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광정-공주-노성 구간: 1박2일의 시작

[금오랑]

  서울 경기 지역 거주자라면 광정 이후의 6개 구간은 1박2일 일정으로 순례한다. 1박2일 구간은 아래와 같다:
광정-공주-노성, 노성-은진-여산, 여산-삼례-전주, 전주-오원(관촌)-오수, 오수-남원-운봉, 남원-산동-구례.
구례-순천-여수 구간은 2박3일로 순례한다.
  충남, 전북 지역 거주자는 1박2일 구간이 적을 것이다. 남행하여 순천에 이르는 순례와 북행하여 서울에 이르는 순례로 나누면 좋을 것이다.  전남 지역 거주자는 순천에서 북상하여 서울에 이르는 순례를 하면 되므로 멀리 경기, 서울 지역 순례할 경우에 1박2일을 하면 될 것이다.

10.0 순례 안내
  5월19일, 순례자는 광덕산 휴게소에서 출발해 곡두 터널 위 옛길을 찾아 넘어 광정까지 갔다. 나는 광정에서 출발해 공주를 거쳐 노성까지 1박2일에 순례하는 안내를 아래와 같이 했다:
1. 일시: 2013년6월24일(월)-25일(화)
2. 집합장소와 시간: 전철 천안역(구내), 10시40분 천안역 집합
3. 교통 수단
(1안) 전철(서울-천안) + 시외버스(천안-광정): 3,400원
전철 급행 타고 천안에 내려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 광정행 시외버스 탑승.
--전철 급행시간표(평일, 토요일, 공휴일 동일):
용산 09:04, 노량진 09:07, 신도림 09:16, 구로 09:19, 가산디 09:23, 안양 09:34, 금정(급행 없음), 수원 09:49, 오산 10:01, 평택 10:15, 성환 10:22, 천안 도착 10:35,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도보 20분) 10:55
-- 광정행 시외버스 탑승(배차간격 15분) 11:00. 광정 도착 11:40.
(2안) 남부터미널(서울-광정): 8,800원(인터넷 예약 또는 터미널 방문 구입)
남부터미널 09:40 출발 광정 도착 11:40. 또는 09:10 출발 광정 도착 11:10.
4. 준비물: 식수, 중식, 행동 간식, 여벌 옷, 우산(양산 겸용), 구급약
5. 소요 경비 예상(각자 부담):
- 왕복교통비(12,000원~18,000원), 식비(30,000원); 24일 석식, 25일 조식, 중식, 석식
- 숙박비(*****); 주최자에게 1일전까지 참석통보하면 지원해 드립니다.
6. 도보 일정: 40km, 12시간 (24일 7 시간, 25일 7시간)
-24일(월): 광정(11:40) >보물리(12:30) >장원리(13:30) >중식(13:30-14:00) >북계리(15:00) >요룡리(16:00) >수촌리(17:00) >금강(18:00) >공산성(19:00) >석식(19:00-20:30) >소등(22:00)1박
- 25일(화): 기상(06:00) >조식(07:00-07:30) >출발(07:30) >우금치(08:30) >국립공주병원(10:00) >발양리(11:00) >신영리(12:30) >중식(12:30-13:00) >장선리(14:00) >공주행 버스 탑승(14:30) >공주 도착(15:00) 공주 박물관 및 무령왕릉 관람(15:00-17:00) >동서울 터미널행 탑승(17:30) >동서울 터미널 도착(19:30) >뒤풀이(19:30-20:30)
7. 기타: 참고자료 제공. 우천 예보 시 하루 전에 취소 공지.
* 차기 순례는 7월 중에 노성-논산 -은진(1박)-여산 구간을 순례합니다.

10.1 마로니에회에 백의종군로 순례를 소개하다
  5월27일 마로니에회(서울대문리과대학64학번동기회)가 서초동에서 열렸다. 근황을 소개하는 차례에 나는 충무공의 백의종군로를 순례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를 했다. 임진왜란 당시 우의정 정탁이 올린 상소문 신구차(伸救箚)가 명문인 이유를 설명했다. ‘사람의 목숨을 살린 글이라면 명문이다. 이순신의 목숨을 살린 글은 마땅히 국어교과서에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탁 어른은 우리 집안의 조상입니다. 그 어른의 묘소는 연천에 있습니다.”
정 회장이 이야기를 받았다. 이 날을 계기로 마로니에회 카페에 신구차의 원문과 번역문을 소개하고 백의종군로를 순례하자는 글을 올렸다. 정 회장은 순례기도 올릴 것을 엄명(?)했다. 명에 따라 이 글을 올리면서 우정 어린 질책을 받겠다:

