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 정맥 10차
일시; 2013.5.26. 8:45—16:30
구간; 울대고개..사패산..포대능선..신선대..
오봉..여성봉..송추남능선..송추(오봉탐방지원센터)
참가인원; 기분죤 산악회원 42명
오랜만에 쑥맥 고문이 밝은 웃음을 띄고 산행에 참가한다.
5월 5일 이후 20여 일이 지났는데 산행이 가능 할까...?
집에서 쉬는 것 보다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갈비뼈 접합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 의지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울대고개에 도착해서 이 고문님이 재빨리 입구를 탐색하다가 뒤 돌아와서 송추 방향으로 되 돌아 간다.
산 중턱을 향해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르다가 형체를 알 수 없는 건물 뒤로 들어선다.(8:45)
울대고개에서 갓 바위로 가는 등로는 입산 금지 구간 인가요 ?
예,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산행 금지 구간으로 정하였습니다.
이곳 말고도 상장능선 등 몇 군데가 비 지정 탐방로 구간입니다.
갓 바위 그 전까지는 산림 및 동물 보호 목적으로 금지 하였습니다.
송추 방향으로 내려가서 원각사 계곡으로 올라 가시면 됩니다.
한북정맥이 이곳에서 시작 하는데...잘 이해가 안 됩니다.
관련 기관의 정책으로 결정 된 것이니 지켜 주십시요....
--국립 공원 북한산 담당자와 전화 대화 내용....
넓고 넓은 북한산 국립 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수십개나 되는데
한북정맥의 연결고리 울대고개 구간을 금지 하였다는 당국의 정책이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소나무와 참 나무가 적절히 뒤 섞인 한적한 숲길을 이어서 올라간다.
송전탑을 지나고 군 부대의 참호와 주변의 시설물이 설치된 낮은 봉우리를 연 이어서 지난다.(9:10)
간간이 나무 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갓바위와 사패산의 하얀 암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울대고개 주변 산 자락에는 넓은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고개를 넘는 차량 소리가 요란하다.
2주전에는 나뭇잎이 연두색 이었으나
그 사이 진한 녹색으로 화장을 한 도봉산 숲이 싱그럽다.
뒤 돌아 본 울대 고개 (주택이 끝나는 아래 부분)
울대고개
주변의 지형이 오봉산, 삼각산, 도봉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사방이 막혀 있어 답답한 마을 이라는 설, 또는 숲이 우거진 땅 이라는 설...등이 있다.
주변에 군 부대가 많이 들어서 있고 개발이 제한 되어 있다가
최근에 공원 묘지가 들어 서면서 개규모 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는 곳이다.
--양주 시지市紙 에서..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살짝 드리워져 있고 낮은 능선을 오르는 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30도를 오르 내리던 어제와 비슷한 날씨가 될 것 이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짧은 소매로 갈아 입고 왔지만 초반부터 흐르는 땀이 감당이 안된다.
잠시 후에 좌측 안골에서 올라오는 등로를 만나고부터
비지정 탐방로 구간을 벗어나면서 사패능선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든다.(9:20)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기대하였으나 나무 잎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선채로 잠시 휴식을 하다가 그대로 진행을 한다.
통나무 계단을 이어서 올라 가다가 평탄한 등로의 사면길로 이어간다.
숲 속에 살짝 가려진 커다란 암봉, 갓 바위를 발견하고 앞선 그룹이 하나 둘씩 숲 속 바위로 오른다.
삼 층으로 쌓아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의 투박한 모양이 친근감이 가는 암봉이지만
정상으로는 오르지 못하고 바위 사이 공간에서 저마다 포즈를 취한다.
