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 피일 뒤로 미루다간 그 스님을 여름이 지나도록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8월 11일 여수 돌산 정념사를 향해서 서울에서 11시에 출발했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렸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308-1번지 정념사에 도착했다. 절을 알리는 표식이 운치있고, 여유로왔다.
내려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결의를 실천에 옮기신 분은 분명 나보다 낫다. 백배 낫다'라는 생각으로 결론이 나면서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스님과 총무님과 또다른 여성 도반 한 분과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한 잔 마셨다. 곧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설기게 엮어진 빨리어 예경문이 탁자 위에 여러권 놓여 있었다. 법문이나 강설을 하실 줄 알았더니 '빨리어 예경문의 한 대목'을 설명하신 다음 대뜸 '물어보라'고 주문하셨다.
일문일답의 차담이 오고 갔다. 여성 도반님은 묵묵하게 듣고 있었다. 나만 촐싹거리면서 이런질문을 주고 받은 것 같다.
나의 공부 밑천이 없으니 질문이라고 해 봐야 형편이 없었다.
"어디서 보니까 부처님께서는 선정에 드실 때 마음을 입술에 두셨다고 하기도 하고, 입술과 코 사이에 두셨다고 하기도 하는 데요. '마음 자리'니 '마음 밭'이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곤 하는 데 마음의 정확한 용어정의는 어케 되죠?"
하여튼 간에 유치원생 수준의 질문을 해댔던 것 같다. 열정을 걷어내라는 부처님의 말씀도 모른 채. 입엔 고약한 담배 냄새를 피우면서.
스님께선 부드럽고 친절하게 낱낱이 대답해 주셨다. 간혹 이대로 총무님이 곁에서 넣는 '아니리'는 절묘하게 장단을 맞췄다.
"마음은요, 찰나 생, 찰나 멸이에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저녁 공부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선향이란 여성 도반님이 오신 덕분에 나는 운좋게 부처님을 모셔놓은 법당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처음이었다. 꿈없는 단잠을 잤다. 아침 일찍 깨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반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눈을 감았다.
첫댓글 법당에서 주무셨군요.
아주 잘 하셨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의 가피를 입었을 것입니다.
사두 사두 사두
석가모니불
석가보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