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활동을 유심히 관찰하면, 불과 서너 살인데 제각기 참 다르구나, 하는 걸 언제나 느껴요. 말이 좀 늦어 늘 눈을 바라보며 그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아이, 감각이 둔해 일상 용구를 잘 엎지르고 떨어트리는 아이, 유난히 말도 잘 하고 똑똑해 보이나 환경 속의 물건을 주의깊게 다룰 줄 모르는 아이, 수량개념이 약해 추상적인 수와 구체물의 양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적극적이진 않으나 자신이 붙든 건 뚝심있게 해결할 줄 아는 아이, 게으름을 피우며 교실을 어슬렁거리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이거 재미 없어. 하지마!" 라며 툭툭 건드리는 아이도 있어요.
오래고 낡은 집이지만, 온통 식물 범벅인 제 서재 입구여요. 상담실로도 쓰는 곳인데 전체 공간은 300종이 넘는 식물로 포위되었어요...^^
우리 어른들은 훨씬 고착화되어 요즘 심리검사의 유형에선 그런 걸 중점적으로 체크하고 개선의 여지를 찾습니다. 창작을 좋아하는 사람과 해석과 모방을 좋아하는 사람, 문법을 따지고 연대표와 법전을 외는 사람과 은유를 좋아하고 사건의 전개에 흥미를 갖는 사람, 수학과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 동식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새로운 장치나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 다들 사고하는 방식과 행동 습관이 달라요.
발랄하고 자유로운 사람은 치밀하지 못하고, 독파와 자존을 중시하는 사람은 규정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은 상대의 생각과 행동이 뜬금없으며 새롭게 느낍니다. 그 양단의 끝이든 중간의 접점이든, 서로 다른 사람은 뭘 해도 확실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같은 일을 맡았을 때, 난 과정과 약속을 중시하는데 반해 상대는 성과와 수익을 중시하는 거죠. 좌회전이 편한 사람과 우회전이 편한 사람처럼, 각자 생활 속에서 자신의 습관을 강화하며 삽니다.
자식 많은 집안의 많은 형제와 서른두 명의 조카들을 생각하면, 예외 없이 동식물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명절이면 누굴 만나도 어느 순간 동식물 얘기를 나누고 있음을 깨달을 때가 있어요. 혹시 두 손이 부지런하고 자잘한 생명의 존폐에 직면하는 취미생활에도 유전인자가 작용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아무튼, 다른 사람끼리 서로 다르다고 인정하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요. 서로의 생각과 행동의 저면엔 불가지해(不可知解)의 영역이 있는 법이죠.
어린이집 부교재를 모아 꼬박 3년을 집중해 만든 '몬테소리 프락시스'의 초판본이어요. 이땐 교사 교육에 정신 없었어요...@@
서론이 길었군요. 이제 본론을 얘기할게요. 아기가 자라는 과정에서 환경의 특정한 요소들은 아기들에게 큰 영향을 끼쳐요. 심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겨우 두 살 때 엄마의 몸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얘기하며,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놓고 다투었던 남동생이 죽었을 때 기쁨을 느꼈다고 훗날 고백해요. 학령기엔 여자 조카에게 성적인 관심을 가졌다고 고백할 정도로, 평화롭지 못하고 불안한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기를 보냈어요. 그는 융(Carl Gustav Jung)과 함께 현대정신의학의 대가가 되었지만, 그는 일생을 몹시 불행하게 보낸 사람이어요.
그의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은, 유년기에 축적되어 의식의 심층에 가라앉아 있는 불가지해(不可知解)의 영구적인 힘, 즉 무의식(無意識)이 한 인간의 성장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어요. 그의 발견은 훗날 몬테소리 선생님의 어린이집에서 '준비된 환경에서 스스로 변화하는 아이들'로 새로이 무의식의 세계가 언급됩니다. 놀라운 발견이었어요. 영유아기, 특히 0세~3세의 시기가 안정되고 평화로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어요.
