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재건축 밑그림이 그려졌다. 최근 재건축기본계획 확정, 서울시도시계획조례 개정 등으로 단지별 용적률·층수가 대부분 확정됐다. 용적률·층수는 건축연면적 등을 좌우해 사업성과 직결된다. 해당 단지들은 그동안 촉각을 곤두세워온 용적률 등이 결정됨에 따라 손익을 따지며 놓았던 사업을 다시 시작할 움직임이다. 최종 확정된 용적률 등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에 못미쳐 재건축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종지역=가락ㆍ개포지구 사업성 고민
2종 주거지역의 층수가 최고 15층에서 평균 16층으로 완화돼 층수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층수를 다양하게 배치함으로써 단지설계를 더 쾌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덕지구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공원 옆 건물의 층수제한 강화에 따라 실제로 짓는 연면적이 줄어들게 됐는데 평균 층수로 설계하면 다른 층을 높여 허용 용적률을 모두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평균 16층을 적용하면 최고 25층 정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임대아파트에 해당하는 연면적만큼 추가로 층수를 더 높일 수 있어 사실상 평균 층수는 18층까지 올라간다.
2종 지역에 있는 주요 재건축단지들은 강남·송파·강동구 등의 5층짜리가 많다. 강동구 둔촌주공과 송파구 가락시영은 재건축기본계획에서 2종 주거지역 용적률인 190%로 결정됐지만 종 상향여부가 변수다.
강남구 개포지구와 강동구 고덕지구는 재건축기본계획과 별도로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용적률을 결정하는데 고덕지구만 정해진 상태다.
따라서 고덕지구를 제외하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종 상향이 반려된 가락시영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2종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수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포지구는 사업이 중단된 상태여서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구청의 용적률 안에 대한 서울시 심의 보류 이후 일부 단지가 177%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서울시가 단지별로 따로 벌이는 재건축에 반대하고 있다.
고덕지구는 가속도를 내게 됐다. 용적률에 대한 주민 반대가 없고 층수규제가 다소 풀렸기 때문이다. 진도가 가장 빠른 고덕주공1단지는 평균 15층(12∼20층)으로 상반기에 사업승인을 신청하고, 다른 단지들은 재건축계획을 세워 재건축구역 지정을 받을 계획이다.
고덕1단지 양한준 조합장은 “재건축 계획서에 빈 칸으로 남겨뒀던 층수가 정해져 본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별다른 걸림돌 없이 인허가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2종 주거지역 단지는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판정을 받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고덕주공1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은 7월 도입되는 기반시설부담금과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검토 중인 개발이익부담금을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J&K 백준 사장은 “2종 단지들은 소형 평형 등 주거여건이 나빠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지만 고덕지구를 제외하고는 용적률 불만으로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덕지구 정도만 사업순항으로 가격이 강세를 띠고 다른 지역 단지들은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강동구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정부의 추가 대책에 따라 다른 단지들의 가격은 다소 하락하는 대신 사업이 빠른 고덕지구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포지구 등 용적률이 정해지지 않은 곳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최종 결정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 주민들의 희망대로 용적률 상향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종지역=용적률 높아져도 추가부담 늘어날 듯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 개발된 12개 고밀도아파트지구(잠실 아시아선수촌 제외)는 230%로 재건축할 수 있다. 일부 2종에서 3종으로 바뀐 단지는 200%를 적용받는다.
최근 용산구 서빙고지구까지 8곳의 개발기본계획이 확정됐다. 강남구 압구정, 용산구 원효·이촌, 강동구 암사명일 등도 올 상반기 안에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고밀도지구를 제외한 3종 주거지역 가운데 이번 재건축기본계획 확정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거나 지정을 앞둔 단지들도 230%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시는 기본계획이 마련되기 전이어서 주거지역 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저층·단독주택지역 관리방안인 지구단위지침을 인용했다. 이 지침에 3종지역 용적률이 230%로 돼있다. 동대문구 태양, 동작구 영아 등이 대상이다.
고밀도지구와 이들 단지를 제외한 3종 주거지역에는 210%의 용적률이 적용된다. 원래 2종이었다가 이번 기본계획에서 3종으로 종상향이 이뤄지는 단지들도 210%로 재건축할 수 있다.
고밀도지구 등 3종 지역은 법적으로는 층수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초고층 재건축 규제 방침에 따라 사실상 35층 정도가 한계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5차와 강남구 청담동 한양이 최고 35층으로 지난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3종지역 단지들의 재건축 앞길에는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높일 수 있는 용적률 여유가 적기 때문이다. 상당수 단지의 현재 용적률이 180%대 이상이다.
조합원들이 자기 집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신반포5차를 비롯해 많은 단지가 전용면적 그대로이거나 불과 2∼3평 늘리는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종으로 상향돼 용적률을 20%포인트 올리게 된 단지들도 비슷하다. 2002년 조합설립인가까지 받을 정도로 사업속도가 빨랐던 강남구 청실·홍실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각각 197%와 189%여서 2종으로는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3종 용적률로도 사업이 쉽지 않다. 홍실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적어도 5평 이상 키우려고 하는데 210%로는 어림없다”고 말했다.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조합원이 자기집 건축비를 대야할 판에 기반시설부담금·개발이익부담금 등 추가부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국정비사업조합협회 조병선 회장은 “재건축 규제가 몰린 중고층 단지들은 10평형대의 저층 단지들보다 집이 커 당장 생활에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조합들이 당분간 규제 완화를 기다릴 것으로 보여 사업이 대체로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3종지역 단지들의 가격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양지공인 안용준 사장은 “중고층 단지들은 규제완화밖에 기대할 게 없다”며 “사업이 진행 중인 일부 단지를 제외하곤 집값이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밀도지구 내 사업이 빠른 단지들은 실거주용으로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