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트 (The Rite) 악마는 있다.
책으로도 나온 바티칸의 실제 퇴마의식을 재현한 영화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던 미개봉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봤다. 고맙게도 영어자막이 있어서 신나게 보았다. 위대한 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열연에 새삼 감탄을 하다가 영화의 끝에 실소를 터트리며 한참을어이없어 웃었다.
아! 또 낚였다. 그나마 공짜로 다운받길 잘했구나
영화관에서 봤으면 머리에 뚜껑이 열렸을 것 같다.
결국은 엑소시스트(exorcist) 2011년 판이었다.
청소년을 위한 미션(mission, 선교) 영화와 소설을 대단한 스릴러 공포물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알다시피 엑소시스트는 70년대 이후 총 5편이 제작되었고, 몇년전의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까지 합하면 유사한 작품은 수십 편이다.
그중 작품성 있는 것은 70년대 초에 나온 1편이 유일하다. 나머진 선교를
위한 짝퉁버전들이고 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래서인가? 사람들이 짝퉁이라고 관심을 안보이자 바티칸 교황청의 실제
퇴마(退魔)의식을 재현했다고 떠든 이유가...... 여태껏 본 영화들의 퇴마의식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 영화를 보면서 노이즈 마케팅에, 명배우의 이름에
낚시에 걸릴 뻔한 아슬한 순간을 모면케 해 준 다운로드에 감사한다. ㅎ
이 허접 영화의 평을 구지 내가 쓰는 이유는 사회 종교 심리적 관점에서
비교해 볼만한 점이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구미를 당겼다.
이 영화는 2편 이후 보여준 흥행참패를 모면하려 엑소시스트 1편의 플롯을 재현한다.
1편의 내용은 혹 오래돼서 기억안나거나 안본 분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한다.
10대 소녀가 접신이 되었다. 마귀가 붙었다고 신부 둘이 퇴마의식을 거행하러 온다.
귀신잡는 데 베테랑인 노년의 신부와 초짜이면서 비판정신과 악마의 존재에 불신을 가진 회의주의자인 젊은 신부이다. 의식(The Rite 더 라이트)을 거행하는 내내 과학적 회의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던 젊은 신부는 노년의 신부가 악마에게 패배하여 죽자, 악마에게 자신의 몸에 들어오라고 한 후 창문을 깨고 투신 자살을 한다. 그리고 소녀는 해방된다.
이 영화가 엄청난 흥행과 히트를 거두었지만, 바티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래서 곧바로 리차드 버튼이라는 영국출신의 당대최고배우를 캐스팅해서 2편을 찍어서, 신부와 바티칸의 승리를 만천하에 알렸다.
1편에 고무되었던 사람들은 2편보고 속은 후 이후 이 시리즈에 냉담으로 일관했다. 그래서인가. 더 라이트(The Rite, 퇴마의식. 기도의식)에서는 1편처럼 베테랑 퇴마사 루카스(안소니 홉킨스)와 회의주의자 젊은 신부마이클(콜린 오도노휴) 둘을 다시 내세운다. 1편처럼 늙은 신부는 악마에
지지만, 젊은 신부 마이클이 신앙과 믿음을 회복하여 악마를 물리치고 늙은 신부도 살리는 2편 이후의 뻔한 스토리를 재현한다. 1편과 유사 하되, 신부들이 죽지 않고, 소녀가 죽는다.
1편에선 소녀만 살고 신부들이 죽는데, 소녀는 죽어도 신부는 죽지 않는 구조로 재편했다.
여기서 들어나는 재밌는 사회 종교 심리적 현상을 살펴보겠다.
1편에서의 주제는 아버지 없는 세상, 즉 하나님 아버지 없는 세상에 히피들과 마약 프 리 섹 스 가 일어난다. 60-70년대 들어 하나님의 율법인 혼전순결은 찢어진 종이장이 되고 막강한 권력인 믿음도 흔들리는 시대가 되었고, 신부들의 죽음은 자신의 희생으로 신앙을 회복하자는 거다. 10대들의 프리 섹 스 와 반항이 사회적 문제인 시대상황을 절묘하게 녹여낸 수작이다.
더 라이트는 아예 미장센 자체를 미션(mission)에 할애한다.
첫 장면에서 자막으로 천사장 미카엘(미국발음 마이클)이 악마들과 끝없는 싸움을 통해 모두 물리친다는 내용을 알린다. 그리고 신부가 되는 젊은이, 바티칸으로 가서 퇴마사 수업을 받는 젊은이의 이름이 바로 마이클이다. 그의 이름만 들어도 이놈이 악마를 물리칠 역할이구나 하고 담박 알 수 있다. 더 재밌는 건 감독이름이 ‘미카엘 하프스트롬’이다.
대천사 미카엘과 이름이 같다. 오 이런 마이클.......ㅎㅎ...
바티칸에서 가르치는 퇴마수업을 들으면 더 웃긴다. 과대망상과 정신분열은 악마가 깃든 것과 정말 미친 건 지 구분하기 힘들고, 그 구분을 하는 것이 엑소시스트(퇴마사)다.
약간의 신통력을 가지면 접신이고 아니면 정신질환이다.
이건 뭐 가르칠 것도 없이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귀신 들었는지 무당한데 묻는 거와 뭐가 다른지.....
