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목포, 강진, 순천) 여행
남도여행은 우리에게 항상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남도는 여행지마다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있고 풍부하고 맛난 음식이 기다리고 있어 여행자의 마음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항구의 도시이며 예술의 도시인 목포, 조선 실학사상의 대가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 다산초당과 현대 서정시의 지평을 열었던 영랑의 생가가 있는 강진,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순천만국가정원과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연습지인 순천만습지로 잘 알려진 순천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2022. 12. 9(금)
이른 아침 아내와 둘이 집에서 출발하였다. 처음 목적지인 목포까지는 먼 거리라 서두르는 것이다. 날씨는 흐리나 기온은 여행하기에 적당하고 고속도로는 평일이라 한가한 모습이다. 오늘은 목포에 도착하여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기박물관, 갓바위,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난영 공원을 둘러보려고 한다.
12시경 목포시 상동에 있는 향토집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 시간이라 식당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정갈하게 나오는 굴밥정식은 우리가 기대하기에 충분한 즐거운 식사였다. 여행의 첫 목적지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식사를 마치고 남농기념관을 관람하였다. 남농기념관은 한국 남종화의 거장이자 운림산방(雲林山房)의 3대 주인 남농(南農) 허건(許楗 1908~1987) 선생이 1985년 5월 선대의 유물 보존과 한국 남화의 전통 계승 발전을 위하여 건립한 미술관이다.
조선말엽의 시. 서. 화로 명성이 드높던 추사 김정희가 해동 제일인자라고 까지 극찬하던 허련의 작품을 비롯하여 미산 허영, 남농 허건, 임전 허문, 오당 허진 등 운림산방 5대에 걸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조선조의 명가로부터 현대의 대가중진에 이르기까지 남농 선생 제가들의 작품 3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가야와 신라 때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토기, 도자기 등 200여점과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도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날씨는 흐려 우중충한데 관광객이 전혀 없어 싸늘한 분위기이다. 우람하게 새겨진 남농기념관 표지석을 지나니 잘 가꾸어진 정원 오른쪽에 남농선생 상이 세워져 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니 관리하시는 분이 우리를 맞이하고 전시실 문을 열어주신다. 전시된 작품의 사진촬영은 안된다고 하신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전시된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는데 설명을 들으니 남농 선생의 작품이 왜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하여 이해가 된다. 남농 선생의 소나무 표현 기법에 대한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2층 전시실에는 남농 선생의 제자들 작품과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좋은 작품이 많이 전시되고 있어 하나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나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스마트폰은 플래시(flash)를 쓰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어 작품의 손상을 염려하여 촬영을 금하였던 때와 다르므로 스마트폰 촬영은 허락함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전시된 작품을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니 가는 빗방울이 하나 둘 휘날린다. 기념관 옆에 있는 주차장 앞에 남농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가니 목포생활도자박물관이 나온다.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어린이 체험실로 구성되어 있다.
상설전시실에는 목포생활자기, 현대생활도자기 소품, 위생도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부엌을 재현해 놓았다. 우리의 생활이 진보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실감이 난다.
기획전시실은 초대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데 세계명품도자기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의 아름다운 도자기를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 든다.
어린이 체험실에는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자기집이 만들어져 있다.
갓바위를 구경하였다.
갓바위는 영산강 하구의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바위로 천연기념물 제500호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나가야 볼 수 있었는데 해상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바다위에 보행교를 설치하여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민간 전설에 의하면, 옛날 청년이 살았는데 아버지 병환 때문에 소금팔이, 머슴살이 등으로 힘들게 일해야 했다. 어느 날 청년이 품삯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청년은 아버지를 간호하지도,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 했다는 죄책감에 하늘을 보기 부끄러워 갓을 쓰고 통곡하다가 그대로 바위가 되었는데 큰 바위를 아버지 바위, 작은 바위를 아들 바위라고 한다.
보행교를 따라 들어가니 갓 모양의 바위가 두 개 나란히 서 있다. 물에 투영된 갓바위의 모습과 실재의 갓바위의 모양이 겹쳐 보여 아름답다. 바다 바람이 시원하다.
갓바위를 둘러보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관광하였다.
노벨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이 설립한 노벨상의 6개 부문 중 하나로, 인류의 평화에 기여한 생존자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국가 간의 형제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기념관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 앞에 기념관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관광객이 없어 주변은 조용하다.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건축물은 5대양 6대주를 형상화해 6개의 돌출된 부분은 6대주를 상징하며 물이 채워진 올림못은 5대양을 의미한다. 건물 옥상은 비둘기가 나래를 펴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으로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정신이 5대양 6대주를 향해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건축된 것이다.
기념관 입구에 의전차량이 전시되어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 쓰였던 의전차량으로 2002. 10. 1. 김대중 대통령의 사열을 마지막으로 51군수지원단에서 보관해오다 본 기념관에 양도된 차량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기념식장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이휘호 여사가 입은 옷도 전시되어 있고 김대중과 노벨상에 대한 자료와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관광을 마치고 기념관 뒤로 이어지는 보도를 따라 이난영 공원으로 향하였다. 약간 경사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대삼학도 중턱 즈음에 가수 이난영(1916~1965) 공원이 있다. 공원에 들어서자 가수 이난영 님이 부르시는 "목포의 눈물"이 들려온다.
삼학도는 목포 앞바다에 있던 섬이며, 목포의 상징 중 하나로 대삼학도· 중삼학도· 소삼학도로 구성되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은 매립되어 육지가 되었다.
고 이난영 여사는 목포 출생으로 태양극단에 입단하여 활동하다가 이철 사장에게 발탁되어 손목인이 작곡한 불사조로 데뷔하였고 목포의 눈물을 발표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로 전국을 휩쓸었다고 한다. 경기도 파주에서 41년 만에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노랫말 속 "삼학도'에 영면함을 기념하여 목포시민의 뜻과 정성을 모아 여기에 노래비를 세웠다고 한다.
가수 이난영 공원이라는 표지석에서 돌계단을 올라가니 이난영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난영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다.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갓바위 야경을 구경하러 갔다. 화려한 조명아래 보이는 갓바위는 낮에 보았던 갓바위와 또 다른 모습이다. 수시로 바뀌는 조명의 색에 따라 또 다른 색조의 갓바위 모습이 나타나고 조명으로 아름답게 물든 갓바위가 물에 비친 모습은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서울에서 먼 길을 달려온 목포에서의 하루는 즐거운 여행길이었다. 목포25호텔 목포상동점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