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어원 2 - 가물 현(玄)과 검을 흑(黑)
하늘 천(天) 따 지(地), 가물 현(玄) 누르 황(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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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천자문의 첫 구절로, 분명 ‘가무-ㄹ 현(玄)’이라 해왔던 이 '가물 현'이 어느 때부턴가 그만 '검을 현'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한자 검정시험을 위한 교재나 심지어는 옛날식을 그대로 흉내 낸 천자문 책에서조차 전부 '검을 현'으로 쓰고 있습니다.
'玄'자는 원래 거미나 누에에서 나오는 보일 듯 말 듯한 실을 그린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래서 가물가물 '가물 玄'이지요. 천자문에서는 하늘 천(天)의 댓구로 그 하늘이 가물가물 그윽하고 아득하다는 뜻으로 새겨왔습니다. 활이나 가야금의 줄을 뜻하는 '시위 현(弦)'자에 그 증거가 있습니다.
검을 흑(黑)자는 그을음이 잔뜩 끼어있는 창의 모습과 밑에 있는 불 화(火)에서 알 수 있듯이 새까매진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증거는 먹 묵(墨)자에 있습니다. 새까만 그을음과 진흙(흙 土)을 섞어서 만드는 게 바로 먹이니까요. '검을 黑' 옆에 개 견(犬)을 붙이면 침묵할 묵(黙)자가 되는데 이는 아마도 옛날에 사냥을 할 때 훈련이 안된 개가 짖지 못하도록 눈을 가린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물론 '어지러울 현(眩)'자에도 쓰이듯이 어지러워지면 눈앞이 새카매지기도 하니까 검다는 의미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과 땅을 묘사하고 그 뜻을 새기고자 쓰여 진 천자문의 '하늘 천(天) 따 지(地), 가물 현(玄) 누르 황(黃),---'을 생각하면 용납이 잘 안 되는 일입니다.
같은 이유로 '누르 황(黃)'의 '黃'도 누렇다는 의미가 함께 있기는 하지만, 땅이 가지고 있는 넓고 평평한 온 누리의 '누리'라는 뜻을 빼서는 안 되겠지요.
결국은 한자만 잘 못되는 게 아니라 우리말도 같이 망가지는 일같아서 걱정입니다. 법(法)과 겁먹을 겁(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