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Ⅰ] 지방의 ‘대치동’ 대구 수성구를 가다 - 신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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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동향

[Special ReportⅠ] 지방의 ‘대치동’ 대구 수성구를 가다
	2007/07/07 오 전 1:32 | 부동산 시장동향

대구의 강남. 지방 부동산의 맹주.

수성구 하면 으레 떠오르는 표현들이다. 지난 80년 동구에서 분구된 이후 수성구는 지금까지 대구를 대표하는 자치단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왔다. 또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란 얘기다. 실제로 수성구 3.3㎡(1평)당 분양가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적어도 200만~300만원 이상 비싸다. 대구에서 3.3㎡당 1000만원 시대를 가장 먼저 연 곳도 바로 수성구다.

수성구는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서울 강남 학부모들 못지않게 뜨거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먼저 수성학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은 이제 불문율이 됐을 정도. 인구 44만, 총 면적 76.49km로 대구시 총 인구의 6분의 1, 총 면적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성구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 수성구가 부산 해운대구, 대전 유성구, 울산 남구 등 쟁쟁한 자치구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집값부터 살펴보자. 부동산리서치 업체들의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하고 3.3㎡(1평)당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 남구로, 약 610만원이다. 2위는 대전 유성구로 595만원. 대구 수성구는 585만원으로 3위에 그치고 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물량 면에서 대구 수성구가 대전 유성구와 울산 남구를 압도하고 있지만, 대전과 울산은 각각 행정중심복합도시 같은 개발호재와 제조업체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집값 면에서 대구 수성구보다 우위에 있다”고 들려준다.

그렇다면 대구 수성구의 경쟁력은 대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에 있다. 이른바 ‘수성학군’의 학부모들은 서울 양천구 목동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못지않은 뜨거운 교육열을 자랑한다. 수성구는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2007년 서울대 최초합격자’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는 자치구별 입학 비중 3.37%를 차지하며 서울 종로구, 강남구 및 광진구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서울대 최초 합격자 수도 100명을 넘어서며 대전 유성구(25명)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가히 지방의 ‘대치동’으로 불릴 만한 수치다.

‘학군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이 대구의 고소득·고학력층도 자녀교육을 위해 대부분 수성구에 거주하고 있다.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인구의 70%가 수성구에 살고 있을 정도.

소아과 의사인 S씨는 “범어4동 인근의 동도중이나 정화중의 경우 한 반 40명의 학생 중 80%가 부모 직업이 의사나 교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들려준다.

지산동 녹원맨션에 사는 치과의사인 H씨도 “20년 가까이 수성구에만 살아왔다”며 “생활여건도 좋은 데다 인근에 명문학교 및 학원들이 밀집해 있어 굳이 다른 곳으로 이사 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직뿐 아니라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들도 많이 살고 있다.

대구 성서에서 섬유·염색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L씨는 “최근 10년 가까이 산 264.5㎡(80평) 크기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인근의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이사했다”며 “수성구 집값이 하락세지만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장기적으로 볼 때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 전문직 및 중소기업 사장 많이 거주 ■

대구에서 수성구에 살고 있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증권사에 근무 중인 J씨는 “대구 출신이라고 말하면 서울 대다수 사람들이 수성구에 사냐고 물어본다”고 말한다. 그만큼 수성구는 대구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어느 정도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수성구 사람들은 서울 강남이나 성남 분당 못지않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 편이다.

범어1동의 우방아파트에 사는 Y씨는 “집값 때문이 아니라도 대구사람들 사이에서 ‘수성구 프리미엄’이란 게 있어 다른 도시로 가는 건 몰라도 수성구에 왔다 다른 구로 이사 가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수성구라도 모두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은 아니다.

범물동에 사는 A씨는 “좋은 학교가 몰려 있는 범어4동은 의사, 판·검사, 교수 등 이른바 ‘하이클래스’의 직업이 많이 거주하는 반면 범물동은 자영업자나 일반 회사원 등 서민들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수성구에 소위 ‘부자’들이 많지만 수성구에서 수입차를 보기는 쉽지 않다.

