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ene Paradox (애벌린의 모순)
이 책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은 합의’라는 역설을 다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경영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를 ‘에빌린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자신의 경험에서 따왔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처가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장인이 “우리 에빌린이나 다녀올까?”라고 제안하자 모두 동의했고, 가족은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그곳에 가서 형편없는 식사 한끼를 한 뒤 돌아왔다. 그러고는 모두 자신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식구가 떠나자고 하니까 할 수 없이 따라나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은 장인도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말을 꺼낸 것뿐이었다. 이처럼 조직 구성원들이 아무도 원치 않는 목표를 향해 나가게 되는 현상이 에빌린 패러독스다.
조직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일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로 진행하고 마는 무기력한 상황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워터게이트 사건이 보여주듯 무엇보다 ‘충성심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거나 ‘조직에 협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돼 조직 내에서 소외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분리 공포’다.
게다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조직의 힘 내지 조직의 압력을 핑계 대기 마련이다. ‘합의’라는 절차를 거쳤으므로 즉 ‘집단의 동조’가 있었으므로 나와는 상관없는 결과라고 강변한다. 저자는 이처럼 잘못된 ‘합의 관리’와 조직원 간의 ‘암묵적 동의’가 만들어내는 조직 내의 고질적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저자는 그러면서 “조직 속에서 스스로 에빌린행의 자동차를 타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질 수 있다면 조직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나 사안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는 이외에도 지도자들의 성향, 협력관계의 형성, 대량 해고의 과정, 집단의 횡포 등 기업·행정부·폭도(暴徒) 같은 여러 집단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이 다뤄지고 있다. 각 장마다 한국 상황에 맞춰 해제를 단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끊임없이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이 책을 통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Nash Equilibrium (내쉬 균형)
체스나 포커 게임에서 적용되는 전략을 기초로 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개인, 기업, 또는 조직들이 동시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 대한 분석이다.
참여자가 어떤 특정한 전략을 선택해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을 때, 모든 참여자가 이에 만족하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라고 여기며 더 이상 전략을 변화시킬 의도가 없는 경우를 ‘내쉬 균형’에 도달했다고 한다. 내쉬 균형은 참여자 각자가 최적 전략을 구사하여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결과로서 유일할 수도 있고, 다양한 경우도 있다. 내쉬 균형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참여자든지 본인의 전략을 바꿔도 일방적인 이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된다.
(예1) 2명의 죄수 딜레마
1번 경우 : 한 사람만 자백하면 이 사람은 면죄부를 받지만, 상대방은 혹독한 가중 처벌
2번 경우 : 두 사람 모두 자백하면 똑같이 죄에 상응한 처벌.
3번 경우 :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 면죄부.
내쉬 균형 : 두 사람 모두 자신은 침묵하는데 상대방이 자백하면 엄한 가중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2번이 최선의 선택이 된다.
(예2) 장난감 체인점 A와 B
1번 경우 : A 체인점 저가전략이고, B 체인점 고가 전략인 경우 A 체인점이 시장 석권.
2번 경우 : A와 B 모두 저가 전략인 경우 수입이 저하.
3번 경우 : A와 B 모두 고가 전략을 택하고, 상대방 체인점이 저가전략을 택하면 그 차액만큼 소비자에게 환불.
내쉬 균형 : 3번의 환불전략을 택하는 것이 고가전략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릴수 있어서 최선이 된다. 결국 고가전략으로 이익은 똑같이 받게 되는 전략입니다.
