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痴)라서 네비게이션을 켜고 영월농업기술센터를 향하여 출발했습니다. 제천IC를 거쳐서 영월까지 가는데 1시간 남짓 걸립니다. 그전같으면 주천쪽으로 구불거리는 길로 울면서 가야 하는데 제천에서 태백까지 뻥뚫린 자동차전용도로 덕분에 웃으며 갈 수 있었습니다.
토론회 장소에 가보니 20여분이 참석하셨습니다. 당초에 참석자가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이동춘님 우려와는 달리 적당하게 오신 것 같습니다. 이동춘님이 호밀사이갈이에 대한 이론설명과 실제적용사례를 사진을 중심으로 하여 두시간 동안 이루어졌고 나머지 한시간은 서울농부 최준열님과 황골농장을 운영한 저의 사례발표 후 간단한 질의응답으로 이어졌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후 근처의 보리밥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오늘 토론회 참석하기 전에는 호밀의 타감작용에 의문이 들고 비닐멀칭을 또다시 해야 하는가 하고 의지가 흔들렸는데 의문점을 해소하는 한편 내년 호밀사이갈이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사하원님이 정리를 따로 하시겠지만 나름대로 오늘 토론회에서 소화한 내용들을 정리하였습니다. 호밀사이갈이에 관심있는 회원님들께 참고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호밀사이갈이 토론회 정리자료
주제 : 전작 토양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공생과 다양성의 토양관리)
강사 영월 사하원 이동춘님 HP 011-9219-0893)
1. 토양관리의 관점
* 토양관리는 대지에 펼쳐진 초원과 같은 토양과 비슷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人爲를 최소화하여야 하겠다. 그러자면 자연의 섭리와 순리의 관점에서 토양을 이해해야겠다.
* 제초제나 인력으로 제초한 밭은 생장이 억센 바랭이, 여뀌, 망초, 명아주 등이 자란다. 인간의 간섭이 심하기 때문에 한번 뽑히면 발을 못 붙이는 잡초는 사라지지만 생명력이 질긴 이들 잡초가 우점하게 된다.
* 산성도가 심한 밭에 바랭이가 무성하게 자라는데 산성토양을 개량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일 뿐이다. 이런 밭을 휴경하면 토양산성도가 조절되면서 바랭이 대신 다른 잡초로 교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랭이가 우점하는 밭을 토양검사해 보면 산성토양이다.
* 식물의 다양성을 조성하여야 한다. 건강한 밭은 잡초가 5-6종 정도로 다양한 밭이 좋은 밭이다. 밭을 임차할 때 잡초가 2종류 정도 밖에 없다면 산성화가 심한 밭이며 최소한 4가지 이상인 밭을 임차하여야 한다.
* 연작장해를 회피하기 위하여 輪作을 실시하지만 그물맥과 나란히맥식물들(예시 콩과 호밀)이 동시공간에 함께 자생하도록 관리하면 일부러 윤작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연작장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고추, 콩 등은 작물이기에 앞서 여러 식물과 더불어 공존하는 다양성 속에서 비로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한 개체로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추밭에 고추이외의 잡초를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반자연적인 방법으로서 역병, 탄저병 등과 진딧물 같은 병충해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
* 한가지의 식물의 뿌리에서 수천종의 다양한 유기산을 분비하는데 이것을 이용하는 미생물들이 많이 발생한다.(목초액과 식초에 40여종의 유기산이 들어있는 것에 비하면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이다) 그런데 식물 한가지 보다 5-6종의 식물이 동시공간상에서 자란다고 보면 수만여종의 유기산에 의한 미생물의 다양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어 토양의 건강성을 살릴 수 있다.