  백의종군하던 죄인 이순신은 정유년4월5일 아산에 당도했다. 모친이 순천에서 배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금부도사에게 청하여 모친을 뵙기 위해 여러 날을 기다렸다. 금부도사는 빨리 죄인을 권율에게 인도해야 하지만 조선에서 효는 충에 버금가는 덕목이라, 짐짓 눈을 감고 있었다. 야박하게 재촉했다는 세인의 평도 사전에 방지해야 했다. 8일을 기다린 이순신은 뜻밖에 모친의 부고를 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 속에 애통하며 5일간을 더 머물렀다. 의금부도사의 재촉으로 길을 떠난 날이 19일이니 보름을 집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편히 쉬며 지낸 것이 아니다. 찢어지는 듯 아픈 마음으로 다만 어서 죽었으면 할 따름이었다. 금부도사는 일정이 너무 지연되었기에 빨리 가자 재촉했다. 그래서 첫날은 새벽같이 출발하여 온양에서 일신역(공주 직전)까지 100여리를 달렸다. 다음날은 공주에서 아침을 하고 노성까지 갔다.(I장 대동여지도 참조)

  난중일기의 모친상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쏟은 나는 충무공이 애통하며 뛰어갔을 게바위(해암리)까지의 길, 중방포에서부터 모친의 상여를 뒤따르며 통곡하던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나는 2011년 6월부터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서울 충무공 동상에서 출발해 명보극장 앞의 생가터를 지나 순천까지 1년 만에 걸었다. 이렇게 나누어 걷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꺼번에 계속해서 한 달 가까이 걸을 체력이 없다. 더욱이 한 달 동안 오로지 걷기만 하는 순례방식은 학교, 직장, 가사에 바쁜 사람들에게 권할 수 없는 방법이다. 나는 구간별로 나누어 걷는 순례 방식을 고안했다. 다음해 6월부터 고교 동창들에게 권해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대략 7, 8명의 순례자와 함께 걸을 수 있었다. 나는 죄인을 호송하는 금오랑(金吾郞)이고 순례자는 죄인 이순신이다.

10.2 1박2일 순례 계획 짜기
  지난 5월4일엔 온양에서 보산원 지나 광덕산 휴게소까지, 5월19일엔 광덕산 휴게소에서 곡두 터널 위 옛길을 넘어 광정까지 순례했다. 이번에는 광정에서 노성까지 순례하는 계획을 짰다. 이 구간부터는 1박2일로 순례하는 것이 좋다.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점까지 가고 오후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걷는다. 다음날 동이 트면 걷기 시작하여 오후에 귀경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면 1박2일에 대략 40 킬로를 걸을 수 있다. 공주에서순천까지 250킬로미터를 1박2일 6, 7회로 마칠 수 있다.
  금오랑 역할을 하려면 우선 어느 길로 죄인을 호송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옛길은 모두 신작로, 국도, 고속도로가 되어버렸다. 금오랑은 대체로를 찾아 안내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이를 위해 사전 답사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전 답사를 못했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지도(도로뷰, 위성뷰 등)를 보고 대체로를 찾았다. 순례 코스를 지도상에 표시하고 대중교통편을 찾아서 안내했다. 나는 순례자에게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그 내용은 순례자 건강수칙, 마음가짐, 백의종군을 묵상하는 글, 난중일기 정유년4월 기사, 대동여지도와 현대지도, 기타 관련 자료이다. 매 구간 공통되는 자료가 있고 구간별 고유 자료가 있다. 공통자료는 여러 부를 인쇄했다. 구간 고유 자료는 매번 자료를 찾아 작성하여 복사한다. 향후 역사와 지리를 전공한 봉사자가 이런 자료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한다.
  순례자들은 출발 전에 현수막을 펼치고 사진을 찍는다. 그들은 백의종군로 순례자임을 알리는 조그마한 깃발을 배낭에 부착하고 걷는다. 나는 이 깃발과 엠블렘의 초안을 구상하여 디자인 전문 김 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순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여러 번 수정했다. 현재 쓰는 깃발은 3번째로 수정한 디자인이다.
  자주 참여하는 순례자가 있는가 하면 한번만 참여한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순례자는 40여명이다. 이들은 백의종군로순례카페에서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계획이 완성되면 동문 게시판과 마로니에회 카페(http://cafe.daum.net/marronnier64)에 공지한다.