갓 바위(삿갓 바위라고도 부른다)
조금 후에 등로 우측으로 살짝 비껴난 사패산 암봉에 오르면서
답답하던 구간을 지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툭 터진 조망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넓직한 정상은 정면으로 가야할 사패능선을 따라 포대능선으로, 그리고 도봉산의 최고봉 자운봉을 거쳐
오봉과 여성봉으로 이어지는 송추 능선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특히 자운봉을 중심으로 닭 벼슬 같이 솟아난 능선은
바라 보기만 하여도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그 능선 너머로 흐릿하게 드러나는 인수봉의 실루엣은 오르가즘을 느낄 정도로 아찔하다.
하얀 암봉 아래를 내려다 보면 끝을 알 수 없는 절벽 아래로 펼쳐진 짙은 녹색의 숲이 바다를 이룬다.
몸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 날 만큼 짜릿하다.
사패산에서 바라 본 오봉/송추남 능선
하나 둘씩, 그리고 여럿이서 사진기 앞에서 웃음 꽃이 활짝 핀다.
답답하던 회색 도시 생활에서 벗어난 아우성이 그대로 터져 나온다.
짧은 시간 땀흘려 올라온 수고에 대한 보답치고는 너무도 훌륭한 조망이다.
남자들은 일렬로 늘어서서 사진 한방이면 끝나지만
여성들은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포즈와 행렬로 이어진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
암봉에서 보여준 몸짓과 함성이 사그러져 가는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사패산에서 바라 본 포대능선, 자운봉, 오봉능선
사패산賜牌산(552m)
사패산에 세워져 있는 설명에 따르면
조선시대 선조가 6째 딸 정휘옹주를 시집 보내면서 하사한 산 이라고 하여 사패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양주 시지에 의하면 울대 고개 쪽에서 바라보면 암봉의 모양이 조개 같다고 하여
사패산이라 부른 것을 군 부대에서 그대로 사용 하였다고 한다.
다시 능선으로 되돌아 와서 소나무 숲길을 이어간다.
갈참나무 터널을 이루는 능선에 접어드니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귀밑을 간지럽힌다.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하다가 바윗길로 접어든다.
안부로 살짝 떨어 졌다가 통나무 계단길을 오르다가
갈 짓자로 이어지는 계단 중간에서 옆길로 벗어나 다리쉼을 한다.
피터팬인지 후라이 팬인지......헷갈려
아니, 피터 팬이 어때서 그러지요 ?
Peter 는 예수의 가장 걸출한 제자 베드로의 영어 이름입니다.
장수를 가져다 주는 자, 천국의 문지기라는 성스러운 뜻입니다.
그 유명한 바티칸 성당의 성 베드로 광장 이름도,
한때 러시아의 수도 였던 성 페테르부르크도 Peter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성스럽고 유명한 그래서 전 세계인들에게 사람을 받는 이름입니다.
닉 네임은 본인이 신중히 결정한 만큼 우리가 아끼고 불러주면 되지요
아마도 피터팬 님이 나중에 교회에 다니는 열열한 크리스쳔이 될지도 모르지요
사람은 이름따라 간다고 하니까요......
휴식을 하면서 거북선님의 새로운 닉 네임, 피터팬을 두고 시샘이 한창이다.
뒤 돌아 본 사패산, 갓바위 원경
통 나무 계단을 올라서서 잠시 평탄한 등로로 이어 가다가 바위 구간에 접어들면서
등로 좌측 능선에 붙은, 물고기 바위를 지나 마지막 암봉을 올라 정상에 도착한다.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정상은 서울의 북동부 지역을 한 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산 아래 도봉산 역과 그 뒤로 수락산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발 아래는 암봉을 따라 내려가는 등성이에 자리잡은 망월사는 한 낮의 한가함을 더해준다.
포대 능선에서 내려다 본 망월사 원경
망월사 望月寺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에 창건한 의정부 지역 최고의 사찰이다.
사찰의 동쪽에는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으며 남쪽에는 달 모양의 봉우리가 있어서
토끼가 달月을 바라 본다望는 데서 사찰의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도 하고
신라 경주를 바라 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도 한다.