* 좋은 토양의 공극율은 25%이상으로 보는데 보통 토양의 공극율은 15-20%이다. 그런데 식물의 다양성을 추구하면 25%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
* 공극율이 높다는 것은 토양에 틈이 많아 통기성이 좋아져 산소가 많다는 것인데 공극율이 없이 시멘트 콘크리트처럼 다져진 토양(지하 경반층이 심한 밭)에 고추 등 작물을 재배했을 때 장마철에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여 역병과 탄저병으로 그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 공극율이 낮으면 산소부족으로 질소성분만 양이온이고 인산, 가리질 및 무기물 원소들은 음이온 상태로 존재하여 질소성분만 흡수하게 되어 포도당 과다로 인하여 진딧물을 불러오게 되는 악영향을 불러온다.
* 대부분의 경지에 트랙터와 같은 무거운 농기계에 의한 경반층이 지하 30cm밑에 형성되며 염류집적의 피해가 발생하며 장마철 강우시 물이 스며들지 못하므로 토사유실의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고추와 같은 작물에게는 무기호흡으로 인한 역병과 탄저병을 발생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 경반층 해소와 공극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작물과 호밀(심근성)과 다양한 잡초들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 콩, 고추 등 일부작물은 무피복, 무경운으로 재배가능한 작물이다. 무경운시 화학비료 시비는 파종기 등을 이용하여 시비할 수 있으며 각종 유기물을 토양 표면에 뿌려주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 퇴비는 여러 가지 다양한 유기물이 들어간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유기산의 작용으로 다양한 미생물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분비료는 좋은 퇴비가 아니다. 보통 시판되는 유기질 비료가 축분이며 가축의 사료이며 사료의 성분은 미국에서 재배한 옥수수가 주성분이다. 미국 옥수수는 항공기에 의한 제초제 살포로 대량재배한 GMO(제초제에 강한 유전자변형식물)인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 한편 2007년 이후에 세계적인 식량대란을 예고하고 있어서 사료값 인상이 예견된다.
* 호밀을 파종하면 다량의 퇴비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초기 1-2년에는 질소질 비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3-4년 후에는 엄청난 유기물 퇴적으로 질소질 비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콩을 재배할 경우 뿌리혹박테리아의 활동으로 많은 질소질 비료를 확보할 수 있다.
* 호밀사이갈이를 실시했을 때 식물 종의 다양성 실현, 경반층 해소로 무기호흡 방지, 토양 속 물저장기능으로 토사유실 방지 및 홍수예방 효과, 건강한 생육으로 병충해 예방과 개선, 양질의 퇴비 다량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 일반적인 콩 재배의 문제점
* 무농약 재배시 제초에 드는 인건비가 많다.
* 필름을 피복에 드는 노동력이 만만치 않으며 필름값이 비싸다. 또한 농사가 끝난 후 필름을 제거하는 것도 인건비가 들어간다.
* 연작피해로 3년 이상 연작할 수가 없으며 경반층에 의하여 콩에도 탄저병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트랙터 로타리 작업 후 파종을 하는데 트랙터 작업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 발아할 때 비둘기 등에 의한 조류 피해가 발생한다.
* 임실률 및 등숙률을 높이기 위하여 엽면시비 또는 이삭거름을 추비할 필요성 발생
3. 호밀-콩 사이갈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 호밀을 봄에 파종할 경우 화아분화가 억제되어 유기물 발생이 적다. 그러나 가을에 재출수하므로 보식을 한다면 2년간 유지할 수 있다. 봄파종은 3월초에 일찍 실시하여야 충분한 유기물을 얻을 수 있다. 파종기를 굴린 후 살짝살짝 흙을 덮어주어야 한다. (콩재배에 적합)
* 가을에 파종할 때는 9월말 경까지 끝내야 5엽 정도로 커서 겨울을 날 수 있다. 다음해에 화아분화를 하게 되어 충분한 유기물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해 가을에 재출수하지 않으므로 다시 파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추등 기타 작물재배에 적합)
* 토양검사를 실시하여 PH 5미만이면 석회를 갈아넣어 토양을 중화한 후 호밀재배를 한다.
