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방의 사회적 역할 (월간CRART 2002/8월호)
남원 목기 공방을 중심으로
글 | 안덕춘 전주대학교 산업미술 전공 교수
전북 남원의 지리적 여건 및 산업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군, 하동군, 함양군에 걸쳐있는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로서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산이다. 신라 5악의 남악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하여 지리산이라 불렀고, 또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재는 지리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남원시의 산업은 면적은 넓지만 소백산맥이 통과하여 임야가 64%를 차지하고 경지는 24%에 불과하나 분지지형에 기인한 넓은 평지가 있어 경지 중 논의 비율이 74%로 논농사가 중심이다.
전통적으로 지리산의 목재를 원료로 한 목기 공업이 발달하였으며 운봉읍은 전국적인 제기 생산지이다. 1986년 이후 동면, 어현, 광치 등의 농공단지가 조성되었다.
현재 시는 첨단수출 농공단지, 대단위 유통단지, 지방산업농공단지 등을 조성하고 확충하는 투자 계획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주-남원-순천 간 고속도로, 남원-새만금 간 고속도로 등을 개설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목기 공방 현황
전북은 목기고장으로 일컬을 정도로 남원 목기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남원 목공예의 유래를 보면, 남원 목기는 승려가 3,000명이 넘었던 신라시대의 고찰 실상사 스님들이 바루(밥그릇)를 만들었던 높은 기술이 이어져 오면서 조선조에 이르러는 왕실에 진상까지 하였고, 사찰의 승려들과 일반 서민들에 의하여 전수되었는데, 현재는 없어진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 산내면 백일리에 2년 과정의 목기갈이기술(목기학교, 현재 금호공예의 김을생 공방자리) 양성소가 있어 오늘의 남원 목기, 목공예로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옻칠장은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김을생(금호공예), 김영돌, 이의식(행촌공방)과 전라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목기장 제11-1호 김광열(대림공예), 제11-2호 박형균(고인), 제11-3호 노동식(남원목기)등이 활동을 하고있다. 그 중에서도 운봉 지역의 운봉 목기는 오랜 전통의 맥을 지닌 곳이다. 그 과정을 보면, 원목을 구하여 절단하고 초벌 깎기(3개월 정도 그늘건조)와 재벌 깎기를 하여 칠하기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지금은 남원시 조산동, 어현동, 월락동 등 시내에 목기산업이 발전되고 있고, 목공예 업체 수는 대략 181업체(칠 업체 69개)로 되어있고 전북상공년감을 보면 그 중 50개 업체가 소개되어 있다. 목공예 단지는 4개 단지(어현, 조산, 운봉, 산내)등이 있으며, 각 단지별로 목공예 협회장이 있다. 우리가 공방(工房; 공예가의 작업실, 조선시대 승정원의 공전(工典) 담당 부서)이라 하면 예술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곳으로, 소수의 인원(가족중심)으로 그곳만의 특색 있는 공예품을 만들어 내는 곳인데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는 한정된 범위의 생산을 해내는 곳이라 할 때, 남원의 업체들은 공방차원보다 공장(工場; 근로자가 기계 등을 사용하여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곳)차원이라 보는 것이 더욱 좋을 것 같다. 대개 ○○공예, ○○공예사, ○○목기, ○○공장 등의 업체 명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목운 공방, 지혜 공방과 같이 공방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이 곳 공방의 옻칠 공예품은 공방 명칭에 어울릴 만큼 훌륭했다.
주로 남원의 목기(木器) 백골(白滑)공장은 거의 주종이 제기를 만들고, 그 외에 식기, 바루, 면기 등 각종 생활목기를 생산하는데 목리(木理)가 좋은 물푸레, 오리나무, 노각, 괴목의 목재를 제일로 쳐주고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식상(食床;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소반종류 및 제사상)등의 경우도 목재백골에서부터 칠 공정까지 거의 다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은 비수기 철로 제기나 식상 등도 장사가 안되어 어렵다고들 한다. 주로 양대 명절인 추석과 설날대목을 기대하며 만들어 놓는다. 경기가 좋았던 60∼80년대 그나마 90년대도 그리워하는 것 같다. 현재로 거슬러 올라올수록 어렵다고들 한다. 그만큼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벌어둔 것으로 산다고 하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써는 복합적인 문제점으로 여러 가지 예를 들 수가 있는데 공방업체 수 증가난립과 제살 깎아먹기식 판매구조의 저가 유통문제로 중간상만 이득을 취하고 자기상호(명칭과 대표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의 포장박스를 제대로 사용치 못하고 있다. 값싼 중국산의 목제기가 완제품 또는 반제품 가공으로 들어와 등록상표 도장을 찍어 국산으로 둔갑을 하기도 하고 카슈로 칠하여진 제기가 옻칠 제품으로 버젓이 판매되어 TV, 신문 등 매스컴에서도 비난을 받는 등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비관적 문제점 속에서도 정보기술(IT)의 시대에 발맞춰 인터넷, 홈쇼핑 등으로 주문판매 등을 통한 방법으로 꾸준히 수요를 충당하는 곳도 있다.