신라 마지막 경순왕의 태자가 한때 이곳에 머물렀다고도 한다.
가야 할 방향, 포대능선을 따라 불쑥불쑥 솟은 암봉이 저마다 높이를 자랑하고
그 뒤로는 도봉산의 주봉, 자운봉이 만장봉, 신선봉과 함께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신록의 숲 속에서 우뚝 솟은 암봉들은
보는 즐거움에 더해 신비롭고 장엄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암봉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니 좌측 망월사 쪽에서 등산객들이 줄지어 올라온다.
포대능선에서 바라 본 자운봉 원경
포대능선
사패능선이 끝나고 가파른 길을 올라서서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암봉에서 신선대에 이르는 1.4km의 바위 능선으로서
한 때 이 능선에 포대砲隊를 설치하여서 붙은 이름이다.
두차례 더 암봉을 올랐다가 내려서서
커다란 암봉을 측면에서 V자 형태로 깍아지른 바위 옆에서 주저 앉는다.
마주 바라보는 봉우리에서 선두 그룹이 식사 중이니 빨리 오라고 무전이 날아온다.
그러나 소나무 아래 공터에서 점심을 하고 가자고 의견이 일치 되어서 모두들 주저 앉는다.
솔 잎을 타고 흐르는 미풍을 맞으면서
하나 둘씩 준비해 온 반찬에 입맛이 더해서 밥을 씹는 듯 마는 둥 삼킨다.(11:45--12:15)
생김치, 굴젖, 산나물, 동그랑 땡, 포고버섯 조림, 마늘 쫑과 멸치 볶음.....
솔개 님이 고이 간직한 냉 막걸리가 목젖을 타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후미 그룹도 산 아래서 식사를 마치고 하나 둘씩 올라온다.
안부로 내려 섰다가 솟구치니 멋진 조망과 함께 Photo Zone이 일행을 또 머무르게 한다.
넓직한 헬기장을 지나 철 계단을 따라 마지막 힘을 쏟는다.
평탄한 암릉을 몇 걸음 더 진행 하다가 Y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목에서 일행은 길게 늘어선다.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에 닳고 닳아 반질 반질한 암릉이 다소 위협적 이지만
앞 뒤로 빼곡이 이어지는 등산객이 보호막이 되고
굳게 박힌 철심과 로프가 지지대 역할을 하여서 초심자도 경험자도 모두들 수월하게(?) 이어 간다.
Y 자형 바위 계곡(자운봉 부근 능선)
아이고 무서워라..저 좀 잡아 주세요
이게 뭐가 무서워요,
아이도 낳았는데 이게 뭐가 무서워요...언능 내려 가세요
그것 하고는 다르지요..얼마나 겁나는데요......
ㅎㅎㅎ....................ㅎㅎ....ㅋㅋ ...
애교가 넘친 은희씨의 엄살에 앞서가는 우리도 뒤 따르던 다른 무리도 즐겁다.
산악회에서 같이 오셨나 봐요 ?
예, 기분죤 산악회에서 한북 정맥 구간을 하는 중입니다.
그렇군요...아주 재미있어 보입니다.....
우리 일행이 다소 느리게 가는데도 불구하고 뒤 따르던 낮선 일행은 오히려 느긎하다.
힘든 구간을 재미있게 지나고 나서
Y계곡 상층부에 올라서니 자운봉과 함께 주변의 첨봉들이 눈 앞에 우뚝하다.
일행을 재촉하여 자운봉 건너편 신선대에 꼭 가야 한다고 채근을 한다.
오르 내리는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신선대,
정상에 오르니 코 앞의 자운봉 암봉이 기이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운봉 정상은 집체만한 바위가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형상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다.
이곳 신선대는 요즈음 처럼 화창한 날에는
자운봉을 오르 내리는 전문 암벽 등반가들을 하루 종일 바라 볼 수 있는 곳이다.
도봉산의 주봉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우측 부터..)
