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첫 해외산행지인 코타키나발루의 키나발루산 등반 산행기 입니다.
혹시 해외산행 계획이 있으시면 참고 되었으면 합니다.
죽은자의 영혼이 머문다는 키나발루를 오르며....
글을시작하며..
키나발루산(4,095.2m)이 있는 키나발루 공원은 2000년 12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으로 지정 되었고, 넓이는 싱가폴 보다 넓은 754㎢ 이다. 지명의 어원으로는 사자(死者)의 성지(聖地) 즉, 죽은자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란 뜻이란다. 옛날 노예로 잡혀온 중국인 남자와 결혼한 원주민 여인이 배타고 돈 벌러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등산로는 옛날부터 있던 팀폰게이트(Timpohon Gate)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새로 만든 메실라우 게이트(Mesilau Gate)에서 오르는 등산로가 있는데 어디서 오르든 라양라양(Layang-Layang, 제비 서식지란 뜻이며 2,740m)에서 만나게 되고 메실라우에서의 등산로가 팀폰보다 2km 정도 더 멀며 오르내림이 많고 시간도 두시간 더 걸린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강과 수로가 많아 사람의 접근이 쉬워 파괴가 계속 되고 있지만 키나발루가 있는 보르네오 열대우림은 강이 별로 없고 접근하기 어려워 아마존 우림 보다 원시상태를 더 잘 보존 하고 있는 곳이란다. 직접 보기에도 정말 깨끗하고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산행에 참석하게 된 것은 지난해 산악부에서 기획산행으로 준비하였던 백두산 탐방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이번 기회에는 필히 참석하겠다는 각오로 다녀오게 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해외 산행이고 그것도 4,000m급 산행이라 많은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되었는데 다행히 모든 일행이 무사히 다녀오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산행에 도움을 주셨던 일행들에게 일일이 인사드리지 못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3박 5일간의 키나발루 산행일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에 대해 날짜별로 간단히 정리한 글로써 감사의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부담없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
첫째날 2006. 8.26
공항에 도착해 보니 우리 일행 말고도 8명 정도의 다른 팀이 합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짐을 부치고, 간단히 눈요기 쇼핑하고, 11시35분 말레이시아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떠났다. 스튜어디스들은 말레이시아 전통의상을 변형한 의상을 이쁘게 차려입고 있었다. 나도 키가 적은 편이지만 서빙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보니 내가 장신(長身)축에 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었다.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보다 남서쪽이다 보니 1시간 시차가 나서 5시간 날아 와 말레이시아 시간으로 오후 3시 20분에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내렸다. 현지 담당 가이드와 미팅 후 차량(대형버스)에 탑승하여 이틀후 하산 지점이 되는 팀폰게이트(Timpohon Gate 1,866.4m)를 향해 출발 하였다. 이동하는 2시간여 동안 곳곳에서 비가오고 있었고, 가이드의 안내로 잠시 원주민 마을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는 원주민들이 토산품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비가와서 그런지 손님은 별로 없었고, 우리나라의 일반 관광지와는 다르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손님이 관심을 보여야지만 가격흥정을 하는 그런 광경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내에게 줄 조그만 기념품을 구입했다. 다시 출발했을때는 가이드가 준비해둔 몽키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기회도 갖을 수 있었다. 황당했던 일은 외형적으로 좋아보였던 버스가 언덕길(팀폰으로 가는길에는 언덕이 많고 경사가 많이 지었음)에서 멈추어선 것이다. 현지 운전기사마저 두손을 놓고 잠시 멈추어 있다가 다시 출발하였는데 속도는 느리고, 엔진 소리는 엄청 크게 들리고 생각 같아서는 뒤에서 밀어주고 싶은 심정 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탑승했던 버스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자국 자동차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자동차 성능면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보다는 훨씬 뒤쳐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팀폰게이트에 도착하여 등산 기점이되는 메실라우(Mesilau 2,000m)로 이동하는 소형 승합차에 분산하여 30분간을 더 이동하였다. 메실라우 리조트로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급경사 길이 많았다. 메실라우 리조트에 도착하니 식당에는 저녁식사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일행들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첫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앉은 일행들은 그날 준비해간 약간의 술과 현지 맥주를 반주삼아 가볍게(?) 마시고 내일의 산행을 위해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는 방이 3개에 2인 1실을 쓰도록 되어 있어 6명이 한 공간에서 지내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칸막이가 부실하여 옆방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고 떠드는 소리도 들리는 등 피곤한 몸을 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듯 했다. 특히 고산지대(2,000m)라 그런지 저녁이면 날씨가 싸늘해져 히터가 없으면 추울 정도여서 방에 준비된 히터를 최대한으로 켜놓고 잠을 청하게 되었다. 내가 심하게 코를 골지 않았나 모르겠다.^^ 난 피곤하면 코를 많이 곤다고 하던데......