10.3 광정-공주: 아름다운 정안천
  양평에서 나 여사가 참가했다. 그녀는 새벽에 기차를 탔다. 옥수역에서 지하철3호선을 환승하여 상기 순례안내의 (2안), 남부터미널에서 공주 가는 시외버스로 광정에 도착했다. 수원, 인천, 오산에서도 여러 순례자가 참가했다. 그들은 전철로 천안 역에서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천안역에서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택시 2대에 분승했다. 택시요금은 4,400원 정도이다. 천안에서 공주방면 시외버스는 15분마다 배차한다. 버스는 약 40분이면 광정까지 간다.
“여러분, 이번 순례는 탐사가 아니라 탐험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전 답사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좋은 대체로를 찾아내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광정에서 버스를 내리자 출발에 앞서 금오랑이 겁(?)을 주었다.
“이번에는 좀 힘들겠는데. 한참 가다가 ‘여기가 아닌가보다.’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갈지도 모르잖아.”

  순례자들은 배낭에 깃발을 붙들어 맸다. 그들은 정안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출발사진을 찍었다.(12:00) 23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가면 정안초교 앞에서 정안천변으로 내려갈 수 있다. 나는 2011년에 이 길을 몰랐기에 그냥  23번 도로를 따라 걸었다. 그 때 정안천변에 길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번 순례를 위해 스카이뷰 지도를 확대하여 정안천변을 걸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감히 사전답사를 하지 않았다.
  공주시는 정안천변을 잘 정비해 놓았다. 지금까지의 어떤 구간보다도 아름다운 길이다. 광정에서 보물리, 장원리, 석송리까지는 정안천의 서쪽을 걷는다. 13시반경에 순례자들은 장원리 구억말길에 들어섰는데 마침 쉬기 좋은 나무그늘을 발견했다. 순례자들은 각자 준비한 점심을 나누었다.
“저 도로표지에 구억말길이라고 있지? ‘구억’은 충청도 방언으로 ‘구석’을 뜻해. 구석말>구억말>꿩말로 변한 곳도 있어.”
  검암이 지명해설을 하는 사이 온양에서 참가한 후배가 푸짐한 음식을 풀었다. 그는 큰 배낭을 메는데 체격이 장대하므로 기수를 맡아 태극기 휘날리며 앞장을 선다. 순례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맡는다. 섭외 홍보, 지명 해설, 사진 봉사, 커피 제공, 위생 의무,  회계 감사, 분위기 해학까지 있다.  식사 후 14시를 지나면서 기온이 매우 상승했다. 그러나 순례자들은 개천을 끼고 너른 시골길을 걸으면서 해방의 쾌감을 느꼈다.  
  합심교 다리를 건너면 북계1리 효도마을이다. 여기서부터 요룡리, 수촌리, 의당면 사무소, 금강까지는 정안천의 동편을 걷는다. 효도마을 입구 다리 앞에는 2층 정자가 있다. 그런데 그 정자는 영 오르고 싶지가 않았다. 시멘트로 지은 정자로서 사람을 가까이 끌기는커녕 오히려 멀리 내모는 분위기다. 쉼터는 느티나무 아래의 1층 평상이 제격이다. 다리 앞에 마침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데 앉아 쉴만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순례자들은 그냥 서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시멘트 정자를 바라보며 야속한 마음을 달랬다.(14:10)         
    좌우 길섶에는 망초가 하얗게 피었다. 정안천을 서편에 두고 2킬로미터 이상 곧게 뻗은 둑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망초 꽃향기를 맡으며 걸으니 지루한 줄을 모르겠다. 25분 정도 둑길을 걸어 북계2교에 이르렀다. 어느새 정안천변 둑길은 농로로 이어졌다. 전방에 산자락이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서 부터는 길을 잘 찾아야 한다. 스카이뷰 지도에는 길이 산자락에 막혀 끊긴 듯한 곳도 있다. 금오랑이 답사를 했다면 이 구간에 길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냈을 것이다. 그는 내심 불안했다. 그런데 검암이 앞장서서 길을 잘 찾아 나아가는 것이다. 후미는 길 찾기 보다는 버찌 따먹는 재미를 찾았다.

