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경험글(10회)

[아싸가오리]

추석이 지나고 하순에 접어든 9월인데 흐리고 선선한 날씨가 가을의 냄새를 느끼게 합니다.

현장에 있는 밤나무에 메달린 밤송이가 벌어질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아, 금년도 이제 서서히 정리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가을을 맞아 광산 무역이나 광산 관련 일에 바쁘신 회원님들에게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합니다.

오늘은 광산 시설물 특히 갱내에 설치하는 수갱및 권양기 시설물이 어떤 과정으로 설치되는 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광산의 시설물은 채광에 필요한 시설물과 선광에 필요한 시설물로 구분됩니다.

선광에 필요한 시설물은 크러셔및 볼밀, 벨트컨베이어  장비등 대형장비이나 갱외에 설치되므로 기초작업 후에 셋팅만 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시설물이 설치됩니다.

제가 채광을 전공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선광은 쉽게 생각되나, 선광을 전공하신 분들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실 것으로 봅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작업이 잘될 때는 그렇지 않지만 작업이 안되면 채광과 선광 파트 서로 잘못했다고 싸움을 하곤 했습니다.

채광파트의 시설물은 압축기 설비, 양수 설비, 권양기 설비, 수갱시설등으로 나뉩니다.

채광파트의 설비도 갱외에 시설되는 것은 셋팅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쉬우며 고장시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지만 갱내에 설치해야 하는 시설물은 기초작업부터 어려운 과정이 시작됩니다.

제가 3년차부터 8년차에 퇴직할 때까지 무극광산은 갱내의 권양시설물을 설치하고 수갱연장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무극광산의 수갱은 전부 4개였는데 두개는 갱외에 두개는 갱내에 있었고 메인수갱은 15번갱까지 약 600미터였고, 갱내에 있던 수갱은 8번갱에서 15번갱, 별도로 15번갱에서 20번갱까지 있었으며 갱외 기준으로 하부 780미터까지 개발이 되었습니다.

수갱이 네 개인 관계로 권양실도 4개였으며 시설물 설치및 관리작업이 광산에서 제일 중요한 작업이었고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광산에 대해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우선 수갱(shaft)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수갱은 갱내의 광석을 갱외를 반출하기 위한 통로로 하부 90도 각도로 굴착하므로 수갱이란 명칭을 사용하며, 그 굴착 방법은 상향식과 하향식으로 나뉩니다.

상향식이나 하향식이나 방향만 다를 뿐 갱도를 굴착하여 구조물을 설치하는데, 무극광산은 기존의 광산을 인수하여 작업했으므로 기존의 수갱을 확장하여 하향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새로운 갱도를 굴착한 것이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쉬웠으나 물이 많고 발파 효율이 좋지 않아 굴착 능률이 부진하여 시간을 많이 요하는 작업입니다.

아무리 확장작업이지만 발파를 하는 것은 똑같고 발파 후 폐석은 인력으로 운반해야 하므로 아주 난이도가 높은 작업으로 작업자들이 일을 기피하는 바람에 별도의 수당을 만들어 관리해야만 했습니다.

구조물은 케이지(인력, 장비운반용)와 스킵(광석 운반용)이 운행되기 위해서 철재를 이용하여 만드는데 90도를 유지하여 만들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어야 하는 작업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수갱은 케이지가 운행하는 칸과 비상시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사다리를 설치한 인도칸이 따로 설치되어 있는데, 권양기 고장시에는 몇 백미터를 사다리를 이용하여  죽을 힘을 다해서 올라 와야 했습니다.

케이지및 스킵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권양실이 설치되고 권양기가 안착되어야 하는데 설계과정부터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물론 과거의 설계나 책자가 있지만 안전율을 고려한 설계를 실시하여 권양기의 용량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자재나 장비를 선정했습니다.

물론 신장비는 엄청난 고가여서 중고장비를 이용해야 했지만 안전이 필수 요건입니다.

갱내 수갱설비 작업의 설계작업은 문서작성과 도면작성을 해야하는데 당시 거의 혼자 작업을 해야 했던 제 입장에서는 한달정도를 매일 야근까지 하면서 그 일에 메달렸습니다. 물론 야근을 해서 수당이 많이 붙었지만 그 때 아직 애도 안 만든 신혼 입장이었는데 밤 늦게 들어가서 하루 종일 혼자 있었던 와이프 얼굴을 보려니 미안했습니다.