자운紫雲봉(740m), 만장萬丈봉(716m), 선인仙人봉(693m)
도봉산의 주봉은 자운봉紫雲峰이다.
자운紫雲봉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자주빛 구름을 띈 봉우리라는 의미이다.
자운은 불가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뜻하고,
만장萬丈은 넓고 큰 바위가 천장, 만장 수직으로 깍아 질러 있어서 높디 높은 봉우리라는 의미로서
이 세 봉우리는 가히 선인들의 영역이라 하겠다. ( * 1 길 장(丈)= 10자(尺)=3.33m)
매월당 김 시습도, 태조 이성계도 이곳을 바라 보면서 시를 남겼으며
수많은 선비와 문인들이 도봉을 노래한 글이 많이 남아있다.
道勢嵯牙如劒鋩(도세차아여검망) 이빨같이 솟은 산봉우리 창 끝 같고
瘦藤老栢凌風箱(수등노백릉풍상) 노송과 등나무는 풍상에 꿋꿋하다
幡幢杳藹列梵刹(번당묘애열범찰) 깃발들 가득 꽃혀 절 앞에 세워져 있고
雷電閃爍摩靑蒼(뇌전섬삭마청창) 천둥 치면 번개는 하늘을 가리네
湛湛霜楓惱客眼(담담상풍뇌객안) 이슬 엉긴 붉은 단풍 나그네 눈 어지럽히고
霏霏巖溜漱人腸(비비암류수인장) 바위에 흐르는 물은 오장육부를 씻어내리라
望中不盡眉字寒(망중부진미자한)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 시울이 시리고
木落天高回雁行(목락천고회안행) 낙옆지니 높은 하늘에 기러기가 날아간다.
도봉첨수(道峯尖岫) --매월당 김 시습---
자운봉을 뒤로하고 서쪽 능선으로 방향을 돌리면
눈 앞의 뜀 바위를 뒤로 주봉, 칼 바위 암봉이 우이암까지 이어지는 도봉 주능선은
살아있는 용의 모습을 연상 시킬만큼 역동적이다.
도봉산道峰山,
서울에서 이렇게 가까이 높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천운天運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어디에도 없는 절경을 안고 있는
수도 서울은 주변의 산들 그 자체가 하나의 Land Mark가 아닐 수 없다.
신선대에서 바라 본 뜀바위(가운데 패인 바위),그 뒤로 주봉, 칼 바위
이 많은 산꾼 들 중에서 어쩌면 아는 사람 한 두명은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불현 듯 스친다.
아니나 다를까, 신선대 아래로 투투님이 혼자서 내려 온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우리와 같이 송추능선으로 하산 하자고 말을 건내 본다.
낙남정맥, 금북 정맥을 같이 하고 한 동안 만나지 못하였는데 반갑기 그지 없다.
님은, 기러기 아빠 3년차로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찾는 대기업 간부님 이시다.
사진에 남달리 애착이 많아 좋은 사진을 많이 남기는 분이다.
처음 대하면 접하면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것이 이분의 매력이자 Spec.이시다.
다소 완만한 내림길로 접어 들다가 낮은 능선을 지나 길고 긴 철계단을 따라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간다.
한 동안 이어지는 계단이 고통 스럽지만 능선에 올라서서 사면길로 스쳐 지난다.
신선대에서 바라 볼 때 우뚝하던 암봉군들, 주봉의 사면길을 지나온 것이다.
오봉능선 첫 봉우리에서 뒤 돌아 본 주봉,신선대, 자운봉
다시 철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니
바닥에 깔린 산악회 표지가 우측 여성봉으로 직진 하도록 배려(?) 되어있다.
여성봉 갈림길인 이곳에서 우이암 까지 진행 하였다가 되돌아 오자고 하였으나
절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벌써 오후 1시 50분 이다.
의견을 수렴 할 필요도 없이 전원이 우측 오봉능선, 여성봉을 향해 들어선다.
