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이 석 범
팔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해서
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강변도로를 걷던 김 노인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두 내외만 산다고도 하고
이따금 관공서에 가면 직원들이 굽신대는걸 보면
서울 산다는 자식 줄이 대단하다고 들 했다
그런 김 노인이 어느날부터인지 보이지 않는다
기력이 쇠잔해졌거나 노환이 찾아 들었거니 잊힐 즈음
김 노인의 몸에서 환생한 구더기가 보낸 부고를 받았다
상가(傷家)엔 김 노인의 자식이 무슨 부정에 연루되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밤샘 안주로 나왔다
김 노인의 자식을 본 적은 없었으나
이따금 고교동문이 내거는 승진 축하 현수막과
그때마다 사람들이 건네는 달라진 김 노인의 직함으로
승승장구하는 김 노인 자식의 근황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강변도로가 보이는 구릉에 김 노인이 묻힌 저녁
팽팽한 중력의 균형을 잃은 유성 하나 숲으로 떨어진다
끈
팔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해서
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강변도로를 걷는 김 노인
꼿꼿한 풍채가 예사롭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소문에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두 내외만 산다고도 하고
관공서에서 마주쳤는데 직원들이 굽실대는걸 보면
서울 산다는 자식 줄이 대단하다고들 했다
그런 김 노인이 어느 날부터인지 보이지 않았다
기력이 쇠잔해졌거나 노환이 찾아 들었거니 잊힐 즈음
김 노인의 몸에서 환생한 구더기가 보낸 부고를 받았다
상가(傷家)엔 김 노인의 자식이 무슨 부정에 연루되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밤샘 안주로 나왔다
김 노인의 자식을 본 적은 없었으나
이따금 고교동문들이 내거는 축하 현수막과
그때마다 달라지는 김 노인의 직함으로
승승장구하는 김 노인 자식의 근황을 짐작하곤 했다
강변도로가 보이는 구릉에 김 노인이 묻힌 저녁
팽팽한 중력의 균형을 잃은 유성하나 숲으로 떨어진다
첫댓글 글 참 잘 쓰시네요.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