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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라이딩 정보 스크랩 전국 해안 길 자전거 일주여행 (4일차: 동해~울진)
돌쟁이 추천 0 조회 2,356 15.05.03 16:1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14. 05. 27 ()

 

전국 해안길 자전거 일주 2차 코스(동해~포항) 단풍이 좋고 시계가 선명할 올 가을로 마음에 두었었다. 1차 코스(고성~동해)를 다녀와서 한 달이 지나는 사이에 여행기를 쓰고 되새기며 생각은 계속 동해안에서 머뭇거렸고 일상이 들어 올 여백은 별로 없었다. 해서 2차 코스를 당겨 떠났다.

 

동해로 가는 버스 첫차를 탔다. 갑자기 떠나느라 타이어 실 빵꾸를 확인한 것은 떠나기 직전이었고 휴대용 펌프로 응급조치 해 가능했지만 떠나는 즐거움을 염려와 나눌 수밖에 없었다. 동해시 공영터미날에 내려 확인한 자전거포는 다행히도 근처에 있었다. 빵꾸를 때우는데 5,000원이고 튜브를 교체하는 데는 10,000원 이어서 재발 우려를 없애는 댓가로 10,000원을 지불하고 떠나는 발걸음은 상쾌했다.

 

 

거리의 풍경이 출근 무드이던 동해 시내를 빠져나와 동해항 북부두 옆길을 지나며 확인한 시간은 10:10이었다. 춘천에서 떠나 자전거까지 수리하고 출발했는데도 꽤 이른 시간이 흐믓했다.

 

 

동해시의 소리 없이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삼척으로 들어섰다.

 

 

삼척교를 건너고 삼척역 앞 삼거리에서 가야할 곳 울진은 왼쪽이었고 봐야 할 죽서루는 오른쪽 이었다.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죽서루를 이렇게 노래했다.

진주관 죽서루에서 오십천을 흘러내린 물이

물에 비친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그 물줄기를 한강으로 돌려 남산에 대고 싶구나.

관원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보아도 싫증나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고 나그네의 시름을 달랠 길 없구나.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해볼까?

선인을 찾으러 동굴에 머물러 볼까?“

 

송강이 노래하던 그 때의 죽서루는 그림 같던 보물이었겠으나

그저 보물문화재로 등재된 오늘의 죽서루에 올라 본 오십천은 기대보다 초라한 하천이었다.

 

 

다시 울진으로 방향을 잡은 길 가의 오십천변엔 금계국이 지천이었다.

 

 

삼척시내를 빠져나와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해 본 바다는 차라리 숨 막혔고 맹방해변의 끝으로 돌아가는 가야할 길은 아득했다.

 

 

해수욕장의 한가한 틈은 몸을 추슬러 다시 망망대해를 차단해야 할 그물이 차지했다.

 

 

바닷가 마을에도 논은 있었으나 아직 모내기 전이었고, 못자리는 정연한 마음으로 언제든 저 바닥으로 던져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양파밭 수확은 풍성했으나 약삭빠른 유통을 막연히 기다리는 듯한 화폐로 전환될 가치는 소소해 보였다.

 

 

그물 정리를 하는 장비의 모습이 신기했는데 그렇게 향상된 생산성은 결국 다 그물을 빠져나간 다음에나 알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해안선은 계속 되돌아 나온 듯 반복되었으나 무심 할 수 없었고 흐린 바다는 유혹하지 않았으나 뛰어 들고 싶었다.

 

 

솔 사이로 보이는 절경은 흐린 날에 휴식하며 찬란한 날에 더욱 빛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에서 체인은 마디마디 헐떡이는데 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쑥들은 그같은 의지를 강요했다.

 

 

삼척 근덕에서 원덕까지는 참으로 길고도 멀었다. 그 끝 무렵에 임원항이 있었다.

 

 

생체리듬을 나타내는 곡선 같은 도로를 오르내리는 댓가는 참으로 정직했다. 오르막에서 요구한 땀은 반드시 내리막에서 식혀 주었을 뿐 아니라 대여섯 배의 거리로 보상 받았다.

 

 

작진 삼거리에서 바다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궁금했으나 내려갔다가 되돌아 나오기에는 몸은 이미 방전이 많이 되었고 갈 길이 급했다.

 

 

작진항 옆에는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삼척종합발전일반산업단지라고 되어 있으나 그 밑에 예정/공사중이므로 변경 될 수 있다고 나타나 있는 것이 수상하다.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으나 삼척에 원전을 설치하기로 작정하고 물밑에서는 벌써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웠다.

 

 

작진항과 이어져 붙어있는 원덕읍 호산항 옆의 호산(LNG생산기지)산업단지도 마찬가지로 Daum지도를 보면 변경될 수 있다고 나타나 있다. 내가 지나친 의심을 하는 것이면 좋겠다.

 

 

도의 경계를 지나 경북 울진으로 들어서면서 오늘은 어디서 자야하나 잠자리 걱정을 하다가 공터에서 방전된 몸을 에너지 쵸코바로 충전하다가...

 

 

길 옆 숲에 산딸기가 탐스럽게 익어 있는 것은 어릴 적 소풍가서 찾은 보물 같았고 한 참을 따먹다가 생각한 그 맛은 얼마만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신한울원전 1,2호기 건설현장 입구다. 돔 모양의 원전은 볼 수 없었으나 진입로가 삼엄하고 위압적이었다. 울진에는 한울원전 1~6 여섯 기가 가동 중인데 수시 고장으로 긴장시킨다. 이름도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울진원전이라 못하고 비슷하게 지었다 한다. 동해안을 계속 내려가면서 마주하게 될 원자력발전소들이 어깨의 굳은 근육처럼 느껴졌다.

원전은 절대 아니다 하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는 언제나 갖게 될까?

 

 

원전건설현장을 지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숙소와 함바식당이 조립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하나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했더니 거기도 그들이 장기 계약을 하고 점령했고 울진에 3,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어서 잠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고 쉬기에는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이 평생 처음으로 찜질방을 찾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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