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간산행이 있는 날이다? 벌써 2월의 마지막주말이 다가왔다? 저녁에 닭강정에 밥도 비벼먹었더니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든든하다? 게다가 작은 근심거리도 해결되고해서인지 마음도 가볍고 편안하다. 버스를 잡아타고 모란역집결지로 향한다?
도착지에 내려서는데 뒷쪽에서 ' 동구라' 하며 어데서 듣던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회장님. 이뿌니누이. 송화누이. 미래파성님이 나란히 걸어오신다. 근처편의점에 들러 막걸리한박스를 사서 래파성이랑 같이 들고 건너편에 이미 도착해있는 산악회버스에 오른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좌석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고 한동안 지내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2주에 한번씩 만나는 얼굴들은 참 정감이 간다. 비록 같은 피를 나눈 형제들은 아니지만 공통된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즐기는 동지애가 느껴지는 사이라 더욱 각별한것 같다.
버스는 죽전에서 준항고문님을 말번으로 태우고 남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어제 새벽늦게까지 당구를 쳤더니 잠도 부족하고 피곤해서 등받이에 몸을 의지한채 한숨 잠을 부쳐본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둠을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흘러 흘러 나아간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도 새하얀 겨울의 푸른고요속으로 잠이든다. 두어시간 새벽을 달려 도착한 오늘의 들머리인 우두령은 새까만 밤하늘의 별들로 총총거린다. 쏟아지는 별빛을 받으며 시작된 산행은 삼성산을 지나 바람재에 접어든다. 아직 영하의 날씨고 등로 곳곳엔 얼어있는 상태라 조금 조심해 걷지만 미끄러져 넘어지고 자빠지고 하다보니 시간도 지체되고 부상위험도 상당하다. 회장님도 미래파성도 송화누이도 얼음판으로 변한 등산로 내리막길에서 구르기를 몇번을 했는지를 모르겠다. 그래도 큰부상없이 형제봉을 지나 황악산정상에 도착한다. 예전에 테마산행으로 한번 왔었던 알바도 쪼매하고 하산후 한정식이 일품이었던 기억이 있는 산이라 왠지 친근감이 든다. 그래도 대간길이라 만만치만은 않다. 특히 미래파성은 계속된 오르막길로 힘들어하신다. 그래도 황악산정상에 올라 정상석인증샷을 찍을땐 어린애마냥 제일 신나서 어쩔줄을 몰라하신다 ㅋㅎ
정상 고도 1111M
백두 대간 11 회차
오늘은 숫자 11 과 무슨 인연이 있는것같다.
황학산정상 비로봉근처는 금방 하얗게 피어난 상고대로 지천이다. 밤하늘의별들도 찬공기와 구름으로 이미 사라진지오래다. 요기부터 내리막길은 등로가 얼어부터 마치 얼음판을 방불케한다고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감사님께서 무전으로 알려주셨던터라 다들 쇠짚신을 신고 내려가려는데 뒤이어 한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온다. 지난 10차때 만났던 그분들이다. 오늘은 범여님은 못오셨단다. 요기부터 위험구간이라 철짚신준비하시고 좀 쉬었다오시라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리고 후미조는 좀 이른 시간인것 같긴한데 아침을 준비한다. 간이식 비닐텐트를 치고 가스버너에 불붙이고 준비해온 사골국물에 만두국이랑 떡국. 매생이. 부대찌게며 호박빵 등등으로 아침식사을 끝내고 후미팀 B조는 먼저 궤방령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근데 요기 내리막길은 장난아니게 미끄럽고 가파르고 위험하고 겁나불고 긴장되는 빙판길의 연속이다. 백운봉과 운수봉을 지나 여시골산. 괘방령아래쪽까지 계속된 험로는 진땀을 빼게하기에 충분하다. 날씨는 운수봉정도를 지나면서부터 따뜻한 봄기운이 돌아 자켓이랑 모자는 배낭속에 집어넣고 좀 가벼운 차림으로 마음도 가볍게 길을 재촉한다. 고래고래 도착한 옛날 장원급제길로 유명한 괘방령에 도착하니 기념탑옆쪽으로 한분이 널브러져계신것이 처음엔 무신 거지가 대낮부터 따스한 봄햇살에 취해 한숨잠에 빠진가했드만 옆에 계신 그리메성 하는 말이 '' 강고문님같은데 ?? !!! '' 한다. 정신차리고 자세히 보니 쯩말이다~~!!!;@@ 그럴분이 아닌것 같은데 괘방령아래서 드뎌 퍼지셨다~~!!!@@ 세상에 살다가 참 별일도 다본다. ^^;;**>><< 무전으로 고문님 괘방령에서 뻗었다고 보고하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근데 요기부터 앞쪽으로 보이는 두무리의 산높이가 어마하다. 아침 버스안에서 별다른 점을 못느꼈는데 왠지 기분이 껄쩍지근한것이 예감이 안좋다. 