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화현 손현희
망초 꽃이 하얗게 핀 만당 길을, 중학교 3학년 지영은 소를 데리고 거닌다.
지영은 소를 향나무가 있는 풀밭에 메어 놓고, 노래를 부르다가, 풀밭을 뛰다가
드러누워 하늘을 보다가, 잠시 잠깐 작사를 하며, 소에게 달라붙어 피 빨아먹는
쇠파리를 나뭇가지로 쫒고 있다가, 패랭이 꽃 앞에 서 있었다.
그 꽃은 다른 꽃은 다 시들었지만, 늦게 꽃잎을 열어서 더 곱게 지영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고속도로 갓길 쪽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지영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저기 아줌마!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지영은 네 말씀 하십시오 라고 하니, 남자 한 명이 남윤이 집이 어디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라고 한다.
지영은 이 길 따라 곧장 가시면 우물이 나오는데 거기서 봤을 때 오른쪽 끝 집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두 남자는 감사합니다. 라며 인사를 꾸벅 하고는 이내 망초 길에서 사라졌다.
다음날 지영은 빨랫감을 들고 우물로 가서 빨래를 치대고 있는데 어제 보았던 두 남자가
마당에서 태권도 겨루기 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영은 속으로 아! 멋있다. 라며 계속 그쪽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덥다 라며, 지영이가 있는
우물로 걸어오는 게 아닌가?
지영은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 빨래를 헹구고 있었다.
키기 크고 얼굴이 검은 학생이 지영을 보더니, “어! 아줌마 아니네. 라며 미안합니다. 라고
인사를 한 번 더 한다.
그런 지영은 괜찮아요. 어제 엄마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남학생 앞에 지영은 이름을 말해 주니, “오늘밤 같이 놀 수 있나요?
지영은 예라고 대답했다
키기 크고 마른 학생은 두일이, 키가 약간 크고 통통한 학생은 원도란다.
남윤이가 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집에 갔다기에 우리도 마산에서 놀러 온 겁니다. 라며
설명을 해 주었다.
남윤이이와 나이는 같지만 9살에 입학한 지영은 한 해 선배나 마찬가지였다.
밤에 우물 앞에서 마당으로 동네를 돌며 같이 노래도 부르고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노래의 제목은 장애리의 추억의 발라드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였다.
주소를 서로 주고받으며, 그날 밤은 참 좋았던 시간 이였다.
두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항상 편지 기다리는 지영이가 되어 있었다.
지영 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떠나게 되어 있었는데, 떠나기 전 지영은 두일과 처음 만난 만당에 올라 갔다가 부산으로 올라갔다.
기숙사에 반가운 편지 한 통이 왔다. 두일이는 이번 주 일요일에 만나자는 내용이라 답장을
바로 부친 지영은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만나는 날, 지영은 버스를 타고 마산에서 내려, 하차장을 빠져 나와서 두일이가 말한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서 있었다.
저기 저 만치에서 두일이가 손을 흔들며 지영을 향해, 뛰어 오고 있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부림 시장 극장 앞에 내러 영화표를 사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두일이 집 근처에 내렸다.
“지영아!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나 잠시 집에 다녀올게 라며 지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얼마 뒤 두일이와 지영은 합성동 터미널로 도착하여, 두일이는 부산차표랑 목포행 차표랑
사서 오더니, “나 목포에 갈 거다. 아버지가 선장이셔, 나보고 다녀가라고 해서 가는 거야
이거 내 선물이야! 잘 간작해줘 라며 지영의 손에 건넨다.
너도 조심히 가라, 다음에 또 만나자 오늘 즐거웠다. 라며 악수를 하고 버스 안으로 들어 가는 지영을 보더니 두일이는 목포행 버스를 타려고 지영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다.
지영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선물을 풀러 보니, 태권도 겨루기 대회에서 받은 상패였다.
지영은 두일이의 편지를 기다렸지만 편지는 오지 않았다.
지영은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추억으로 간직 하자며,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
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숨이 차고 눈의 피로며, 가슴이 떨리고 어지럽고 하여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말은 “갑상성 기능 항진증입니다. 지영은 숨이 차니 기운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고향으로 내려와 치료를 받으며 늘 가는 곳은 두일과 처음 만난 만당과 동네 우물과 냇가를 다니며, 아픔을 달래고 있었다.
힘이 장사라는 소리를 들었던 지영은 부모님의 일손도 도울 수 없을 정도로 야위고 기운이
없어서 늘 돕지 못하여 울 때가 잦았다.
지영은 치료를 위해 진주로 나갈 때도 버스의 발판이 높아 버스를 혼자는 탈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올라, 지영 아버지께서 먼저 타고 손을 잡아 줘야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지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육상 선수로 경운기를 몰고 풀도 나르고
나락 가마니도 곧잘 날랐건만, 지금은 너무나 다른 모습에서 많은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지영은 밤마다 20살 까지 살 수 있을까? 자신에게 물으며 살았다.
세월이 참 많이 흐른 지금의 지영의 나이 44세, 어렵게 수소문하여 남윤이와 연락이 닿아
두일이 소식을 물었더니 원도는 석전동에서 가정 꾸리고 잘 살며 두일이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지영은 언젠가 한 번은 만나고 싶었던 두일이를 그 때 그 추억으로 계속 간직해야지
만나면 만날 수 있지만 환상이 깨어질 것만 같아서 만나지 않기로 했다.
지영은 지금, 화현 손현희 시인으로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