퇴마의식도 기존 영화에서 지겨울 만큼 본 방법이다. 십자가에 성수, 주기도문을 라틴어로 외우는 거, 주문은 오직하나 “주예수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속히 물러나라“.....
이거보면서 왜 나는 중국 강시영화의 도사가 외우는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이 생각 나는지... 쩝...
참 안소니 홉킨스가 분한 늙은 신부 이름은 루카스 - 누가복음(루가복음)의 누가(루가)가 바로 영어로 루카스다. 이름만 들어도 절대 죽어서는 안되는 미장센이다. 1편의 주인공들은 그냥 미국 소시민의 이름을 가진 신부들. 늙은 신부는 랭크스터 메린, 젊은 신부는 데미안 카라. 희생되어야할 소시민의 이름이다.
이름에서도 원작자인 소설가의 의도가 들어난다.
퇴마교육에서 악마는 셋으로 분류한다. 비엘제버브(beelzebub) 리바이어던(liviathan) 바알(baal) .
비엘제버브는 그리스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리바이어던은 국가론으로 번역된 홉스의 책이름이기도 한데, 욥기에 나오는 바다괴물이다. 국가는 교회와 동등하게 싸울 수 있어야하고 그 힘은 리바이어던처럼 막강하다고 주장했다.
교회의 횡포가 얼마나 심했으면, 홉스는 리바이어던(liviathan)이라는 국가론을 피력했을까....
그 막강하던 교회 권력은 그 옛날이 얼마나 그리울까?
신자가 줄어들고 수녀와 신부가 줄어드는 이유가 악마의 농간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의 대사에 보면 분명해진다.
루카스 신부를 점령한 악마를 물리칠 때 왕초천사 이름을 가진 마이클(미카엘)이 악마의 이름을 알아낸다. “바알(baal)”이라고 외치며 물러나는 악마..... 이제 교회의 힘을 약화시킨 범인이 들어났다.
바알이다.
원래 바알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신앙하던 신의 이름이다.
유태인들도 신앙했던 신으로서 곡식과 과일 가축을 주관하는 신이다.
구약에서도 나오는 신으로서, 초기 기독교에서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A.D 8세기부터 우상으로 몰아 믿는 자들을 몰살해버렸다.
로마의 권력을 등에 업은 기독교가 타민족을 지배하는 방법이 상대의신을 악마로 몰아세우는 거였다. 지금도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부처를 악마라고 하며, 절은 악마의 집단이라 하는 것처럼....
기독교에서 분류한 악마의 80% 가 다 그들에게 몰살당한 종교의 신들이다.
산타크로스도 북구의 신이다. 죽여도 믿음을 안 버리자 아예 예수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버린거다.
세계적으로 환경운동과 자연주의가 성행하고 자신들의 권력이 유럽에서 약해질 때로 약해진 상황에서 미국과 남미에 기대고, 행여나 이 지역에서도 그렇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세계인들이 가지는 자연주의 환경주의가 그들의 눈엔 바알로 보이는 거다.
한마디 더하면 엑소시스트 1편에서 이라크 북부에서 유물이 발견되고 그 유물이 악마의 상징물이며 그로인해 악마가 미국으로 침투했다는 설정이다.
이건 60-70 년대 사해문서가 발견되면서, 성경이 실제로 12개의 복음서이며 현존 복음서는 교회에 의해 조작된거라는 학자들의 반발과 묘한 매치를 이룬다.
1편에서 기독교인들의 무기력이 느껴진다면 -월남전 패전의 영향도 있는 듯 -
엑소시스트 2편부터 영화에선 잔인한 응징이 이어지고,
그건 미국이 벌리는 일련의 전쟁과 묘하게 맥을 같이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정당한 전쟁 Bellum justum” 과 “전쟁할 권리 Jus ad bellum“ 를 선언한다. 이후 초기 기독교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게 되며 수많은 학살을 통해 엄청난 부를 바티칸에 축적하게 된다. 오늘날 부시와 뉴라이트(new right)들이 주장한 것이 정당한 전쟁과 전쟁할 권리이다.
중세 기독교의 부활이 그들의 꿈인가?
진정한 신앙인은 사랑을 얘기하지만, 엑소시즘에는 이교도와 다른 종교의 탄압, 그리고 마녀사냥이라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마녀인지 아닌지는 오직 신부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더 라이트The Rite’에서도 퇴마사인 신부만이 악마와 정신병을 구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천년 동안 그들은 엑소시즘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해왔다.
악마를 물리친다는 명분으로.... 신의 사도로서 전쟁을 할 권리와 살인을 할 권리를 가진다. 상대가 악마라면 이미 명분이 선 것이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라는 영화에선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 에밀리라는 소녀를 죽인 신부를 변호하는 내용이다. 악마를 없애기 위해선 희생은 각오해야한다. 벨룸 유스툼 Bellum justum 이다. 정당한 전쟁. 마녀사냥도 그렇게 했었지.... 휴~
엑소시즘이라는 주제의 영화는 선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역으로
그들이 세상에 느끼는 불만도 잘 드러낸다. 영화와 예술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허접한 미장센으론 더우기 숨길 수 없다.
2011. 4.16. 自由 紫霞仙人 遊於世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