* 무농약 콩재배에 호밀을 이용하게 되면 2번의 일반적인 콩재배의 문제점을 모두 해소할 수 있다.
* 호밀파종시 줄간격 60-70cm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 이상을 넘으면 호밀의 타감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 콩파종은 호밀사이 정중앙에 20cm 간격으로 두알씩 파종하거나 10cm 간격으로 한알 파종이 적당하다.
* 일기예보를 참고하여 3일이내에 강우를 확인한 후 예초기를 베어 쓰러뜨린 후 파종기로 콩을 파종한다. 호밀그루터기에서 재출수하게 되면 콩이 발아해도 호밀밭이 초원으로 인식되어 비둘기 등 조수피해를 입지 않는다. 초원에는 뱀이 있다는 생각으로 조류가 달려들지 못한다고 한다.
* 호밀대신 보리파종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호밀은 고온다습을 이기지 못하고 좌지하여 다른 잡초의 발생을 허용하지만 보리는 고온다습에 강하여 서서히 죽으므로 다른 잡초의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이 더 강하다. 그러나 내한성이 약하여 강원도 이북지방에서는 겨울을 이기지 못하므로 봄파종을 고려하여야 한다.
* 보리파종은 고추 및 채소류에 호밀대신 적용하면 좋다.
* 호밀파종으로 고추 및 채소류를 재배하려면 호밀봄파종 보다는 가을파종이 유리하다.
* 과수원에서 호밀을 재배할 경우 응애의 피해가 염려되므로 호밀 예취시 부분적으로 하도록 하여 응애가 과수에 달려들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호밀사이갈이 농법에서는 좌지한 호밀짚에 미생물이 많이 몰려오기 때문에 토양조성을 위하여 토착미생물 채취라든가 배양, 살포 등 작업이 불필요하다. 먹이를 풍부히 주면 인근의 토착미생물이 달려오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간에는 현장사진을 중심으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사하원님과 영월 농민들, 경북 영양, 평창에서 호밀갈이를 하신 분들의 사진을 보면서 밭의 상태, 토양곤충, 미생물 발생 등을 감상하였습니다. 설명이 아주 좋았으며 윗글에 거의 모두 정리했습니다.
사례발표 = DMZ농장 최준열님(서울농부)
연락전화 019-266-0038
* 농촌진흥청 이병모박사와 진행한 친환경 유기농재배연구 성과 중 토양개선효과
구분
PH
유기물함량
K(칼리질)
Ca(칼슘)
Mg(고토)
호밀갈이前
5.3
0.7
0.06
0.6
0.6
호밀갈이後
7.2
1.7
0.90
4.3
3.3
*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원가를 낮추는 대신 품질과 생산량이 올라가야 한다. 생산원가를 낮추는 만큼 판매원가도 일반재배농산물 보다 낮추어야 경쟁력이 있다. 유기농산물이라 하여 턱없이 비싸다면 소비자가 먼저 외면할 것이다.
* 콩-호밀재배에 투입한 생산원가는 임대료(평당 900원)와 파종 및 수확시 들어간 기계의 기름값 밖에 없다. 척박한 토양 그대로 호밀씨 넣고 콩을 파종한 것 외에 농약, 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아 생산원가를 낮추었다.
* 콩은 6월 10일 이전에 발아해야 잡초를 제어할 수 있다. 5월 하순 이전에 콩이 자라면 영양생장에 치중하고 생식생장이 빈약하여 콩이 많이 달리지 않는다. 늦게 심으면 빨리 열매를 맺으려고 노력하므로 생식생장에 힘쓰게 된다.
* 호밀파종은 가능한 봄에 해동이 되는대로 일찍 파종하여 충분한 유기물을 확보하도록 하여야겠다.