둘째날 2006.08.27
아침 일찍 나와 보니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다. 역시 공기가 맑기는 한 모양이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간편복장으로 갈아입고 리조트를 둘러보러 나갔다. 정면에 펼쳐지는 병풍같이 펼쳐진 키나발루의 모습이 참으로 웅장하다. 날씨가 맑은 것을 보니 오늘 산행은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이리저리 한동안 구경 하다보니 다른 이들도 나온다. 아침의 산뜻한 느낌을 모두들 느끼는 것 같다. 여기는 적도 부근이라 연중 밤낮의 길이가 비슷 하여 6시경에 해가 뜨고 해가진다. 아침도 뷔페식으로 나왔다. 산행을 위해서는 체력보강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란 후라이를 5개씩이나 먹어 치웠다. 식사후 짐정리를 하고 산행에 필요한 짐을 제외하고는 리조트에 맡겨 놓았다. 하산하는 팀폰게이트에 미리 갖다 놓는다고 한다. 점심으로는 샌드위치, 삶은 계란과 생수한병을 받아 배낭에 넣었다. 등반준비를 마친 일행은 개인적으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 등산로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후 가이드가 나눠준 명찰을 목에 걸고 배정된 현지인 산악가이드를 따라 8시50분 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제일 선두에는 내가 서게 되어 오늘의 산행을 이끌게 되었다. 짐이 무거운 사람은 현지인 가이드가 대신 왕복으로 메어주기도 하는데 kg당으로 가격을 흥정한다고 한다. 가이드 한명에 배낭을 5개정도까지 들 수 있다고 한다. 체구는 다소 외소해 보이지만 힘이 있어 보이는 그런 타입의 가이드들이었다. 등산로는 황토색 사암의 잘 부서질 것 같은 돌 길에 우리나라 황토는 붉은색이지만 이곳은 노란색으로 흐르는 빗물도 노랗게 보일 정도 이다. 처음부터 산행길이 만만치 않다. 오르막길이 연속으로 이어지다 보니 일행들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현지 가이드에게 “천천히, 천천히” 하며 일행들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계속. 공기도 희박
하고 경사도 있어 그런지 힘든 산행의 연속이다. 30여분 정도를 갔을까 가이드가 손으로 저멀리 가리킨다. 그곳에는 절벽을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인다. 일행들은 이곳에서 서로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는다. 힘든 표정은 없다. 조금 더 올라가니 육각정 지붕밑에 한뼘정도폭의 등받이 없는 긴 나무의자를 빙둘러 만들어져 있고 수도시설이 있어 식수 보충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밤부쉼터가 나타났다. 첫 쉼터에서 잠시 휴식하고 다시 출발. 엇? 해발 2,000m 에서 출발하여 2,300m까지 힘들게 올랐는데 다시 내려간다. 아까와라 !!!!! 다리까지 내려 간다는데 아무리 내려 가도 다리가 없다. 한참을 더 가니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건너고도 조금더 내려가니 계곡에 다소 긴 다리가 있고 1,900m
까지 내려 온거다. 에구! 에구!!! 먼저 올라온 높이보다 더올라가야 한다니 앞이 막막. 다시 힘을 내어 발을 내딛어 본다. 이번 오르막길은 정말 힘이 들었다. 쉬엄쉬엄 한발 한발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잠시 쉴 수 있는 쉼터가 나온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출발. 하늘이 영 수상하다. 잠시잠시 보슬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한바탕 쏟아질 모양이다. 롬포유쉼터를 막 오르기전 가이드가 식충식물을 가리킨다.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식충식물이 더러 더러 보인다. 붉은색의 식충식물 주머니에 빗물 들어가지 말라는 것인지 구멍에 맞게 지붕까지 있는 것도 있고, 그래도 기울여 보니 빗물이 나온다. 아마도 곤충이 나오다 뚜껑에 부딛혀 다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용도가 아닐런지. 