김희덕 라이크외국어학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대구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수입차나 명품 소비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남의 이목을 생각해 국산차를 타는 경향이 큰 편입니다. 그렇다고 소비를 안 하는 건 아닙니다. 매주 주말 저녁이면 외식을 하는 가정도 많고, 특히 자녀 교육에 있어선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이지요.”

하지만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B씨가 말한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으로 들려왔다. “중학교 자녀를 둔 일부 학부모들은 아예 강남에 집을 사둬요. 주말이면 자녀들을 서울에 있는 학원에 보내기 위해서죠. 본인도 수성구보다는 서울 강남이 쇼핑하기 더 좋은 이점도 있어요. 이들에게 1가구 다주택으로 인한 중과세는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수성구 사람들은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황금동에 사는 C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서울의 시립미술관과 예술의전당을 방문하고 왔다. 오르세미술관전과 모네전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C씨는 “프랑스에서 작품을 관람한 뒤 모네란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마침 이번에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한다고 해 다시 찾았다”고 들려준다.

만촌동 메트로팔레스에 사는 B씨도 자녀들과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을 가끔 찾는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비는 주말이면 비행기를 이용해 당일치기로 공연을 보고 옵니다.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니 비용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봐요.”

■ 각종 관공서 수성구에 밀집 ■

각종 언론사와 관공서,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는 것도 수성구가 가진 독특한 강점이다.

실제로 범어동에 자리한 대구 고등법원을 비롯해 대구시 교육청, 대구 상공회의소, 경북 체신청 등이 수성구에 들어서 있고, 우량 지방은행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구은행 본점도 수성구 수성동 2가에 위치해 있다. 그뿐인가. KBS, MBC, TBC 등 지역 방송총국도 모두 수성구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 남대문로를 한 곳에 모아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최근엔 대구 지방노동청까지 수성구 범어동에 입주한 상태.

한 수성구청 관계자는 “쏠림현상이 심함에도 여전히 수성구로의 입주를 원하는 관공서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수성구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자치구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교통 역시 편리하다.

수성구는 행정구역상 동구에 속해 있는 동대구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국제공항인 대구공항과도 차량으로 30분 이내 거리에 인접해 있다. 게다가 수성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0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도시 기반시설 및 교통망 확충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그 결과, 다른 자치구에 비해 월등히 좋은 도시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최근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권까지 따내 도시 인프라 경쟁력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 인터뷰 | 김형렬 수성구청장 】

◆ 대구의 정치·경제·문화 허브

= Q> 수성구가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A> 수성구는 대구의 정치·경제·문화 허브다. 각종 관공서 및 금융시설이 수성구에 밀집해 있다.

생활하기에 쾌적한 환경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현재 수성구는 구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녹지로 구성돼 있다. 수성학군으로 대변되는 교육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구시 수성구는 한국 언론인포럼이 주최한 ‘2006 지방자치대상’에서 ‘살기 좋은 도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Q> 범어네거리 반경 1km 일대에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A> 지난 2005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구 전체의 70% 이상이 녹지지역으로 개발가능지역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존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지역 경제의 활력을 찾기 위해선 초고층 건물을 많이 짓는 방법밖에 없다. 현재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주상복합과 업무시설을 포함해 총 9개 건물이 공사 중이다. 추가로 3개의 주상복합이 계획 중에 있다. 2010년엔 수성구 일대가 미국의 맨해튼 같은 고층 빌딩 숲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Q> 수성구의 비전은 무엇인가.

A> 글로벌 수성구, 세계 속의 수성구’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각각 월드컵과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올해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까지 성공했다.

이 대회를 통해 세계에 수성구를 알리는 좋은 기회로 본다. 지난 2월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육상선수권대회 유치로 7000명에 가까운 고용창출과 58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

[취재 : 김정혁 기자 ]

[Special ReportⅠ] 대치동 버금가는 교육열 현장

◇ 주말 강남행 학원 수강도 불사 ◇

114명. 올해 경신고, 대륜고, 능인고 등 수성구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 배출한 서울대 합격자 수다. 수성구에 총 17개의 고등학교가 있으니 한 학교당 최소 7명은 서울대에 들어간 셈이다. 행정구역별 서울대 합격자 비율로 따지면 수성구는 3.37%로 서울 종로구(5.6%), 서울 강남구(4.59%), 서울 광진구(3.73%)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단연 최고 수준.

