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Nagasaki, Hostel Casa Noda Hostel, 자전거 주행 오늘 35km, 누계 221km (오늘의 경비 US $45: 숙박료 1,500, 커피 250, 아침 280, 점심 770, 식품 1,240, 환율 US $1 = 97 yen) 오늘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숙소에서 쫓겨난 것이다. 세계 여행 15년에 처음 당하는 일이다. 자초지종을 얘기해야겠다. Nagasaki 기차역에 있는 여행안내소에 가서 숙소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예약이 안했느냐고 묻는다. 안했다고 했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금은 성수기라 예약 없이는 방 구하기 힘들 것이라 하면서 쉽게 도와줄 눈치가 아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여행안내서 Lonely Planet에 나와 있는 Nagasaki Youth Hostel과 Hostel Akari 두 곳 중에 한 곳 예약을 해달라고 했더니 Nagasaki Youth Hostel은 폐업을 했다면서 Hostel Akari에 전화를 걸어서 얘기를 하더니 이틀 밤 기숙사식 방 침대 예약을 해준다. 방 구하기가 힘들다더니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여행 안내소 직원이 준 Hostel Akari의 위치가 표시된 Nagasaki 시내지도를 받아들고 자전거로 20분을 걸려서 찾아갔더니 호스텔이 아니고 제과점이었다. 이런 일 역시 세계 여행 15년에 처음 당하는 일이다. 제과점 직원이 내 여행 안내서에 나와 있는 Hostel Akari에 전화번호를 가지고 전화를 걸어서 Hostel Akari의 진짜 위치를 내 지도에 해주어서 Hostel Akari에 찾아갔다. 그런데 인상이 좋아 보이는 30대 초의 직원이 여행 안내소에서 내 예약을 취소해서 내 침대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며 더 이상 빈 침대가 없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여행 안내소에서는 나를 엉뚱한 데로 보내놓고 이제는 예약을 취소까지 하다니. 호스텔 직원이 여행 안내소에 전화를 거는 것 같더니 침대를 주겠다면서 체크인 수속을 해준다. 금방 없다던 빈 침대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아리송했지만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다행이 숙소를 얻었다 했는데 인상이 좋지 않은 역시 30대의 다른 직원과 (주인이었다) 언쟁이 생겼다. 이 직원이 나에게 한글로 된 시내 관광지도를 주었는데 내가 한글로 된 관광지도는 별 도움이 안 되니 일어로 된 관광지도를 달라고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일어로 된 관광지도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더니 안색이 달라지더니 되었다고 하면서 내 말을 막아버린다. 내 말문을 막아버리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져서 정색을 하면서 이유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숙박료 5,000을 돌려주면서 나를 받을 수가 없다면서 나가 달랜다. 도대체 왜 심사가 상했는지 알 수가 없다.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 사람이 싫어하는 것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확실치 않다. 할 수 없이 나왔다. 기분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화가 날 만도 한데 이상하데 화는 안 났다. 여행을 하면서 새옹지마 경험을 수없이 해서 이제 숙달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나쁜 일이 생기면 조금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긴다. 피곤에 지친 몸을 끌고 다시 기차역에 있는 여행 안내서로 돌아오니 나를 엉뚱한 곳으로 보낸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사무실 문 밖까지 뛰쳐나와서 죄송하게 되었다고 사과를 한다. Hostel Akari에 빈 침대가 없으니 다른 숙소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Hostel Akari에 예약을 했는데 침대가 없다니 무슨 소리냐고 한다. 도대체 누가 내 예약을 취소했는지 그리고 정말 누가 취소를 한 것인지 아니면 Hostel Akari 직원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정말 헷갈렸다. 어쨌든 여행 안내소 직원이 금방 다른 호스텔에 예약을 해준다. Hostel Akari보다 더 싼 하루 밤에 2,300 yen 짜리 호스텔이다. 그런데 오늘 밤밖에 침대가 없단다. 그러면서 내일 다시 오면 다른 호스텔을 찾아 주겠다며 만일 못 찾으면 자기 집에서라도 재워주겠단다. 기차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인 Hostel Casa Noda에 찾아갔더니 젊은 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자기 여동생과 함께 운영을 하는데 자기네 아버지는 경상남도가 고향인 한국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란다. 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오늘 밖에 침대가 없어서 미안하다면서 내일 여행안내소에 가서 숙소를 못 찾으면 자기네 숙소에 창고 비슷하게 쓰는 공간이 있는데 내가 원한다면 그곳에 매트리스를 넣고 내일 밤도 잘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서 1,500 yen만 받겠단다. 장막으로 가린 공간을 봤더니 침대보다 더 좋다. 프라이버시도 더 좋고 공간도 더 넓다. 전등도 있고 배터리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있다. 옷을 걸 곳도 많고 조그만 세면대도 있다. 작지만 독방이다. 아마 일본 전체에서 제일 싼 독방일 것이다. 그리고 내일 다른 곳을 찾을 필요도 없으니 그것도 좋다. 이렇게 새옹지마 식으로 숙소가 해결되었다. 그리고 주인이 조금이라도 영어를 하니 너무나 편리하다. 영어를 전혀 못해서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던 어제 밤을 묵었던 호텔과는 다른 세상 같이 느껴진다. 