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지키는 아름다운
얼마 전 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빅뉴스를 접하고 얼마나 충격을 크게 받았는지 지금도 스스로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황당함이라니.
어릴 적엔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랐는데 성인이 되어 외국도 나가 보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다 보니 과연 우리나라가 참 살기 좋은 나라다는 말에 역으로 동감하는 바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유일하게 자연계 만점을 받은 전봉열(21·목포홍일고 졸업)씨가 서울대 의과에 떨어진 분명한 이유가 너무나 석연치 않은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지난 시간동안 삼수하면서 오로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해서 좋은 의사가 되어 죽어 가는 많은 생명들을 살리겠다는 꿈과 비전을 갖고 달려 왔을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진다.
여섯 개의 방을 돌며 본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어떠한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밝혀진 바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정직하면 바보스러운 것이고 한국을 위해 일하기엔 부적합한 존재냐는 것이다. 그 것도 수능 만점자가.
신호등 앞에서 아무도 없을 때 붉은색 신호등이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람에 따라 건너겠다거나 건너지 않겠다거나 양분화 될 것임은 분명하지만 오로지 공부밖에 모르는 전씨의 경우는 당연히 건너지 않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겠다는 교과서 적인 답을 한 것이다.
진실함이 고리타분하여 서울대는 정직한 사람을 학생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인지. 또 하나, 지방 고 출신이라 격에 맞지 않아서 불합격 시킨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지방 고 3생을 둔 부모들이 견뎌야 하는 이유까지도 서울대는 짓뭉개 버렸다는 사실이다.
40%의 면접.... 그렇다면 서울대를 목표로 졸린 눈 비벼가며 학업에 정진하는 고 3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대가 지방하교 출신이면 서울대는 꿈도 꾸지마라 라고.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저도 성격 괜찮다는 말 듣고 살았는데 떨어졌다는 것이 저보다 훨씬 더 인품 좋은 사람들이 의료계에 많이 왔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으니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그러네요."
전씨의 말이다. 오죽하면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했을까? 착해도 너무 착한건지, 너무 멍청한 것인지도 애매하다.
신호등은 누가 있거나 없거나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면접관은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아무도 없으니 건너는 효율적인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서울대는 정직한 사람보다는 효율적으로 순간에 대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었을까?
결국 연세대에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하긴 했지만 여전히 국립대라는 서울대의 횡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물론 신호등 문제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전씨를 서울대로 가지 못하도록 했지만 신호에 관한 질문으로 만점자를 우습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서울대 좋은 대학임에 틀림없다.
비록 서울대는 가지 못했지만 신호를 지키겠다는 전씨와 그와 같이 하는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흉부외과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어디가 아플지 모르는데 부족한 과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살아가는 데 남들한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은 게…"
흉부외과 의사가 되어 서울대에서 자신을 놓아버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속 깊은 다짐과 함께 새로운 계획과 꿈을 꾸는 전씨를 축복하고 싶다.
그가 가는 길에 찬란한 빛이 있으라! 훗날 노벨 평화상을 받으라!
많은 이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며 한국이 낳고 기억하는 위대한 의사가 되어라!
그리고 지방 고 학생들이 꿈이 되어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DF53E5397EE580A)
첫댓글 맞아요. 이거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납니다..내일 아니라고, 쉽게쉽게 잊혀지고있었네요.
그 즈음 신문 칼럼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