대구의 입시전문 학원인 송원학원의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종로구와 광진구엔 과학고와 예술고 등 특수목적고가 밀집해 있어 일반 고등학교만 따진다면 수성학군이 강남구와 맞먹는 성과를 거둔 셈”이라며 “실제 학생 100명당 서울대 진학률을 따지면 수성구가 강남구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주장했다. 수성구는 ‘강남 8학군’에 빗대 ‘수성학군’으로 불린다. 학부모들은 수성학군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위장전입도 불사한다. 범어1동에 살고 있는 Y씨는 막내아들의 수성학군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 5학년 때 위장전입을 했을 정도.

■ 우수한 교사들이 사교육 대체 ■

도대체 수성학군은 다른 곳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범어4동에 사는 S씨는 “수성구는 교육 인프라도 좋고, 학생 면면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학부모 입장에선 수성학군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한다. 윤일현 실장은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인다.

하나는 대구시에 종사하는 전문직종의 70%가 수성구에 거주해 소득이 높은 학부모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수성구에 사는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탄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웬만한 사설학원 강사 수준을 넘어서는 일선 교사들의 진학 지도 능력이다. 윤 실장은 “수성학군 고등학교 교사들은 자체 교재 개발은 물론 본 수업 외 심화학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경신고의 예를 들어보자. 교육부 방침상 모의고사 횟수에 제한이 생김에 따라 일선 교사들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교과서엔 없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자주 출제되는 주요 문학 작품을 정리해 ‘독서와 토론’이라는 책자도 만들었다. 이뿐 아니다. 1학년 때부터 학생 성적카드를 만들어 학생이 한 학년씩 진학할 때마다 해당 담임교사가 성적 추이를 쉽게 인수인계할 수 있도록 했다.

대륜고도 일선 교사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옥정윤 대륜고 진학담당부장은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동일 주제를 국어, 수학, 사회 과목의 교사들이 각자 과목에 맞는 접근방식으로 교육함으로써 학생들 사고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라며 “올해 시범운영의 반응이 좋은 만큼 내년엔 통합교과 범위를 1학년에서 좀 더 넓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밤 12시가 되면 수성구 학교 앞은 주차된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학부모들끼리 돈을 모아 미니버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교사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학생의 권리를 무시한 야간 자율학습(야자)은 파행”이라며 야자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면 학부모들이 단체로 해당 교사를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할 정도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손뼉이 마주치면서 수성구에 속한 고등학교들은 입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대륜고는 최근 3년간 서울대 59명, 연·고대 104명, 치·한·의예과에 110명을 입학시켰다.

경신고도 매년 평균적으로 20명 이상씩 서울대에 보내고 있다. 2005년엔 수능 전국 차석을 배출했고 지난해엔 수능 자연계 공동 수석 3명 중 2명이 경신고 출신이었다. 언어와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수능 1등급을 획득한 학생이 1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최승용 경신고 진학담당부장은 “지난해 서울대 의대만 5명을 합격시켜 서울 강남 학부모들로부터 학교를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이 끊이질 않아 애를 먹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공교육이 자리를 잡음에 따라 대구 지역에서 고3을 대상으로 한 입시학원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편이다. 능인고는 아예 전교 1~30등까지의 학생들을 ‘정진반’이라는 학교 자체 기숙사에 묵게 하고 있다. 고등학교 대상 입시학원으로선 경쟁할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 자녀교육비로 월 평균 130만원 지출 ■

고등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등부로 오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서울 강남 대치동 못지않게 사교육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다.