오늘 아침 8시에 어제 밤을 묵었던 이상한 호텔을 나와서 25km 정도 떨어진 Nagasaki를 향해서 떠났다. 오늘도 날씨는 그만이었다. 어제 밤에 6일 만에 처음으로 하의 바지를 빨아 입었는데 그 동안 땀을 좀 흘려서 하의가 끈적끈적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감촉이 좋다. 팬티, 양말, 티셔츠는 매일 빨고 자전거 재킷과 하의 바지는 며칠 만에 한 번씩 빤다. 샤워하는 중에 적당히 빤다.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숙소 직원에게 물병을 주면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했더니 (그 동안에 배운 "오유"를 달라고 했다) 더운 수돗물을 받아서 준다. 나는 끊인 물을 원한 것인데 의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숙소를 나서니 바로 길 건너에 7-11 편의점이 있었다. 7-11 편의점에 들어가서 스타벅스 커피라고 쓰여 있는 가루 커피를 샀는데 맛은 스타벅스 커피 맛이 아니다. 250 yen이나 받아서 스타벅스 커피라 다른 커피보다 비싼 것인가 했더니 커피가 두 잔이 들었다. 7-11 편의점에 끓인 물이 있어서 미안하지만 1 리터 짜리 내 물병에 채웠다. 나는 매일 숙소에서 끓인 물 1 리터를 얻어서 식혀서 그날 식수로 마신다. 오늘 달린 길은 아름답기는 했지만 언덕이 많아서 힘이 좀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훈련이 되어서 자전거로 오르기 힘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힘을 너무 빼서 나에게 득이 될 것 하나도 없다. 다리가 단련이 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어제 밤을 묵었던 같은 시간제 호텔들을 여럿 지나갔다. 소위 러브호텔이라 불리는 곳인 것 같다. 호텔에 식당이 없는 대신 룸서비스로 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방문에 음식을 넣는 구멍이 있는데 (감방에나 있을 것 같은) 왜 그런 장치가 있나 의아해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역시 프라이버시를 위한 장치인 것 같다. 아침 10시경에 7-11 편의점에서 어묵과 크로와쌍 빵을 사서 아침으로 먹었다. 편의점에 간단한 식탁이나 서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편리할 텐데 없다. 오늘은 주차장 한 구럭에서 쇼핑 바구니를 엎어놓고 그 위에 앉아서 먹었다. 오전 11시 40분경 Nagasaki 평회공원에 도착해서 원자폭탄 피해에 관한 유적 구경을 하고 그 근처에 있는 Murakami Cathedral 성당건물 구경을 했다. 성당은 원자폭탄이 터진 장소에 가깝게 있어서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전후에 재건한 것이다. 평화공원에는 구경 나온 학생들이 아주 많았는데 항상 그렇게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 점심은 평화공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초밥을 사다가 평화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오늘 저녁 때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다가 보니 자전거 패딩 팬티를 입고 있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어제 밤에 숙소에서 빨았는데 아침에 숙소에 놓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자전거를 달리면서 궁둥이 아픈 것을 못 느꼈다. 참 신기하기도 하다. 호주 뉴질랜드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궁둥이가 그렇게 아팠는데 오늘은 패딩 팬티를 안 입고도 궁둥이 아픈 줄을 몰랐다니. 오늘은 많이 안 달려서 그런 것인지 모르니 좀 더 기다려 보자. 내일은 옛날 일본 해외무역의 거점이었던 Dejima 섬을 비롯한 Nagasaki 볼거리 몇 군데 더 구경을 하고 모래 아침에 Nagasaki를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여행지도 이른 아침의 해변 풍경 오늘은 주로 차도 갓길을 달렸다 주로 가족단위인 일본 공동묘지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오히려 서양 묘지에 가깝다 김이 많이 나와서 가보니 찐빵 가게였다 조용한 해변 마을 한국 도시에도 이렇게 전기 줄이 많았던가? 내가 사는 분당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은 많이 달리지 않고 오정 때쯤 목적지인 Nagasaki에 도착했다 차도 갓길이 좀 더 넓으면 좋을 텐데, 너무 좁다 무엇이었던가? 오늘도 러브호텔을 여러 곳 지나갔다 아름다운 해변 감귤농장 높은 축대 위에 위치한 집들이 위험해 보인다 전차가 많이 다니는 Nagasaki 시내 풍경, 서울의 6.25 전 모습 같기도 하다 제복을 입은 여학생들 Nagasaki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세워진 평화공원 추모 기념건물 원자탄으로 파괴된 형무소 담의 잔재 거대한 규모의 평화석상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선생님들을 가운데 모시고 점심 식사시간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 학생들 기념사진 Urakami Cathedral 성당은 한때 아시아 최대의 성당이었으나 원폭에 완전히 파괴되었다가 1959년에 작은 규모로 재건되었다 기념사진 성당 안내판 원폭낙하 중심공원 입구 원폭 직후 찍은 사진 원폭낙하 중심공원 위령탑 Nagasaki 원폭에 희생된 16만2천83명의 희생자의 영혼을 추념하고 있다 파괴되고 남은 Urakami Cathedral 성당의 일부를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평화공원 후문 희생자 젊은 어머니와 아기 석상 희생된 아기를 앉고 오열하는 젊은 어머니 Nagasaki 기차역 부근 기차역 관광안내소에서 숙박소 예약을 했다 어렸을 적에 봤던 "게다"를 오랜만에 본다, 게다가 아닌가? Nagasaki의 명물로 남아있는 개천 풍경 콘크리트가 아닌 원래의 돌 벽이 아름답다 고생 끝에 찾아서 이틀 밤을 묵은 숙소 주인은 아버지가 경상남도 출신의 한국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