10.4 슈퍼 주막을 찾아서
  산자락에 가까이 가면서 정식 농로는 끊겼다. 그러나 거친 밭길을 건너니 다시 농로가 이어졌다. 북계2교에서 한 시간50분 걸으니 오인교가 나타났다. 오인교를 건너면 정안천 서편의 23번국도의 오인육교다. 순례자들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정안천의 동편을 유지했다.(15:25)
  정안천의 지류인 두만천을 따라 동으로 잠깐 걸어 요룡교를 건너면 수촌1리 버스 정거장이다. (15:40) 이제부터는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간다. 정안천변에도 길이 있지만 마을로 가야 마트를 만날 수 있기에 이 길을 택했다. 시골길이므로 운행하는 차는 별로 없다.
수촌리고분군 표지판(15:48)을 지나면서 순례자들은 쉬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슈퍼가 나오면 무조건 쉽니다. 슈퍼에서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갑시다.”
금오랑이 순례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조조가 목마른 군사들에게 저 언덕을 넘으면 매실 밭이라고 말해 침이 돌게 한 수법이로다.”
검암이 갈파했다.
“이 동네 슈퍼 없나요?”
한 순례자가 겨우 만난 주민에게 물었다.
“조오기로 가면 됩니다.”
“몇 분이면 될까요.”
“2, 30분이면 되요.”
“3킬로미터를 더 가야 슈퍼를 만난단 말인가?”
순례자들은 아주 맥이 빠졌다. 지금까지 12킬로미터 쯤 걸어 매우 지쳤다. 충분히 쉬어야 할 시간이다.

  금오랑은 앞장서 슈퍼를 발견하려고 속도를 냈다. 안양에서 합류한 순례자는 6시30분까지 천안의 모임에 가야한다. 그는 4시가 지나면서 조바심을 냈다.
“아직 2시간 반이 남았으니 의당면 사무소까지 가자. 거기서 5시 30분 이전에 버스를 타면 충분할 거야.”
금오랑이 달랬다. 시골은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다. 금오랑은 앞장서서 매우 빠르게 걷고 있는데 버스가 뒤에서 앞질러 가는 것이다. 천안 가겠다는 순례자가 버스 창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순례자들은 16시40분경에 의당면 소재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그렇게 찾던 하나로 마트가 있었다. 순례자들은 냉방이 잘되고 있는 마트 안에서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그러나 영업을 방해하는 꼴이기에 밖으로 나와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흑맥주를 타서 마시니 향이 더 그윽했다.
  충분히 쉬고 나니 순례자들은 금강도 건너갈 수 있을 거란 용기가 났다. 해가 긴 유월이라 아직 저물려면 멀었다. 의당면에서 숙박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참 잘한 결정인 것을 순례자들은 곧 알게 되었다. 의당지의 아름다운 연꽃과 공주시가 조성한 멋진 꽃밭 공원이 금강까지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정안천 생태공원이다. 순례자들은 지금까지의 피로를 다 날려버린 듯했다. 대나무로 지은 정자가 순례자들을 반겼다.
“맞아, 정자는 이래야 돼. 북계리의 시멘트 정자와 비교해봐.”
양말을 벗고 편하게 등을 기대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상에 행복이란 바로 이런 순간이로구나.”