암릉 구간을 올라서서 정상에 오르니 오봉이 한 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 상장능선과 그 뒤로 인수봉이 아련하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군을 지나 능선으로 내려서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이곳에서부터 오봉의 제 1봉을 잇는 고즈녁한 능선이 이름하여 오봉능선,
평탄한 안부에 도착하여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잠시 쉬어간다.
오봉 갈림길 첫 번째 정상의 바위모습(오봉에서 뒤돌아 본 모습)
그 사이 우리를 지나치던 피터팬 일행이 공터에서 어서 오라고 부른다.
냉동시켜 살 얼음이 동동뜨는 막걸리 한잔을 건낸다.
흘러 내리는 땀을 훔치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대로 부어 넣는다.
아....먹는 즐거움을 2배로 만드는 지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젊은 세대는 산행 중 간식이나 음료를 준비하는 자세와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대충 있는 그대로 싸오는 우리와 달리
보관 방법이나 준비 내용이 알뜰살뜰하기 그지 없다.
암릉 구간에서 맛있게 나눠 먹은 뜸부기님의 파인애플은
달콤함과 시원함이 뒤섞인 얼음 샤베트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니 마지막 한 조각과 얼음을 염치 불구하고 내가 다 먹은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다.
완만한 경사로를 타고 능선 중턱에 도착하니 선두 이 고문님과 함께 쑥 고문 일행이 맞는다.
회복이 완전하지 않았을 터인데 벌써 이곳까지 와서 기다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일행을 뒤로 하고 오봉의 제 1봉이 도착하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신세계,
정녕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신세계이다.
저마다 다른 4개의 암봉이 능선을 따라 가지런히 늘어선 경이로운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모양도 크기도 저마다 다르지만 늘어선 모습이 다소 불안정 하면서도 멋진 경관을 보여준다.
커다란 화강암을 신의 손을 빌려 부드럽게, 우아하게 빚은 모습이다.
이곳 제1봉에서 바로 보는 순서에 따라 2,3,4,5봉으로 부르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멋진 암봉이다.
2,3봉은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4,5 봉은 전문 등반가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상장 능선을 배경으로 한 오봉
능선 너머로 남북으로 길에 이어지는 상장능선의 암록색 라인과
그 뒤로 아스라이 드러나는 인수봉의 첨봉이 신비스럽기조차 하다.
조금 전의 자운봉,만장봉,선인봉이 불국사의 다보탑이라면
상장 능선의 심플한 라인과 수직으로 솟은 인수봉의 단순미는 석가탑의 모습을 연상 시킨다.
아름다움을 표시하는데 많은 수사修辭가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절경을 보면 눈물이 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저 산 너머에 행복이 있다던 싯 귀를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저 능선 너머에는 어떤 세계일까..............?
상장 능선과 그 뒤로 인수봉
한동안 절경에 취해 바라 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후미대장 드롱이 능선에서 미소를 띄고 우리를 기다린다.
인물도 출중 하지만 늘 미소를 머금고 후미 그룹과 함께 하는 모습이 든든하다.
오솔길을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이어가던 중
고즈녁하던 산길은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서 끝난다.
눈 앞에 펼쳐진 여성봉,
남근석이 압도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산에서 유일하게 코를 납작하게 하는 여성봉,
모습도 크기도 참으로 기이하다.
든실한 둔덕과 그 사이 깊게 패인 골, 그리고 조그만 소나무 한 그루가 참으로 묘한 형상이다.
넓따란 여성 바위의 아랫 배에 해당하는 평탄한 바위에 흩어져서 즐거운 시간을 맞는다.
발 아래 우이계곡을 내려다 보니 온통 암록색 숲의 바다이다.
살짝 내려앉은 우이령에서 상장능선과 오봉능선 사이 계곡을 따라 양주 교현리로 이어지는 3.7km는
1968년 1월 북파간첩 김신조 일당 31명이 침투 하였을때를 기점으로 폐쇄 되었다가
근래에 개방을 한 북한산의 또 다른 보고이다.
