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1일
"눈 치우기 묵상"
주안에서 사랑하는 성도님들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립니다. 지난 성탄절은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이유가 사람들이 너도 나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소원했기 때문이라는 조크가 방송될 정도였습니다. 어제 밤에도 눈이 또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그리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내버려 둘 정도는 아닙니다. Drive way나 Side walk를 치워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여기 미국 사람들은 눈을 참 잘 치웁니다. 눈이 내렸다 하면 어느새 다들 나와서 눈을 치웁니다. 물론 법이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도로는 시에서 치워주지만 자기 집 앞의 눈은 자기가 치워야 합니다. 특히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집들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도보를 치워야할 책임을 가집니다. 만일 눈을 치우지 않아서 사람들이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하면 그 집에서 치료비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법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여기 사람들은 눈 치우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고 나면 더 이상 눈을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하루 종일 제설작업에 매달렸던 힘든 기억 때문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는데, 그 해 겨울은 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던지요. 아침 먹고 나가서 눈 치우고, 점심 먹고 또 나가서 저녁때까지 눈 치우던 그런 힘든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눈이 온다고 하면 괜히 감상에 젖어 창문 밖을 바라보곤 했는데, 군대에서는 눈이 온다는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치게 되지요. 사실 눈이 소복이 쌓인 전방의 산들 풍경은 말 그대로 절경 그 자체입니다. 일부러 돈 들여서 구경 다녀도 아깝지 않을 그런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그런데 군인들은 그것을 즐기지 못합니다. 당장 눈앞에 하달된 제설작업의 책임과 부담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저에게도 눈을 치우는 일이 그리 썩 기분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지난 성탄절 직전의 일이었습니다. 그 때에도 눈이 무척 많이 왔었지요. 교회에서 이런 저런 일로 분주히 지내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 바쁘지 않으면 좀 일찍 퇴근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까, 사택의 앞집에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데, 그 할아버지가 집 Drive way앞에 쌓인 얼어붙은 눈덩이를 치우려고 나왔다가 힘에 부치는지 그냥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들어가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럽게 보이더라는 것이지요. 사실 도로의 눈을 치우는 제설차량이 도로 양 옆으로 밀어놓은 눈덩이들이 Drive way를 가로막기 일쑤입니다. 그게 얼어붙으면 Snow blower(눈 치우는 기계)로 치울 수 없는 일이지요.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두말하지 않고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그 눈덩이들을 치웠지요. 그날따라 얼마나 바람이 세게 불고 또 추웠던지요. 그래도 마음은 참으로 훈훈하고 따뜻했습니다.
동기의 차이입니다. 위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일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일의 차이입니다. 일은 같지만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짜증으로 끝날 수도 있고 기쁨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율법'과 '은혜'의 차이도 이와 같습니다. 법이 정해 놓았기 때문에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는 것이 '율법'이라면, 그 일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하는 것이 '은혜'입니다. 율법은 기쁨이 없습니다. 잘해봐야 본전입니다. 그러나 은혜는 우리의 삶을 보람 있게 하고 의미 있게 만듭니다. 율법주의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든 일은 피하면 좋을 부담입니다. 그러나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든 일은 사랑의 수고를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를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법대로 하셨다면 우리 중에 아무도 구원받은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은혜로 우리를 대하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 때문에 당신의 독생자를 아낌없이 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분명 하나님께 큰 수치와 아픔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하나님의 기쁨이었습니다. 온 인류가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으셨다는 기쁨…. 은혜를 아는 사람이 은혜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눈 치우는 일로 시작한 이야기가 제법 멀리까지 왔습니다 그려. 다시 눈 치우는 일로 돌아가 볼까요. 아시는 대로 우리 교회의 주차장은 2인치 이상 눈이 올 경우에 치워주는 업체가 계약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처럼 그 이하의 눈이 올 경우에 누군가가 치워야 합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금방 녹아 없어지겠지만, 이렇게 추운 날이 계속되면 얼어붙어 빙판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눈을 치우고 소금을 뿌려두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교회에 그런 귀찮은 일을 묵묵히 하시는 분이 한 분 있습니다. 저는 그분의 마음에 기쁨이 있는 것을 잘 압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성도님들도 그 일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램입니다. 집 앞의 눈을 치우면서 교회의 눈은 누가 치우나 마음 쓰는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교회가 아니더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찾아보는 넉넉한 마음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 치우는 일을 부담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또는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눈 치우는 일 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사가 마찬가지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기쁨은 은혜로 살아갈 때에 주어집니다. 이번 한 주간도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며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첫댓글 너와 나는 율법+하느님 사랑을 실천해야하는 자녀임에 틀림이 없지! 내가 본받아야할 일들이고,한국인들이 본받아야 할 말씀들이네. 한국에는 눈이 온 후에는 정형외과가 자리가 없다고 하잖아!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우리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