회백색 나무에 누런색 실같은 균사인지, 같은 종류의 나무에는 같은 균사가 주렁주렁이다. 균사가 아닐수도 있고 이 지방에서는 뭐라는지 모르겠다. 11시50분쯤에 롬포유쉼터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진다. 뒤에 쳐져 있는 일행들은 아마 고스란히 비를 맞고 올라올 것이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먼저 도착한 일행은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샌드위치와 계란 한 개 그리고 생수. 일행들이 준비해온 장조림도 보인다. 그리고 반주도 보인다. 좁은 쉼터 공간에서도 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 뒤쳐졌던 일행들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비좁은 틈에서도 일행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비가 그치기만 기다렸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준비해간 우비를 입고서는 가이드와 함께 선두에서 출발해본다. 쏟아지는 빗줄기와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몸은 지쳐만 가는 것 같다. 어느새 띠깔로드쉼터에 도착하니 일행은 많이 뒤쳐져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외쳐보아도 되돌아오는 소리가 없다. 가이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본다. 물론 안되는 영어와 몸짓으로..... 나이는 35살. 아이는 2명이란다. 집은 키나발루 산간마을 이란다. 말이 안통하는 것도 있지만 묵묵히 성실하게 앞장서는 가이드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리는 빗방울이 어느새 작아졌다. 너무 많은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일행이 도착하기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가이드와 다시 출발.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 팀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친다. 팀폰에서의 등산로가 먼저 만들어져 이제부터는 팀폰 기준의 거리(km)가 표시된다. 새로운 리조트라도 짓는지 길 옆에는 철근과 건축 자재가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메실라우 등산로는 오르내림도 있고 길어서 힘이 들지만 더아름답고 좋았다. 메실라우로 올라가서 팀폰으로 내
려오는 것이 탁월한 선택일것 같다. 합류지점에서 다시 일행을 만나 출발한다. 모두들 힘든 모습이 역력하다. 비가와서 그런지 고산지대인데도 불구하고 후덥지근하다. 땀은 비오듯하고 물은 계속 마셔야 하고. 다행인 것은 쉼터마다 식수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오랜 산행중에도 위안이 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의 잠잘곳 라반 라타 산장(Laban Rata Resthouse 3353m) 이다. 오후 3시00분. 안개인지 구름인지를 헤치며 7시간만에 도착한 라반라다 산장. 우선 본관 식당건물에 들러 급하게 샤워를 한다. 옷이 비와 땀에 완전이 젖어 몸이 불어 있었다. 방배정은 현지 한국가이드가 도착해야만 한단다. 샤워를 하고 의자에 앉아 있으니 한분 두분 일행들이 도착한다. 식사는 5시부터 된단다. 저녁식사는 산장식 뷔페로 저녁밥 먹는데 쌀밥은 항상 볶음밥이고 양고기 맛은 좋았다. 라반라타산장에서 뭉근하게 높이 보이는 화강암 바위봉. 말안장 처럼 보이는 능선, 우리가 내일 오를 산이다. 비가와 두갈래로 쌍폭포가 흐르고 안개도 피어올라 보였다 안보였다 숨바꼭질 한다. 날은 서서히 어두워 가고. 마지막 일행이 도착한 시간은 7시경. 마지막 점검과 방배정을 하기 위해 라반라다에서 200여m 떨어져 있는 군팅산장으로 향했다. 한방에는 4명이 자도록 되어 있는데 난방시설은 없고, 시설이 다소 빈약하여 잠자리가 불편하였다. 메실라우와 같이 오늘 또 잠을 설쳐야 겠구나. 2층침대가 2개. 9시도 되지않아 눈을 감으려니 정신이 말동말똥 했지만 내일을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잠을 자야 하느니라......