10.5 공주박물관장의 환대
  금오랑은 정안천 생태공원을 걸으며 공주박물관장을 했던 친구 박 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금강을 건너려는 참인데 어디서 만날까?”
“공산성 주차장에서 만나자.”
충무공은 이 강을 나룻배로 건넜을 것이나 순례자들은 다리로 건넜다. 강을 건너면 그 곳이 고마 나루터(熊津)였음을 알리는 곰 조형물이 있다. 순례자들은 20킬로미터 가까이 줄곧 메고 온 배낭을 주차장에 벗어 놓았다. 그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공산성에 올라갔다. 금오랑이 배낭을 지키며 친구를 기다렸다. 친구는 유성에서 부인과 함께 마중 왔다. 친구부부는 순례자들을 멧돼지 바비큐 집으로 안내했다. 음식점은 승용차로 10분 이상 가야한다.
“여기는 저이가 박물관장 시절에 손님 오면 자주 모신 집이에요.”
부인이 옆에 앉은 금오랑에게 설명했다. 금오랑이 일어나 건배를 제의하기 전에 친구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충무공은 죄인의 몸으로 이 지역을 지날 때 노성 고을 원이 나와 반겼음을 잊지 않고 일기에 적었습니다.(二十日庚辰。晴。朝飯于公州定天洞。夕投尼城。則主倅欵待。金德章偶到相見。都事來見。) 오늘 친구가 순례자들을 이처럼 환대하니 옛 선비를 본받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조선시대에 귀양 가는 죄인은 호송하는 관리의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법이었습니다. 이순신은 의금부도사, 서리, 나졸의 출장에 소요되는 의식주 경비를 대야 했습니다. 고을 원이 나와 충무공을 반겼다함은 충무공이 지출하는 경비를 줄여주는 것이 됩니다. 박 관장 부부의 건강과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건배를 제의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위하여!”
  박 원장은 순례자들을 공주 시내 찜질방 근처까지 데려다 주었다. 순례자들은 시설이 좀 노후하다는 찜질방 대신에 여관을 택했다. 방 2개를 8만원에 빌렸다. 금오랑은 짐을 풀고 문리대64학번 모임인 마로니에회 정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 공주에 내려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 와 보니 내일 공주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할 상황입니다. 저희를 격려하는 회장님의 마음을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전에도 정 회장은 여러 번 전화를 했다. 순례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나 사정이 허락지 않아 박물관 참관 시간에 대어 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금오랑은 이것을 여러 번 만류했으나 그는 극구 내려올 것이니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이다. 

10.6 공주-노성: 우금치 터널 위를 넘어서    
  다음날 아침을 기사 식당에서 해결하고 7시 15분에 공산성 버스터미널을 출발했다. 노성 가는 길은 산길이다. 어제는 아름다운 천변을 걸었지만 오늘은 어떤 길을 걸을지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공주의 아침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했다. 공주고교와 공주대학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공주고교 시계탑은 7시45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저, 여기서 우금치 터널로 걸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기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택하셔요.”
“터널 위로 걸어갈 수 있을까요?”
“아마 걸을 수 있을 겁니다.”
답하는 행인이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 자기가 걸어 본 길이 아니기에 그리 대답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아갔다.

  공주시청, 공주교대를 지나 우금치 전적지 도로표시판이 보이면 10분 정도 걸어서 동학혁명군위령탑에 이를 수 있다. 순례자들은 위령탑 앞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출발 사진을 찍었다.(08:15)

  1973년11월에 세운 위령탑의 후면에 있는 건립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人乃天과 四民平等의 宗旨아래 後天開闢의 革命精神으로 武裝하고 東學接主 全琫準이 湖南의 萬石洑기슭에서 數千의 農民軍을 編成하여 첫 烽火를 든 것은 甲午(一八九四年四月)正月十日...>

  우금치 터널 위로 오르면 대나무를 엮어 만든 여인상이 있다.
“우리의 어머니나 언니 같은 형상이네요.”
노 작가가 감상에 젖은 목소리를 냈다. 터널 위 너른 풀밭에는 4개의 대나무 인물상이 쓰러져 있었다. 바람에 쓰러진 것인지 일부러 그렇게 설치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풍화되어 흉했다. 나무로 만든 장승도 6개 서 있었다. 비정규직철폐여장군, 한미FTA폐기대장군, 자주통일여장군, 척양대장군, 금강풍물대장군 등, 누가 언제 무슨 행사를 하면서 세웠는지 알 수 없다.

  터널을 넘어가는 정식 통로는 없었다. 순례자들은 터널 입구 바로 위의 빗물받이 도랑을 따라 우측으로 내려갔다. 터널 밖 40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좌측(동편)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국립공주병원 가는 길이다. 순례자들은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길로 가면 공주병원 나오나요?”
“네, 그리 쭉 가십시오.”
길가의 농부가 답해주었다. 공주병원을 지나 만나는 사람에게 또 물었다. 시골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 만나서 뭔가를 얘기하면 그들도 외지인에 대한 경계를 푼다.
“저 산 이름이 뭡니까?”
“구절산, 절이 아홉 개 있다 해서..”
“저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를 순례하는 사람들입니다.”
“아, 참, 훌륭하십니다.”       
  오곡천을 건너는 오굑교의 버스정류소에서 잠시 쉬었다. 검암은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려는지 아팠기에 파스를 붙였다.(09:30)
  공주병원을 지나 복귀산 동편 고개(옥고개, 웃고개)를 넘으면 공주시 이인면 발양리이다. 공주의 마을 버스 (264, 270)가 가끔 다닌다. 발양천 끼고 내려가는 길섶에는 산딸기가 흐드러지게 열려 있었다. 산딸기의 떫으면서도 새큼 달콤한 맛을 느끼면서 걷는 길은 순례자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한동안 쉴만한 그늘이 없었다. 그들은 느티나무를 발견하고 배낭을 내려놓았다.(11:30)