목기 백골 공방시설로는 목공 선반 기계, 절단기, 화인(도장)기계, 목공 띠톱, 루타기 등을 갖추고 있었고, 식상 백골 공방 시설도 목공 선반을 제외한 위의 시설들과 타카와 에어콤퓨레샤 등을 갖추고 모두 카슈칠(엄밀히 캬슈 주합칠)작업에서는 주로 에어콤퓨레샤로 분무한다. 이때 처음 과정은 칠 용액에 담갔다가 꺼내어 칠을 건조시킨 후 칠 사포기로 갈고 다시 에어콤퓨레샤로 분무하는데, 붓질은 칠이 흐르는 것을 걷어낼 때 주로 사용한다. 목제기, 식상 등 모두 같은 원리로 여섯 번 정도의 과정을 거친다. 거의 대부분 카슈칠을 사용하지만 그 중 일부에서는 옻칠을 병행하여 사용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 즉, 저가의 카슈칠 완성품이 있고, 고가의 옻칠 완성품이 있다는 뜻이다.
카슈칠한 목제기 1세트의 경우 20∼30만원 대부터 있고, 옻칠한 목제기 1세트의 경우 60∼70만원부터 120∼150만원 대까지 있다.
목제기의 경우 옻칠로 하지 못했던 이유는 옻칠의 가격이 비싸고 대부분 옻칠을 할 줄 모르고 옻칠 기능자가 이 기술을 전수를 기피해서인지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옻칠로의 새로운 대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고 그 어느 때 보다 문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옻칠로 제작된 목기들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중요한 새로운 남원목기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전라북도의 옻칠에 관한 연구와 관련된 내용은
1997. 9전라북도 이와테현 간 옻칠관련 협력방안 연구
- 연구기관 : 전북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과학기술정책 관리연구소)
1999. 2한국·일본(전라북도·이와테현) 칠 교류전
- 출품 : 전주대학교 교수 및 학생·도내업계·
일본 이와테현 작가
- 기간 : 1999. 2
- 장소 : 전북예술회관
- 주최 : 전북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
- 후원 : 전라북도·과학기술부
1999. 8옻나무의 우량 수종 선발과 생칠 정제기법 및 활용을
위한 연구 개발(Ⅰ)
- 연구기관 : 전북대학교 유전공학연구소(전라북도)
2000. 12옻 관련 연구개발 보고서
· 옻나무 추출물의 기능성 연구개발
- 연구기관 : 서남대학교(남원시) -서남대
기초과학 연구소〈김정〉
· 옻나무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 연구개발 -
(주)생명의 나무〈나천수〉
- 연구기관 : (주)생명의 나무(전라북도 남원시)
2001. 7옻칠산업 인프라 기술과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기능성 건강식품개발
- 주관기관 : 원광대학교
- 연구기관 : 전주대학교 , 전북대학교 ,
(주)생명의 나무
이와 같은 연구가 있었다.
위의 2001년도 지역기술 개발 용역과제(전북 0101) 과학기술부 선정 사업으로 옻칠에 대한 연구가 3차년 계획으로 연구되고 있고 그 중 1차년도 사업 총 1억 1천 5백만원 (정부 용역비 1천 5백만원, 지자체비 1억원)으로써 전주대학교 주관, 전라북도·과학기술부 후원으로 옻칠 생활칠기 디자인개발을 연구 목표로 옻칠 생활 칠기 디자인 전(책임연구원 안덕춘, 연구원 고현숙, 연구보조원 김기숙, 김옥희)을 정부 용역비 1천 5백만원으로 전북 예술회관에서 2002. 5. 17일부터 5. 23일까지 전시하였다.