초록빛 바다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다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동요를 흥얼 거리면서
푸른 하늘, 암록색 숲과 화강암 바위 능선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친다.
여성봉에서 우이계곡과 상장능선을 뒤로 하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든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미당 서정주)
수도나 기도를 깊이 있게 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바위가 험하게 돌출되는 악산岳山이 기도발이 잘 받는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는 기도의 영험靈驗이 있고 구원과 해탈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설악산 다음의 악산은 북한산(도봉산)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산에는 수많은 암자가 기도발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인수봉이나 선인봉 같은 바위를 오르고 나면
바위로부터 받은 기와 영험한 기운을 지속하기 위해 샤워를 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두 부부가 암벽등반을 하면서 만났다고 들었는데요....?
아니요 집 사람은 바위를 타지 않았고요...저만 탔지요
결혼을 전제로 바위를 더 이상 타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였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원하였지요 집 사람이...워낙 위험이 크니까요....
예전에는 해마다 인수봉,선인봉에서 사고가 많았지요...?
그때는 장비도 부실 하였고요.....
여성봉을 뒤로하고 숲 길에서 두꺼비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간다.
백두대간을 마치면 많은 산악인들이 암벽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고 한다.
어느 정도 산에 대한 경험과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날 때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영역인 만큼
나이나 체력을 기본으로 한 전문적인 훈련이 반드시 필요 하다고 한다.
산행 준비를 위해 밤낮으로 수고가 많은 두꺼비 님과 오봉
능선에서 급하게 내려서는 비탈길을 따라 두 사람이 조근 조근 이야기를 나눈다.
키가 훌쩍한 여성은
나란히 하는 남성에게 조근 조근 이야기를 건낸다.
마치 유치원생에게 이야기 하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이쁜이님이 피터 팬에게 무어라고 이야기를 건내는데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 톤이 아주 부드럽고 감미롭기 조차 하다.
혹시, 유치원 선생님 이신가요 ?
아니요,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쁜이님에게 슬며시 말을 건내 본다.
목소리는 일상에서나 비즈니스에서나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근래에는 목소리를 자산으로 하여 각 분야에서 성공을 한 분들이 많고
예나 지금이나 인물을 고를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요한 기준으로 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맑고 고운 목소리는 말과 함께 인품과 직결된다고 할수있다.
키를 넘는 소나무 숲길이 이어 지다가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만날 즈음
숲 속에서 나는 짙은 아카시아 향기가 코 끝을 찌른다.
어릴때 배 고프면 안 웅큼씩 따서 입에 넣었던 기억이 살아난다.
눈 앞에 나타난 군 부대의 철조망 너머로 젋은 초병이 이따금씩 눈 길을 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산객들의 자유 분방한 몸 짓에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가는 것을 답답해 하였을 것이다.
완만한 임도로 내려서서
한때 농사를 지었을 것으로 상상되는 넓은 초지草地와
새로 단장한 탐방 안내소를 지나 송추 계곡으로 내려선다.
오늘 산행은
한북 정맥의 10번째 구간으로서 울대고개에서 잠깐 비껴나서 시작을 하였고
오봉 길림길에서 우이암, 상장 능선으로 이어져서 솔 고개로 끝나는 구간을 하지 못하고
오봉능선을 거쳐 송추남능선으로 하산한 것이다.
국립 공원의 방침에 따라 비지정 탐방로로 정해진 구간이 정맥능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여 아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곳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여성봉에서 오봉을 뒤로 하고....
서울의 북쪽을 병풍처럼 두르고 지켜온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산,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도봉산은
바위산의 모습이면서도 우리에게 다정 다감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산이다.
도봉산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산악인 엄 홍길님의 도봉산 사랑은 한번 쯤 귀를 기울여 볼만 하다.