10.7 노성까지의 머나먼 시골길
  지당세계만물박물관 4킬로미터 안내판이 보였다. 순례자들은 697지방도의 동편에 나란히 흐르는 석성천의 둑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곧게 뻗은 둑길은 반송리에서 신영리까지 이어진다. 태양이 내려쬐고 있어서 금오랑은 우산을 펴서 양산으로 대용했다.

  순례자들은 복룡삼거리에서 슈퍼를 발견했다. 이제 막걸리를 마시며 충분히 휴실할 시간이다. 그곳은 643지방도가 갈리는 곳이다. 지당박물관 2킬로미터 표지판이 보였다.(12:30) 한 시간에 2킬로미터를 걸은 셈이다.
“아주머니, 라면 좀 끓여줄 수 없나요?”
금오랑은 슈퍼의 여주인에게 라면3개를 부탁했다. 계란 넣어 3 그릇에 6,000원이라 했다. 맥주와 라면으로 허기를 달랬다.
  순례자들은 마을 정자에 눕거나 기대어 1시간 반을 쉬었다.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기색이다. 금오랑이 결정을 할 순간이 온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순례를 마칩니다. 충분히 걸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버스를 기다릴 순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노성 방향으로 더 걸어갑니다. 가다가 버스를 만나면 공주로 귀환할 것입니다.”
  그들은 14시에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버스 한 정거장 쯤을  걸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버스 정류소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언제 오나요?”
“네, 곧 올 겁니다.”
“어디로 가는 버슨가요?”
“복룡삼거리로 가서 다른 마을로 한 바퀴 돌고 다시 삼거리로 나와 공주로 들어갑니다.”
  순례자들은 순례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평생 가보지 못했을 시골의 여러 마을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들은 공산성 버스 터미널에 15시에 도착했다. 계획대로 공주박물관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주박물관은 박 원장의 배려로 순례자들을 위한 해설을 대비했었는데, 어제 밤에 취소를 했기에 아쉬웠다. 그래도 박물관을 보러 갈 수는 있다. 그러나 순례자들은 지쳐있었다. 박물관을 가도 힘들고 재미없을 것 같았다. 순례는 찾아서하는 고행 길이므로 힘들더라도 관람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순례자는 순례에 올인(all in)하는 것이 좋아. 이것저것 다 하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돼.”
금오랑은 검암의 이 충고를 따랐다. 검암은 오랫동안 다양한 모임의 문화탐방을 주도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여행을 했다. 그의 지리 지식과 다양한 탐사 경험은 금오랑에게 매우 귀중하다.

10.8 1박2일의 소요경비와 향후의 계획
  순례자들은 터미널에서 수원, 인천, 서울 표를 끊었다. 3시 15분, 20분발이므로 곧  출발할 것이다. 서울 가는 버스에서 금오랑이 경비를 정산하려고 지출한 비용을 종합했다. 교통비는 각자 부담하고 숙박비는  주최 측이 지원했기에 순례자는 1인당 2만원을 부담했다. 서울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남부터미널 앞 식당에 들어갔다. 식비로 1만원씩 냈다. 왕복교통비와 숙박비를 모두 고려한다면 1인 1박2일에 5만원이라고 보면 된다.
 
  향후의 순례는 주로 1박2일이다. 6 내지 7회를 하면 순천까지 도달할 것이다. 금오랑은 월1회의 1박2일 순례를 계획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금년 안에 순천에 도달할 것이다. 금오랑은 현지인의 참여를 모색 중이다. 이제부터는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금오랑은 순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다.

[바보산수]

너무나 멋지십니다. 저의 <백의종군로>-오늘 처음 도보행을 했습니다- 기행(?)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금오랑]

님의 기행문 기대됩니다.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백의종군로를 즐겨 순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공간입니다.