갱내 기초작업은 발파작업으로 우선 실시하고 콘크리트 작업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수갱의 용적을 감안하여 장비의 반입은 전부 분해해서 들어와야 했고 정규작업에 방해되므로 공휴작업을 이용하여 갱내로 반입합니다.

갱외에서는 크레인을 동원해서 설치작업이 가능하나 갱내에서는 작업장소가 협소하므로 대형 체인블록등을 이용하여 어렵게 설치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기계설비를 지휘하셨던 분이 아직도 현역에 계시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잘 해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양기 설비 중 제일 어려운 것은 운반용 시설과 연결된 와이어 로프의 각도 조정과 많은 힘을 요하는 권양기의 바닥 기초작업이었습니다. 시설물은 광석과 사람을 같이 운반하기 때문에 잘못된 시설물은 인사사고의 우려가 높아 완벽한 시설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부담이 많이 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수갱과 관련한 인사사고는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물과 낙석등의 이유로 각종 구조물의 고장은 자주 일어나 작업지장을 초래하곤 했습니다.

광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쉽게 설명하였으나 이해하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세한 사항은 생략했습니다.

이번으로 제 글이 벌써 10회가 되었습니다.

쓸수록 어렵습니다.

금년 가을에 개인적으로 신나는 일이 많았으면 하는데 모든 회원 여러분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근자에 해외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회원님들의 건승을 바라며 오늘 이만 줄입니다.

[知己]

아니, 이렇게 좋고 애쓴 글에 댓글 하나가 없다니요~~ 버^^럭^^*

[겟백85]

글이 너무 좋고 생생합니다. 감사합니다.^^

[권재환]

생생한 경험글 감사합니다..

[리투바]

이 소중하고 아까운 경험을 다시 되살리는 길을 찾으면 좋은데, 해외는 질리셨을테고, 국내는 과거 폐광들 사업재개 가능성이 적은가요?

[바투바라]

갱내에서 작업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또 그런분들을 위해 사전준비작업을 하시는분들의 부담감이 대단히 컷을꺼 같습니다. 아싸가오리님 말씀처럼 가을에는 다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싸가오리님도요 ^^ 재밌게 읽었습니다.

[잘살아보세]

잘 읽고 갑니다. 요즘 마니 바쁘시죠? 홧팅하세요.

[작은자]

정말 울 카페의 모든 휀님들이 영광과 우정이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우~~~~~~~~~~~~~~~~~~~~~~~~~~~~~~~~~~~~~~~~~~~~~~~~~~~~~~~~~~~~~~~~~~~~~~~~~~~~~~~~~~~~~~~~~~~~~~~~~~~~~~~~~~~~~~~~~~~~~~~~~~~~~~~~~~~~~~~~~~~~~~~~~~~~~~~~~~~~~~~~~~~~~~~~~~~~~~~~~~~~~~~~~~~~~~~~~~~~~~~~~~~~~~~~~~~~~~~~~~~~~~~~~~~~~~~~~~~~~~~~~~~~~~~~~~~~~우~~~~~~~~~~~~~~~~~~~~~~~~~~~~~~~~~~~~~~~~~~~~~~~~~~~~~~~~~~~~~~~~~~~~~~~~~~~~~~~~~~~~~~~~~~~~~~~~~~~~~~~~~~~~~~~~~~~~~~~~~~~~~~~~~~~~~~~~~~~~~~~~~~~~~~~~~~~~~~~~~~~~~~~~~~~~~~~~~~~~~~~~~~~~~~~~~~~~~~~~~~~~~~~~우욱

[고운]

추억과 경험을 아낌없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잘 읽었습니다.

[구아뽀오]

참으로 좋은 내용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광산도 처음에는 이렇게 수직갱으로 내려가고 품위가 좋은 곳이 나오면 그제서야
드라이브(횡 방향으로 캐 나가는것)하는데, 생생한 내용을 쓰신 아싸 가오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회원님들도 이글이 어떤 말인지 알아 들을때 비로소 광물 사업에 성공(?) 할 수가 있을텐데요~~~^^

[知己]

가오리님은 태업중?? ㅎㅎㅎ

[그리고는]

읽어보면 볼수록 참 많은 화면들이 지나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