도봉산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으시다는데...
특별한 인연 정도가 아닙니다. 도봉산은 나의 모산이고 인생에 있어 위대한 스승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경상남도 고성이지만, 3살 때 원도봉산 골짜기로 이사를 왔습니다.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모두를 이곳에서 보내고, 2000년도 5월까지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을 알게 되고, 자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학교 다니면서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었고,
산에 사는 것에 대해 부모님 원망도 많이 했었지만
그러면서도 저절로 가슴속에 산이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약 5분정도 올라가면 두꺼비 바위가 있는데
주말이 되면 이 곳에서 전문적으로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암벽 등반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저절로 산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도봉산을 시작으로 하여 전국 각지에 있는 많은 산들을 다니면서 전문산악인이 되고,
히말라야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제가 이렇게 산을 좋아하고, 산에 미쳐있는 것은 자라온 환경,
즉 도봉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 망월사 오르는 길의 원도봉계곡에는 엄홍길 대장이
3살(1963년)부터 40살(2000년)까지 37년간 살았던 생가 터가 있다.
요즘도 도봉산에 자주 오르시나요?
그럼요. 평상시에도 주말에 자주 오르고는 합니다.
창동에 살 때에는 거의 매일 올랐었지만, 지금은 수유동(4.19탑 있는 쪽)에 살아서
아무래도 도봉산 보다는 삼각산에 더 자주 오르게 됩니다.
그래도 여기는 제가 틈 날 때마다 오르고,
행사라든가 오늘과 같은 인터뷰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땐 항상 오게 됩니다.
전문산악인의 입장이 아니라 도봉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
도봉산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여기서 살았다고 해서 하는 자랑이 아니라,
원도봉산을 다니는 분은 이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이 산을 오릅니다.
도봉산 중에서도 원도봉산의 계곡이 도봉산의 제 맛, 산의 진수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생각합니다.
히말라야와 같은 높은 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계곡도 아기자기 너무 예쁘고, 산세도 좋고, 망월사란 큰 절도 있고 사계절도 확실합니다.
어려서부터 오늘 날까지 이 산을 다니면서 항상 느끼지만
바위 하나, 나무 하나 풀 한포기 까지 아기자기하게 너무 예쁩니다.
제가 여기 살았었기 때문에 오늘날 히말라야와 같은 높은 산을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에너지가 있는 산이 아니겠습니까?
엄 홍길 대장과의 인터뷰 (2008.6.28., 도봉산 Home Page에서.....)
메모
내용 중에서 개인적으로 언급 한 내용이나 이름이 거북하신 분은
연락 주시면 수정 하겠습니다.
첫댓글 언제나 멋진 산행기 입니다.사진과 함께 설명해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 오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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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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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을 또한번 다녀온듯 뇌리에 생생하네요~~~
고문님의 산행후기는 언제나 늘~~기다리게 해요~~
즐건맘으로 산행을 떠오르며 감상잘 했슴돠~~~
수고많았습니다~~~감솨~감솨~~^^
ㅎㅎㅎ 온누리님글을 읽으면서 제가 요즘 많이 유식해지고 있어요~~
피터져의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인 제임스 메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의 동화속 주인공 피터팬(Peter Pan)까지만 이해하면 좋을 듯~~~ㅎㅎㅎ
후라이팬이 베드로까지 올라갈 만큼 그렇게 신앙심이 깊지 않거든요....ㅋㅋ
내말이 맞지 피터져??? 거북한 사람은 거북이 밖에 엄써요~~~~ㅋㅋㅋ
아름다운 도봉산에 감탄하고 멋진 산행기에 감사합니다,
잠들어 있는 나의 창문을 노ㅡ크하듯 살포시 나의 맘을 두근거리게 하는 후기 ~~~
이번에는 누구 얘기가 전개될까 궁금하게 하는 후기~~~~
항상 배움의 마음으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