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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상행궁지에서 출토된 자기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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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군산 선유도 망주봉 일대에 다량의 고려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이 지역의 토지 소유주가 펜션건립에 나서기도 하는 등 자칫 유적지가 사장될 위기에 있어 문화재 지정을 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당시 시굴조사를 했던 군산대학교 박물관에 따르면 12세기(고려 중기)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망주봉 주변에는 임금의 임시거처인 숭산행궁(崧山行宮)을 비롯해, 사신을 맞이하던 군산정(群山亭), 바다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오룡묘(五龍廟)와 사찰인 자복사(資福寺), 객관인 관아 등이 자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망주봉 동쪽 산봉오리 중단부 숲속에서 오룡묘 추정지를 발굴했던 조사단 관계자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의 기단석, 석재, 기와편 등이 양호하게 보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에도 고려시대 숭산행궁지와 군산정으로 알려져 있는 망주봉 남쪽 기슭의 평탄지를 조사했는데, 조사결과 건물지와 관련된 적심시설(건물의 기둥을 받치는 주춧돌인 초석(礎石)의 밑을 판 다음에 자갈 등을 채워 건물 침하를 막는 시설), 담장시설, 배수로 등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12세기에서 14세기에 사용되었던 최상급청자와 명문 기와편 등도 발견됐다.
이와 관련된 기록은 송나라 사신인 서긍이 편찬한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나타나 있다. 서긍은 고려 인종 원년(1123) 고려에 와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보고 듣고 한 사실들을 기록해 고려의 실정을 중국에 소개한 사람이다. 당대에 쓰려진 기록이라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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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기 송나라에서 사신으로 왔던 서긍이 편찬한 선화봉사고려도경. 고려에 와서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보고 듣고 했던 사실을 기록한 자료다. 당대에 쓰여졌고, 다른 고려사 관계 자료들에서는 볼 수 없는 귀중한 기사들이 많아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받고 있다. 출처=한국고전종합 DB |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따르면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의 주관으로 군산도(지금의 선유도)에서 국가차원의 대규모 영접행사가 열렸고, 객관인 관아, 숭산행궁, 오룡묘, 자복사 등이 있었다. 위의 기록을 자세히 보면 “군산정은 두 봉우리(망주봉) 앞에 있다. 문 밖에는 10여칸의 관위(官衛)가 있고, (망주봉) 서쪽의 작은 산 위에는 오룡묘와 자복사가 있다. 또 서쪽에 숭산행궁이 있고, 좌우 전후에는 민가 10여호가 있다”고 기록됐다.
선유도의 고려유적과 관련해 수편의 연구결과를 내놓은 곽장근 교수(군산대학교 사학과)는 “선화봉사고려도경의 내용을 고고학 자료에 접목시켜 추론한다면, 본래 선유도 망주봉 주변에는 고려시대 건물지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임금의 임시 거처인 숭산행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국가의 왕실에서 지원하는 해상교통의 중심지였음을 추론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선유로 망주봉 일대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4월까지 이곳의 토지소유주가 펜션을 지으려고 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문화재보존법’과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내에 있는 토지는 전문가로부터 매장문화재 의견 2개만 받으면 공사를 시행할 수 있다. 수 년동안 이 지역의 토지 소유주들이 펜션을 건립하려고 했고, 결국 역사학자와 군산시 공무원, 선유도 주민들의 반대로 철회됐다.
군산대학교 박물관의 조명일 조사연구팀장은 “고려시대 국가 주요시설이 확인된 만틈 망주봉 주변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져 문화재 지정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대학교 박물관은 군산시와 전북도에서 4000만원을 지원받아 오는 9월에 망주봉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11월에는 학술대회를 열어 망주봉 지역의 문화재 지정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