세째날 2006.08.28
간밤에 잠을 설친 관계로 머리가 무겁다. 얼마나 되었을까. 밖이 웅성웅성된다. 일어나서 밖에 나가보니 말레이시아 현지 관광객들이 밥을 해먹는지 몹시 시끄럽다. 시간은 새벽 1시. 워낙 부실하게 지어진 산장이라 밖이나 옆방에서 말하는 소리가 다 들리니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었을까. 다시 들어가서 눈을 감아보지만 머리만 아프다. 새벽 2시 침대에서 나와 산행준비를 한다. 랜턴을 준비하고 신발끈을 당겨메고 일행들과 함께 가이드를 기다린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인데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분주하다. 출발은 2시반. 일행중 중간으로 출발한다. 출발한지 얼마 안되 일행중 한명이 고산증 증세가 왔나보다.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고 하신다. 일단 나머지 일행은 다시 출발. 한참을 오르다 보니 선두에 서있는 게 아닌가. 처음부터 시작된 오르막 길, 로프가 메어 있는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구간도 나타난다. 얼마나 올라 갔을까. 체크포인트가 나타난다. 사얏-사얏(Sayat-Sayat 3668m)오두막이다. 이곳을 통과할 때 시간을 체크하고 다시 내려올때 시간을 체크해야지만 정산등반을 확인하는 증명서가 발급된단다. 시간은 3시반경. 인솔가이드가 올라오는 일행과 합류해서 4시에 올라가란다. 그래서 자리펴고 누워 키나발루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본다. 무수히 많다.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선명하다. 높은 곳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공기가 깨끗해서 별들이 더 많이 그리고 깨끗이 보였다. 나 어릴적 밤하늘의 별을 보는 마음 이었다. 일행들이 어느정도 모이자 가이드가 출발신호를 한다. 이제부터는 바위에 길에 늘어져 있는 로프를 따라 가야한단다. 정상까지 로프가 묶여 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이제 부터는 고도가 높아지니 식물은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바위덩이 봉우리가 양쪽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키나발루산은 북한산 같은 화강암으로 되어있다. 물이 묻어 있으나 미끄럽지않고 갈 만하다. 목을 축여가며 오르는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휴식시간에는 비상용으로 가져간 우비마져 꺼내 있었다. 일행들도 단단히 챙겨입는다. 이제는 정상등반의 마지막 고비이다. 오른편으로 휘어 오르게 된 봉우리가 정상이다. 벌써 정상에 올라간 다른 팀들도 있다. 5시30분 드디어 키나발루산 최고봉 로우피크(Low's Peak 4,095.2m) 에 발을 오려 놓는다. 감격이다. 이곳 저곳에서 카메라의 후레쉬가 터진다. 아직은 일출을 보기에는 조금 이른 듯 하다. 그런데 고산증 때문에 포기할 줄 알았던 일행이 힘겹게 올라온다. 다들 박수로써 축하해 준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산악인의 동료애가 아닐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우선 일출을 볼 수 있는 자리를 잡아 앉았다. 멀리 동쪽 하늘이 붉어져 오고 군데군데 구름이 끼어 구름색이 더 붉다. 4,100 m 키나발루 산정에서 보는 일출은 또다른 감회가 든다. 검은 구름이 있는 사이로 붉은 기운이 계속이더니 둥글게 얼굴을 내어 민다. 아쉬운 것은 해가 나오는 구간에 조그만 구름이 앞을 가리고 있어 최고의 일출은 볼 수 없었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구름과 어우러지는 해돋이 광경에 연신 감탄사들이 터져 나온다.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온 보상을 받고도 남는다. 일출 사진을 여러장 찍고 서로 서로 기념 사진들을 찍어주고 찍히기도 하며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겠나 생각하니 오래오래 머물고 싶기도 하다. 