Ringelmann Effect (링겔만 효과)
100여 년 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줄다리기를 통해 집단에 속한 각 개인들의 공헌도의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개인이 당길 수 있는 힘의 크기를 100으로 보았을 때, 2명, 3명, 8명으로 이루어진 각 그룹은 200, 300, 800의 힘이 발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실험 결과에 따르면, 2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잠재적인 기대치의 93%, 3명 그룹은 85%, 그리고 8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겨우 49%의 힘의 크기만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룹 속에 참여하는 개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혼자서 일할 때보다 집단 속에서 함께 일할 때 노력을 덜 기울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링겔만 효과는 다음의 두 가지 경우에서 주로 발생하게 된다. 첫째, 팀 내에서 구성원 스스로가 개인의 존재 의미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할 때 나타나게 된다. ‘나는 팀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라거나 ‘내가 없어도 팀이 활동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라는 식의 자신의 가치에 대한 불신은 곧바로 업무에 대한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이렇게 의욕이 떨어진 개인은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팀의 목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링겔만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링겔만 효과는 집단 속에서 개인의 잘잘못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에도 나타나게 된다. 특히, 팀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져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팀 내에서 개인의 성과에 대한 분명하지 않은 평가가 링겔만 효과를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 내에서 링겔만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의 목표에 대한 개인의 몰입도(Personal involve-ment)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팀 리더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구성원 개개인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개인의 책임감을 자극함으로써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팀 전체의 성과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아웃풋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하는 것도 중요하다. 팀에 대한 개인의 공헌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무임 승차가 발생하지 않고 구성원 각자가 최선을 다하게 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팀 단위의 보상과 더불어 팀 내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숫적으로 크게 우세했던 무리가 자신들보다 훨씬 적은 적과의 전쟁에서 패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링겔만 효과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산술적인 힘의 우세만을 과신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개인별 명확한 역할 부여, 팀별·개인별 성과 관리, 하나의 목표로 팀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통합적 리더십, 이것들이야말로 개인과 팀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들인 것이다
The Long Tail Law (롱테일의 법칙)
롱테일(The Long Tail)이라는 용어가 많은 이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소위 “긴 꼬리 현상”이라고 불리는 이 용어는 유명 IT 잡지인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구글, 애플, 아마존, 이베이 등 사업적으로 성공을 이룬 유명 IT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만든 단어다. 이 현상은 웹2.0이라는 트렌드와 일견 맞닿아있는 면이 많고 실제로 팀 오라일리가 웹2.0을 설명할 때 롱테일 현상을 언급한 바 있다.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Amazon), DVD 대여점인 넷플릭스(Netflix) 그리고 음악 판매 서비스인 애플 아이튠즈(itunes), 개인 간 벼룩 시장인 이베이(Ebay).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당연히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게서 또 하나 공통된 특징을 찾으라면 바로 상품의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온라인 매장이라는 것은 진열할 수 있는 상품의 개수가 무한대이며 다양한 사용자들이 이를 접할 수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롱테일은 이러한 다양한 상품과 니치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긴 꼬리를 이루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니치 상품이 유의미한 매출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상품을 기반한 니치 시장의 성장
롱테일을 이야기할 때 빼 놓지 못하는 것이 80:20의 법칙, 즉 파레토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20%의 상품이 매출의 80%를 발생시킨다는 이론으로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흔히 이용되는 방법이다.
따라서 백화점이나 소매점에서는 상품에 진열하는 20% 정도만 잘 팔리고 나머지 제품은 재고 창고에서 자리만 차지하거나 아예 판로가 막히게 된다. 이런 현상은 바로 오프라인 유통 방식의 한계로 인해 유발되는데, 마케팅 비용 때문에 다양한 제품이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기회도 없이 사라진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재고나 물류에 드는 비용이 종래 소매점보다 훨씬 저렴해진 온라인 비지니스에서는 그간 간과됐던 80%의 상품도 진열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매장에 진열되지 못했던 상품이나 DVD, 음악 등이 니치 시장을 발생시켜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하고 실제로 이익 면에서는 50%에 가까운 현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 것이 바로 롱테일 이론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온라인 라면 판매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치자. 역시 ‘신라면’과 ‘진라면’을 비롯해 편의점에서 많이 파는 라면을 맨 먼저 상품으로 올려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매장의 장점은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사용자의 욕구와 니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당신은 일본 라면과 중국 라면, 그리고 연변에서 유행한다는 개고기 스프(?) 라면과 같은 다양한 종류를 구매해 자세한 상품 데이터를 사이트에 올려놨다. 그럼 진라면만 먹던 사람들이 새로운 종류의 라면을 구매해 보고 이에 대한 상품 평, 후기 등을 올리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 라면은 계란을 함께 넣어 끊이지 말라던지 중국 라면 종류 중 어떤 제품은 향이 너무 강하다든지 하는 정보 말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필터링 정보에 기반해 여러 사용자들이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는 라면 전문 사이트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판매량에서는 진라면과 신라면이 선두를 달리겠지만 기타 제품의 판매량도 상당 부분 증가해 사업적으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니치 상품과 필터링 서비스의 출현이 오프라인에서보다 높은 전문성과 경쟁력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롱테일에서 나타나는 서비스 모델
롱테일을 이야기할 때에는 머리(Head)와 꼬리(Tail)라는 말이 사용된다. 머리는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지칭하며 꼬리는 그 이외의 상품이나 개수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책의 경우 교보문고와 같은 큰 서점에 있는 모든 제품이 머리에 속하고 그외에 진열 자체가 불가능한 책을 꼬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베스트 셀러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작품이 머리이며 나머지가 꼬리라고 말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것은 정확한 사용법이 아니다.
