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이야기설거지이야기설거지이야기설거지이야기설거지이야기설거지이야기
音波 吳銀鎬
난 늘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연속극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면 작은 것에도 행복을 나눌 수 있어
오늘도 난 삶의 모든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나에게 배당된 시간 속에 이렇게 부족한 글이라도 부끄러움을 감수해 가며
"끄적끄적"거리며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으니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걷기도 하고
리무진 승용차를 타고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쌈지 돈이 떨어지면 찬밥도 먹을 수도 있고
운수 좋은 날엔 진수성찬에 게으름과 거만을 떨 날도 있다고 생각하여 봅니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말은
우리 하숙집 아줌마가 고향 동창들과의 여러 문제로 신경을 쓰다
대상포진에 구완사와라는 몹쓸 병마가 찾아와 고생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 입가에 웃음꽃이 다시 피기 시작하여 감사하여
그중 일부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나는 지금도 하숙집에서 주방일과 집안일을 하며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즈음은 남자가 해야 할 일과
여성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먼저 해보고 궁금한 부분은 공유하기도 하며
서로 나누고 보듬어 간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보다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밥을 만드는 과정은 먼저 쌀을 씻고 물을 알맞게 맞추고
밥솥에 전기 코드를 꼽으면 자동으로 밥은 완성되지만
정성을 들여 만들어가는 된장찌개엔 부재료가 어느 정도 들어가야
그 맛이 형성됩니다
김치는 총각 시절 자취 경험이 있어 상당한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물론 대한민국 여성분들의 손 맛 보다는 어림 반 푼어치 없음을 인정하면서
오늘은 가족이 모두 모여 참 맛나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난 늘 후식으로 차를 한 잔 마시며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다
그리고 설거지를 합니다
먼저 접시를 닦습니다
시내에 세금 납부하고 집에 가는 길에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파는 호박을 샀었죠
하우스에서 자란 호박이었지만 대파와 양파 홍당무를 송송 썰어 넣고
실고추와 참기름과 깨를 넣고 살살 볶아 올려놓았던 접시를 닦으며
젓가락 싸움을 하며 참 맛나다는 칭찬에 씩 웃게 하여준 접시의 감사함에
정성을 다하여 반짝반짝 닦습니다
밥그릇을 닦습니다
하얀 쌀과 쌀눈을 섞어 완성된 밥알 사이로 모락모락 김이 솟아올라
반짝반짝 빛나던 하얀 쌀알들이 전해주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뱃속에 채울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고
그 뜨거움을 감내하며 믿음과 애정이 가득하고
언제나 변함없이 날 기다려 준 밥그릇에 고마움을 보냅니다
찌개 대접을 닦습니다
늘 긍정적이고 언제라도 희생을 감수하던 감자와 파와 양파
그리고 두부와 함께 먼 바다에서 살다 우리 집에 초청된 멸치는
시골 된장과 어우러져 들판의 풍성한 이야기를 "뽀글뽀글' 선물해준 자연에 감사하며
행복함을 쓱쓱 싹싹 딱아봅니다
접시 하나를 또 닦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아 상심하는 날이 많았다는 파스타 접시는
자신을 누구보다 더 아껴주는 사랑하는 연인을 닮았다고
늘 뽐내는 접시입니다
오늘은 깊은 바닷 속에서 날씬함을 뽐내며 용왕님의 사랑을 듬뿍 받다
잠시 육지 세상으로 일탈한 갈치에게 튀김옷을 선물하였고
삼립 버터에 지글지글 찜질을 시켜 우리 집 가족들 젓가락 사랑으로 귀한 대접을 받다가
용왕님께 자랑하러 간다고 떠나간 갈치의 바닷속 이야기에 넉넉한 인심에 박수를 보내고
육 해 공군을 빛내 준 접시의 수고에 보답하고자 정성스럽게 목욕을 시켜 줍니다
숟가락과 수저를 닦습니다
아무런 불평이나 불만을 단 한 번도 한적 없고
식탁에 차려진 온갖 음식을 나르면서도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으며
열심히 나의 배를 채워주기에 바빴던 소중한 수저들에게도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난 설거지를 마치며 행주를 깨끗하게 빨아봅니다
매일 뜨겁거나 찬물에 몸이 마를 날이 없는
너무 감사한 행주에게 무슨 말로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 세 번 이상 그 수많은 주방용품과 미팅을 하면서도
힘들다고 쉬고 싶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늘 몸은 젖어 있어도 행복하다는 행주를 쓰다듬으며
식기건조기에 넣고 긴 밤 푹 잘 자거라 빌면서 오늘 설거지를 마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맡은 일을 하고 있는
소중한 그릇들이 늘 곁에 있기 때문입니다
젊을때는 손도 대지 않던
밥하기, 반찬 만들기, 찌개 끊이기, 설겆이, 빨래, 청소가
이젠 나의 중요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불만도 없습니다
세월따라 모든 것이 변 하듯이
나도 이렇게 변하는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또 그렇게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