로우피크 동남방향의 수직 직벽은 1,000여m가 더되고 로우 협곡은 16km나 된단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기준으로 오른쪽에 King Edward Peak(4,086m), UglySister Peak, 진안 마이산의 말귀 처럼 보이는 당나귀 귀봉(Donkey Ears Peak 4,054m), 빅토리아 봉우리(Victoria's Peak 4,090m), 오르는 길 좌측에는 성 요한 봉우리(4,090.7m) 이봉우리는 라반 라타 산장에서 보이던 봉우리이다. South Peak 에서 보이는 쿤다상(Kundasang)은 꼭대기에 나무로 된 비석을 밖아 두었다. 6시 15분 부터 하산이다. 올라올땐 힘들더니 내려갈땐 슬슬 춘풍이다. 사얏-사얏 체크 포인트에서 다시한번 확인 받았다. 로우 피크까지 간 사람은 칼라로, 라반라다 산장까지 간 사란은 흑백으로 된 증명서를 준다. 가기전에는 그런 것을 준다하여 웃었지만, 막상 받고 보니 기분이 좋았다. 본인 확인 명찰을 목에 꼭 걸고 다녀야하며 입산 출산시 철저히 확인한다. 우리 일행중에도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체크포인트에서 돌아가신 분이 계셔서 나 중에 흑백 증명서를 받게 되었다. 7시20분에 라반라다 산장에 도착하여 바위산을 보니 엊저녁 세차게 흐르던 두줄기 폭포는 말랐다. 화강암 악산이다 보니, 비오면 폭포가 되고 비 그치면 한나절에 말라 버린다. 방에서 잠깐 짐정리하고 8시00분 부터 아침을 먹었다. 출발시간이 조금남아 있다 보니 남자들은 햇볕이 따뜻한 곳에 자리깔고 누워 쉬고 있다. 언제 힘들게 산을 올랐나 의심할 정도로 한가로워 보인다. 하산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인 것 같다. 9시30분부터 시작된 하산길. 체력적인 여유가 있는 일행이 앞장선다. 너무 빨리 내려가고 있는지 후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상윤 부사장님께서 쉼터마다 쉬면서 천천히 내려가잔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쉼터에서 쉬다가 후미가 오면 다시 출발하는 하산길 이었다. 하산길에서 보이는 키나발루는 등반시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의 모습. 점점 상승해서 올라오는 구름. 정말 장관이었다. 오늘은 메실라우 갈림길에서 팀폰게이트 방향으로 향한다. 발걸음이 가볍다. 쉬엄쉬엄 하산길은 정말 산보하는 기분이었다. 하산길에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등짐(사실은 이마에 줄을 연결하여 등에 지고가는 것임)을 지고 올라가는 현지인을 볼 수 있었다. 대략 40kg정도 되어 보이는데 짐꾼의 나이 성별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남녀노소 힘겹게 등짐을 지고 올라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였다. 아마도 라반라다 산장까지 지고 올라가는 짐일 것이다. 저렇게 힘겹게 가지고 올라간 식량과 부식을 내가 먹었구나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가이드의 말로는 산에서 인명사고가 나더라도 헬기로 수송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전부 인력으로 하기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고 나지 말라고 한다. 임금이 워낙 싸다보니 기계 작업보다는 인력작업으로 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이었다. 쉬엄쉬엄 쉼터마다 휴식을 하고 내려가고 있지만 후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외국인들과 간단한 인사도 한다. 말은 안 통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눈빛만 봐도 안다. 아마 저 사람들도 내일쯤에는 키나발루 정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겠지.... 팀폰방향의 산행길은 메실라우와 달리 계속 오르막인것 같다. 그만큼 메실라우 코스 보다는 산의 맛이 없을 듯 하다. 내려가는 느낌과 올라가는 느낌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산이라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어느정도 있어야 더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쉼터를 지나 팀폰게이트에 거의 도착할 무렵 구름이 잔뜩 끼면서 날씨가 안좋아 진다.