롱테일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모델이 꼬리 부분에 집적되는 정보를 모아주는 서비스다. 애플 아이튠즈, 아마존, 이베이 등은 종래에 얻을 수 없었던 광범위한 상품 정보를 모두 제공한다. 이들은 머리와 꼬리를 모두 제공함으로써 장사를 하고 있다.
실제 꼬리 부분은 매우 방대한 정보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니치 시장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꼬리 부분의 복잡성과 노이즈를 잘 여과해 고객이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수요와 공급을 잘 결합시키는 종류의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게 된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이나 플릭커 같이 사용자가 직접 태그를 붙여 최적의 검색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꼬리 부분을 머리와 비교해 두껍게 만들어 주는 각종 도구나 서비스도 찾을 수 있는데 메타 블로그 서비스나 설치형 블로그 프로그램, 팟캐스팅을 쉽게 해주는 오데오(Odeo)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웹2.0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공개 API(OpenAPI)도 이에 속한다. 아마존 웹 서비스나 구글 애드센스 API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위의 도구나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비즈니스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비즈니스 상에서 수요와 공급이 없었던 사람들로 독립 음반 제작자, 소형 광고주, 블로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롱테일을 통해 만들어진 온라인 비즈니스의 직접적인 수요와 공급자가 되고 있다. 구글의 광고 프로그램에는 월마트나 델 컴퓨터 같은 대형 광고주부터 지역 중소 상인 및 개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수의 광고주들이 꼬리를 이루고 있으며 이런 롱테일 플랫폼이 엄청난 수익을 일으키고 있다.
롱테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될 것
이런 롱테일 현상은 비단 온라인 유통 업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크리스 앤더슨이 그의 롱테일 블로그(http://thelongtail.com)에서 진행하고 있는 조사에 따르면 TV와 라디오 같은 방송 미디어와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 매체도 롱테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시장은 정체되거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온라인 영화, 음악, 게임, 웹 광고 시장 등은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명을 통한 변화의 물결이다.
TV의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ABC, CBS 같은 공중파 방송에서 300개가 넘는 다양한 케이블 채널이 생겨남으로서 이미 롱테일 현상을 체험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에서는 과거에는 감히 방송을 타지도 못했을 작은 프로덕션에서 나오는 것들도 있다. 게다가 티보(Tivo)나 DVR 같은 녹화 기기들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미국 사람들이 동시간에 똑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프로그램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롱테일이 기존 시장을 무너뜨리기만 할 뿐 시장의 규모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롱테일의 1차 효과는 시장의 수요를 머리 부분에서 꼬리 부분으로 이전시켜 니치 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비용이 들지 않는 다양한 니치 시장을 경험함으로써 꼬리를 구성하는 것들이 좀 더 많은 소비자의 주목(Attention)을 받게 되며 좀 더 많이 소비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 또한 TV와 신문 같은 기존 미디어뿐만 아니라 RSS 피드를 통해 수백 개 채널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물론 롱테일 이론이 학계에서 인정 받은 정교한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IT 비즈니스가 혁신을 만들고 있는 현상 모델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롱테일 현상을 자신의 서비스에 접목해 보고 고객들과 니치 시장을 열어감으로써 경쟁력을 재고하는 비즈니스를 기획한다면성공의 문턱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Hubris (성공체험의 우상화)
영국의 역사학자·문명비평가인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가 역사 해석학 용어로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용어이다.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정도의 오만을 뜻하는 그리스어(語)에서 유래한 용어로, 영어에서도 지나친 오만, 자기 과신, 오만에서 생기는 폭력 등을 의미한다.
토인비는 역사가 창조적 소수에 의해 바뀌어가지만, 일단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는 과거에 일을 성사시킨 자신의 능력이나 방법을 지나치게 믿어 우상화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고 보았다. 곧 자신의 과거 성공 경험을 과신해 자신의 능력 또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법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해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토인비는 휴브리스로 규정하였다.
이후 휴브리스는 역사 해석학 용어로 그치지 않고, 과거의 성공 경험에 집착해 실패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뜻이 확대되었다. 쉽게 말해 휴브리스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능력만을 절대적 진리로 믿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야 어떻든, 또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든 상관없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방식대로 일을 밀어붙이다가 실패하는 사람들의 부질없는 오만을 일컫는다.
휴브리스를 정치에 적용하면,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진압하다 수많은 생명을 해치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 기업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다 실패한 경우도 아주 많다. 이처럼 휴브리스형 인간의 예는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종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
The Curse of Knowledge (지식의 저주)
전문가일수록 비전문가의 마음을 모른다.