김희덕 라이크외국어학원장은 “자체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수성구 중학생들은 평균 6군데 정도의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들려준다. 1인당 지출하는 월평균 학원비는 약 130만원. 박민우 셜대학원장은 “다소 비싼 금액이긴 하지만 수성구 학부모들에겐 그리 무리가 되는 금액은 아니다”며 “심지어 자녀교육에 월 500만원 이상을 쓰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원장은 수성구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다걸기’가 염려스러운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수백만원 이상을 자녀교육에 쏟아 붓는 일부 학부모들이 걱정이 돼 ‘노후대책은 도대체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들은 자녀보다 더 좋은 노후대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윤일현 실장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석한다. 섬유, 염색 등 대구의 주력 사업들이 부진을 보이면서 인재를 키우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수성구 학부모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수성구 학부모들의 무리한(?) 교육비 지출은 종종 다른 구에 사는 학부모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K씨는 “수성구엔 하도 ‘사’자 달린 직업이 많아서 다른 구에서 전학 온 한 학생이 아버지 직업을 군인이 아닌 ‘군사’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J씨는 자녀를 섣불리 수성구로 전학시킬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우리 구에서 날고 긴다는 학생이 대구과학고에 입학했는데 거기선 반에서 절반도 못한다는 거예요. 일반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죠. 애가 적응을 못하고 자괴감에 빠질까봐 요즘엔 수성학군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자녀교육을 위해 수성구로 이사 온 P씨의 이야기는 다른 구와 수성구의 차이를 면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이가 하는 말이 수성구는 가방 매는 아이들밖에 없다는 거예요.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예전엔 밖에 나오면 같이 놀 친구들이 있었지만 여기로 이사 와선 애들이 모두 학원 가기 바빠 가방을 풀어놓을 시간조차 없다는 거죠.”

【 대구 수성구의 별난 엄마들 】

◆ ‘자녀 스케줄 맞춰달라’ 떼쓰기도

= 어딜 가나 유별난 사람은 있게 마련. 수성구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중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서울 강남에 오피스텔을 얻어 주말에 자녀를 상경시킨다. 특목고 교육은 서울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 학원장은 “수성구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만 챙기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K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공부 잘하는 자제를 둔 수성구 학부모들은 소수정예 과외를 많이 시키는 편입니다. 이 그룹에 다른 애들은 끼어들기도 쉽지 않아요. 특히 다른 구에서 전학 온 경우엔 텃세가 더 심합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어요. 우리 애가 전교 1등을 하면 그 그룹의 학부모들로부터 전화가 와 같이 공부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오죠. 무슨 비밀클럽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학원장은 “자기 자식 시간표에 맞춰 강의시간을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어 “수성구 학부모들은 대치동이나 평촌 지역 학부모들과 달리, 이른바 ‘전화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그렇게 해야만 자신과 자녀가 특별대우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Ⅰ] 수성구, 부동산 시장은?

공급과잉, 집값 ‘수성’ 어렵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이란 명성에 걸맞게 그동안 대구 아파트 분양가격을 주도해 왔다. 수성구의 분양가격이 오르면 대구의 다른 지역이 덩달아 들썩이는 양상이었다. 실제로 수성구는 지난 2005년 7월 대구 최초로 3.3㎡(1평)당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최근 분양을 앞두고 있는 두산동의 SK리더스뷰는 분양가가 3.3㎡당 1330만∼170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들린다.

매매가격도 대구에서 가장 비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현재 대구 지역에서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수성구 두산동(972만원)이며 황금동(828만원)과 범어동(803만원)이 뒤를 잇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지역 전체 평균은 487만원이다.

아파트 가격이 비싸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가구도 수성구에 밀집돼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와 대구시가 발표한 ‘2007년 주택 가격’에 따르면 대구의 종부세 과세 대상 공동주택 240가구 중 235가구가 수성구에 위치하고 있다. 비중으로 따진다면 무려 97.9%. 이쯤되면 ‘부의 편중’을 넘어 수성구만의 ‘거대한 성’을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 집값추이 - 공급과잉으로 전반적인 하락세 ■

‘수성 불패’란 이야기를 듣던 수성구 부동산경기도 최근 1~2년간 주춤한 모습이다. 만촌동 수성 아크로타워의 경우, 초기 분양가에 비해 3.3㎡당 500만~750만원 정도 가격이 떨어진 곳도 나타났다.

‘대구의 도곡동’인 범어4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김영일 경맥부동산 소장은 “경남타운과 태왕아너스는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정도 빠졌다”고 들려준다. 겨울방학 때마다 들썩이던 전세금도 하락세다. 장원맨션의 경우, 가장 수요가 많은 109.1㎡ 크기도 연초보다 2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기세등등하던 수성구의 집값이 하락세를 띠는 원인은 무엇일까.