남원 옻칠 연구소는 남원 목공예연구소 건물에 2002년 3월 남원 옻칠 연구소(소장 김종만)가 새로 현판을 걸고 개소식을 갖고 상임위원 박강용(목운공방)과 안곤(정일품공예), 박만수(지산공예), 노태훈(남원목기), 박봉민(운봉목기) 등 젊은 칠 공예인들이 중심이 되어 옻칠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원 옻칠 연구소는 옻칠 제품의 기술개발로 주민소득과 연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와 옻칠 정제 및 저가의 칠 보급으로 제품 고급화와 가격인하를 위해 세워졌다.
또한, 전통옻칠 공예관 건립이 전통옻칠 목공예 산업기술의 집적으로 옻칠기법의 대중화, 옻칠 제품 공정과정 공개로 옻칠기술산업기술 보급 기여, 고급옻칠 제품의 전시 홍보를 통한 관광 상품화를 내세워 건립예정이다. 사업비 10억원(특별교부세 7억원, 도비 1억 5천만원, 시비 1억 5천만원), 사업기간 2002년 6월부터 2002년 12월로 잡혀져 있고, 사업내용으로서는 옻칠공예품 전시 판매, 옻칠공예 교육 및 실습 등을 할 예정이다.
기대 효과는 전통옻칠 운영으로 칠 공예품 개발 및 육성과 양질의 옻칠 생산과 판매망 확대로 관광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도내 전주공예품 전시관(전주명품관)이 건립되어져 있고, 전라북도 남원시의 경우 옻칠 연구소와 전통옻칠 공예관 건립은 옻칠 산업활성화로 차후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역할
우리 생활과 더불어 예로부터 선호해온 목기 및 칠 생활용품은 우리 생활의 친숙한 소재로써 찻잔, 식기, 쟁반 등의 용기와 식상 등으로 사용되어졌다. 그러나 예전의 답습에 머물지 말고 신상품 차원의 고부가가치 있는 옻칠 목기와 옻칠 식상, 목공예품(옻칠) 등의 디자인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우리고장 전북 남원의 목기 전통을 현대에 계승하여 창조적인 신소재 문화 상품과 옻칠의 생활칠기 디자인을 개발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칠기 제품의 실용적, 예술적인 디자인 개발로 고부가가치 있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옻칠 디자인 문화 상품을 연구 개발하여 도내 공방(업체)에서 화학 도료인 카슈에서 옻칠로의 전환과 경쟁력 강화, 소득 증대, 수출 등의 활로를 개척하여야 할 것이다.
전북 남원시는 지역의 특화산업을 지리산 관광산업과 더불어 목기, 칠기산업에 역점을 두어 목칠 산업에 관한 문화관광상품을 육성하여야만 전북 남원 목기단지는 우리 나라 제일의 목기용품 생산지로써 지속적인 각광을 받을 것이다. 또한, 남원시는 특성화 차원으로써 1999년, 2001년의 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2001년의 세계 도자기 엑스포와 같은 남원을 알릴 수 있는 세계 목기축제, 세계 칠 공예전 등의 행사를 거국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지역공예공방의 사회적 역할 면을 볼 때, 남원 목기 공방(업체)의 활성화를 위해 남원시 지역경제과의 노력과 산·학연으로서의 협력차원에서 도내 교수들의 디자인 등의 지원과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의 중요한 경제 산업과도 관련되어 있는 목기 공방(업체)들은 과거와는 다른 그들의 사회적 역할에 눈을 떠야만 한다. 과거와 같은 안일한 생산·판매 방식, 이윤추구 등에서 벗어나 전북의 남원시 목기 고장의 명예가 있는 만큼 신경영체계의 디자인과 마케팅 방식으로 전국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야 될 줄 믿는다.
※ 본 글은 중소기업청의 지역 특산품(남원 목공예)제조 업체 기술 수요 조사를 실시하여 조사대상 업체의 기술 현황, 기술지원 방법, 기대 효과 등 조사 내용의 실태 보고서를 조사하던 중 ‘월간 크라트’의 연락을 받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공방과 공장의 개념을 어떻게 둘 것인가 자문하여 보았고, 교수, 공예가, 유통판매 관련업체들에서 정보 수집을 하였다. 분명 차이는 있으나 남원 목기 공방은 편의상 대개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음을 밝힌다.
안덕춘|1952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예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일본 가나자와 시립미술공예대학 미술공예연구소 촉탁연구원 역임함.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초대작가, 한국칠예가회 운영위원, 한국공예학회 운영위원과 남원옻칠연구소 명예위원이며, 현재 전주대학교 예체능영상학부 산업미술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