그도그럴것이 고도 700m정도라서 그런그런 산이겠지했는데 가도 가도 정상은 안보이고 길다랗게 능선이 연이어 계속 이어지고 다리는 점점 아파오고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아주 죽을 맛이다. 감사님은 앞쪽에 꽃님이누이가 지쳐있으니 따라잡으라고 하는데 누이비스무리한 딴산악회 분들만 보이구 숨은 턱까지 차올라 걍 누구처럼 캭 뻗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힘을 내본다. 또한 가성산 오르막길 공기는 정말 맑고 깨끗하다. 천신만고끝에 가성산정상근처에 도착해 서로가 배낭에서 막걸리며 과일이며 음료수를 꺼내 한모금씩 목을 축이고 한숨을 돌린다. 낙옆위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니 좀 기운이 나는것 같다. 그래도 날머리는 아직 요원한듯~~ 또다시 길을 나서는데 발걸음은 천근만근, 산마루하나오르고 한번 쉬고 또 한마루오르고 또 한숨쉬고 겨우 겨우 두분뒤를 따라간다. 가성산정상에서 농담삼아 헬기불러달라고 했던 말이 내내 뇌리에 남아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눈앞이 아질아질해질무렵 그리메성이 좀 쉬었다 오렌지도 먹고가자 하신다. 정말 요렇게 지치고 힘들고 헤롱거려본적이 있었는지모를정도로 떡실신일보직전이다. 예전에 후미대장 드롱님이 한말이 문듯 떠오른다. 언젠가 한번은 너무 힘들고 지쳐서 버스에 도착한 후 의자에 앉자마자 몇분동안 기절했다는 믿지못할 우스개같이 않은 얘기를 떠올리며 최악을 생각하고 있을때 잠깐동안의 휴식과 함께 뜻하지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현이누이가 먹고보라고 건네준 몇조각의 황금빛 오랜지~~!!!
풍성하고 시원한 과즙과 새콤하고 달콤한 맛~~!!!
햐~~~~!!!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줄이야~~!!!!
지난번 구간에선 흰눈이 날 살리드만 요번엔 오랜지 몇조각이 날 살리누나~~♡
한 고개남은 눌의산을 박차고 올라 기사회생함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눌의산에서 추풍령날머리까진 얼어붙은 등로를 조심히 신경써서 끝까지 긴장감있게 내려왔다. 두분이 이끌어주시고 격려해주신 덕택에 무전으로 용기북돋아준 몽이님 덕택에 그외 아껴주고 밀어주신 모든분들께 열렬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참으로 세상 일은 어느것 하나 쉽지않은것이 없는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가올 대간길이 쉽지만은 않을것이지만 또한 극복못할 이유도 없을거라 여겨집니다.
오늘 나에게 찾아온 오랜지 두개도 나란히 함께 한다면 11자도 되지만 8 자도 되지요 오뚜기모양처럼~~^^
첫댓글 후미에서 항상고생하는 동구리 끝까지 함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 수고했어 ~~
누야~~
그런 미안한 마음 가지지않으셔도 돼요?
산행이란 자신이 그 시간을 즐기는거지
그 어떤 것도 아니기에 ^^
난 누이가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늦은밤 편안한 방에서 읽어내려가서 뭔가모를 미안함이 ~~ㅠㅠ
고생많이 했네 ~
고생이 헛되지않게 끝까지 대간즐겁게 안산 하시길 바래요
모두 홧팅입니다요~♡
동굴이는 다리가 길어 성큼성큼 걸어가면 힘이 안들줄 알았는데~~~
이번대간길 무쟈게 힘들었구나~~
빙판길 때문에 내리막길이 최악이였어~~ㅋ
후미대장이 있어 든든한 산행 길이 되었네~
늘~~함께하길 바래
수고많았어~~^♡^
뚱구리아우님...
잘 봤시요
동구리형 잘보고갑니다~^&^
좋은저녁되세요.
오랜만에 올라 온 산행기, 잘 보았읍니다.
작은 근심거리도 해결이 되었다니 발길이 가벼웠을것으로 생각했는데 등로가 고르지 못했던가 보군요. 체력이 조금더 보완이 되면 대야산이나 희양산 능선 쯤에서 동행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아니 온누리님 체력이왜요?
장거리 산행 많이 하셨잖수?
아유~담부턴 절대로 후미로 가야갓시요~
부럽부럽~
여유있는 모습으로 예쁜사진에 맛난 아침에~으구
동구리님 나두 후미대장대열에 끼워줍쇼~
정감있는 후기글 좋아요^^짱
동구리님! 방가 방가^^ 아따 참말로 산행후기를 잼나고 멋들어지게 써주셔서 아주 참 감명깊게 잘읽었습니다 울짱아 데리고 진도로 내려와서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네요 우린 오늘부터 집짓는 작업을 시작해서 울짱아는 밭에있다가 밥하러 집에내려 갔습니다^^
에고
짱언니는 피곤하겠어요 ㅎ
맘이 분주하겠어요~
멋찌게~아름다운집 기대할께요~~
살짜기 부러버요 ㅋㅋ
@꽃님이 감사합니다 울짱아 바쁠건. 없시요 집 다지으면 놀러 댕겨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