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마지막 힘을 내어 달려가 본다. 하지만 키나발루는 마지막까지 나를 괴롭힌다. 팀폰게이트에 도착하려면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긴 오르막은 아니었지만 조금 힘에 겨웠다. 저멀리 게이트가 보이고 힘을 내어 오르막을 오른다. “어? 문이 잠겨있네.” 막 옆길로 돌아가려는 순간 철제문이 열린다. 안내자가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한다. 아마도 내려오는 사람이 도착해야만 열어주는 모양이다. 팀폰게이트에 도착하여 최종 하산 확인을 한 후 벤치에 앉아 그동안의 피로를 풀어본다. 도착시간은 12시반. 선두가 도착한 후 바로 비가 내린다. 정말 제때 도착한 듯하다. 아마 후미는 지금쯤 우비를 꺼내 입느라 분주하리라 생각해본다. 비는 다행이 많이 내리지 않았다. 촉촉이 젖을 정도의 비가 오는 것을 보니 다행이었다. 이제 한명 두명 후미에 있던 일행들이 속속 도착한다. 길다란 의자 양쪽에 늘어 앉아 그간의 산행 이야기에 여념이 없다. 이것으로 키나발루의 산행은 끝이 났다. 산행으로는 1박 2일간의 산행이었고, 1,800미터에서 출발하여 4,100미터까지의 등반. 끝없는 오르막길과 장대비와의 싸움 등 국내 산행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팀폰에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을 가져본다. 하산후 점심식사중 포도주 건배로 그동안 산행을 자축하였고, 숙소에 여장을 푼 후 저녁 식사후에는 발마사지로써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넷째날 2006.08.29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날. 산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바닷가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아침 식사후 호텔에서 인근 리조트로 떠난다. 현지 한국가이드는 샤피섬이 사람이 많아 인근 무인도로 가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야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없이 보트에 탑승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무인도가 아니고 샤피섬 보다는 덜 붐비는 섬이었다는 말이란다. 해양스포츠를 즐기려면 다시 샤피섬으로 이동해야한다고 한다. 일행은 우리를 위해 섬에 마련된 공간에 짐을 풀고 하나둘 바닷속에 몸을 담근다. 국내 바다와는 달리 투명하고 깨끗해 보인다. 산호가 널리 퍼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정신없이 바다를 유영하며 바닷속 장관을 맘껏 만끽해 본다. 일행중 몇분은 해양스포츠를 하러 샤피섬쪽으로 이동하였다.
점심은 해산물 뷔페로 현지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배도 고프고 맛도 있고 정말 많이 먹은 것 같다. 바닷가 시원한 그늘 밑에서의 맛있는 점심시간이었다.
이제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벅찬 감동과는 거리가 멀게 식사도 거른체 잠에 빠져 있었다. 이륙후 도착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로 깊게 잠이 들어 있었나 보다. 그만큼 힘든 여정이었나 보다. 공항에 도착하여 해단식겸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을 향해 헤어진다. 이것으로서 3박 5일간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서로 격려하며 도와주었기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키나발루가 나에게 다가와 베풀어준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여 항상 겸손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겠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내년 새로운 도전이 나를 다시금 흥분되게 한다.
첫댓글 재미있군요 옜날에 갓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산행일기를 쓴다는 것이 부럽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