일생의 삶을 좌우할 '무의식의 창고'에 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스스로의 경험과 감각의 기억을 넉넉히 축적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한 거죠. 아기에게 강요하고 찡그리게 하고 울게 하고 소리지르게 하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면 풀과 꽃과 나비를 발견할 줄 알고, 즐겁고 행복한 가족의 대화를 듣게 하고, 여유로움으로 지켜볼 줄 아는 부모의 사랑과 믿음을 흡수하는 일, 가만히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더 깨끗하고 더 정돈된 환경에서 살게 하는 일입니다.
얼마나 단순하고 정확해요?! 엄마가 양손에 들고와 조용히 내려놓으면 그 다음 아기의 사랑스러운 움직임이 충분히 예감되죠...♡
몬테소리교육은 모든 교구와 용구를 사용하는 순서와 질서감각을 중시합니다만, 선생님이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 스스로의 성장을 향한 생명감각이었어요. 요즘 유행한다는 일주일에 30분, 50분 수업(?)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다다르지 못하는 성장의 정신세계에 주목하시길 바랄게요. 엄마 아빠와 매일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살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스스로 세상에 스르륵 다가가 만지고, 스스로 온몸으로 체득하는 형식과 내용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니엔후이스 교구가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답다 한들,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강요하거나 통제하거나 해석하고 과시하는 도구로 쓴다면, 아기에겐 억압의 무의식만 강화하는 도구가 될 거예요. 진정 바라건대 아기의 눈빛과 몸의 움직임, 두 손을 유심히 봐주시길 바랄게요. 두 손은 밖으로 드러난 뇌와 같답니다. 두 손을 써서 뒤집고 흔들어도 좋아요. 다만 엄마는 운반 과정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조작에의 관심이 아니라 심리적인 배려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해요.
요즘 여느 맘카페나 유튜브의 용감한 엄마들처럼, 아기 옆에 '지도와 훈육의 타이머처럼' 지키고 앉아 끊임없이 거들고 설명하며 '자기애 증명'에 충실한 엄마들, 나중에 후회할까 진심으로 걱정이예요. 엄마야 후회하고 만다지만, 아이는 어떡해요! 온실 속 생명이 아니라, 그저 맑은 시냇물처럼 졸졸졸, 자연의 법칙으로 스스로 흘러가게 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시냇물은 스스로 세상을 살피며 낮은 곳으로 흐르다 장애물을 만나면 스르륵 돌아가요. 그러나 아이의 무의식에 쌓인 결핍은 돌아가려 해도 그리 만만치가 않아요. 가장 과학적이며 가장 정신적인 몬테소리교육은 과잉과 왜곡을 정말 조심해야 해요.
쉿~! 이건 어렵고 쉬운 게 아니며 왼손 오른손도 아녀요. 손과 몸에 전해오는 힘과 파동을 아기가 느끼는 거예요. 정말 아름답죠...^^
스스로의 에너지에 이끌린 아기가 준비된 환경에서 온몸으로 습득하는 안정과 평화는 정신의 균형, 관계의 신뢰, 자존감으로 매우 은밀하게 발전한답니다. 혹여 아이의 행동에 대해 걱정이 크신 분은 버지니아 M 엑슬린이 쓴 '딥스'란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할게요. 엄마 인형 아빠 인형을 흔들고 짓이기며 "그만해!", "나빠!", "하지 마!", "싫어!"라고 외치는 놀이치료실의 어린 '딥스'에게서, 걸핏하면 해석하고 방해하는 엄마의 태도가 얼마나 깊은 억압이었는지를 잘 알게 합니다.
0세~3세의 시기가 생애 가장 평화로워야 하는 이유를 말하기 위해 오늘은 '프로이트'와 '융', '딥스'까지 인용하고 말았네요. 다시 강조하지만, 영아기의 결핍은 반드시 어떤 형태의 일탈로 진행한다는 걸 꼭 유념해주시길 바랄게요.
연중 최고의 무더위에 최대한^^ 사랑스럽게, 환경에 관심 가지며 아이랑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한번 꺼냈다 하면 니 맛 내 맛도 없는 피자 속 치즈처럼, 죽죽 늘어지는 제 얘기에 질려하시면 어떡하나, 걱정이지만, 잠시 공부한다 생각하시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주시면 고맙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