지출해 재활치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듯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펼쳐진 도움의 손길로 우리 가족은 마음의 부담을 한결 덜고 아이의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전남대학병원 사회사업팀의 도움은 먹먹한 현재를 밝혀준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습니다.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가족은 안정을 찾고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긍정적 기운으로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언젠가 기적처럼 걸을 수 있게 된 아이의 손을 붙잡고 함께 전남대학병원 사회사업팀을 찾아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요원한 꿈이긴 합니다만, 언젠가 기적이 현실이 되리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말보다, 한 자 한 자 진심을 담아 작성한 이 편지글로 제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힘든 사정을 제 일처럼 굽어살피고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남대학병원 사회사업팀이 있어 저희 아이는 가능성이라는 토대 위에 희망이라는 씨를 뿌려 새싹을 틔워나가고 있습니다.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 손을 내밀어 이끌어 주신 사회사업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이 큰 은혜를 반드시 갚게 될 순간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전남여류문학] 2022년 연간집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