* 콩의 다수확을 위해서는 비료보다 중요한 것이 등숙기에 얼마나 수분을 보충하는가가 관건이다. 상황이 허락하면 물을 대줄 수 있으면 다수확이 보장된다.
사례발표 = 황골농장 이해원 (실패사례와 원인분석)
연락전화 011-339-9659
황골농장에서는 금년 500평정도에 호밀사이갈이를 실시하였는데 거의 실패했음. 그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였음.
* 무멀칭 호밀사이갈이(100평정도)와 비닐멀칭 호밀사이갈이
3월 25일경 호밀을 점파하고 5월 30일경 쥐눈이콩 파종했다. 콩 파종하면서 호밀을 베어넘겨야 할 것을 3엽정도에 베어넘기므로 호밀그늘 때문에 콩이 연약하게 웃자라는 바람에 쓰러졌다.
순지르기도 꽃필 무렵인 7월 29일경에 실시하여 가지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순지르기 영향인지 무멀칭 재배부분은 쓰러진 콩이 다시 일어선 반면 비닐멀칭부분은 쓰러진 것이 회복되지 않았다.
수확결과 무멀칭부분은 경장이 50cm인데도 콩이 많이 달린 반면 비닐멀칭부분은 쓰러진 관계로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로 미루어 콩재배시에는 멀칭보다는 무멀칭재배를 할 때 콩 수확량이 증가한다는 귀중한 경험을 하였다.
* 호밀사이갈이 실패 원인분석
호밀파종시 함께 일하는 분(장모님)과 뜻이 맞지 않아 호밀줄간격을 70cm 미만으로 하여야 할 것을 80cm이상으로 너무 넓게 하여 호밀의 타감효과를 보지 못했다.
콩을 파종할 때 호밀을 예취한 후 파종기로 파종하여 3일이내에 비가 오면 발아가 잘 되는데 콩발아 후 3엽일 때 호밀을 예취하므로써 콩을 웃자라게 했다.(호밀그늘 때문에 연약하게 웃자랐음)
산성도가 PH 4정도 되는 밭에 석회를 넣어 토양 중화를 시켜야 하는 것을 무시하여 콩의 연약생장과 낮은 수량성을 가져왔다.(권장 PH 6.5이상)
토양이 너무 박하다고 생각하여 500평의 밭에 우분 30톤을 넣어 과다하게 투여하므로써 잡초의 이상생장을 촉진한 것 같다.
* 즐거웠던 점
호밀을 예취하여 삭은 후 몰려드는 지렁이들과 지렁이를 먹으려고 달려오는 두더지들의 굴을 발견하였고 메뚜기, 여치, 사마귀, 거미, 무당벌레 등 곤충들이 엄청나게 많아 무농약 유기재배의 즐거움을 맛보았다.
콩수확 후 까만 것이 반질반질한 쥐눈이콩을 만지는 촉감이 좋았다. 일반가게에서 판매하는 쥐눈이콩에 비하여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 힘들었던 일
호밀줄간격을 너무 넓혀 심어 호밀이 타감작용을 발휘하지 못하여 올라오는 풀을 베어주느라 엄청 진땀을 뺐다. 장마철 우기시 풀 생장속도가 하루 10cm 정도씩 크는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번씩 베어줄 정도였으니...
수확한 쥐눈이콩을 판매해야 하는데 적당한 판로가 없다. 품질좋은 유기농 콩이라 한말(8kg)에 3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2만원대의 헐값으로 팔아야 할까, 아니면 묵혀야 할까?
* 개선할 점
호밀사이갈이를 하면서 자연농법에서 배운 지식을 실험하느라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 같다. 천연살충제 살포, 칼슘제, 바닷물 살포, 천혜녹즙 등의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들어간 노력에 비하여 수량성이 낮았다. 내년 농사에서는 서울농부 최준열님처럼 단순하게 인위가 아닌 무위의 농법을 구사해야겠다. 그러나 예초기로 네 번 정도 풀을 깎어주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