김광태 대륙공인중개소장은 정부의 각종 규제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2002~2003년 집값이 한창 상승하던 시점에 양도세 중과세 및 종부세 등 정부의 규제가 가해지면서 아파트 가격이 한 번 더 치고 올라갈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건교부의 지방도시 투기과열지구 지정 해제 혜택도 입지 못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대구 경기 부진과 공급과잉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수성구의 공급과잉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품귀현상을 빚던 범어4동의 전세 물량도 이젠 ‘학군 수요’를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물량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성구에만 공급된 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3000여가구. 범어동 일대엔 수성구청 앞 두산 위브더제니스를 비롯해 총 5개의 주상복합아파트가 공사 중이다. 향후엔 추가로 3~4개 정도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수요는 공급 물량을 따라오고 있지 못하다. 6월 말 현재 대구 수성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1729가구. 부산 해운대구 91가구보다 20배가량 높은 수치다. 김영일 소장은 “건설 업체들이 잔금 지급을 6개월 동안 유예해주는 데다 중도금까지 대신 내주고 있어 집값 프리미엄이 빠진다면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범어네거리 '맨하튼 프로젝트 성공가능성' - 업무용 부족, 교통체증 우려 ■

이처럼 아파트 공급이 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수성구청에서 추진 중인 ‘맨해튼 프로젝트’ 때문이다. 수성구는 2005년 초부터 십(十)자 형태로 이어지는 달구벌대로와 동대구로 인근에 미국 뉴욕 맨해튼을 연상시키는 고층 빌딩을 대대적으로 개발 중이다.

수성구청 측은 “2010년쯤 개발이 완료되면 수성구뿐 아니라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용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맨해튼 프로젝트는 아파트 단지가 70%, 주상복합 단지가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은 “범어네거리는 증권사 및 은행권이 밀집해 있는 수성구의 금융허브”라며 “이곳에 업무용 건물이 아닌 주거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구시 전체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초고층·고밀도 주상복합아파트가 갑자기 쏟아져 나옴에 따라 교통혼잡뿐 아니라 학교, 공원 같은 기반시설의 부족현상을 가져올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영일 소장은 “이미 수성구는 주택보급률이 거의 100%에 육박한 상태”라며 “세금관련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5억~6억원씩 하는 아파트를 살 사람이 수성구엔 이제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수성구의 부동산 미래 - 장기 투자가치 높아 ■

그렇다면 수성구의 투자가치는 떨어졌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단기적으로는 시세 상승의 호재가 별로 없는 분위기다. 이진우 지사장은 “아직 공사가 계획 중인 초고층 아파트도 많아 최소 2~3년까지는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3년 동안은 대구 수성구 아파트가 투자처로 큰 메리트가 없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고종완 대표는 “이번에 투기과열지구 해제 혜택에서 제외돼 단기적으로 집값 흐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단계적 규제 해제 차원에서 가을 이사철이 끝난 후 시장 추이를 감안해 다음번엔 투기과열지구 해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0년 정도의 장기 관점에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란 의견이 많았다. 고 대표는 “지방 부동산시장도 수도권처럼 소득과 교육수준, 생활 인프라 정도에 따라 우등 지역과 열등 지역의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대구 수성구나 부산 해운대구는 주거지 상향의 욕구가 강한 지역인 만큼 앞으로도 5~10년간 지방 집값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황금동 캐슬골드파크의 명암 】

◆ 주거환경 개선· 투자가치 ‘글쎄’

= 총 4256가구 분양으로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수성구 황금동의 캐슬골드파크(구 황금주공아파트). 이곳은 지난해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입주율 97%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입주가 거의 완료됐단 의미다.

교통대란 우려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이야기까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이순조 7·7공인중개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조합원 중심의 분양이 이뤄진 데다 수성학군이 근처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형렬 수성구청장은 “황금주공단지는 원래 빈곤층이 많이 살던 곳이었다”며 “이번 재개발을 통해 주거 계층이 고소득층으로 바뀌면서 주변 주거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K씨는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등 불편한 점들이 많지만 학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주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경북지사장도 “개발 초기 대구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과 수성구 지역의 공급과잉으로 투자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캐슬골드단지는 입주 초기보다 프리미엄이 3000만~4500만원까지 빠진 상태. 그는 또한 “앞으로 SK리더스뷰와 같은 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인근에 들어서면 교통대란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