‘지식의 저주’라는 용어는 1989년 ‘Th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의 한 논문에서 언급되었다. 지식의 저주는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즉, 전문가들은 비전문가인 남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방식을 고집하므로서 이들이 제시하는 제품, 서비스, 매장 인테리어 등이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의 저주와 관련된 스탠포드대의 실험
스탠포드대의 심리학자 Elizabeth Newton은 1990년 지식의 저주와 관련된 실험을 실시했다. Newton은 실험 참여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tappers’라고 불리는 그룹은 자신이 아는 음악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게 했다. 그리고 ‘listeners’의 그룹은 두드리는 소리를 드고 음악 이름을 대답하도록 했다. ‘tappers’는 ‘listerns’가 절반 정도의 음악을 정확히 대답할 것이라고 했으나 결과는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실제로 제대로 대답한 정답은 120곡 중 불과 3곡 2.5%로 당초 예상 50%와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아는 자는 모르는 자의 심정을 모른다는 사례
위의 실험은 한마디로 ‘아는 자는 모르는 자의 심정을 모른다’이다. 이런 의미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례로 회사 관리자나 임원들은 부하직원들이 회사 방침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관리자나 임원들은 고급 정보나 상세한 배경을 알고 있는 소위 ‘tappers’지만 일반 직원들은 종잡을 수 없는 손가락 두드림에 혼란스러운 ‘listeners’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엔지니어들도 52가지 버튼이 달린 리모콘을 개발해 놓고 자기들기리는 괜찮다고 좋아하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혼란 그 자체이다.
외부인을 수혈해 혁신을 모도하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식의 저주에 갖힌 사람들은 남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알리려고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Innovation Killer”를 집필한 Gynthia Barton Rabe는 전문가가 아닌 외부인을 영입해 혁신을 모도하라고 말한다. 외부인들이 기존 전문가 집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zero-Gravity Thinkers’라 부른다.
The Curse of Innovation (혁신의 저주)
‘혁신의 저주’라는 말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는 존 구어빌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거의 모든 혁신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지적하고 매년 미국에서 출시되는 신제품의 90%가 실패한다는 충격적 수치도 제시했다.
저주받은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1인용 첨단 전동스쿠터인 Segway이다. 수많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열광했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과 같은 스타 경영자들의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나 18개월 동안 60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당초 목표의 10%도 미치치 못하는 수치이다.
태블릿 PC도 마이크로스프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차세대 PC의 주요 모델로 수차례 언론에 소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재는 극히 작은 규모의 틈새시장에서 이름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혁신의 저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혁신은 쉽게 표현하면 ‘매우 새로운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들여다보는 두가지 렌즈는 바로 제품의 benefit(편익)과 capability(기능성)이다. 즉 기존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잘 충족시켜 주는가와 기술적으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했는가하는 혁신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 제품을 두가지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저주로 가는 지름길이된다. 왜냐하면 시장과 고객은 더 큰 세번째 관점으로 혁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세번째 관점이란 “Customer’s Behavioral Change 고객행동의 변화”이다. 제품의 편익과 기술적 능력을 상쇄하고도 남는 혁신의 아킬레스건이 여기에 있다.
전기자동차를 타는 고객인 친환경자동차가 주는 매력보다 전기충전의 불편함과 불안함에 고심한다. 무료배달이란 편익을 제공하는 인터넷 슈퍼마켓은 신성한 과일과 채소를 고를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해야하는 것에 망설인다. 20년간 혁신의 저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와 초기의 성공에도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Net Grocer같은 인터넷 슈퍼마켓의 운명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고객행동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기존 제품에서 혁신제품으로 이행할 때 전환 비용이다. 전환비용은 새 제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재무적 비용과 실제 취득에 소요되는 제반 거래 비용뿐만 아니라 신제품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비용을 포함한다. 특히, 혁신 수용과 관련해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심리적 전환비용이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의 가치를 비합리적으로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혁신제품에 대한 비합적인 저항감을 갖기도 한다. 혁신을 창조한 기업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종종 심리적 전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쪽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렇다면 혁신의 저주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세번째 관점에 그 답이 있다. 일본 도요다 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는 혁신의 저주를 혁신의 축복으로 바꾼 사례이다. 전기 자동차는 사용자에게 엄청난 행동변화를 요구하는 제품이지만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는 전기충전의 불편함을 확실히 제거해 대박을 터뜨렸다. 닌텐도의 신형 콘설게임기 위는 고객의 받아들일 수 있는 적당한 가격과 기존 게이머들의 쉽게 즐길 수 있느 ㄴ호환성 그리고 이전에는 게임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상실감을 느낀 여성과 중장년층의 신규고객 확보를 통해 마법과 같이 저주를 풀었다. /박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